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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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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마스터02 셀프와인딩 신제품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가 오늘(5월 31일)자로 개성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신작, [리]마스터02 셀프와인딩([RE]Master02 Selfwinding)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2020년 메종의 고향인 스위스 발레드주 르 브라쉬에 뮤제 아틀리에 오데마 피게(Musée Atelier Audemars Piguet) 개관을 기념하며 출시한 [리]마스터01에 이어 [리]마스터 컬렉션의 두 번째 리미티드 에디션이 탄생한 것입니다. 관련해 오데마 피게는 지난 4월 말, 전 세계 소수의 시계 미디어 관계자들을 르 브라쉬로 초청해 새로운 [리]마스터02를 선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타임포럼 역시 두근거리는 현장에 함께 했습니다. 

 

- 2020년 출시한 [리]마스터01 

1943년 메종의 스틸 및 핑크 골드 투-톤 케이스 크로노그래프(레퍼런스 1533)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500피스 한정 리미티드 에디션(26595SR). 직경 40mm 케이스에 2019년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컬렉션으로 데뷔한 차세대 인하우스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4409를 탑재했다. 관련 타임포럼 뉴스 바로 가기 >> 

 

[리]마스터 시리즈는 '다시'를 뜻하는 접두사에 대괄호([ ])를 함께 표기한 데서 헤아릴 수 있듯(* 리마스터는 음악 분야에서 음질 개선을 위해 마스터테이프를 다시 만드는 작업을 뜻하기도 함), 과거의 역사적인 모델을 재해석한 리-이슈 디자인의 특별한 모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리]마스터가 천천히 확실한 방향성을 잡아 하나의 독립된 컬렉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건 메종의 유구한 헤리티지가 뒷받침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1875년 창립 이래 오데마 피게 브랜드의 창의적인 DNA가 시대적 배경에 따라 대담하면서도 개성적으로 발현된 오리지널 타임피스들의 가치를 재발굴하고 현대의 진일보한 워치메이킹 기술로 새롭게 거듭나게 하는 것을 사명처럼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관련해 오데마 피게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라리아 레스타(Ilaria Resta)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오데마 피게는 항상 전통을 지키면서도 미래를 바라본다. [리]마스터 컬렉션은 이러한 정신을 완벽하게 구현하며, 시대를 상징하는 시계들로 특징지어지는 우리의 오랜 시계 제작 전통에 경의를 표한다. 오늘날 우리는 최첨단 기술과 과감하게 현대적인 접근 방식으로 시계들을 재해석한다." 

 

- 1961년 제작된 오리지널 5159

[리]마스터02의 효시가 되는 진귀한 모델로, 직경 27.5mm의 옐로우 골드 소재 비대칭 케이스를 특징으로 한다. 칼리버 10TS 탑재, 케이스 넘버 19642~19647까지 각인. ⓒ Audemars Piguet

 

2024년 새롭게 선보이는 [리]마스터02는 1960년대 메종의 유산인 비대칭(Asymmetry) 케이스 디자인 중에서도 진귀한 모델(레퍼런스 5159)을 직접적으로 참고했습니다. 오데마 피게의 헤리티지 및 뮤지엄 디렉터인 세바스티안 비바스(Sébastian Vivas)에 따르면, "1959년부터 1963년 사이 30개 이상의 비대칭적 모델이 탄생했으며 그 중 대부분의 모델은 10개 미만으로 생산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매우 희소한 가치를 자랑하며, 메종의 급진적인 에너지가 분출하던 시기의 특수한 결실이라는 측면에서 21세기 다시 들여다볼 이유가 충분하다 하겠습니다. 특히 [리]마스터02에 영감을 준 5159 모델은 공식 아카이브 자료에 따르면 단 7개만 제작되었다고. 이 중 1점(Inv. 302)은 오데마 피게 헤리티지 컬렉션으로 영구 귀속되어 현재 뮤제 아틀리에 오데마 피게에 보관 및 전시되고 있습니다.  

 

- 2020년 개관한 뮤제 아틀리에 오데마 피게

관련 타임포럼 뉴스 바로 가기 >>

 

오리지널 레퍼런스 5159 모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70년대 초반까지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융성한 건축 사조이자 디자인 양식인 브루털리즘(Brutalism)에서 케이스 디자인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브루털리즘 또는 브루털리스트는 불어로 가공되지 않은 '생 콘크리트'를 뜻하는 '베통 브뤼트(Béton brut)'에서 착안한 것으로(현재는 노출콘트리트 공법을 아우르는 용어로 의미가 확대됨),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통하는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에 의해 본격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아파트의 효시로 통하는 마르세유의 거대 공동주거단지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 1952년 완공)이나 1951년부터 인도 펀자부의 찬디가르 캐피톨 컴플렉스(Chandigarh Capitol Complex, 1955년 완공)를 설계할 때 거대 콘크리트 구조물을 그대로 노출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 인도 찬디가르 시의 어셈블리 빌딩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 고문으로 참여했으며 브루털리즘 건축 사조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독창적인 성취를 인정 받아 201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지정됐다. 사진 출처: Photo ⓒ Wikipedia

 

- 스위스 에레망스 성 니콜라스 성당 내부 

스위스 바젤 출신의 건축가 발터 마리아 푀어더러(Walter Maria Förderer)가 설계를 맡아 1971년 완공한 가톨릭 성당으로 전통적인 교회 건축 양식을 탈피한 파격적인 모습으로 화제가 되었다. 브루털리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걸작 건축물로 통한다. 사진 출처: Photo © Jamie McGregor Smith

 

이렇듯 브루털리즘은 외관 장식 및 마감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모노크롬(단색의) 콘크리트 자체가 갖고 있는 물성과 거친 질감, 기하학적인 형태를 그대로 노출시켜 건물 본연의 조형미를 강조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건축 양식 특성상 주요 도시의 관공서, 대학, 도서관, 각종 공공 사업 프로젝트 건물에 일반적으로 널리 활용되었으며, 2010년대 이후 다시금 재조명을 받게 되면서 근래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 미술관이나 카페 건물 형태로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리]마스터02에 영감을 준 1960년대 오리지널 모델 5159BA는 군더더기가 없는 각진 케이스와 특유의 비대칭 구조가 브루털리즘 건축 사조의 영향을 보여줍니다. 위에 소개한 주요 건축물 사진을 보면 연관성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겠지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손목시계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여러 스위스 제조사들마다 다양한 실험이 이뤄졌습니다. 직경이 작은 새로운 무브먼트 개발부터 케이스 및 글라스 형태, 다이얼 디자인에 관한 다각적인 시도가 이뤄졌는데, 원형, 정사각형, 직사각형과 같은 전통적인 기하학적 도형이 이미 대세로 굳어진 시대에 오데마 피게는 사다리꼴, 팔각형, 비대칭형에 이르는 다양한 쉐입의 케이스를 모색함으로써 타제조사들과 결정적으로 차별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일련의 비대칭 케이스는 비록 독립 컬렉션으로 관리되어 매스 프로덕션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1972년 로열 오크(Royal Oak)와 같은 다음 세대의 아이코닉 쉐입 모델을 위한 충분한 밑거름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까지 고유의 가치를 인정 받아 60여 년 만에 이렇게 다시 복각 디자인의 신제품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2024년 새롭게 선보이는 [리]마스터02 셀프와인딩은 1960년대 오리지널 모델 5159의 특징적인 비대칭 케이스 디자인을 어김없이 계승합니다. 다만 사이즈는 과거의 27.5mm에서 41mm로 키워 한층 존재감 있는 모습입니다. 케이스 소재는 샌드 골드(Sand gold)로 명명한 오데마 피게가 자체 개발한 18K 골드 합금을 사용했습니다. 올해 초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플라잉 투르비용 오픈워크(Royal Oak Selfwinding Flying Tourbillon Openworked)로 처음 소개돼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 샌드 골드를 처음 소개한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플라잉 투르비용 오픈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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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 골드는 금과 구리, 미량의 팔라듐을 독자적인 레시피로 배합해 핑크 골드와 화이트 골드를 반쯤 섞어 놓은 듯한 오묘한 톤이 인상적입니다. 사막의 사구(모래 언덕)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부터 샌드 골드 아니겠습니까. 실제 제품을 접하면 빛의 각도 내지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데, 쨍한 자연광 아래서는 포근한 모래 같은 느낌이 두드러지는 반면 조도가 낮은 환경에서는 뭔가 차갑고 에지가 더욱 날렵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다른 메종의 18K 골드 소재들- ex. 롤렉스의 에버로즈 골드, 오메가의 세드나™ 골드와 문샤인™ 골드, 위블로의 킹 골드와 매직 골드, 랑에 운트 죄네의 허니 골드, IWC의 아머 골드, 파네라이의 골드테크™ 등- 과는 한 눈에 봐도 차이가 느껴집니다.

 

 

기하학적인 비대칭 케이스의 표면 대부분은 수작업으로 무광의 새틴 브러시드 마감해 브루털리즘을 대변하는 '날것'의 인상을 강하게 풍깁니다. 그럼에도 소재가 샌드 골드이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느낌은 당연합니다. 케이스 우측으로 갈수록 가파르게 경사 처리하고 케이스 형태에 따라 글라스까지 맞춤 제작했습니다. 경사진 사파이어 크리스탈은 비대칭 케이스를 시각적으로 더욱 강렬하게 돋보이게 하는데요. 과거에 사용된 아크릴 글라스 계열 보다 사파이어 크리스탈로 이러한 형태의 글라스를 제작하기란 훨씬 더 까다롭게 마련입니다. 평평한 단면과 약 15.8° 경사진 단면을 구조적으로 이어지게 한 덩어리로 사출하기가 일단 어려운데다 케이스 방수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방수씰을 특수한 케이스 구조에 맞게 맞춤 제작해야 하는데다 이를 제대로 결합하는 것 또한 과제입니다. 관련해 오데마 피게는 약 2년간의 연구 개발과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옆에서 보면 흡사 영화 ‘스타워즈’ 속 임페리얼 스타 디스트로이어(은하구축함) 우주선을 떠올리게 하는 케이스에 크라운은 로열 오크와 비슷한 육각형 크라운을 사용했습니다. 오리지널 모델과 외관상 어쩌면 유일하게 다른 점이 바로 크라운입니다. 샌드 골드 크라운 중앙에는 원형의 테두리와 함께 브랜드를 상징하는 이니셜 로고(AP)를 인그레이빙했습니다.  

 

 

르 브라쉬의 청명한 밤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미드나잇 블루 컬러 다이얼은 샌드 골드 케이스와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이 특별한 시계에 방점을 찍습니다. 메종은 해당 다이얼을 두고 '블루 뉘, 뉘아주 50(Bleu nuit, Nuage 50)'으로 명명합니다. 풀이하면 밤을 닮은 블루와 구름 다이얼이랄까요(참고로 숫자 50은 컬러 피그먼트 넘버로 알려져 있습니다). 2년 전 로열 오크 50주년을 기념한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씬 스틸(Royal Oak “Jumbo” Extra-Thin, Ref. 16202ST) 모델에도 적용한 바로 그 컬러 다이얼인데 타피스리 패턴을 제거하니 또 완전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블루 뉘, 뉘아주 50 다이얼은 직사각형 바탕에 삼각형 모티프로 기하학적인 인상을 더욱 강조하는데요. 실제로 총 12개의 삼각형을 피자 조각처럼 이어 붙여 골드 컬러 트리밍된 칸막이 부위가 아워 마커 역할을 대신합니다. 각각의 삼각형 조각은 브라스(황동) 바탕에 아연도금 처리를 통해 케이스와 비슷한 샌드 골드 컬러를 입혔습니다. 그리고 각 조각 상단면은 선형의(선레이) 새틴 브러시드 마감한 후 독자적인 PVD(물리적 증착) 공정을 통해 지금의 그윽한 다크 블루 컬러를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브라스 소재의 하부 플레이트의 미리 뚫어 놓은 펀칭홀에 미세한 다리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다이얼을 구성했습니다. 반면 시와 분을 표시하는 두 짧은 바통 핸즈와 3시 방향의 ‘Audemars Piguet’ 브랜드 풀네임 아플리케는 케이스와 동일한 18K 샌드 골드로 제작해 고급스러움을 더합니다. 하단의 화이트 컬러 ‘Swiss Made’를 제외하면 프린트마저 최소화하고 날짜창까지 생략해 기하학적인 모습 속에 극도로 미니멀한 디자인 요소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무브먼트는 타임온리 형태의 새로운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7129를 탑재했습니다. 1972년부터 최근까지 사용된 오리지널 점보 칼리버 2120/2121을 완전하게 대체하는, 2022년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씬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차세대 자동 칼리버 7121을 베이스로 날짜 디스크/휠을 제거하고 두께 역시 2.8mm로 더 얇게 뽑아냈습니다(기존의 7129는 3.2mm). 직경 29.6mm(12 4/5 리뉴), 두께 2.8mm 크기의 자동 칼리버 7129는 총 211개의 부품과 31개의 주얼로 구성돼 있으며, 6개의 조정 가능한 관성 블록(웨이트)을 갖춘 프리스프렁 밸런스는 시간당 28,800회 진동하고(4헤르츠), 파워리저브는 약 52시간을 보장합니다. 또한 마모를 방지하는 세라믹 볼 베어링과 함께 오픈워크 가공한 로터는 메인스프링 배럴 옆에 감춰진 두 개의 리버서 휠(Reverser wheels)로 제어되어 효과적인 양방향 와인딩을 지원합니다.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제네바 스트라이프(코트 드 주네브), 서큘러 그레이닝(페를라주), 베벨링(앙글라주), 미러 폴리싱, 스네일링, 선레이 등 구석구석 수작업으로 정성스럽게 마감한 하이엔드 울트라-씬 자동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오데마 피게 로고를 새긴 오픈 워크 로터 역시 케이스와 동일한 샌드 골드 컬러를 띠는데, 18K 골드가 아닌 22K 골드 바탕에 샌드 골드 컬러를 PVD 공법으로 입힌 것이라고 합니다. 샌드 골드는 18K 골드로만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굳이 로터 컬러까지 케이스와 매칭을 이루게 하기 위해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수고로운 작업을 거쳤습니다. 스펙 시트 상에 기술되진 않지만 전통의 하이엔드 시계제조사다운 집착에 가까운 완벽주의 성향을 이런 디테일 하나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스트랩은 블루 뉘, 뉘아주 50 다이얼 컬러와 자연스럽게 매칭을 이루는 무광의 스티치리스 처리한 볼륨감 있는 다크 블루 컬러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을 장착했습니다. 버클 역시 케이스와 동일한 18K 샌드 골드 소재의 핀 버클을 체결했고요.

 

 

브루털리즘 건축 사조에서 영감을 받은 자사의 1960년대 비대칭 케이스 디자인을 계승하면서 현대적인 소재와 하이 워치메이킹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리]마스터02 셀프와인딩(Ref. 15240SG.OO.A347CR.01)은 총 250피스 한정 출시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리테일가는 4만 1,100 스위스 프랑(CHF)으로 책정됐습니다. 국내에도 조만간 소량 입고될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오데마 피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부티크(Tel. 02-533-1351)에 직접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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