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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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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6일 오메가(Omega)의 신제품 발표 행사에 초청을 받은 타임포럼은 취재를 위해 스위스 비엘(Biel)에 위치한 오메가 본사로 향했습니다. 오메가는 행사 전부터 브랜드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작은 장치, 엄청난 변화(Tiny device, massive change)” 라는 제하의 포스팅을 공개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으로 추측되는 부품의 단면을 보고 사람들은 저마다 추측을 늘어놓았지만 누구도 진실에 도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현지시간 저녁 6시 30분을 기하여 베일에 가려졌던 비밀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불과 두어 달 전 크로노차임(Chronochime)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오메가는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모두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놀라운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이름하여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Speedmaster Super Raci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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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은 완전히 새로운 미세 조정 메커니즘인 스파이럿(Spirate™) 시스템을 적용한 첫 번째 시계입니다. 수퍼 레이싱이라는 이름은 스피드마스터 컬렉션의 일원이기도 한 레이싱(Racing)에 접두사 수퍼(Super)를 덧붙인 것으로 이 시계의 비범함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스피드마스터 특유의 비대칭 케이스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했습니다. 크라운 가드의 역할을 겸하는 케이스에 파묻히듯 자리한 크라운과 두 개의 크로노그래프 버튼은 스피드마스터 하면 떠오르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입체적인 형태로 빚어낸 케이스 측면과 비틀어진 러그는 폴리시드와 브러시드 가공을 교차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지름과 두께는 각각 44.25mm와 14.9mm로 기존의 레이싱 모델과 동일합니다. 방수 성능 역시 50m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시계에 적당한 볼륨감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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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시트에 적힌 숫자와 여타 스피드마스터 레이싱 모델과 유사한 외관만으로 이 시계를 단순한 베리에이션 정도로 치부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의 내막을 샅샅이 파헤쳐보면 브랜드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기념비적 모델에 바치는 오마주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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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 15,000 가우스(Seamaster Aqua Terra > 15,000 Gau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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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을 관통하는 컬러 코드는 블랙 & 옐로우(Black & Yellow)입니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꼭 10년전인 2013년에 출시된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 15,000 가우스(Seamaster Aqua Terra > 15,000 Gauss)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시선을 단숨에 잡아 끄는 검은색과 노란색의 조합(주 : 자기장의 위험을 경고하는 표지판이 검은색과 노란색으로 구성된 것에서 착안) 덕분에 범블비(Bumblebee)라는 별명을 얻은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 15,000 가우스는 압도적인 내자성능으로 주목을 받았던 시계입니다.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과 비자성 부품으로 무장한 코-액시얼 칼리버 8508은 15,000 가우스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뛰어난 내자성능을 보유했습니다. 하지만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 15,000 가우스가 특별한 진짜 이유는 향후 오메가가 주도하는 인증 체제인 마스터 크로노미터(Master Chronometer)의 자양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 15,000 가우스에 투영된 오메가의 의지는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으로 오롯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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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마스터를 정의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인 베젤에도 동일한 컬러 코드를 적용했습니다. 블랙 세라믹 베젤 인서트에 타키미터 스케일을 레이저 인그레이빙으로 새긴 뒤 새로 개발한 노란색 세라믹 도료로 덮습니다. 그 뒤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을 만들듯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가마에 넣어 굽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치면 에나멜이 틈새로 파고 들어 자리를 잡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세라믹 베젤 인서트는 뛰어난 발색과 견고함 그리고 영속성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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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스타일의 미닛 트랙이 깔려 있는 다이얼에서도 노란 물결과 디테일의 축제가 펼쳐집니다.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을 위해 오메가는 노란색 슈퍼루미노바를 시침과 분침을 비롯해 인덱스에 도포했습니다. 노란색 슈퍼루미노바는 신기하게도 어둠 속에서 발광할 때조차 노란색을 유지합니다. 6시 방향의 날짜 창 너머로 비치는 숫자 역시 노란색으로 표시를 했습니다. 공식 이미지에서 날짜를 굳이 10일로 설정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 15,000 가우스의 10주년을 기리기 위해 날짜 디스크에 적힌 숫자 10만 특별히 스피드마스터 폰트로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3시 방향에 있는 크로노그래프 시/분 카운터의 두 바늘은 노란색으로, 다이얼 중앙의 크로노그래프 초침은 그러데이션으로 처리해 멋을 부렸습니다. 9시 방향의 카운터에 놓인 초침은 노란색과 검은색을 번갈아 가며 칠해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꾸몄습니다. 이는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 15,000 가우스의 초침 디자인을 재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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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프로토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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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무늬로 만든 다이얼은 샌드위치 구조로 이루어졌습니다. 레이저 커팅으로 벌집 무늬를 만든 뒤 블랙 DLC 코팅한 상단 플레이트와 블랙 DLC 코팅한 하단 플레이트를 포개어 입체적인 다이얼을 완성했습니다. 물론 벌집 무늬도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닙니다. 지난 2016년 160,000가우스의 자기장 테스트를 통과한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프로토타입(주 : 현재 오메가 박물관에서 소장 중)의 다이얼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은 철저한 계산하에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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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의 디자인이 과거에서 왔다면 기술력을 대변하는 무브먼트는 미래를 향하고 있습니다. 코-액시얼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9920은 칼리버 9900을 기반으로 탄생한 무브먼트입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60시간으로 칼리버 9900과 동일합니다. 은은하게 빛나는 로듐 도금 플레이트 및 브리지는 특유의 아라베스크 풍의 스트라이프 패턴과 자줏빛 주얼을 활용해 현대적이고 깔끔하게 장식했습니다. 컬럼 휠이 크로노그래프 구동을 담당하여 시각적 즐거움 외에도 부드러운 조작감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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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9920의 특별함은 스파이럿(Spirate™) 시스템에서 비롯합니다(주 : 오메가는 2021년에 스파이럿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으며 현재 특허 출원 중). 밸런스 휠과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그리고 기타 부품을 아우르는 스파이럿 시스템은 레귤레이팅 기관 전체를 지칭합니다. 소용돌이처럼 감긴 밸런스 스프링의 형태를 가리키는 스파이럴(Spiral)과 오차를 뜻하는 레이트(Rate)의 합성어인 스파이럿은 오메가가 제시하는 가장 진보한 조정 메커니즘입니다. 스파이럿 시스템의 요지는 오차를 극도로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입니다.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은 외부 충격에 의해 깨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밸런스 스프링의 움직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레귤레이터 방식 대신 밸런스 스프링을 건드리지 않는 프리스프렁 방식과 연계해 사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리스프렁 방식은 오차를 조정하려면 밸런스 휠에 부착된 웨이트 따위를 건드려 관성 모멘트를 조절해야 합니다. 이에 반해 스파이럿 시스템은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의 구부러짐을 미세하게 조절하여 오차를 조정합니다. 이는 시계 업계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실로 기발한 아이디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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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럿 시스템을 위해 오메가는 기하학적 형태의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스파이럿 시스템에 들어가는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은 끝 부분이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한쪽은 밸런스 브리지의 스터드와 연결되며 다른 한쪽은 탄성 조절에 관여하는 부품들과 연결됩니다. 오차 조정은 밸런스 브리지 위에 놓인 그래듀에이티드 튜너(Graduated Tuner)가 담당합니다. 전용 도구를 그래듀에이티드 튜너에 끼운 뒤 좌우로 돌려가며 시간을 빠르게 혹은 느리게 조정합니다. 그래듀에이티드 튜너에는 총 100개의 눈금이 새겨져 있으며 눈금을 한 칸 움직일 때마다 하루 오차가 0.1초씩 늘거나 줄어듭니다. 이와 더불어 기존 방식대로 밸런스 휠에 달린 나사를 이용해 추가 조정도 가능합니다. 오차 조정에 앞서 행하는 비트 에러(Beat Error) 조정도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Si14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이 연결된 스터드를 이동시키는 기존 방식과 달리 스파이럿 시스템에는 비트 에러 조정을 위한 별도의 모듈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래듀에이티드 튜너 맞은 편에 있는 나사를 풀고 스파이럿 시스템을 통째로 회전시켜 비트 에러를 조정합니다. 조정이 끝나면 나사를 조여 모듈을 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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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럿 시스템은 비단 오차 조정 방식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오메가는 스파이럿 시스템을 통해 미세 조정을 거친 칼리버 9920의 하루 평균 오차가 0~+2초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이 허락하는 하루 평균 오차(0~+5초)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다시 말해,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은 다른 오메가 시계와 마찬가지로 스위스 계측학 연방학회(METAS)가 주관하는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지만 정확성은 마스터 크로노미터의 기준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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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에는 최근에 출시된 신형 스피드마스터에 장착된 신형 브레이슬릿과 버클이 달려 있습니다. 브러시드 가공한 링크와 그 사이사이를 이어주는 얇은 폴리시드 링크는 맵시 있어 보입니다. 버클 안쪽에 숨겨놓은 푸시 버튼을 눌러 편리하게 시계를 손목에 맞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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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이 지닌 가치에 부족함이 없도록 패키지도 신경을 썼습니다. 다이얼처럼 벌집 무늬를 빼곡히 채운 스피드마스터 검은색 박스는 옐로우 스티칭으로 장식했습니다. 박스 안에는 여행용 파우치를 비롯해 재활용 나일론으로 제작한 블랙 & 옐로우 스트라이프 패턴의 나토 스트랩과 스트랩 교체 도구가 담겨 있습니다.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의 공식 가격은 1560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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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끝나고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을 곱씹어본 필자는 오메가가 선구적인 두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에 경의를 표하면서 정작 아쿠아 테라가 아닌 스피드마스터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이에 대해 오메가 프로덕트 부사장인 그레고리 키슬링(Gregory Kissling)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선, 스피드마스터 같은 견고한 크로노그래프 시계가 스파이럿 시스템을 적용하는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코-액시얼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9900 시리즈는 업계에서 가장 우수한 무브먼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스파이럿 시스템을 융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 아이코닉 워치인 스피드마스터만이 가장 먼저 이 놀라운 기술적 성취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스피드마스터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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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은 오는 8월부터 판매될 예정입니다. 오메가는 스피드마스터 슈퍼 레이싱 양산을 위한 준비가 차곡차곡 진행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메가 CEO 레이날드 애슐리만(Raynald Aeschlimann)은 “스파이럿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1월에 소개한 것도, 개발을 완료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올해 안으로 양산을 결정한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현 시점에서 생산 능력을 최대한으로 가동할 경우 한 달에 300~400개 정도의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을 생산할 수 있다. 전략적으로 생산량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이 이상을 만들 수 없다. 한편, 앞으로 출시할 모든 신제품에 스파이럿 시스템을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은 제한적이지만 스파이럿 시스템을 사용하는 범위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스파이럿 시스템은 마치 원석과 같다. 우리는 스파이럿 시스템을 더욱 다듬어 나갈 것이다. 생산 측면에서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고 부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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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오메가가 조지 다니엘스(George Daniels)로부터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전수받았을 때 이것이 오메가의 미래가 될 거라고 확신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겁니다. 2013년 15,000 가우스의 자기장을 견딜 수 있는 시계를 만들었을 때도, 2015년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글로브마스터를 소개했을 때도 파급력이 이렇게까지 클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그 시작은 작은 장치, 시계 하나에 불과했지만 결국에는 오메가라는 브랜드를 송두리째 뒤바꾼 엄청난 변화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은 어떨까요? 스파이럿 시스템이라는 미증유의 기술을 이식한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으로 오메가는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언젠가 스파이럿 시스템이 오메가 워치메이킹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때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은 오메가의 마일스톤으로 영원히 회자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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