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르 페르고 신모델 Le Corbusier Triology 발표
지라르 페르고는 괜찮은 역사, 적당한 시계, 그리고 안습의 경영성과를 가졌던 회사입니다. SIHH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였고, (이제는 바젤에서 보겠지만요.) 라쇼드퐁에 그들이 꾸려놓은 매뉴펙쳐는 최근 수직통합된 생산 체계가 업계내 붐이 일기 훨씬 전부터 그러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SIHH멤버 이기 때문에 리치몬트에서 인수하지 않을까 라는 그림도 그려보았지만, 사실 지라르 페르고는 어느 그룹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도 끼워지기 어려운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와치 그룹에 끼울려면 제 성이 하이에크라 하더라도 블랑팡에서 시작해 론진까지 이어지는 그 선 사이에서 어디에 포지셔닝을 해야할지, 이를 위해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를 것이고, 리치몬트로 가기에는 JLC가 철벽방어 중인데다가 어정쩡합니다. 컴플리케이션도, 엔트리 모델도, "이야 아직 죽지 않았네!"라는 탄성을 자아낼 지언정, "이건 꼭 사야해"라는 욕구를 자극시키긴 어렵습니다. 그렇다 해도 어디 빠지는게 있는 브랜드가 아닌데 말이죠.
그 결과 지라르 페르고는 Sowind 그룹이라는, 품격매체 핫윈드를 연상시키는 이름 아래에서 JeanRichard라는 역시 이해하기 난해한 브랜드와 한솥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만든 제냐 시계가 중국 시장에서 짭짤한 성과를 올리고, 부쉐론에 공급한 무브먼트가 꽤 비중을 차지하였습니다만, 정작 본인 브랜드의 시계를 팔아 연명하고 있는 모습이 아닌, 써드 파티로서 근근하게 버텨나가고 있는 모습을 이어갈 뿐이었습니다.
<구세주, 그룹의 태양 PPR의 프랑소와 앙리 피노 회장사마님>
결국, 사업 규모로 따지자면 LVMH와 리치몬트 사이에 자리잡은 구찌와 퓨마로 대표되는 PPR에 편입되게 됩니다. 마침 PPR 역시 그룹 내 마땅한 시계 전문 브랜드가 없었습니다. (부쉐론이 있지만 그 브랜드의 시계 매출 규모는 15%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 하이쥬얼리로 매출을 일으킵니다.)
PPR로서는 지난 10년에 가까운 기업 합병 시장에서의 침묵을 깨고, 브리오니와 함께 지라르 페르고도 그룹에 합류시켰기에 그 둘의 성장이 참 중요한 시점입니다.
신 모델 발표가 많지 않은 지라르 페르고 이기에 든든한 그룹의 지원 아래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보이기 위해 올해 많은 PR적인 행사를 진행하였었는데요, 일개 브랜드의 행사에 피노 회장께서 직접 참가하시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신제품 발표가 있었습니다: Le Corbusier Triology라는 삼부작 시리즈 입니다.
풍부한 인적자원(?)으로 인해, 까르티에의 자사 무브먼트 공장 택지로도 간택받고, 브라이틀링 등을 비롯한 수많은 브랜드의 자체 공방, 파텍 노틸러스 케이스와 로얄오크 브레이슬렛 만드는 업체 등등, 스위스 내 롤렉스와 오메가로 대표되는 Biel 지역에 비견되는, 시계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라쇼드퐁의 브랜드로서, 지라드 페르고는 라쇼드퐁의 인적유산과 연계된 시리즈를 제작합니다.
이 곳 출신의 인물중 꽤 끗발 세운다 하는 사람들 중엔 우리에게 이젠 친숙한 이름인 (GM대우) 시보레 아저씨가 있지만, 문화적으로 가장 유명한 이는 Le Corbusier라는 인물입니다.
Charles-Edouard Jeanneret이 본명이며, 1887년에 태어나 1965년 77세의 나이로 운명하신 이 분께서는, 소위 '현대 건축'의 거장이라 불리는 분이었다 합니다.
이 분이 스위스에서 얼마나 먹어주는가 하면, 우리나라 만원짜리에는 세종대왕이 있는데 스위스 10프랑 지폐에 이분의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인도 국회 의사당, 동경 국립 서양미술 박물관, 롱샴 성당 등 굵직한 건물들이 그의 작품입니다.
지라르 페르고는 그들의 콜렉션에 존재하고 있는 Vintage 1945 모델을 기초로 그의 작품들 중 세가지 모티브를 따서 각 모델당 5개씩의 한정판을 발표합니다.
모두 26석에 28,800 vph 진동수를 가진 GP 3300 - 0078 를 채용하였고, 케이스 사이즈는 36mm x 35mm 입니다. 그 안의 각 다이얼은 위와 같은 모티브를 적용하게 됩니다.
그 모델들 세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극히 적은 한정판 갯수에서 보실 수 있 듯 그닥 돈을 벌기위해 만든 시리즈는 아닌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이 한정판을 만들기 위해 그의 업적을 기리는 Le Corbusie 재단에 기부활동도 하는 조건으로 제작된 시리즈 입니다.
게다가 한정판중 아래 두 모델은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입니다. 가장 위의 MOP 다이얼의 경우에는 인그레이빙 작업에 7일이 꼬박 걸리고, 이 각각 인그레이빙이 가지는 모티브는 가치는 꽤나 높다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위버 유러피언적인 "있어보이는" 프로젝트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문화적으로 괜찮은 수준에 있는 브랜드 라는 의미의 프로젝트들이 여러개 진행되었고 앞으로도 진행될것으로 예상되지만, 역시 그와 병행해서 지난해 JLC가 보여줬던 폭발적인 개발력과 같은 실력과시의 프로젝트도 수면 아래에서 진행하고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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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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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회피회계
2012.10.0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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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ee
2012.10.07 02:49
이곳에는 건축설계를 전공하시는 분들도 꽤 있을 듯합니다.
조금 논란의 소지가 있는 글처럼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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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81
2012.10.05 00:53
많은 사람들이 디파이등이 나왔을 때 제니스의 디자인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씨호크도 그렇고 지라드 페르고의 디자인이 더욱 난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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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2012.10.05 01:49
르 코르뷔지에는 극단적인 기능성을 중시했지만.. 그 기능성 마저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건축을 하기도 했던 재미있는 아저씨입니다. 시대가 갖추지 못한 부족한 공학적 지식 때문에 물이 새는 집을 짓기도 했고, 주택을 짓고 부실공사 때문에 보수에 보수를 거듭하다 마침내는 집 주인에게 "이 집은 살기엔 부적합합니다"라는 편지를 쓰기도 했었죠.
물론, 그가 추구했던것은 극단적인 기능성이었습니다만, 그런 '기능성'이라는 면이 기존에 덕지덕지 화려하기만 하던 새로운 아름다움을 개척하게 길을 열어준 사람입니다. 시계의 무브먼트에는 일반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다하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가공을 제외하면 그것에는 어떤 멋을 위한 추가 부품도, 거추장스러운 것도 없지요. 각자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한 부품만 존재할 뿐 입니다. 그러므로 코르뷔지에 아저씨와 기계식 무브먼트의 만남은 너그러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위해 모든 기능을 집중한 무브먼트와 그를 보고 해석해야 의미가 생기는 '인간'을 모티프로 한 코 아저씨의 다이얼은 시계가 진정으로 의미를 가지기 위해 '정말 필요한 두 존재'를 한 곳에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
공감:1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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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회피회계
2012.10.05 09:06
첫 단락에 쓰신 이야기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 에피소드같군요. -
manual7
2012.10.05 02:59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그러나 왠지 디자인이 아쉽네요. 특히 두 번째 시계에 왜 저 스트랩을 썼을까요? 라고 생각했는데 의자 패브릭에서 차용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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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천황
2012.10.05 07:55
개인적으로 하이엔드를 10개로 구분할때 꼭 끼워주는 브랜드입니다만..저도 위시리스트의 앞순위로 넣기는 힘드네요 ^^
그래도 오랜 역사와 자사무브에 대한 능력을 갖고있는 GP가 성장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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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형
2012.10.05 08:25
제 예물시계인 GP1945의 케이스가 보이니 이렇게 반가울수가! 개인적으로는 GP의 디자인들을 매우 좋아합니다. 이번 르 꼬르뷔지에 한정판은 그닥이지만, 1945의 케이스는 실제로 접해 보면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예거에 비해서 GP가 상대적으로 기술력에 치중하지 않고 있는 건 분명하고, 과거의 오래되고 화려한 역사와 예전에 개발한 인하우스 무브들로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정말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GP 유저로서 끝까지 응원해주고 싶네요. 덕분에 GP에 대한 좋은 정보 알아갑니다. 추천! ^-^ -
훈상
2012.10.05 09:16
이건 뭐 대놓고 예술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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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2012.10.05 13:05
르 코르뷔지에 재단에 기부한다라... 흥미롭군요.
그나저나, 맨 위에 첫 댓글 다신 분께선 르 코르뷔지에가 극단적인 기능성만을 추구해 감성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하셨는데, 글쎄요... ㅋ
"건축은 동선이다"라고 했을 만큼 기능성과 인간의 생활과의 조화를 중시한 건축가이지만, 생 마리 드라 투레트 수도원 같은 시대를 앞서는 성취를
상기시켜 보신다면, 감성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말년의 르 코르뷔지에를 이해하고 정의하는 데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음을 아실 겁니다.
생전 그와 일면식도 없으면서 최고의 스승이자 멘토로까지 여겨온 안도 타다오나 승효상 같은 후대 건축가들의 건축스타일에 미친 영향만 봐도 그러하구요.
여튼... 컬렉션이 개성이 좀 부족하다, 다소 난해하다는 평을 듣는 GP이지만, 그럼에도 빈티지 1945 컬렉션은 나름 그들 브랜드의 아이콘이라 할 만한데,
이 컬렉션에서 의미 있는 한정판이 나온거 같아 저 개인적으로는 반갑고 보기 좋습니다.
기술력이나 전통에 있어서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하이엔드급 브랜드인데도 다소 아쉬운 행보를 보여왔던 제라 페리고가
큰 그룹의 지원을 받아 앞으로는 더욱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행보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그나저나 프랑스와 앙리 피노 회장, 자기 아내인 셀마 헤이엑에게 다이아몬드로 떡칠을 한 제라 페리고의 캣츠 아이 같은 거 선물해 주면,
그게 지면 광고나 프레스 홍보 백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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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oon
2012.10.05 13:43
G-P, Le Corbusier 모두 La Chaux-de-Fonds 출신이네요..
G-P는 더욱 도약, 부활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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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2012.10.05 16:30
예술이 시계속으로 들어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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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크
2012.10.06 00:25
참 독특하고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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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아빠
2012.10.07 08:14
글 올리신분도 좋은 정보에 감사드리고 댓글 수준도 장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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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베비
2012.10.08 00:13
멋지군요 -
복띵이
2012.10.08 04:09
왜...저 디자인을 했을까요?.... 불편한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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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당구공
2012.10.08 11:54
씨호크 유저로써 일단 GP에 대한 글 많이 반갑네요
개인적인 만족도가 높아 아직도 자주 차고다니고, 주변에 시계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이넘 자랑질을 하곤 하는데...
개떡같은 경영실적 만큼이나 사람들의 반응도 시원찮은 경우가 많더이다.^^
아무쪼록 자신의 색을 분명히 유지하면서 앞으로도 장수하는 브랜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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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5
2012.10.10 12:14
개인적으로 각진 스타일 좋아하는데 ㅋㅋ 사각형스딸 맘에 드네 얼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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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시드
2012.10.11 03:11
첫번째 시계 문자판은 다른 종류의 자개를 상감기법으로 만든 것 같은데...자세한 사진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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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fenómeno
2012.10.11 23:10
누구나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하이엔드 매뉴팩쳐지만, 하이엔드 유저 중에서도 위시 리스트에 꼽는 사람은 매우 드문 브랜드죠.
그래도 전 GP와 UN은 저 다이얼 하나만으로 칭송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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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mm
2012.12.13 10:47
가격이 ㅎㅎ 아 정말 멋진시계 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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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kMC
2014.11.17 01:11
멋진 모델들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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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개
2017.07.30 21:04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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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1999
2020.03.30 20:53
멋진 예술품이 또 하나 탄생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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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이거
2022.08.14 02:17
까르띠에의 탱크 느낌과 흡사 한것 같습니다 저역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좋아하지만 지라드페리고에서 이러한 디자인을 출시했었다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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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는 극단적인 기능성과 기술의 발전을 추구해 감성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는 인물입니다. 합리성을 강조한 사람인데요..
감성의 끝에 가있다고 보는 기계식 시계 브랜드에서 그런 건축가를 기념한다니 뭔가 재미있네요. 이미지로만 보면 쿼츠 시계와 어울리는 건축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