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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의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이 영국의 럭셔리카 제조사인 롤스로이스(Rolls-Royce)의 최상위 라인을 책임지는 코치빌드(Coachbuild) 디자인 부서와의 협업으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독특한 대시보드형 타임피스를 완성했습니다. 이 유니크한 만남은 익명을 강조한 바쉐론 콘스탄틴의 충실한 고객이면서 롤스로이스의 모터카까지 수집하는 한 인물의 요청에 의해 결실을 맺었습니다.  

 

 

새롭게 베일을 벗은 롤스로이스 아메시스트 드롭테일(Rolls-Royce Amethyst Droptail)의 차량 내부 대시보드 패널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비스포크 타임피스를 제작하기까지 바쉐론 콘스탄틴은 고객의 특수한 요청 뿐만 아니라 코치빌드 팀이 제시하는 까다로운 조건들과 롤스로이스만의 미학적인 코드를 모두 수용하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메종의 아카이브에 1928년 자동차를 위한 시계 제작을 의뢰 받은 기록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번 롤스로이스 코치빌드 협업 타임피스야말로 처음 기획 단계서부터 분명한 목적을 갖고 제작한 메종의 첫 대시보드 타임피스라 할 만합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원-오브-어-카인드 타임피스(One-of-a-kind timepiece)인 만큼 메종의 가장 특별한 라인인 캐비노티에(Les Cabinotiers)로 선보이는 것이 당연한 수순입니다.  

 

 

캐비노티에 아밀러리 투르비용(Les Cabinotiers Armillary Tourbillon)은 애초 롤스로이스 코치빌드 모터카의 대시보드 패널에 딱 맞게 제작된 것이지만 시계만 따로 차내에서 분리해서 보관할 수 있도록 탈착식 홀더와 함께 전용 목재 케이스에 담아 함께 선보입니다. 관련해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타일 및 헤리티지 디렉터(Style & Heritage Director)인 크리스티앙 셀모니(Christian Selmoni)의 말에 따르면 “대시보드용 홀더 제작에 특별히 많은 시간이 소요됐으며, 케이스 가공 후 마감 처리 과정에도 많은 정성이 들어갔다”고 강조했습니다. 

 

- 전면 

 

- 후면

 

세로로 길쭉한 직사각형의 워치 홀더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했습니다. 캐비노티에 부서 내 3명의 전담 디자이너가 참여해 손으로 일일이 스케치한 후 최첨단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매우 정밀한 사이즈로 홀더를 가공했습니다. 그리고 방사형의 핸드 기요셰 패턴 및 메종의 상징인 말테 크로스(Maltesse cross)를 새긴 바탕은 화이트 골드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습니다. 홀더에 고정된 시계의 헤드부 역시 스틸입니다. 직경은 43.8mm, 두께는 19.9mm이며, 전후면 사파이어 크리스탈로 다이얼 및 무브먼트를 보호합니다. 홀더는 시계를 고정하면서도 180° 회전이 가능하게 제작해 하이 워치메이킹에 조예가 깊은 의뢰인 고객의 취향을 반영했습니다. 

 

- 매트르 캐비노티에 레트로그레이드 아밀러리 투르비용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니크 피스를 위해 바쉐론 콘스탄틴은 무브먼트까지 맞춤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새로운 칼리버는 아니고, 2015년 창립 260주년을 맞아 총 57개의 컴플리케이션을 응축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 Ref. 57260에서 차용한 몇 가지 기술적인 특징들을 계승했습니다. 결정적으로 2016년 발표한 유니크 피스 손목시계, 매트르 캐비노티에 레트로그레이드 아밀러리 투르비용(Maître Cabinotier Retrograde Armillary Tourbillon)으로 데뷔한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 1990을 기반으로 대시보드 형태로 수정한 버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시보드용 특성상 조작이 용이하도록 크라운의 위치를 3시가 아닌 12시 방향에 배치함으로써 디스플레이의 위치 또한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유난히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을 강조하는 터라 메종의 상징적인 더블 레트로그레이드 시스템(Double retrograde system)을 적용해 시와 분을 일반적인 시계 보다 한층 다이내믹하게 표시합니다. 두 개의 핸드 및 챕터링과 사파이어 글라스의 숫자 표시는 자동차의 스피도미터(Speedometer, 속도계)에서 착안해 디자인한 것이라고 합니다. 끝이 날카로운 두 핸즈는 골드나 스틸 보다 가벼운 티타늄으로 제작해 더욱 기민하게 더블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을 수행합니다. 또한 인버티드 구조의 무브먼트를 전면에 강조해 주기적으로 원점 복귀하는 레트로그레이드 기능 관련한 부품들- 갈고리(또는 끌개) 모양의 클러치와 캠, 레버 등- 을 고스란히 다이얼 면으로 노출해 보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그리고 본 타임피스의 이름이기도 한 핵심적인 아밀러리 투르비용이 6시 방향의 오픈워크 구조를 통해 장대한 위용을 뽐냅니다. 더블-액시스(Double-axis, 2축) 구조의 아밀러리 투르비용은 해당 무브먼트의 원류가 되는 57260에서 파생한 특징적인 컴플리케이션으로, 이후 2016년 매트르 캐비노티에 레트로그레이드 아밀러리 투르비용(화이트 골드 버전), 2019년 캐비노티에 아밀러리 투르비용(티타늄 버전), 2021년 캐비노티에 아밀러리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 플라네타리아(핑크 골드 버전)와 같은 손목시계 형태의 유니크 피스로 꾸준하게 변주되어 소개된 바 있습니다. 아밀러리라는 이름은 18세기 말 활약한 프랑스의 워치메이커 앙티드 장비에(Antide Janvier)가 발명한 천구 형태의 관측 장치(아밀러리)에서 이름을 딴 것이라고! 

 

 

두 개의 축을 따라 분당 1회전하는 더블-액시스 투르비용 케이지의 소재 자체도 초경량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하고, 투르비용 케이지에 스몰 세컨드를 통합했으며, 시간당 18,000회 진동하는(2.5헤르츠) 밸런스에 동력을 전달하는 이스케이프 휠과 레버(팔렛 포크)는 자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리콘 소재를 사용하면서 팔렛 포크 끝부분은 인조루비 대신 진짜 다이아몬드를 사용해 지속적인 마모에 강하면서 최적화된 마찰 계수를 제공하고 윤활 문제까지 해결해 결정적으로 등시성 향상에 기여합니다. 더불어 밸런스 스프링 역시 일반적이지 않은 원통형의 스페리컬 밸런스 스프링(Spherical balance spring)을 장착했습니다. 1814년 자크-프레데릭 우리에(Jacques-Frederic Houriet)가 발명한 스페리컬 밸런스 스프링은 19세기 마린 크로노미터에서나 종종 볼 수 있을까, 현대의 워치메이킹에서는 잘 보기 드문데요. 우리에겐 같은 리치몬트 그룹 브랜드인 예거 르쿨트르의 히브리스 메카니카 시리즈로 그나마 친숙한 편입니다. 이젠 바쉐론 콘스탄틴이 스페리컬 밸런스 스프링을 아밀러리 투르비용과 한 세트로 선보임으로써 더욱 강렬한 임팩트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1990 칼리버에는 총 4개의 특허가 등록돼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정 또는 정오에 레트로그레이드 미닛/아워 핸드가 완벽하게 일치해 움직이는 것이고(싱글 미닛 캠으로 제어), 두 번째는 이스케이프먼트 관련해 밸런스 스프링의 내부 끝을 고정하는 일종의 레귤레이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부품에 특허 받은 티타늄 소재의 콜릿을 사용, 세 번째는 아밀러리 투르비용만의 개성적인 아키텍처 관련해 15초에 한 번씩 회전하며 메종의 상징인 말테 크로스 모티프를 드러내는 구조이며, 마지막 네 번째는 다이아몬드 팔렛을 갖춘 실리콘 레버 관련한 특허입니다. 

 

 

총 200개의 부품과 45개의 주얼로 구성된 1990 칼리버는 메인 플레이트와 브릿지, 그리고 다이얼 역할을 하는 앞면까지 롤스로이스 아메시스트 드롭테일의 업홀스터리(실내장식용) 소재 중 가죽시트와 어울리는 모브(Mauve, 연보라) 컬러 NAC 갈바닉 코팅 처리해 본 유니크 피스만의 개성을 강조합니다. 앞서도 언급했듯 해당 시계는 홀더에서 180° 회전이 가능해 칼리버의 뒷면을 감상할 수 있으며, 케이스를 따로 떼어나 시간을 맞추거나 와인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오너가 시계와 홀더를 분리해 별도의 박스에 보관할 경우, 빈 자리에는 동일한 크기의 여분의 홀더가 차지하게 되고 스틸 리드로 덮어서 말테 크로스 모양의 자물쇠로 고정할 수 있습니다. 

 

 

롤스로이스 아메시스트 드롭테일 오너의 요청에 의해 특별 제작된 캐비노티에 아밀러리 투르비용(Ref. 9880C/000A-182C)은 비록 실물로는 구경하기 힘든 유니크 피스이지만, 바쉐론 콘스탄틴은 앞으로 이를 레퍼런스 삼아 비슷한 형태의 대시보드 타임피스를 원하는 고객의 요청이 있다면 캐비노티에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취향에 맞게 비스포크 제작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물론 이 정도의 타임피스는 롤스로이스 코치빌드 모터카를 주문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 뿐만 아니라 하이 워치메이킹의 세계까지 두루 이해할 수 있는 높은 식견을 갖춘 인물이어야 할 것입니다. 어찌됐든 워치메이킹의 한계를 뛰어넘는 색다른 시도는 그 자체로 보는 재미와 더 넓은 지평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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