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콘스탄트(Frederique Constant)가 지난 3월 25일(스위스 현지 시각) 온라인을 통해 모놀리식 슬림라인 매뉴팩처(Monolithic Slimline Manufacture)로 명명한 야심찬 신작을 공개했습니다. 모놀리식 슬림라인 매뉴팩처는 수세기에 걸쳐 기계식 무브먼트의 공식처럼 자리매김한 전통적인 오실레이터(Oscillator, 밸런스와 밸런스 스프링) 및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 구성을 탈피해 단일 구조의 혁신적인 오실레이터(모놀리식 오실레이터) 부품으로 대체함으로써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모놀리식 오실레이터
이쯤 되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시겠지만, 모놀리식 오실레이터를 채택한 브랜드가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물론 최초는 아닙니다.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가 센피네(Senfine) 컨셉 모델을 통해 이러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뒤이어 제니스가 데피 랩(Defy Lab)과 데피 인벤터(Defy Inventor)를 상용화함으써 강렬하게 존재감을 알렸으며, 비슷한 듯 조금 다른 예지만 율리스 나르당의 프릭 넥스트(Freak NeXt)도 전통적인 레귤레이팅 부품(오실레이터와 이스케이프먼트)의 한계를 극복한 인상적인 사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 역시 이 분야를 먼저 개척한 선배들의 사례에서 해답을 발견했습니다. 이로써 26개 정도에 달하는 기존의 부품들을 대신해 단 3개의 부품이 하나의 단일체 속에 통합된 모놀리식 오실레이터로 정면 돌파를 하고 있습니다.
- 모놀리식 오실레이터를 채택한 칼리버 FC-810 드로잉
통상 기계식 시계는 메인스프링 배럴에서 에너지가 축적되면 트랜스미션 즉 기어트레인을 따라 이스케이프먼트를 거쳐 오실레이터로 순차적으로 동력이 전달돼 다이얼의 핸즈를 움직여 시간을 표시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모놀리식 오실레이터를 채택하게 되면 이러한 과정이 한층 간소화됩니다. 다시 말해 동력이 보다 직접적으로 오실레이터로 전달돼 안정적으로 등시성을 보장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토크를 균일하게 제어할 수 있는 키네틱 체인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파르미지아니나 제니스의 선례처럼 하이비트 설계를 도입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모놀리식 오실레이터는 무려 40헤르츠(HZ) 비트로 박동합니다. 시간당 무려 288,000회 박동하는 것으로 흔히 볼 수 있는 4헤르츠 무브먼트와 비교하면 10배 정도 고진동하는 것입니다. 제니스의 데피 랩과 데피 인벤터에 사용된 모놀리식 오실레이터가 15헤르츠로 진동하는 것을 상기하면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또 다른 한계를 넘어선 셈입니다.
모놀리식 오실레이터는 니마 토루(Dr Nima Tolou) 박사가 설립한 네덜란드의 테크 벤처 기업 플렉서스(Flexous)와의 기술 협업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배후에는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설립자이자 전 CEO인 피터 스타스(Peter Stas)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는데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오실레이팅 시스템을 강구하던 그에게 플렉서스가 레이더망에 포착됐고 약 3년 간의 긴밀한 기술 협업이 이어졌습니다.
직경 9.8mm, 두께 0.3mm 크기의 모놀리식 오실레이터는 소재 자체를 매우 가벼우면서 단단하고 온도변화 및 자기장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모노크리스탈 실리콘(Monocrystalline Silicon)으로 제작했습니다. 밸런스 휠과 헤어스프링, 피봇, 이스케이프먼트 앵커와 같은 기계식 무브먼트의 가장 민감한 부품들을 단일 구조 안에 통합시켰기 때문에 당연히 부품간 마찰 및 윤활의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진폭은 6° 정도로 혁신적으로 줄여서 토크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구성이 단출하기 때문에 유지 보수가 용이한 장점은 물론입니다. 모놀리식 오실레이터를 채택함으로써 기존의 기어트레인 시스템도 전면적인 리-엔지니어링을 거쳤습니다. 기어트레인에 총 4개의 휠이 사용되었으며, 특히 배럴축과 연결된 첫번째 휠은 일반 무브먼트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크게 제작했습니다.
모노크리스탈 실리콘으로 제작한 100% 안티 마그네틱 부품인 모놀리식 오실레이터는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30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칼리버 FC-810에 탑재됐습니다. 칼리버 FC-810은 싱글 배럴 형태임에도 비교적 긴 80시간 파워리저브를 보장합니다. 총 부품수가 130개, 주얼수가 19개 정도로 확실히 모놀리식 오실레이터를 채택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스루 케이스백 뿐만 아니라 오픈워크 다이얼을 통해서도 핵심 부품인 모놀리식 오실레이터의 역동적인 하이비트를 감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모놀리식 슬림라인 매뉴팩처는 18K 로즈 골드 케이스 1종,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2종 총 3가지 버전으로 출시합니다. 공통적으로 케이스 직경은 40mm이며, 전후면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를 사용하고 30m 생활 방수를 지원합니다. 실버 혹은 블루 컬러 다이얼은 중앙을 클루 드 파리 기요셰 패턴 장식하고, 블랙 혹은 화이트 로만 인덱스가 프린트된 바깥쪽 링은 새틴 선레이 마감해 나름대로 가독성을 고려했습니다. 브레게 스타일의 클래식한 핸즈가 적용되었으며, 다이얼 12시 방향에 포인터 핸드 타입으로 날짜를 표시합니다. 첨단 신소재와 기술력의 총아인 모놀리식 오실레이터를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가장 클래식한 컬렉션과 접목한 것도 브랜드의 전략으로 읽힙니다.
모놀리식 슬림라인 매뉴팩처는 세 가지 버전 모두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로즈 골드 버전(Ref. FC-810MC3S9)은 81피스, 두 스틸 버전(Ref. FC-810MCN3S6, FC-810MC3S6)은 810피스씩 한정 출시될 예정입니다. 리테일가는 로즈 골드 버전(Ref. FC-810MC3S9)이 1만 4,995 유로, 스틸 블루 다이얼(Ref. FC-810MCN3S6)과 스틸 실버 다이얼(Ref. FC-810MC3S6) 버전은 각각 4천 495 유로(EUR)로 책정됐습니다.
특히 한화로 약 6백만 원대에 해당하는 스틸 버전은 ‘접근 가능한 럭셔리’를 표방하는 브랜드의 기조에 걸맞게 상당히 공격적으로 책정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새로운 도약의 결실인 모놀리식 슬림라인 매뉴팩처를 여러분들은 다들 어떻게 보셨나요? 추후 혹시 국내에 출시되면 가장 먼저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멋지네요 무브에도 신경을 많이 쓰네요 계속 발전 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