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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1858 지오스피어
몽블랑은 고급 시계 브랜드로의 도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미네르바를 전면에 내세우며 1858 컬렉션을 출범시켰습니다. 1858 컬렉션은 그간의 시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미네르바의 창립연도를 뜻하는 1858이라는 숫자로 컬렉션의 성격을 분명하게 정의했습니다. 선 굵은 커시드럴 핸즈와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는 필시 20세기 초반의 군용 시계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1930년대 몽블랑의 로고를 불러옴으로써 시계의 정체성이 유산의 복원에 있음을 강변했습니다. 데뷔전을 무난하게 마친 1858 컬렉션은 미네르바 창립 160주년인 2018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합니다. 몽블랑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산악 탐험 정신이라는 주제를 1858 컬렉션에 덧씌웁니다. 경외의 대상이요, 탐험의 대상인 산을 중심으로 몽블랑-1858-미네르바라는 삼각 고리가 형성됐습니다. 외연 확장도 뒤따랐습니다. 엔트리와 컴플리케이션의 간극을 채울 제품들이 대거 등장하며 위용을 갖췄습니다.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내실 있는 구성으로 애호가들을 향해 손짓했습니다. 지오스피어는 그런 1858 컬렉션의 간판입니다.
지오스피어를 비롯한 1858 컬렉션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해가 바뀔 때마다 변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유행과 흐름을 의식한 게 아닙니다. 각각의 색에는 고유한 테마가 담겨 있습니다. 첫 번째 주자로 등장한 검은색은 산 정상을, 다음 해의 트렌디한 초록색은 숲을, 2020년 신제품에 쓰인 파란색은 빙하와 눈 덮인 산악 지역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몽블랑은 다채로운 색을 활용해 산악 탐험 정신의 이미지와 지오스피어 베리에이션의 진화라는 과제를 한꺼번에 풀어냈습니다.
그러데이션 처리한 스모키 블루 다이얼은 지오스피어를 세련된 시계로 탈바꿈시킵니다. 탐험 정신과의 조화를 위해 짙고 어두운 색으로 염색했습니다. 이전 모델에서 색이 바랜 듯한 베이지색 슈퍼루미노바를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파란색과의 조화를 고려해 흰색으로 변경했습니다. 이로 인해 특유의 빈티지한 분위기는 다소 희석됐지만 보다 젊고 경쾌한 분위기가 시계를 감돕니다. 슈퍼루미노바를 머금은 커시드럴 핸즈와 큼직한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는 20세기 초 군용 시계를 선보이며 활약한 미네르바의 뿌리를 상기시킵니다. 다이얼 외곽의 플렌지에는 분을 확인할 수 있는 레일 웨이 인덱스를 둘렀습니다. 레이아웃은 기능과 디자인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 감각을 발휘합니다. 12시와 6시에는 지구를 반으로 갈라놓은 듯한 반구형 디스크가 각각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북반구, 나머지 하나는 남반구에서 바라본 지구를 묘사했습니다.
밤이 되면 눈앞에 장관이 펼쳐집니다.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초록색이 아닌 파란색으로 발광하는 슈퍼루미노바를 칠했습니다. 두 디스크에는 경도와 위도를 삽입했습니다. 세계 곳곳의 시간을 알려주기 위한 기능성에 무게를 둔 것인데 불현듯 탐사나 탐험의 이미지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지구를 있는 그대로 묘사해 예술성을 강조하는 여타 월드 타임 시계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한편, 두 디스크에는 하늘색으로 그은 선이 하나씩 있는데요. 이는 세계 표준시의 기준이 되는 본초 자오선을 의미합니다. 디스크에 찍힌 파란색 점은 후술할 세븐 서밋의 위치를 표기한 겁니다.
3시 방향에는 1858 컬렉션임을 나타내는 로고와 날짜 창이, 9시 방향에는 세컨드 타임을 알려주는 서브 다이얼이 서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와 바 인덱스를 번갈아 배치하며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웠습니다. 이로써 다이얼은 완벽에 가까운 대칭을 이뤘고, 다양한 정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흐트러짐 없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합니다.
지름 42mm, 두께 12.8mm의 케이스는 스테인리스스틸도, 브론즈도 아닌 5등급 티타늄입니다. 가벼운 무게 덕분에 활동성이 뛰어나고, 외부 요인에도 강한 면모를 지닌 티타늄은 스포츠 워치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단골 소재입니다. 탐험가의 시계를 표방하는 지오스피어와 티타늄 케이스의 조합은 적절해 보입니다. 톤 다운된 파란색 다이얼과도 제법 잘 어울립니다. 케이스 측면과 러그 전면은 결을 살린 브러시드로, 모서리는 폴리시드 처리해 스포츠 워치에서 으레 보이는 투박함을 걷어냈습니다. 양각으로 새긴 몽블랑 로고가 들어 앉은 크라운은 여유 있는 크기 덕분에 조작이 수월한 편입니다. 방수는 100m로, 1858 컬렉션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양입니다.
양쪽으로 회전하는 스테인리스스틸 베젤 측면에는 촘촘히 홈을 새겨 멋과 조작성을 모두 잡았습니다. 동서남북을 표시한 세라믹 베젤 인서트의 색은 청록에 가까운데 만약 다이얼과 같은 색을 썼더라면 무미건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위 기점과 사이사이에 들어선 화살표는 슈퍼루미노바을 입혀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베젤은 단순한 눈요깃거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먼저 시침을 태양과 일직선상에 놓습니다. 그리고 다이얼 12시 방향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상의 선을 긋습니다. 이 가상의 선과 시침의 가운데가 남쪽 방향입니다. 마지막으로 베젤을 돌려 남쪽을 의미하는 S를 위치시키면 사방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생활에서는 사실상 불필요한 기능이지만 시계의 주제 의식을 한층 탄탄하게 만들어 주는 감초 같은 역할을 합니다.
케이스백에는 1858 컬렉션의 기반인 산악 탐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근사한 장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무브먼트 감상은 기계식 시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만 이토록 공을 들인 케이스백 앞에서 그런 즐거움은 이내 잊혀집니다. 중앙에는 하늘에 닿을 듯 솟은 장엄한 몽블랑의 형상과 브랜드 로고를 호위하는 듯한 두 개의 등산용 아이스 피크가, 테두리에는 방수, 소재 등 시계와 관련된 각종 정보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1858 컬렉션의 대표 모델 답게 지오스피어의 케이스백은 동 컬렉션의 다른 모델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케이스백에 탐험가들이 신성시하는 세계 칠대륙 최고봉(Seven Summits)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건데요. 월드 타임 기능과 나침반을 묘사한 회전 베젤에서 알 수 있듯이 지오스피어는 1858 컬렉션 내에서도 산악 탐험 정신을 가장 충실하게 받드는 모델입니다. 세븐 서밋은 지오스피어의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는 요소이자 1858 컬렉션에서 지오스피어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다이얼과 동일한 색감의 스푸마토(Sfumato) 카프 레더 스트랩은 흰색 스티칭을 첨가해 단조로움을 탈피했습니다. 가죽에도 통달한 브랜드답게 이탈리아 피렌체의 리치몬트 펠레테리아(Richemont Pelletteria) 가죽 공방에서 스트랩을 제작합니다. 양쪽으로 열고 닫는 버클을 이용해 시계를 한결 수월하게 착용하고 벗을 수 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올해부터 1858 컬렉션에 브레이슬릿이 추가됩니다. 기존에는 가죽 스트랩을 비롯해 분트 스트랩과 나토 스트랩이라는 옵션을 제공했습니다만 스포츠 워치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브레이슬릿의 부재가 아쉬운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7열 브레이슬릿에서 쌀알 형태의 링크는 폴리시드 처리한 스테인리스스틸, 좌우에 있는 사각형 링크는 새틴 처리한 티타늄으로 가공했습니다.
셀프와인딩 칼리버 MB 29.25는 ETA 2892를 모작한 셀리타의 칼리버 SW300-1에 자체 개발한 월드 타임 모듈을 추가한 무브먼트입니다. 이는 풀 캘린더,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같은 자사의 스몰 컴플리케이션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공식입니다. 몽블랑이 의도한 세그먼트와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기능을 더하고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42시간입니다. 크라운 포지션 0에서 수동으로 와인딩을 할 수 있습니다. 크라운을 한 칸 뽑은 1단에서는 시침만 한 시간 단위로 이동시킬 수도 있습니다. 날짜는 시침에 연동하는데, 앞뒤로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시차가 발생하면 날짜가 바뀌기도 하는데 이때 빠르고 편리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크라운을 끝까지 뽑은 2단에서는 시간(로컬 타임)을 맞출 수 있습니다. 다이얼 9시 방향의 세컨드 타임은 케이스 측면에 삽입한 버튼을 눌러 별도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지오스피어는 출고 전 500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엄격한 품질 인증 테스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500시간 테스트는 3주 동안 실제 착용한 상황을 가정하고 오차 등을 체크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수, 크라운 조작, 충격에 대한 저항 등 종합적인 성능을 검사합니다. 지오스피어 뿐만 아니라 1858 컬렉션의 모든 제품은 500시간 테스트를 받습니다. 1858 컬렉션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가격은 가죽 스트랩 모델이 754만원, 브레이슬릿 모델이 794만원입니다.
고매한 설산의 이미지, 산악 탐험 정신, 미네르바의 헤리티지, 몽블랑의 워치메이킹 능력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녹아 있는 지오스피어는 애호가와 일반 소비자 모두를 유혹할 수 있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월드 타임 기능을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구현한 독창성이 돋보입니다. 갑갑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떠나는 달콤한 일탈을 꿈꾸는 이들에게 지오스피어는 든든한 벗이 되어 줄 겁니다.
제품 촬영 :
포토그래퍼 권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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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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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 간지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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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도 이쁘지만 야광샷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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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민기
2020.07.21 19:12
앞 뒤가 화려하고 고급져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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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키뇨
2020.07.22 22:48
역시 역사는 무시못합니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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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2020.07.26 10:50
블루가 제일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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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야무
2020.07.30 16:19
꼭 차보고 싶은 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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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vc
2020.07.30 18:13
색감이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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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소대왕
2020.08.07 00:17
과감하게 지구본을 넣은 디자인이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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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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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 버전 실물로 한번 보고싶네요. 색깔 진짜 멋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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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록뱌
2020.08.24 08:00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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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뒤가 다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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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타 무브라도, 시침이 한 시간 단위로 움직여준다면,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스몰 컴플리케이션 ... 세컨드 타임의 시침도 점프하면서 움직여주는 걸까요? 버튼으로 움직이는 것이니 그럴 수 있겠네요.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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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늄이라 무게도 가벼울거 같고 스모키 블루다이얼 매력이 느껴집니다.
또한 저녁에 다이얼 보는 재미도 쏠쏠할거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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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iper
2020.12.19 09:33
다이얼 실물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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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럭
2021.05.02 17:33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와 너무 멋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