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탱크 머스트의 케이스 실루엣 © Cartier
까르띠에(Cartier)는 4월 7일 개막한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Watches and Wonders Geneva 2021) 디지털 에디션에서 탱크, 발롱 블루, 파샤와 같은 대중적인 라인업부터 까르띠에 프리베, 리브르, 파인 워치메이킹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채로운 신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 정도의 스케일과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메종은 까르띠에가 단연 독보적이라 하겠습니다. 여러 눈에 띄는 신제품들 중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타임리스 아이콘 탱크와 국내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발롱 블루 라인부터 먼저 함께 보시겠습니다.
- Laziz Hamani © Cartier
Tank Must
탱크 머스트
1917년 루이 까르띠에(Louis Cartier, 1875-1942)에 의해 탄생한 탱크는 아르데코(Art Deco) 사조의 유행을 예견한 대담한 직사각형 케이스 디자인으로 훗날 손목시계 역사에 길이 남을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프랑스 르노 FT-17 탱크를 위에서 바라본 바퀴 실루엣에서 영감을 얻은 평행 베젤부- 불어로 브랑카(Brancards) 또는 영어로 샤프트(Shafts)로 칭함- 는 탱크 하면 떠오르는 시그니처로,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러 디자인으로 재해석되어 컬렉션의 외연을 넓혀주었습니다.
- Laziz Hamani © Cartier
최초의 탱크 워치인 탱크 노멀(Tank Normale)을 필두로, 탱크 상트레(Tank Cintrée, 1921년), 탱크 쉬누와즈(Tank Chinoise, 1922년), 탱크 알롱제(Tank Allongée, 1922년), 탱크 L.C.(Tank Louis Cartier, 1922년), 탱크 바스퀼랑트(Tank Basculante, 1932년), 탱크 아시메트리크(Tank Asymétrique, 1936년), 탱크 렉탕글(Tank Rectangle, 1950년), 탱크 오블리크(Tank Oblique, 1963년), 탱크 아롱디(Tank Arrondie, 1970s), 탱크 머스트(Tank Must, 1977년), 탱크 아메리칸(Tank Américaine, 1989년), 탱크 프랑세즈(Tank Française, 1996년), 탱크 디반(Tank Divan, 2002년), 탱크 솔로(Tank Solo, 2004년), 탱크 앙글레즈(Tank Anglaise, 2012년), 탱크 MC(Tank MC, 2013년) 등 까르띠에의 탱크는 당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아방가르드 디자인으로 전설적인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탱크 100주년을 기점으로 까르띠에는 탱크 컬렉션의 유산들을 하나 둘씩 현행 컬렉션으로 재소환해 메종의 유구한 디자인 헤리티지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올해 까르띠에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탱크 머스트를 부활시켜 아예 별도의 라인업으로 편성했습니다.
- Laziz Hamani © Cartier
2021년 재탄생한 탱크 머스트는 탱크 루이 까르띠에의 아이코닉한 형태와 디자인을 계승하면서 가격 접근성을 높인 1970년대 탱크 머스트의 정체성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단종 수순을 밟고 있는 탱크 솔로의 영역까지 끌어안는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70년대 스위스 시계 업계를 강타한 쿼츠 위기를 기점으로 까르띠에는 컬렉션 최초로 순은(925 Sterling Silver) 바탕에 옐로우 골드 플레이트를 입힌 일명 버메일(Vermeil, 금도금한 은을 뜻함) 케이스의 탱크 머스트 워치를 합리적인 가격대로 선보여 불황을 적극적으로 타개했습니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잘 알다시피 대성공을 거두었지요. 이렇듯 탱크 머스트는 위기의 시대를 슬기롭게 개척한 까르띠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남아 어쩌면 역대 탱크 시리즈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시름하는 현 시대상과 탱크 머스트의 재등장 시점이 묘하게 맞닿아 있는 것도 우연의 일치치고는 기막힙니다.
- Laziz Hamani © Cartier
현행 탱크 머스트 컬렉션은 물론 과거처럼 버메일 케이스로 선보이진 않습니다. 전 모델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선보이고 사이즈도 엑스라지, 라지, 스몰로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합니다. 또한 라지와 스몰 버전 중에는 평행 샤프트에 일렬로 42개(0.48캐럿) 혹은 40개(0.39캐럿)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도 함께 출시합니다. 탱크 루이 까르띠에 등 기존의 다이아몬드 세팅 모델은 대부분 골드 케이스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스틸 케이스에 오리지널 다이아몬드 세팅 구성은 여성 탱크팬들이 특히 환영할 만한 조합이 아닐 수 없습니다.
- © Cartier
한편 남성용 엑스라지 모델만 매뉴팩처 자동 칼리버 1847 MC를 탑재하고(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40시간), 라지와 스몰 사이즈는 남성, 여성용 구분 없이 고성능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했습니다.
- © Cartier
탱크 머스트는 탱크 루이 까르띠에의 디자인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평행 샤프트 양쪽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는 등 전체적으로 보다 섬세한 실루엣이 두드러집니다. 기존의 탱크 솔로 케이스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분명해지는데요. 직선미를 강조한 탱크 솔로에 비해 탱크 루이에 더 가까우면서 골드가 아닌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틸 케이스로 선보임으로써 1970년대 오리지널 탱크 머스트 시리즈의 탄생 취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 Laziz Hamani © Cartier
그 외 블루 카보숑 컷 스피넬(첨정석)로 장식한 특징적인 크라운과 실버 다이얼 바탕에 블랙 로만 인덱스 및 슈망 드 페르(Chemin de fer) 즉 레일로드 형태의 미닛 트랙을 프린트하고 열처리한 블루 스틸 핸즈를 사용하는 등 까르띠에 스타일로 규정할 만한 아이코닉한 디자인 요소들을 그대로 이어갑니다.
- Laziz Hamani © Cartier
그런데 일부 모델은 다이얼 구조상의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엄청난 변화가 숨어 있습니다. 브라스(황동) 플레이트와 무브먼트가 바로 결합하는 일반적인 구조와는 차별화되는데요. 브랜드 최초로 광충전 방식의 다이얼을 도입했습니다. 관련해 보다 디테일한 자료가 부족하긴 하지만, 세이코나 시티즌의 솔라쿼츠 시스템과도 흡사한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빛을 흡수해 에너지로 변환하는 특수한 솔라 패널을 다이얼 플레이트 하부에 결합하고, 무브먼트에도 특수한 IC칩을 추가하면서 광원을 기어트레인에 항구적으로 전달 및 변환하는 마이크로 제너레이터 혹은 모터 형태의 부품을 갖추고 있음을 어림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까르띠에의 해법이 앞서 열거한 일본 브랜드들과도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점은 지극히 클래식한 까르띠에 고유의 디자인을 전혀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심지어 실버 도금 처리한 다이얼의 블랙 로만 인덱스 부위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광원이 다이얼 아래 감춰진 얇은 층의 솔라 패널을 통과해 광전지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한 설계와 기술력이 돋보입니다.
- © Cartier
다이얼 구조가 한층 복잡해졌는데도 케이스 전체 두께는 6.6mm 정도에 불과해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다른 제품들과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클래식한 사이즈와 얇은 케이스 두께 역시 까르띠에 탱크 시리즈 특유의 우아함을 결정짓는 요소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 Maud Remy-Lonvis © Cartier
광충전 방식의 새로운 다이얼 구조가 도입된 만큼 무브먼트 역시 완전히 새롭게 개발됐습니다. 메종은 이를 가리켜 솔라비트(SolarBeat)™ 무브먼트로 명명하고 있는데요. 스위스 라쇼드퐁 매뉴팩처에서 연구 개발에만 2년 정도가 소요된 솔라비트™ 무브먼트의 광전지 수명은 무려 16년에 달합니다. 광원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은 전지 성능과는 비교 자체가 사실 무의미합니다. 까르띠에 케어(Cartier Care) 서비스가 최대 8년까지 지원하는 것을 상기하면 16년은 까르띠에 케어 서비스를 한두 번 받을 때조차 배터리 교체를 할 필요가 없어짐을 의미합니다(물론 16년 이후에는 해야겠지만). 또한 여느 수은 전지의 극단적인 사례처럼 수명이 다한 전지의 누액이 스며들어 무브먼트를 망가뜨리는 불상사도 예방할 수 있어 유지보수 관리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어 보입니다. 1970~80년대 합리적인 럭셔리의 결정체인 탱크 머스트가 21세기의 하이테크와 만나 업계에서 접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클래식 워치로 거듭난 셈입니다. 새로운 탱크 머스트는 향후 다른 까르띠에 워치 컬렉션에도 영향을 미칠 하나의 이정표로 기억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 Laziz Hamani © Cartier
탱크 머스트의 놀라운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또 다른 혁신의 결실은 스트랩 소재에 숨어 있는데요. 외관상으로는 평범한 가죽 스트랩처럼 보이지만(일반 송아지 가죽 스트랩을 체결한 모델도 함께 선보이지만), 실제로는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의 음식 산업용으로 재배된 사과에서 나온 폐기물을 생화학적인 처리를 통해 재활용해 만든 스트랩이라고 합니다. 이로써 스트랩을 구성하는 약 40% 정도가 식물성 파이버로 구성된 비동물성 스트랩이 완성됐습니다. 올해 IWC도 팀버텍스(TimberTex)로 명명한 천연 식물 섬유 추출물로 만든 스트랩을 선보인 바 있는데, 최근 산업 전반에 걸쳐 화두인 지속가능성을 리치몬트 그룹 차원에서 매우 진지하고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무난한 블랙 컬러 외 여성용 모델에 어울리는 블루, 민트(라이트 그린) 컬러 스트랩을 선보이고 있으며, 향후 더욱 컬러풀한 스트랩이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 Laziz Hamani © Cartier
한편 탱크 머스트 컬러 다이얼 신제품도 주목할 만합니다. 1980년대 히트한 오리지널 모델처럼 인덱스와 그 밖의 프린트를 생략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데요. 라지 사이즈로만 선보이며, 다이얼 컬러에 맞춰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도 레드(버건디), 블루, 그린 세 가지 단색으로 염색했습니다. 공통적으로 스틸 케이스에 무브먼트는 고성능 쿼츠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 Maud Remy-Lonvis © Cartier
탱크 머스트 컬렉션의 국내 소비자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만, 스틸 기본 스몰 사이즈 모델이 3백만 원대 후반부터 시작합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고성능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일반 버전과 광전지 방식의 솔라비트™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식물성 스트랩을 체결한 지속가능 버전의 가격대가 거의 동일하다는 점입니다. 상당히 공격적으로 책정된 까르띠에의 올해 야심작임을 알 수 있습니다.
- Laziz Hamani © Cartier
Tank Louis Cartier
탱크 루이 까르띠에
탱크의 제왕, 탱크 루이 까르띠에 워치 신제품도 함께 출시됩니다. 라지 사이즈의 옐로우 골드와 핑크 골드 2가지 케이스 버전으로 선보이며, 옐로우 골드 케이스에는 미닛 트랙과 챕터링 레드 프린트 처리한 샴페인 컬러 다이얼을, 핑크 골드 케이스에는 다크 블루 프린트 처리한 그린 톤이 살짝 도는 안트라사이트 컬러 다이얼을 채택해 차이를 보입니다.
- Laziz Hamani © Cartier
- Maud Remy-Lonvis © Cartier
스트랩 역시 버건디와 블루 컬러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을 매칭했습니다. 무브먼트는 시와 분만 표시하는 심플한 매뉴팩처 수동 칼리버 1917 MC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3헤르츠, 파워리저브 38시간). 골드 비즈 장식 크라운에는 어김없이 카보숑 컷 사파이어를 세팅해 컬렉션의 전통을 계승합니다.
- © Cartier
Ballon Bleu de Cartier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불어로 '파란 공'을 뜻하는 까르띠에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로, 국내에서는 유독 예물시계로 오랫동안 사랑 받는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컬렉션의 신제품입니다. 성공적인 28mm, 33mm, 36mm, 42mm 모델의 뒤를 이어 남성용 40mm가 올해 새롭게 추가되어 사이즈 갭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유니섹스 사이즈인 36mm가 조금 작게 느껴지고, 42mm는 또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딱인 사이즈 베리에이션이 추가된 것입니다. 물론 핸드와인딩 버전이 40mm로 출시되긴 했지만 단연 인기가 높은 오토매틱 버전으로는 40mm 사이즈가 처음 선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 Cartier
핑크 골드와 스틸 크게 두 가지 소재로 선보이며, 핑크 골드 버전의 경우 일반 돔 베젤 버전과 베젤에 총 52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약 1.06캐럿)를 세팅한 버전이 공존하면서 핑크 골드 브레이슬릿과 컬러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버전으로 또 나뉘게 됩니다. 소재와 브레이슬릿 종류에 관계없이 전 모델의 케이스 직경은 40mm, 두께는 12.45mm로, 조약돌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볼륨감 있는 케이스 형태와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감안한 두께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 © Cartier
무브먼트는 40mm 전 모델 공통적으로 날짜 표시 기능을 갖춘 매뉴팩처 자동 칼리버 1847 MC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40시간). 산토스부터 최근의 파샤까지 폭넓게 탑재하는 메종의 대표적인 워크호스인 만큼 구성은 심플하지만 튼튼하고 작동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 컬렉션 특성상(?) 솔리드 케이스백을 사용해 무브먼트는 노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40mm 모델에 발롱 블루 컬렉션 최초로 특허 받은 인터체인저블 스트랩 교체 방식인 퀵스위치(QuickSwitch) 시스템을 적용해 브레이슬릿에서 스트랩으로, 스트랩에서 브레이슬릿으로 누구나 손쉽게 교체하며 즐길 수 있습니다. 산토스 드 까르띠에 필두로 작년에 대대적으로 리뉴얼 론칭한 파샤 드 까르띠에에 이어 올해는 아이코닉한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까지 퀵스위치 시스템을 확대 적용함으로써 앞으로 더욱 많은 컬렉션에 도입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 Cartier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40mm 라인업은 올해 까르띠에 워치 신제품 중 가장 먼저 국내에 출시되어 현재 매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스틸 가죽 스트랩 모델이 7백 35만 원, 브레이슬릿 모델이 8백만 원, 핑크 골드 가죽 스트랩 모델이 1천만 원대 후반, 브레이슬릿 모델이 3천 7백만 원대, 핑크 골드 다이아몬드 세팅 가죽 스트랩 모델이 3천 3백만 원대, 핑크 골드 브레이슬릿 모델이 5천 1백만 원대로 제품 별로 차이를 보입니다.
- Maud Remy-Lonvis © Cartier
이상으로 탱크 머스트와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소개를 마칩니다. 서두에 강조했듯 까르띠에 워치 컬렉션은 신제품 종류도 많고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다른 신제품 소식도 계속 기대해주세요.
오 발롱블루 40미리 괜찮을듯 42미리는 좀 컷고 36미리는 여자꺼 같았는데 함 들려봐야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