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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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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브레게(Breguet)가 모처럼 미닛 리피터(불문: Répétition Minutes, 영문: Minute Repeater)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브레게의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Abraham-Louis Breguet)는 워치메이킹 역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발명을 남긴 천재적인 인물로 묘사되곤 합니다. 하이 워치메이킹의 상징과도 같은 투르비용, 셀프와인딩(오토매틱) 시계의 원조격인 퍼페추얼, 수공 엔진-터닝(기요셰) 장식 케이스 및 다이얼 등 그 목록만도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스트라이킹 워치의 핵심 부품인 공 스프링(Gong-spring)을 1783년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발명했다는 사실을 의외로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전까지 사용된 벨(종) 형태의 공을 대신해 무브먼트 둘레를 감싸는 코일(또는 블레이드) 형태의 공은 스트라이킹 워치 제조 방식을 완전히 바꾸게 하는 가장 중요한 발명품으로 손꼽힙니다. 아무래도 공의 크기와 부피 자체가 줄어드니까 타임피스(당시엔 포켓 워치) 역시 컴팩트하게 제작할 수 있었고, 이는 스트라이킹 워치 제작에 남다른 재능을 발휘한 발레드주의 워치메이커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 현재까지 이어지는 제조 전통으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이렇듯 창립자부터 스트라이킹 워치에 조예가 깊었던 만큼, 브레게는 현대에도 자사의 손목시계 컬렉션을 통해 미닛 리피터 류의 시계를 꾸준히 선보이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클래식 컴플리케이션 라인으로 전개한 레퍼런스 7637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과거의 빛나는 전통을 계승하면서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지금의 무브먼트로 2009년 첫 선을 보인 클래식 7637은 시와 분만 표시하는 심플한 다이얼과 대비되는 복잡하게 설계된 아름다운 무브먼트로 시계애호가들을 단숨에 매료시켰습니다. 이후 24시 디스플레이와 더블 세컨드 핸드를 갖춘 기능 버전을 추가하고, 총 20캐럿에 달하는 수백여 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하이 주얼리 버전의 클래식 7639까지 내놓는 등 다양한 미닛 리피터 시계 제작을 게을리하지 않았는데요.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그랑 푀 에나멜링(Grand feu enamelling) 기법으로 완성한 말 그대로 클래식하면서 고급스러운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클래식 미닛 리피터 7637은 로즈 골드 케이스에 블랙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을 적용했습니다. 앞서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브랜드를 상징하는 네이비 블루 에나멜 다이얼을 적용한 버전(Ref. 7637BB/2Y/9ZU)을 소개한 데 이어 새로운 컬러 조합으로 미닛 리피터 특유의 전통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케이스의 직경은 42mm, 두께는 12.25mm로, 아주 슬림하진 않지만 난이도가 높은 컴플리케이션 피스치고는 비교적 컴팩한 사이즈를 이어갑니다.  

 

 

형용할 수 없는 깊이감이 느껴지는 블랙 다이얼은 이산화규소와 산화물 분말의 혼합물인 컬러 에나멜 파우더를 물에 녹여 일일이 수작업으로 플레이트 위에 여러 겹에 걸쳐 도포한 다음, 전통 방식 그대로 800°C 이상 고온의 가마에서 수 차례 소성(燒成)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이후 충분히 건조된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 위에 실버 파우더를 이용해 브레게 아라비아 숫자 및 별과 마름모 등 브레게만의 특징적인 미닛 트랙, 브레게 필기체 로고를 수작업으로 세심하게 수놓고, 다이얼 하단에는 과거 복제 방지를 위해 사용했던 브레게만의 독창적인 시크릿 시그니처까지 추가해 정교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골드 오픈-팁 브레게 핸즈가 어우러져 고급스러움을 더합니다. 

 

 

무브먼트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시, 쿼터(15분), 분 단위를 타종하는 인하우스 수동 미닛 리피터 칼리버 567.2를 탑재했습니다. 총 358개의 부품과 31개의 주얼로 구성된 567.2 칼리버는 시간당 18,000회 진동하고(2.5헤르츠), 파워리저브는 약 40시간 정도를 보장합니다. 케이스 9시 방향에 위치한 슬라이드 레버를 조작해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을 활성화할 수 있고요. 무엇보다 이 시계의 백미는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드러나는 무브먼트의 디테일하게 아름다운 장식에 있습니다.

 

 

플레이트와 브릿지 구석구석마다 핸드 인그레이빙으로 섬세하게 꽃과 나뭇잎을 연상시키는 패턴을 새겨 브레게의 역사와도 맞물려 있는 신고전주의 사조의 영향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일단 가시적으로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에 누가 봐도 하이엔드 무브먼트만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게 합니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하이엔드 카테고리에서도 스포츠 워치가 대세를 이루면서 최근에는 무브먼트 피니싱마저 상대적으로 단순해지는 추세인데 이토록 정성스러운 전통의 '손맛'을 여전히 느낄 수 있게 하는 제조사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새삼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새로운 클래식 미닛 리피터 7637(Ref. 7637BR/2N/9ZU)은 리미티드 에디션은 아니지만 하이 워치메이킹 모델 특성상 한해 매우 소량씩만 제작될 것으로 보이며, 전 세계 지정된 브레게 직영 부티크에서만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국내 출시 가격은 3억 4,319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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