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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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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C 인제니어가 마침내 돌아왔습니다. 지난 2017년 최초의 인제니어 Ref. 666(1955년) 디자인으로 라인업을 재단장한지 약 6년 만입니다. 다만, 새롭게 선보이는 인제니어는 또 다른 모습입니다. 이번에는 오리지널의 디자인을 포기하고 1970년대 제랄드 젠타가 손본 인제니어 SL Ref. 1832(1976년)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제랄드 젠타’표 럭셔리 스포츠 워치가 다시금 유행하는 오늘날, 인제니어 SL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리던 애호가들의 요구에 IWC가 드디어 화답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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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니어(Ingenieur)는 엔지니어 또는 기술자를 뜻하는 이름처럼 강한 자기장에 노출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을 위해 처음 개발됐습니다. 이때 자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활용했던 부품이 일명 패러데이 케이지(Faraday Cage)로 불리는 연철 이너 케이스입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만약, 시계가 자성에 노출되면 무브먼트를 감싸는 연철 이너 케이스가 자성을 흡수하며 무브먼트를 보호합니다. 참고로, 1940년대 후반에 나온 파일럿 워치 마크 11도 내자성을 위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케이스를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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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니어 Ref. 666

 

인제니어는 1세대 Ref. 666부터 1967년 나온 2세대 Ref. 866까지는 일반적인 둥근 케이스를 유지했습니다.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건 1960년대 말, 당시 IWC 경영진들 사이에서 새로운 인제니어에 관한 얘기가 먼저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1969년 8월 1일, IWC는 마침내 뉴 인제니어 프로젝트에 착수하기에 이릅니다. 이듬해 바로 프로토타입이 나왔지만 충격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자신들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때 나타난 구세주가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시계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입니다. IWC와 제랄드 젠타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967년입니다. 당시 그는 IWC를 위해 스틸 크로노그래프 하나를 디자인했지만, 해당 모델은 안타깝게도 세상에 공개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IWC는 그로부터 약 5년 뒤 제랄드 젠타에게 새로운 인제니어 디자인을 의뢰했고, 제랄드 젠타는 1974년 하나의 스케치를 완성하게 됩니다. 당시 스케치 속 시계는 배럴형 케이스, 미들 케이스와의 경계가 모호한 러그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일체형 브레이슬릿, 배의 현창을 닮은 둥근 베젤과 그에 고정한 5개의 리벳 등 제랄드 젠타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모두 간직한 채 작품으로 태어날 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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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랄드 젠타의 인제니어 스케치 원본

 

IWC는 제랄드 젠타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바로 새로운 인제니어를 출시하려 했으나 주변 상황이 녹록치 않았습니다. 일본산 쿼츠가 스위스 시계 시장을 점점 잠식해 나갔고, 달러 환율이 폭락함과 동시에 금값까지 치솟았습니다. 1970년대 골드 시계 위주였던 IWC의 주요 제품은 그로 인해 가격이 3~5배까지 인상됐다고 합니다. 당시 마케팅 및 세일즈 매니저였던 하네스 팬틀리(Hannes Pantli)는 그에 대한 대책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컬렉션을 확장하고자 했고, 새로운 인제니어도 결국 스틸 버전으로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1976년 한 시계의 역사를 바꾼 인제니어 SL이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제품명에서 SL은 역시나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을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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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니어 SL Ref. 1832

 

제랄드 젠타의 3부작 중 마지막 시리즈인 인제니어 SL은 직경 40mm 사이즈로 선보였습니다. 당시 36~37mm가 표준이던 시기에 그와 같은 크기로 나와 제랄드 젠타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점보’로 불리곤 했습니다. 무브먼트는 독자적인 펠라톤 와인딩 시스템을 접목한 자동 칼리버 8541을 탑재했습니다. 인제니어의 전통대로 그를 감싸는 연철 이너 케이스를 사용한 건 물론입니다. 인제니어 SL은 덕분에 80,000A/m의 자기장에도 끄떡없는 항자성을 자랑했습니다. 가격은 2000 스위스 프랑. 당시로는 제법 비싼 금액이었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당시로서는 큰 사이즈 때문에 착용감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합니다. 반대로 시중의 쿼츠 시계는 훨씬 얇고 정확성도 몇 배는 뛰어났습니다. 인제니어 SL은 그로 인해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약 1000개만 팔리며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물론, 쿼츠 쇼크 때 나온 대부분의 스위스 기계식 시계가 그와 비슷한 상황이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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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니어 500,000A/m Ref. 3508(1989년)

밸런스 스프링을 니오븀-지르코늄 합금으로 제작하며 항자성을 500,000A/m까지 끌어올린 인제니어. 

 

실패작으로 남을 것만 같던 인제니어 SL은 1990년대 스위스 시계 산업과 기계식 시계의 부활과 함께 재평가 받기 시작했습니다. 시계 애호가들이 제랄드 젠타의 디자인에 열광하게 되고, 인제니어 SL 역시 그에 힘입어 IWC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히스토리 피스 중 하나로 각광받게 됩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은 Ref. 3227(2005년), Ref. 3239(2013년) 시리즈에 이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 전설을 다시 한번 소환하며 또 다른 챕터를 써내려 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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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enieur Automatic 40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IWC는 지난 2월 21일 영국 런던 사이언스 뮤지엄에서 개최한 2023 IWC 프리-워치스앤원더스(IWC Pre-Watches & Wonders)를 통해 새로운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을 선공개했습니다. 전 세계 일부 미디어를 대상으로 열린 행사에 타임포럼 역시 참석해 주요 신제품을 미리 살펴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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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인제니어의 가장 큰 변화는 다이얼입니다. 역사적인 인제니어 SL의 격자 무늬가 다시 부활했습니다. 아연 도금으로 색을 입히기 전, 스탬핑을 통해 다이얼 표면에 입체적인 패턴을 찍는다고 합니다. 세부적인 패턴은 가는 실선 무늬와 격자 무늬가 교차합니다. 현대의 기술로 완성한 각 패턴은 역시나 오리지널보다 좀더 입체적이고 뚜렷해 보입니다. 아플리케 인덱스 및 핸즈는 오리지널과 유사합니다. 가느다란 연필 모양에 표면에는 슈퍼루미노바 야광물질을 도포했습니다. 기준점이 되는 12시 방향 인덱스는 아워 인덱스 두 개를 겹쳐 다른 인덱스와 구분했습니다. 다이얼 상단에는 IWC의 요즘 로고가, 아래쪽에는 인제니어 전통의 번개 로고가 자리해 중심을 잡습니다. 날짜 창은 오지널과 동일하게 3시 방향에 위치합니다. 창 주위로는 금속 테두리를 설치하는 등 디테일에 좀더 신경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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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로 만든 케이스는 직경 40mm, 두께 10.8mm 사이즈로 스포츠 워치치고는 꽤나 얇은 편입니다. 방수 사양은 100m. 전체적인 디자인은 2010년대 인제니어 Ref. 3239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유의 배럴형 디자인에 그때 생겨난 크라운 가드 역시 여전합니다. 표면 마감 또한 이전과 동일하게 새틴 브러시드 가공을 중심으로 모서리만 폴리싱 처리해 입체감을 살렸습니다. 케이스 라인은 전반적으로 곡선을 좀더 살려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원형 베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에서는 리벳 또는 원형 스크루로 베젤을 고정했고, Ref. 3227 및 Ref. 3239에서는 5개의 나사 홈으로 그를 대체한 바 있습니다. 차세대에서는 다시 스크루로 베젤을 고정합니다. 각 스크루는 배치가 제각각이던 오리지널과 달리 전 제품 동일한 위치에 놓입니다. 스크루 헤드는 또 육각형 베이스에 끝부분을 원형으로 매끈하게 다듬은 다각형 구조입니다. 차세대 인제니어는 덕분에 베젤이 좀더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케이스 뒷면은 역시나 막혀 있습니다. 인제니어의 전통대로 내부에 무브먼트를 감싸는 연철 이너 케이스를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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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는 엔진은 자동 칼리버 32111입니다. IWC의 기본 엔진 중 하나인 32000 시리즈는 리치몬트 그룹 산하의 무브먼트 스페셜리스트 발플러리에(ValFleurier)가 제조한 에보슈를 IWC의 입맛에 맞게 수정한 무브먼트입니다. 칼리버 32111은 이전 세대 칼리버 32110(72시간 파워리저브)을 베이스로 파워리저브를 120시간까지 끌어올린 업그레이드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펠라톤 와인딩 시스템처럼 양방향 와인딩이 가능한 폴 와인딩 시스템, 실리콘으로 제작한 이스케이프 휠 및 팔렛 포크 등 기존 시리즈의 주요 부품은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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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그의 경계가 모호한 배럴형 케이스에 자연스레 이어지는 일체형 브레이슬릿은 여전합니다. 특유의 H형 링크와 직사각형 링크가 교차하는 구조입니다. 각 표면은 케이스와 동일하게 새틴 브리시드 가공을 중심으로 모서리만 폴리시드 가공하며 입체감을 살렸습니다. IWC에서 이즈X-체인지(EasX-CHANGE)로 명명한 독자적인 인터체인저블 시스템은 아쉽게도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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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니어 오토매틱 40 Ref. 328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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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니어 오토매틱 40 Ref. 328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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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니어 오토매틱 40 Ref. 328903

 

새롭게 돌아온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은 다이얼 컬러를 블랙, 실버, 아쿠아 그린으로 달리해 총 세가지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가격은 각각 1490만원입니다. 참고로, 원형 케이스의 바로 직전 세대는 차세대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유유히 사라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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