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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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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2년도에 제작된 제니스의 초기 지면 광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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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1년 출시된 제니스의 첫 손목시계.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 위에 제니스가 아닌 창립자 조르주 파브르 자코의 이름을 새긴 점도 특기할 만한 사항입니다. 




1865년 스위스 워치메이커 조르주 파브르 자코(Georges Favre-Jacot)에 의해 탄생한 제니스(Zenith)는 시계의 고장 르 로끌을 대표하는 전통의 매뉴팩처 중 하나입니다. 


창립 이래 20세기 중반까지 유수의 크로노미터 경진대회에서 무려 2,333개의 상을 수상할 만큼 제니스는 일찍이 정밀한 시계제조사로서 명성을 쌓아왔습니다. 


그리고 1969년에 발표한 엘 프리메로(El Primero)는 훗날 제니스의 운명을 바꾸는 동시에, 시계 역사상 가장 유명한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로 전설적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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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9년 발표한 제니스 첫 하이비트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3019 PHC 칼리버 



에스페란토어로 '최초' 혹은 '최고'를 뜻하는 엘 프리메로는 1960년대 초반 첫 개발 단계서부터 

시간당 36,000회(1초에 10회, 5헤르츠) 진동하는 세계 최초의 하이비트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목표로 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많은 시행착오 끝에 7년여의 세월이 흐른 1969년에야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되지요. 

당시 2개의 무브먼트를 발표했는데, 하나는 크로노그래프에 날짜 기능을 추가한 엘 프리메로 3019 PHC 칼리버였고, 

다른 하나는 크로노그래프에 트리플 캘린더와 문페이즈 기능을 더한 엘 프리메로 3019 PHF 칼리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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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9년 런칭한 오리지널 엘 프리메로 손목시계 



엘 프리메로의 등장은 여러 면에서 선구적이었습니다.  

우선 수동 와인딩이 필요 없이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양방향 와인딩을 지원하는 자동(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형태라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브라이틀링, 호이어, 해밀턴 등이 공동 개발한 크로노매틱 칼리버 11이 등장했고, 

일본의 세이코에서도 첫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6139와 시계가 출시돼 현재까지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어느 브랜드의 시계가 최초의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합니다.  


어찌됐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1969년은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 역사상 큰 전환점이 되는 해였다는 것입니다. 


또한 엘 프리메로는 시간당 36,000회 진동하는 하이비트 무브먼트라는 점에서도 특별했습니다. 

제니스는 엘 프리메로를 통해 하이비트 칼리버의 주요한 특징들을 일찍이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흔한 모듈형 설계가 아닌 컬럼휠과 수평 클러치를 포함한 통합된(Integrated) 형태로 완성해 진정한 의미의 손목시계용 모던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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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프리메로 칼리버를 탑재한 초창기 제니스 시계들(Ref. 384 & 385 등)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색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은색 바탕의 다이얼에 3개의 각기 다른 카운터를 배치하고, 3시 방향의 30분 카운터 바탕은 감청색(미드나잇 블루)으로, 

6시 방향 12시간 카운터 바탕은 블랙에 가까운 안트라사이트 게열로, 9시 방향의 스몰 세컨즈 다이얼 바탕은 그레이로 각기 다른 컬러로 변화를 준 것입니다. 


그리고 다이얼 외곽 챕터링에는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타키미터 눈금을 프린트하고, 

크로노그래프 초침을 레드 컬러로 도색한 뒤 끝부분에 야광 도료를 채워 넣는 것 역시 한눈에 제니스의 시계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특징적인 요소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렇듯 태생적으로 위대해질 운명을 타고난 엘 프리메로이지만, 1970년대 쿼츠 위기와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경영 악화로 1971년 회사 지분은 이미 미국에 본사를 둔 제니스 라디오 코퍼레이션에 넘어간 상태였고, 

1975년 지주회사가 엘 프리메로 칼리버 생산을 돌연 중단시킴으로써 완전히 사장될 위기에 처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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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쿼츠 위기에서 엘 프리메로를 지켜낸 워치메이커 찰스 베르모  



이때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사람이 바로 당시 제니스의 워치메이커 찰스 베르모(Charles Vermot) 입니다. 


엘 프리메로 개발 초창기부터 참여해온 핵심 멤버인 찰스 베르모는 회사에서 해고될 각오를 하고

엘 프리메로 관련한 수많은 연구 자료와 드로잉, 부품들, NOS 무브먼트들을 몰래 따로 보관하였고, 

약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1984년 찰스 베르모 씨에 의해 다시 엘 프리메로가 재생산되기 시작합니다. 


엘 프리메로의 극적인 부활은 단지 비운의 걸작이 복원된 차원에 그치지 않고 시계사적으로도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1980년대 말, 그 유명한 롤렉스의 데이토나에 탑재되면서 엘 프리메로는 현대의 시계애호가들 사이서 '자동 크로노그래프 명기'로 불리게 됩니다. 

(단, 롤렉스는 엘 프리메로 3019 PHC의 개량형인 400 칼리버를 에보슈로 가져다 로터 형태와 진동수를 28,800로 수정하는 등의 몇 가지 변화를 줍니다.) 


롤렉스 뿐만 아니라 1980~90년대 말까지 에벨, 쇼메, 콩코드, 율리스 나르덴, 태그호이어, 파네라이, 

최근에는 같은 LVMH 그룹 산하의 위블로와 불가리까지 엘 프리메로 400 베이스를 가져다 쓰고 있으니 

런칭 반 세기를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엘 프리메로의 명성은 오히려 나날이 더욱 커져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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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모델인 엘 프리메로 36'000 VpH



제니스 엘프리메로 시계를 착용하고 성층권 자유낙하에 성공한 펠릭스 바움가트너.jpg


- 엘 프리메로 스트라토스 플라이백 스트라이킹 10th 시계를 착용하고 성층권 자유낙하에 성공한 펠릭스 바움가트너



사상 최초로 초음속을 돌파한 시계, 엘프리메로 스트라토스 플라이백 스트라이킹 10th.jpg


- 2013년 GPHG '스포츠 시계' 부문을 수상한 엘 프리메로 스트라토스 플라이백 스트라이킹 10th




그리고 지난 2012년 10월 14일에는 제니스의 홍보대사인 오스트리아 출신의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트너(Felix Baumgartner)가 

레드불 스트라토스(Red Bull Stratos) 미션을 통해 성층권인 39km 상공에서 자유낙하에 성공함으로써, 당시 그가 손목에 착용하고 있던 

엘 프리메로 스트라토스 플라이백 스트라이킹 10th(El Primero Stratos Flyback Striking 10th) 역시 사상 최초로 초음속을 돌파한 시계로 큰 화제를 모으게 됩니다.  


엘 프리메로 스트라토스 플라이백 스트라이킹 10th는 또한 2013년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에서도 '스포츠 시계'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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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니스의 현행 스테디셀러 모델 중 하나인 엘 프리메로 크로노마스터 1969 오픈 워크 다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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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 프리메로 크로노마스터 오픈 그랑 데이트 문 & 썬페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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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비트 자동 크로노그래프에 투르비용을 접목한 세계 유일의 시판용 모델인 엘 프리메로 투르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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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플리케이션 모델인 엘 프리메로 410 블루 다이얼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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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본 케이스와 티타늄 무브먼트를 사용해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는 2014년작, 엘 프리메로 라이트웨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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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제거하고 처음으로 타임온리 형태로 선보인 엘 프리메로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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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출시한 엘 프리메로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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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신제품 엘 프리메로 크로노마스터 1969 투어 오토 2016 리미티드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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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신제품 엘 프리메로 크로노마스터 1969 코히바 에디션 




제니스가 낳은 최고의 히트작이자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영원한 명기인 엘 프리메로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그너처 컬렉션으로  자리매김했으며, 기본 타임온리서부터 하이 컴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 추가와 함께 수백여 개에 달하는 베리에이션 무브먼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드라마틱한 사연을 간직한 엘 프리메로의 진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그 전설적인 명성 또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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