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러와 워치를 겸하는 브랜드는 대표적으로 까르띠에, 피아제, 반 클리프 앤 아펠, 해리 윈스턴이 있습니다. 이 같은 겸업 브랜드들은 대체로 남녀 성비 측면에서 여성용 비중이 경향이 큽니다. 아무래도 주얼리의 주 소비자가 여성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고급시계 시장에서는 남성의 입김이 훨씬 크기 때문에, 시계 브랜드들이 여성용에 집중하기 시작한 요즘과 달리 이들은 반대로 남성용에 집중했는데 올해의 반 클리프 앤 아펠은 그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군요. 

이는 다소 섣부른 판단 일수 있으나 남성용을 타겟으로 삼은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의 신제품 등장속도가 둔화되었고 여성용으로 신제품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레트로그레이드 기반의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은 실질적으로 마케팅 용어이고 기능은 컴플리케이션에 속하지 못합니다. 대신 에나멜과 주얼리 기법을 위주로 동화 같은 다이얼에 이야기를 더해 매력을 드러냈던 라인인데요. 이제는 레트로그레이드 기반의 신제품 마저 나오지 않았고, 24시간 디스크에 의지하는 단순한 기능이 연이어 등장 중입니다. 아무래도 이런 시계 취향을 지닌 남성은 찾기가 어렵지 않았나 싶고, 스스로의 장점인 여성용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레이디 아펠 포단 포레 앙상떼(Lady Arpels Peau d'Âne Forêt Enchantée)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에서 즐겨 사용하던 보석을 사용하는 다이얼만 남긴 모델이 아닐까 합니다. 기능은 단순한 타임 온리이나 대신 인그레이빙, 잼 세팅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숲 속을 입체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실제적으로는 메티에다르에 해당하는 모델이라고 하겠네요. 사슴이 움직이는 기믹을 기대했지만 움직임은 없고, 다이얼 그 자체를 즐기면 되겠습니다. 주얼러의 장점과 특유의 터치를 잘 살려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레이디 아펠 오와조 앙상떼 엑스트라오디너리 다이얼(Lady Arpels Oiseaux Enchantes Extraordinary Dials)

반 클리프 앤 아펠이 피아제와 함께 서로 깃털을 사용하는 다이얼이 최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피아제의 경우 깃털을 기하학적인 반복패턴으로 가공해 빈틈을 채우는 마퀘트리(상감) 기법에 충실하며, 오와조 앙상떼 엑스트라오디너리 다이얼은 스톤 마퀘트리에 페더 미니어처 아트를 더했습니다. 제 시각에서는 페더 미니어처 아트도 마퀘트리로 부를 수 있어 보입니다. 까르띠에가 꽃잎을 이용했던 모델도 깃털과 마찬가지로 겹쳐 포갠 방식이었음에도 마퀘트리라고 불렀으니까요. 엄밀하게 따지자면 마퀘트리는 빈틈없이 타일을 끼워 맞춰야 하나 요즘 의미를 폭넓게 사용 중입니다. 세 가지 모델이며 세 마리의 다른 새를 테마로 삼았습니다. 각각의 색상을 강조하기 위해 깃털에 염색을 했고 동시에 깃털의 질감을 강조합니다. 지름 38mm, 22개의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SIHH 2015에서 소개되었던 브레이슬릿 모양의 시계인 까데나를 비롯한 신제품과 대표작이 함께 전시되었고, 주얼리와 페어링하여 반 클리프 앤 아펠을 장점을 강조하는 자리였습니다. 

워치스 앤 원더스 2015 반 클리프 앤 아펠 리포트는 여기까지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