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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는 올해 초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내며 로열 오크 5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했습니다. 새로운 점보가 등장하는가 하면 트렌디한 컬러로 옷을 갈아입은 스테디셀러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무브먼트의 로터에는 50이라는 숫자가 박혔습니다 내년부터는 디자인이 바뀔 거라는 걸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50주년 모델들은 시장에서 빠르게 자취를 감췄습니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작금의 과열된 시계 붐에 기름을 들이부은 격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데마 피게는 파티를 끝낼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시계 애호가와 관계자들의 시선이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 2022로 쏠려있던 와중에 르 브라수스의 매뉴팩처는 무심한 듯 시계 한 점을 꺼내 놓았습니다.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투르비용 엑스트라 씬 RD#3(Royal Oak Selfwinding Flying Tourbillon Extra-Thin RD#3)는 로열 오크의 뿌리인 점보에 셀프와인딩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탑재한 최초의 모델이자 RD 시리즈의 세 번째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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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 씬 Ref. 16202

 

제랄드 젠타(Gérald Genta)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 받는 로열 오크는 지난 50년간 오데마 피게를 굳건히 지탱해왔습니다. 다이버 헬멧과 배의 현창에서 착안한 8각형 베젤, 케이스와 한 몸처럼 이어지는 일체형 브레이슬릿, 사각형 기요셰 패턴으로 채운 태피스리 다이얼 등 전례 없는 디자인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로열 오크는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와 기능이 세분화되며 거대한 일가를 이룹니다. 그 중에서도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 씬은 오리지널 모델을 계승한다는 상징성으로 인해 로열 오크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고 그만큼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 씬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크기입니다. 지름 39mm에 두께가 8.1mm로 스포츠 워치 치고는 얇은 편에 속합니다. 드레스 워치에 버금가는 두께 덕분에 어떤 복장도 소화할 수 있는 데다가 스포츠 워치가 놓치기 쉬운 뛰어난 착용감까지 확보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 씬에 칼리버 2121이라는 초박형 셀프와인딩 무브먼트가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올해 오데마 피게는 오래된 무브먼트가 으레 그렇듯이 몇 가지 기술적 단점이 있는 칼리버 2121을 칼리버 7121로 전격 대체합니다. 그 대신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 씬의 케이스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 씬은 크기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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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투르비용 엑스트라 씬 RD#3도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셀프와인딩에 투르비용까지 우겨 넣었지만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의 지름은 39mm로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 씬과 동일하고 두께는 오히려 0.1mm가 얇은 8mm에 불과합니다. RD#3가 이름에 붙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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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열 오크 컨셉 미닛 리피터 슈퍼소네리 R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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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 씬 RD#2

 

오데마 피게의 RD 시리즈는 자동차로 말하면 콘셉트 카에 해당합니다. 판매용은 아니지만 향후 시판될 모델의 길잡이가 되고, 기술력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오데마 피게는 2015년과 2018년에 각각 로열 오크 컨셉 미닛 리피터 슈퍼소네리 RD#1(Royal Oak Concept Minute Repeater Supersonnerie RD#1)과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 씬 RD#2(Royal Oak Selfwinding Perpetual Calendar Ultra-Thin RD#2)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로열 오크 컨셉 RD#1은 방수가 되는 리피터 시계로, 슈퍼소네리에 기술적 토대를 제공했습니다.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을 한 층에 배치해 케이스 두께를 6mm대로 제한한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 씬 RD#2는 이듬해 개선을 거쳐 정식 제품을 출시됐습니다. 이들은 모두 컴플리케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연 모델로 호평을 받으며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를 수상했지만 “점보”라는 타이틀을 물려받은 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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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오크 탄생 50주년에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춰 선보인 셀프와인딩 칼리버 2968은 5년 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됐습니다. 핵심은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 씬의 케이스에 들어갈 수 있도록 무브먼트를 얇게 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플라잉 투르비용 41mm에 실린 칼리버 2950이 있었지만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 씬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무브먼트가 필요했습니다. 오데마 피게는 이 점을 염두하고 칼리버 2968과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 씬(Ref. 16202)에 올해부터 적용되는 칼리버 7121을 함께 개발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두 무브먼트를 나란히 놓고 보면 구조가 거의 동일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칼리버 7121의 두께는 3.2mm입니다. 칼리버 2968은 이보다 0.2mm 두꺼운 3.4mm입니다. 투르비용은 공간을 많이 잡아먹어 시계를 두껍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허나 오데마 피게는 투르비용을 추가하는데 고작 0.2mm만을 소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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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두께를 줄이려면 부품을 작고 얇게 만들어야 합니다. 아니면 아예 없애버려야 합니다. 오데마 피게의 워치메이커들은 투르비용을 새롭게 설계했습니다. 전통적인 투르비용의 케이지 가장 아래에는 케이지를 회전시키기 위한 휠이 있습니다. 오데마 피게는 3번 휠과 연결된 이 휠을 없애고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를 회전시키기 위한 톱니바퀴를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와 수평으로 설치하는 페리퍼럴 드라이브(peripheral drive) 시스템을 고안했습니다. 아울러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를 티타늄으로 제작하고 밸런스 휠의 암(arm)을 넓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밸런스 휠을 얇게 만들면서도 작동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가볍기 때문에 에너지 전달 효율도 좋습니다. 칼리버 7121에서도 봤듯이 오차를 보정하는 밸런스 스크루를 동그란 웨이트로 바꾸면서 밸런스 휠의 두께를 한계까지 줄였습니다. 끝으로, 무브먼트의 움직임이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이스케이프먼트를 새롭게 디자인했습니다. 이 모든 노력 끝에 오데마 피게는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를 다이얼과 동일한 선상에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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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듐 도금한 오픈워크 무브먼트의 플레이트와 브리지에는 제네바 스트라이프가 보이지 않습니다. 빈 자리는 케이스 피니싱에서 볼 수 있는 세로 줄무늬가 메우고 있습니다. 현대적이면서도 특별한 인상을 주고자 한 디테일입니다. 로터는 로열 오크 반세기를 기념하는 숫자 50으로 장식했습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 파워리저브는 50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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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6시 방향의 AP 로고가 플라잉 투르비용으로 대체되고, 3시 방향의 날짜 창이 사라진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구성은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 씬과 동일합니다. 얇은 욕조 형태의 인덱스와 바늘에는 슈퍼루미노바를 칠했습니다. 쁘띠 태피스리(Petite Tapisserie) 패턴이 빼곡히 들어간 블루 뉘, 누아지 50(Bleu Nuit, Nuage 50) 다이얼은 한 눈에 “점보”임을 인식하게 해줍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다이얼 제조 방식입니다. 갈바닉 배스(galvanic bath)에서 전기도금으로 색을 입히는 기존 방식 대신 PVD 기법을 택했다고 합니다. 이러면 다이얼 톤과 색이 일정하고 오랫동안 색이 바래지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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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투르비용 엑스트라 씬 RD#3은 콘셉트 워치이므로 판매 가격은 없습니다. 정식 제품으로 출시될 지 여부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릅니다. 오데마 피게는 이 시계를 통해 보여준 혁신을 오는 9월 로열 오크 37mm 모델에 이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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