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드뷔(Roger Dubuis)는 지난 4월 25일 공개된 워치스앤원더스(Watches & Wonders)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단 2종의 신제품만을 선보였습니다. 연간 5천여 개 정도의 시계를 생산하는 규모가 작은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특성상 늘 그렇듯 신제품 개수는 많지 않지만 각 피스가 주는 울림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2020년 상반기 하이라이트 노벨티 중 하나는 한달 전 선공개한 엑스칼리버 투폴드(Excalibur Twofold)입니다. 앞서 뉴스를 통해 자세히 소개해 드렸지요. 엑스칼리버 투폴드는 순도 99.95%의 실리카를 기반으로 한 무기물 복합 섬유 소재를 세계 최초로 외장 케이스 및 무브먼트에까지 적용한 개성 넘치는 신제품입니다. 또한 루미수퍼비위노바(LumiSuperBiwiNova™)로 명명한 특허 받은 최신 야광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FKM 러버를 몰딩 과정에서 수퍼루미노바를 선택적으로 주입해 스트랩 일부에 마치 야광띠처럼 발광하도록 했지요. 엑스칼리버 투폴드는 하이테크 소재와 기발한 컨셉이 빛나는 신작으로 로저드뷔의 새로운 도약을 보여줍니다.
- 엑스칼리버 디아볼루스 인 마키나 (유니크 피스)
이번 시간에는 또 다른 하이라이트 노벨티인 엑스칼리버 디아볼루스 인 마키나(Excalibur Diabolus in Machina)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름에 사용한 라틴어를 직역하면 '기계 장치의 악마'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시계는 플라잉 투르비용과 미닛 리피터를 결합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유니크 피스입니다.
더블 마이크로 로터 설계의 인하우스 자동 베이스에 플라잉 투르비용과 미닛 리피터 기능을 결합한 이러한 류의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는 2014년 오마주(Hommage) 컬렉션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이래 잊을 만 하면 등장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기억나는 모델은 지난해 SIHH에서 공개한 엑스칼리버 밀레짐(Excalibur Millésime)인데요. 전작과 엑스칼리버 디아볼루스 인 마키나가 한 가지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면, 스켈레톤 무브먼트 위로 노출한 블루 컬러 도금 처리한 끝이 뾰족한 창과도 같은 장식입니다. 12시 방향의 로마 숫자 인덱스 형태 또한 창처럼 길쭉하게 제작해 언뜻 보면 인덱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기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장식입니다. 디아볼루스 인 마키나라는 시계의 이름처럼 악마의 뿔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플랜지에서 뻗어 나와 다이얼 위를 가로지르는 비정형의 가시와도 같은 해당 장식은 또한 로저드뷔를 상징하는 별 모양의 아스트랄 스켈레톤(Astral Skeleton) 디자인을 해체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엑스칼리버 디아볼루스 인 마키나는 케이스의 소재 또한 일반적이지 않은데요. 직경 45mm, 두께 16.8mm 크기의 케이스 및 플루티드 베젤, 크라운, 케이스백은 슈퍼카 제조 및 우주항공 분야에서 사용되는 카테크 마이크로-멜트 바이오뒤어 CCMTM(CarTech Micro-Melt BioDur CCMTM ® in the USA)으로 불리는 크롬-코발트계 합금 신소재를 사용했습니다. 해당 메탈 합금은 스틸 또는 티타늄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내구성과 내부식성이 뛰어나고, 폴리시드 가공했을 때 흡사 거울처럼 빛을 끌어 모아 쨍한 광택을 내는 등 특유의 물성을 자랑합니다. 지난해 발표한 엑스칼리버 밀레짐에 이미 한 번 사용한 적이 있어 아주 생소한 소재는 아닙니다.
- 칼리버 RD0107
무브먼트는 총 558개의 부품과 54개의 주얼로 구성된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RD0107을 탑재했습니다(진동수 3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60시간). 싱글 플라잉 투르비용과 미닛 리피터를 결합한 기존의 RD104 칼리버를 바탕으로 몇 가지 업그레이드 사항이 있습니다. 동일한 기능의 전작들과 달리 다이얼 11시 방향에 시(Hours), 쿼터(Quarters, 15분), 분(Minutes)을 표기한 사파이어 디스크가 놓여져 있는데, 이를 가리켜 브랜드는 톤 플래이백 인디케이터(Tone playback indicator) 혹은 차이밍 인디케이터(Chiming indicator)로 칭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이 활성화되면 로만 인덱스 형태 속에 녹아든 블루 마커가 시, 쿼터, 분 단위를 타종할 때마다 움직이며해당 디스크를 가리켜 직관적으로 타종 단위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미닛 리피터 기능을 제어하는 메인 필러-스핀들 시스템(Main feeler-spindle system)과 해당 디스크를 맞물리게 함으로써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인디케이터가 더해졌습니다.
또한 다이얼 3시와 4시 방향 사이에 레버 형태의 펑션 인디케이터를 추가했습니다. S는 타임 세팅을 뜻하는 이니셜로 해당 위치에 놓이면 시간 조정이 가능하고(크라운을 빼면 바로 해당 포지션에 위치), W는 매뉴얼 와인딩을 뜻해 수동 와인딩이 가능해집니다. 해당 펑션 인디케이터는 또한 미닛 리피터 작동시 실수로 시간 조작을 할 때 발생하기 쉬운 데미지로부터 무브먼트를 보호하는 안전 장치처럼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눈에 띄는 변화로는 리피터 기능을 활성화하는 장치가 과거의 슬라이딩 레버 형태에서 조작이 간편한 푸시피스 형태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매뉴팩처 칼리버 RD0107 역시 제네바산 고급 시계 무브먼트임을 인증하는 푸와송 드 제네브(Poinçon de Genève), 즉 제네바씰을 받았으며, 블루 NAC 코팅 마감한 무브먼트 브릿지 한쪽 면에 제네바씰 문장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더블 마이크로 로터 설계를 적용한 독자적인 매뉴팩처 자동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으며, 톱 브릿지 중앙에도 제네바씰 문장 각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단에는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양자택일)' 형태로 작동하는 리피터 관련 거버너 부품과 함께 타종시 선명한 사운드를 보장하는 한 쌍의 강화 스틸 해머와 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스트랩은 별도의 도구 없이도 누구나 쉽게 교체 가능한 인터체인저블 방식의 블루 컬러 3D 송아지가죽 스트랩을 장착했으며, 버클 역시 쉽게 탈착이 간편한 티타늄 소재의 트리플 폴딩 버클을 적용했습니다. 앞서 강조했듯 엑스칼리버 디아볼루스 인 마키나(Ref. RDDBEX0842)는 단 1피스 제작된 유니크 피스로, 세일즈를 목적으로 한 제품이라기 보다는 매뉴팩처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한 모델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럼에도 판매 가격은 7억 3천만 원대로 책정됐습니다.
엑스칼리버 디아볼루스 인 마키나가 로저드뷔의 기술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