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리는 워치스앤원더스(Watches and Wonders)에 참가하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파인 주얼러이자 파인 워치메이커인 불가리(Bulgari)는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제네바 도심의 럭셔리 호텔 프레지던트 윌슨에서 자신들만의 성대한 쇼케이스를 설치하고 신제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앞서 지난 1월에 열린 LVMH 워치 위크에서 여성용 하이 주얼리 워치를 다수 선보였던 이들은 예상대로 이번에는 남성용 워치 신제품에 한껏 집중했습니다. 특히 옥토 로마(Octo Roma) 라인에 다양한 신제품들이 쏟아졌습니다. 오늘(3월 26일)자로 엠바고가 풀린 따끈따끈한 신제품을 지금부터 함께 보시겠습니다. 

Octo Roma Automatic 

옥토 로마 오토매틱 

팔각형과 원형이 조화를 이룬 옥토는 불가리 워치메이킹 역사상 최고의 성공작이자 21세기의 진정한 아이코닉 워치 컬렉션입니다. 옥토의 탄생 배후에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1972년), 파텍필립의 노틸러스(1976년) 등 손목시계 역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아이코닉 워치를 디자인한 20세기 최고의 시계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Gérald Genta, 1931-2011)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생전 팔각형에 남다른 애정은 느낀 젠타는 해당 모티프를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건축 스케치와 판테온, 4세기 지어진 막센티우스 바실리카(Basilica of Maxentius)와 같은 고대 로마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었고, 조화로운 디자인을 위한 궁극의 코드로 여겼습니다. 이후 2000년 불가리가 제랄드 젠타 브랜드를 완전히 인수함으로써 옥토 역시 자연스럽게 불가리의 컬렉션으로 흡수되어 현재로 이어지는 명성의 주인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 옥토 로마 스케치

2012년 론칭한 옥토의 성공에 고무된 불가리는 2014년 울트라-씬 사양의 옥토 피니씨모(Octo Finissimo)를 론칭하며 매년 새로운 기능의 시계로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엄청난 반향을 일으킵니다. 그 전까지 주얼러의 이미지가 강했던 불가리는 옥토 시리즈의 연이은 화제성에 힘입어 단숨에 스위스 시계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파인 워치메이커로 도약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7년 론칭한 또 다른 갈래의 라인 옥토 로마(Octo Roma)는 불가리의 한계를 모르는 도전의 결실이자 두 전작들과 더불어 옥토 컬렉션을 지탱하는 세 갈래의 트라이포드가 되었습니다.  

옥토, 옥토 피니씨모, 옥토 로마 등 현행 불가리 워치 컬렉션은 모두 불가리 워치 디자인 센터의 수장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브리지오 부오나마사 스틸리아니(Fabrizio Buonamassa Stigliani)의 스케치에서 탄생한 작품들입니다. 특히 옥토 로마는 그 자체로 '얇음의 미학'을 외치는 옥토 피니씨모 라인과 비교하면 케이스 바디가 옆으로 좀 더 퍼져있고 전체적으로 볼륨감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러그 간 길이가 짧고 프로파일의 각면 가공도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처리해 다른 옥토 라인과 차별화하는 특유의 쉐입을 완성합니다. 

2023년 새롭게 선보이는 옥토 로마 오토매틱 신제품은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3가지 컬러 다이얼 구성으로 선보입니다. 공통적으로 스틸 케이스의 직경은 41mm, 두께는 9.15mm이며, 기존의 옥토 로마 스틸 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 디자인을 이어갑니다(심지어 사이즈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이얼 전체에 작은 피라미드 형태의 클루 드 파리(Clous de Paris) 기요셰 패턴을 더해 기존의 컬러 선레이 다이얼 버전과 확실하게 차별화합니다. 

옥토 컬렉션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기가 있는 블루 컬러 다이얼을 기본으로, 다크 그레이톤의 안트라사이트, 화이트 다이얼 옵션을 추가하고 특징적인 클루 드 파리 모티프의 장식을 적용했습니다. 바형의 아플리케 타입 아워 마커와 12-6시에 해당하는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 끝이 뭉툭한 바통형 핸즈 형태는 기존 버전과도 같은 디자인 코드를 공유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전작과 다른 점은 화이트 슈퍼루미노바를 코팅해 야간에도 충분한 가독성을 보장하고 스포티한 인상을 한껏 두드러지게 합니다. 참고로 옥토 컬렉션의 모든 다이얼은 스위스 쥐라 산맥 자락의 세그네레지에(Saignelégier)에 위치한 불가리의 인하우스 매뉴팩처 공방에서 완성됩니다. 

3가지 버전 공통적으로 무브먼트는 이전 버전들과 마찬가지로 일명 솔로템포(Solotempo) 칼리버로 불리는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BVL 191을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42시간).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밸런스 브릿지 디자인의 내구성에 포커스를 맞춘 독자적인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한편 케이스 방수 성능은 기존의 50m에서 100m까지 끌어올려 일상에서는 물론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서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다이얼 디자인의 변화와 방수 성능의 향상을 통해 캐주얼/스포티 컨셉을 강화하는데 주력한 셈입니다. 이는 지난 2020년 옥토 피니씨모 S를 론칭했을 때를 연상시켜 기시감이 들기도 합니다.

고급스럽게 새틴 브러시드 및 폴리시드 마감한 기본 스틸 브레이슬릿 외 도구 없이 쉽게 교체 가능한 인터체인저블 시스템을 적용한 러버 스트랩을 추가 제공해 용도에 따라 줄질의 재미도 누릴 수 있습니다. 하나의 시계로 두 종류의 스트랩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단조로운 구성을 싫어하는 젊은 MZ세대에게 분명 어필할 만한 요소입니다. 

옥토 로마 오토매틱 신제품은 블루 다이얼(Ref. 103739), 안트라사이트 다이얼(Ref. 103740), 화이트 다이얼(Ref. 103738) 버전 모두 한정판이 아닌 정규 모델로 출시하며, 국내 출시 가격은 세 가지 버전 모두 동일하게 각각 9백 85만 원입니다. 

Octo Roma Chronograph 

옥토 로마 크로노그래프 

크로노그래프 신제품도 빠질 수 없습니다. 옥토와 옥토 피니씨모 라인으로는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전개한 바 있지만, 옥토 로마 라인으로는 이번에 처음 선보입니다. 2017년 론칭한 옥토 로마 라인에는 월드타이머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 대중적인 컴플리케이션 구성이 그렇게 다양하진 않은 편입니다. 아니면 아예 껑충 뛰어 투르비용(빠삐용), 까리용 투르비용, 그랑 소네리급의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들이 존재하니까요. 옥토 로마 라인에 젊은 남성들이 선호하는 크로노그래프 제품을 선보인 건 어찌 보면 수순이겠지만 불가리 입장에서는 비로소 밀린 숙제를 마친 느낌일 것입니다. 

이름부터 직관적인 옥토 로마 크로노그래프에는 새로운 인하우스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BVL 399가 힘차게 박동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불가리는 옥토 크로노그래프 제품에 같은 LVMH 그룹 산하 매뉴팩처 제니스의 아이코닉한 하이비트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엘 프리메로(El Primero)를 수정한 일명 벨로치시모(Velocissimo) 칼리버 BVL 328를 주로 선택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옥토 피니씨모 라인에 인하우스 자동 크로노그래프 GMT 칼리버 BVL 318도 여러 모델을 통해 전개하고 있는 만큼 불가리가 새로운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개발하기란 그리 어려운 과제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BVL 399는 무브먼트에 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지만, 시스루 케이스백을 통해 드러나는 무브먼트의 디자인을 보면 기존의 솔로템포 칼리버 BVL 191의 설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공식 이미지상으로는 로터가 밸런스를 포함해 하부를 가리고 있어 컬럼 휠을 택했는지 캠 방식을 택했는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BVL 191 베이스에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얹어 수정한 형태라는 것입니다. 관련해 외부 스페셜리스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위스 발레드주의 르상티에(Le Sentier) 불가리 매뉴팩처에서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해결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옥토 피니씨모 무브먼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피니싱은 단순화한 편으로 장식적인 면보다는 퍼포먼스(성능)에 집중했습니다. 그래도 톱 브릿지 및 로터는 코트 드 제네브(Côtes de Genève, 제네바 스트라이프) 마감하는 정도의 성의는 잊지 않았습니다. 

스틸 케이스의 직경은 42mm, 두께는 12.4mm로, 옥토 로마 특유의 볼륨감 있는 케이스 디자인과 자동 크로노그래프 모델임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컴팩트한 사이즈로 제작됐습니다. 세라믹 인서트를 갖춘 스크류-다운 크라운과 함께 100m 방수를 지원해 앞서 소개한 옥토 로마 오토매틱처럼 우아한 스포티즘을 표방합니다. 

팔각 프레임이 도드라지는 블랙 또는 블루 다이얼에는 클루 드 파리 모티프 장식을 더했으며, 스몰 세컨드(3시 방향) 및 크로노그래프 기능 작동시 12시간(6시 방향) 및 30분(9시 방향) 단위를 표시하는 각각의 카운터를 갖추고 있습니다. 트리플 레지스터(쓰리 카운터) 디자인 자체가 시각적으로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만큼 무브먼트 개발 단계에서 다이얼 디자인까지 세심하게 고려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4시와 5시 방향 사이에는 별도의 어퍼처(창)로 날짜를 표시합니다. 블랙 다이얼은 데이트 디스크 바탕을 블랙으로 처리한 반면, 블루 다이얼은 화이트 컬러로 처리한 것 또한 다분히 의식적입니다. 진중한 느낌의 블랙 대비 블루 쪽은 아무래도 더 경쾌하고 스포티한 인상을 풍깁니다. 로듐 도금 마감한 아플리케 인덱스 및 핸즈에는 어김 없이 화이트 슈퍼루미노바를 코팅해 어느 환경에서나 충분한 가독성을 보장합니다. 

새틴 브러시드 및 폴리시드 마감한 스틸 브레이슬릿은 독자적인 인터체인저블 시스템을 적용해 기본 구성품에 함께 제공하는 다른 러버 스트랩으로 도구 없이 쉽게 교체 가능합니다. 케이스백 쪽에 러그 단면과 맞닿은 2개의 홈 처리된 푸시 버튼을 누르면 간편하게 브레이슬릿을 탈착할 수 있는 식입니다. 러버 스트랩 역시 마찬가지. 다이얼 디테일에서 착안해 표면을 촘촘하게 클루 드 파리 패턴 가공한 러버 스트랩은 흡사 케블라 같은 하이테크 소재를 덧댄 것만 같은 착시를 일으킬 정도로 정교하게 마감되었습니다. 스트랩은 안쪽 역시 홈을 파서 땀이나 물이 쉽게 배지 않고 잘 빠지도록 디자인 되어 제품의 스포티한 컨셉에 충실합니다. 

옥토 로마 크로노그래프 역시 한정판이 아닌 정규 모델로 앞으로 계속 컬렉션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블랙 다이얼(Ref. 103471)과 블루 다이얼(Ref. 103829) 두 버전의 국내 출시 가격은 두 버전 동일하게 각각 1천 230만 원입니다. 

Octo Roma Precious Naturalia

옥토 로마 프레셔스 나투랄리아 

이제 대중적인 피스들 말고 최고급 오뜨 오롤로제리 사양의 특별한 피스 두 점도 함께 보시겠습니다. 옥토 로마 프레셔스 나투랄리아는 이름에서부터 자연의 고귀함에서 영감을 얻은 모델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고급스럽게 새틴 브러시드 및 일부 폴리시드 마감한 로즈 골드 케이스의 직경은 44mm, 두께는 11.35mm이며, 50m 정도의 방수를 지원합니다. 무엇보다 오픈워크 구조의 다이얼 및 하부의 플레이트에 사용된 브라운과 골드톤이 어우러진 특별한 소재가 눈에 띄는데요. '호랑이의 눈'을 닮았다 해서 우리에겐 호안석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한 하드스톤, 타이거 아이(Tiger’s eye)를 사용했습니다. 특히 12개의 인덱스의 경우 약 0.1mm 두께로 얇게 커팅해 부착했는데, 이는 고도로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입니다. 자칫 스톤 전체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타이거 아이의 컬러톤이 다이얼 전체 디자인과 조화롭게 하기 위해 세심하게 스톤 조각을 선별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착용자의 몸과 영혼을 보호하는 의미를 담은 특별한 미네랄과 함께 분당 1회전하는 플라잉 투르비용을 탑재한 인하우스 수동 스켈레톤 칼리버 BVL 206이 존재감을 뽐냅니다. 앞서 사파이어와 메탈 소재를 혼용한 몇 종의 옥토 로마 뚜르비용 사파이어 모델에 사용된 것과 같은 설계를 공유하는 무브먼트로, 매번 모델에 따라 마감 처리나 장식을 조금씩 달리 하기 때문에 불가리만의 특별한 타임피스를 완성하는 하이엔드 비스포크 무브먼트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간당 21, 600회 진동하고, 파워리저브는 약 64시간을 보장합니다. 하이 워치메이킹과 메티에 다르(공예예술) 기술이 조화를 이룬 옥토 로마 프레셔스 나투랄리아(Ref. 103675)는 몇 개 정확히 수량이 정해진 리미티드 에디션은 아니지만 모델 특성상 한정된 기간에 걸쳐서만 제작 출시될 예정입니다. 

Octo Roma Tourbillon Lumière

옥토 로마 뚜르비용 뤼미에르 

불가리의 DNA와 뗄래야 뗄 수 없는 하이 주얼리 본능에 충실한 또 다른 하이엔드 워치 신작입니다. 여성용 모델인 만큼 앞서 보신 옥토 로마 프레셔스 나투랄리아과 완전히 다른 38mm 사이즈로 선보이는데요. 또한 로즈 골드 케이스의 프로파일까지 촘촘하게 총 267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약 2.48캐럿)로 장식하고, 베젤에도 일렬로 48개의 다이아몬드(약 1.58캐럿)를 세팅해 화려한 인상을 강조합니다. 

뿐만 아니라 로즈 골드 크라운 중앙에는 카보숑 컷 루비를, 로즈 골드로 제작한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톱 브릿지 테두리에는 다이아몬드와 함께 9개의 브릴리언트 컷 루비를 세팅해 아워 마커를 대신합니다. 무브먼트는 기존의 인하우스 수동 스켈레톤 투르비용 칼리버 BVL 206를 기반으로 직경을 줄이면서 플라잉 투르비용 디자인을 포기한 대신 전통적인 브릿지 구성을 더해 수정한 BVL 208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3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64시간). 케이스 앞뒤로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통해 오직 불가리에서만 볼 수 있는 개성적인 수동 스켈레톤 투르비용 칼리버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이 워치메이킹과 젬세팅 노하우가 집결된 옥토 로마 뚜르비용 뤼미에르(Ref. 103751) 역시 수량이 엄격하게 제한된 리미티드 에디션은 아니지만 모델 특성상 한 해 생산량은 극소수에 그치며, 리테일가 역시 따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워치스앤원더스 기간에 첫 선을 보인 불가리 주요 워치 신제품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타임포럼은 이번주 내내 워치스앤원더스 일정에 오롯이 집중할 예정입니다. 워치스앤원더스 참가 브랜드들의 다양한 신제품 관련해서는 타임포럼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공식 SNS 채널을 통해 가장 빠르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많은 기대와 응원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