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진(Longines)이 1968년 데뷔한 자사의 역사적인 하이비트 다이버 워치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울트라-크론 다이버(Ultra-Chron Diver)가 화제의 주인공으로, 론진이 현행 컬렉션에 초당 10진동하는(5 Hz) 기계식 하이비트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모델을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야심만만한 시도가 돋보이는데요. 어떠한 제품인지 함께 보시겠습니다. 

울트라-크론(Ultra-Chron)은 크로노미터를 상회하는 성능을 의미하는 울트라-크로노미터의 줄임말입니다. 1960년대 말 론진은 울트라-크로노미터의 해법을 하이비트(고진동) 설계에서 찾았는데요. 당시만 해도 쿼츠 시계가 대량 생산되기 전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기계식 무브먼트의 설계를 기반으로 진동수를 높이는 기술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모색되었습니다. 1966년 제라드-페리고가 발표한 크로노미터 HF(자이로매틱)가 하이비트 무브먼트의 가능성에 다시금 주목하게 한 변곡점이 되었다면, 1969년 제니스가 발표한 엘 프리메로는 하이비트 무브먼트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살아남아 현재에 이르고 있지요. 반면 론진은 1968년, 하이비트 자동 무브먼트(Cal. 431)를 탑재한 뜻밖의 다이버 워치(Ref. 7970)로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세이코에서도 최초의 하이비트 다이버 워치(Ref. 6159)가 출시됐으니 이쯤 되면 기계식 하이비트 무브먼트의 상용화가 당시 업계의 큰 이슈 중 하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 1914년 제작된 하이비트 스톱워치 

1/10초 단위까지 계측 가능한 당시로선 파격적인 5 Hz(시간당 밸런스 36,000회 진동) 하이비트 칼리버 19.73N을 탑재한 스플릿 세컨드 기능의 포켓 크로노그래프. 

- 1916년 제작된 하이비트 스톱워치 

1/100초 단위까지 계측 가능한 무려 50 Hz(시간당 밸런스 360,000회 진동) 하이비트 칼리버를 탑재한 포켓 크로노그래프. 50 Hz 진동수는 당대의 여느 제조사에서는 접하기 힘든 매우 희소한 수치로, 쌍띠미에의 매뉴팩처 론진이 크로노그래프 제조 분야에서 일찍이 얼마나 선구적이고 혁신적인 제조사였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예라 하겠다.

- 1938년 제작된 하이비트 스키 타이머 

애초 마린 크로노미터용으로 제작된 24리뉴 칼리버(24.99)를 고진동(5 Hz)으로 개량 및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얹어 수정한 쓰리 푸셔 타입의 스톱워치로, 뇌샤텔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진 대회에 출품돼 안정적인 성능을 인정받았다. 

- 1957년 제작된 하이비트 스톱워치 

이전 세대의 24리뉴 칼리버를 개량한 260 칼리버를 탑재한 1/10초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는 하이비트 크로노그래프로, 플라이백과 스플릿 세컨드 기능을 지원한다. 특유의 스포티한 다이얼 구성과 디자인이 돋보인다. 

- 1959년 제작된 첫 하이비트 크로노미터 손목시계

크로노그래프가 아닌 심플한 쓰리 핸즈 및 렉탕귤러 형태의 하이비트(5 Hz) 칼리버 360을 탑재한 브랜드 최초의 손목시계 버전. 1959년부터 1963년까지 총 200피스 정도만 제작되었으며, 1961년 열린 스위스 뇌샤텔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진대회에 출품돼 1위와 2위를 나란히 석권했다. 참고로 론진은 손목시계 이전에 테이블 클락 형태로도 360 칼리버를 탑재한 시계를 여러 크로노미터 경진대회에 출품해 주요 부문을 호령한 바 있다. 

- 1966년 제작된 울트라-크론 손목시계 

데이트 기능의 하이비트(5 Hz) 칼리버 431을 탑재한 손목시계. 다이얼에 고진동을 상징하는 특유의 심볼과 울트라-크론 표기를 병기한 최초의 울트라-크론 모델로, 이후 스포티한 다이버 모델의 출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431 칼리버는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COSC) 인증까지 획득해 명성을 높였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돌이켜 보면 론진은 20세기 초반부터 다양한 종류의 하이비트 시계를 선보였습니다. 주로 론진이 타이밍 파트너(타임키퍼)로 참여한 각종 승마 대회와 알파인 스키, 사이클링, 모터스포츠 대회를 위해 특수 제작한 스톱워치에 한정되긴 했지만, 그만큼 하이비트 무브먼트 제작이 적어도 론진에게 있어서는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론진이 일찍이 크로노미터급 성능 이상을 목표로 하기 위해 고진동 설계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1960년대 말 등장한 일련의 울트라-크론 모델은 트렌드에 이끌려 갑작스레 발표한 결과물이 아닌, 론진의 꾸준한 하이비트 무브먼트 개발 실험이 시대적인 요구에 의해 상용화로 이어진 사례로 봐야 할 것입니다. 

- 1968년 출시된 울트라-크론 다이버 

1967년 제작되어 이듬해 초 출시되었으며, 스포티한 외관만큼이나 단방향 회전 베젤 및 200m 방수 성능을 지원해 현대적인 다이버 워치 기준을 충족한다. 내부에는 론진의 대표적인 쓰리핸즈 구성의 하이비트 자동 칼리버인 431이 힘차게 박동한다. 

2022년 새롭게 선보이는 론진 울트라-크론 다이버는 1968년 오리지널 모델의 충실한 재현에 해당하는 리-이슈(복각) 에디션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특징적인 쿠션형 케이스는 물론 회전 베젤 및 다이얼의 디테일까지 오리지널의 풍모를 그대로 살렸습니다. 폴리시드 및 브러시드 마감한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직경은 43mm, 두께는 13.6mm이며, 스크류-다운 크라운과 케이스백 설계로 300m 방수를 보장합니다. 단방향 회전 베젤에는 사파이어 인서트를 사용해 스크래치를 방지하면서 블랙 래커 마감한 하부 디스크에는 슈퍼루미노바를 도포해 다이빙 스케일을 대신합니다. 

블랙 다이얼은 매트하게 그레인 마감하면서 1960년대 오리지널 울트라-크론 다이버와 동일한 디자인의 흡사 면도날을 연상시키는 인덱스와 색이 다른 바통 핸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날개 달린 모래시계를 포함한 브랜드 로고 디자인이며, 오토매틱 필기체 폰트, 울트라-크론 아플리케 심볼 및 로고 표기까지 오리지널을 완벽하게 재현해냈습니다. 한가지 차이점이라면 날짜창의 유무 정도인데, 오리지널과 달리 리-이슈 모델에는 날짜창을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한편 오리지널의 플렉시글라스를 재현한 박스 형태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했는데, 양면 반사 방지 코팅 처리를 해 어느 각도에서나 깊은 수심 아래서도 충분한 가독성을 보장합니다. 

무브먼트는 새롭게 선보이는 자동 칼리버 L836.6을 탑재했습니다. ETA 베이스를 시간당 36,000회 진동하는(5 Hz) 하이비트 설계로 개량하면서 자기장과 온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첨단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으로 교체하는 등 상당한 수정을 가했습니다. 참고로 파워리저브는 52시간. 울트라-크론 칼리버의 위상에 부합하도록 제네바의 독립 테스트 연구소인 타임랩(Timelab)을 통해 COSC 기준보다 까다로운 조건의 테스트를 거쳐 이를 통과했다는 크로노미터 인증 서류와 함께 시계를 제공합니다. 

- 타임랩 크로노미터 인증서

전문 다이버 워치인 만큼 스틸 케이스백 형태로 무브먼트를 노출하지 않는 대신, 케이스백 중앙에 오리지널 론진 울트라-크론 심볼과 문구를 스페셜 인그레이빙으로 새겨 소장 가치를 더합니다. 또한 케이스백 한쪽에는 '울트라 크로노미터 공식 인증(Ultra-Chronometer Officially Certified)' 문구까지 레이저 인그레이빙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론진 울트라-크론 다이버는 리미티드가 아닌 레귤러 모델로 계속 출시하며, 브라운 가죽 스트랩 단독 구성(Ref. L2.836.4.52.2)이 4백 30만 원, 7연의 링크로 연결된 스틸 브레이슬릿 단독 구성(Ref. L2.836.4.52.6)이 4백 70만 원, 브라운 가죽 스트랩을 기본으로 교체 가능한 블랙 나토(NATO) 스트랩을 추가 제공하는 박스 구성(Ref. L2.836.4.52.8)이 4백 70만 원, 스틸 브레이슬릿을 기본으로 재활용 소재로 만든 블랙 나토 스트랩을 추가 제공하는 박스 구성(Ref. L2.836.4.52.9)이 5백만 원으로 각각 책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