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시계 중고거래를 할 때 제품의 진가품 여부를 개인이 판단하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오랜 세월 시계를 취미로 하고 예리한 감식안을 가진 분이라면 크게 어렵지 않다고 여길 수 있지만, 리셀 및 중고거래 시장의 규모가 유례없이 커지면서 다양한 어둠의 경로를 통해 매우 교묘하게 위장된 가품들이 흘러나오고 있고, 특히 전용 온라인 플랫폼(앱)이나 커뮤니티를 통한 개인간 거래가 증가하면서 관련 사기피해 사례를 종종 접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이자 환금성의 대명사로 통하는 롤렉스(Rolex)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데요. 롤렉스가 중고거래 관련해 마침내 결단을 내렸습니다! 

롤렉스는 12월 1일(스위스 현지 시각)자로 롤렉스 인증 중고 프로그램(Rolex Certified Pre-Owned programme) 론칭을 공표했습니다. 이로써 롤렉스 본사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은 중고 시계를 2022년 12월부터 6개국(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덴마크, 영국)의 부커러(Bucherer) 부티크에서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비단 부커러 뿐만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을 희망하는 롤렉스 공식 리테일러는 2023년 봄 이후부터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 롤렉스 인증 중고 씰

- 롤렉스 인증 중고 보증 카드 

구체적으로는 롤렉스 공식 매장에서 판매된 지 3년 이상된 중고를 취급하며, 이들 제품이 정품임을 그린 씰을 닮은 롤렉스 인증 중고 씰과 'Certified Pre-Owned' 문구가 새겨진 공식 정품 인증서 역할을 하는 보증 카드와 함께 새로운 2년 간의 국제 보증 혜택까지 제공합니다. 

비슷한 예로 작년부터 하이엔드 브랜드인 리차드 밀이 미국, 일본, 싱가포르의 공식 리테일샵을 통해 공인된 중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MB&F와 H. 모저 앤 씨 같은 일부 독립 브랜드들도 공인된 중고거래 플랫폼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에 앞서 2018년 리치몬트 그룹은 영국의 대표적인 중고 시계 업체 워치파인더(Watchfinder & Co.)를 인수함으로써 중고거래 시장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고요. 이러한 시점에서 업계의 큰손인 롤렉스의 인증 중고 프로그램은 상당한 반향이 예상됩니다. 

예부터 뛰어난 내구성과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대를 물려 착용하는 시계로 유명한 롤렉스. 그런데 앞으로 롤렉스 중고 제품도 공인된 루트로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어 시계애호가들 및 컬렉터들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몇 년 간 롤렉스는 높은 수요에 못 미치는 딜리버리와 웨이팅 관련한 이슈로 현행 제품을 매장에서 쉽게 구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에 롤렉스 인증 중고 프로그램이 모종의 대안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아직 론칭 초반이라 향후 전망을 속단하긴 어렵지만 롤렉스의 행보가 시계 중고거래 전반에 관한 모종의 선입견을 깨고 급변하는 MZ세대의 트렌드에 부합할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