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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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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브랜드가 SIHH를 떠났거나 앞으로 떠날 예정이죠. 반면 새롭게 합류한 브랜드도 있습니다. 올해 SIHH에 첫 발을 내디딘 보베 1822(Bovet 1822, 이하 보베)는 거대 그룹에 속하지 않은 독립 브랜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들은 무브먼트 개발은 물론이고 핵심 부품인 이스케이프먼트와 밸런스 스프링까지 자체 생산합니다. 1822년 에두아르 보베(Edouard Bovet)가 설립한 보베는 중국(당시 청나라)에서 고급 시계의 대명사로 통하며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20세기 중반부터 시계 생산을 멈춘 보베는 2001년 레바논 출신의 파스칼 라피 회장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습니다. 2006년 투르비용 무브먼트 전문 제조업체 STT(현 디미에르 1738)를 인수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보베는 조금씩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쇼파드, 파르미지아니와 함께 플러리에(Fleurier)를 거점으로 삼고 있는 보베는 생산량이 약 2500개에 불과한 소규모 브랜드지만 워치메이킹에 대한 이해도나 제작 수준은 여타 고급 시계 브랜드에 결코 뒤쳐지지 않습니다. 지난해 GPHG에서는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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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tuoso IX Double Time Zone 10-Day Power Reserve Big Date Flying Tourbillon
비르투오소 IX 더블 타임존 10-데이 파워리저브 빅 데이트 플라잉 투르비용

비르투오소는 보베의 대들보에 해당하는 플러리에 컬렉션의 한 축을 맡고 있습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연주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기능을 조합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앞세웁니다. 투르비용에 특화된 브랜드답게 비르투오소와 같은 복잡한 시계에는 거의 예외 없이 투르비용이 포함된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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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중시계를 연상케 하는 케이스는 보베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학적 디자인이 케이스에 담긴 전부는 아닙니다. 여기에는 복잡하고 정교한 기능이 숨어 있습니다. 특허를 받은 아마데오 컨버터블(Amadeo® convertible) 케이스는 보베가 1939년에 고안한 이젤 워치(Easel watch)에서 착안한 것으로, 아무런 도구 없이 시계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활처럼 생긴 고리 양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스트랩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시계를 뒤집어 힌지로 고정된 케이스백을 젖히면 반대쪽 스트랩이 자연스럽게 분리됩니다. 과거에는 케이스백에 있는 버튼을 손톱으로 눌러 젖혀야 했으나 지금은 크라운을 누르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케이스백을 닫지 않으면 탁상시계로, 다시 케이스백을 닫고 스트랩 대신 체인을 연결하면 회중시계(여성용은 펜던트 워치)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시계 하나가 세 가지 형태로 변하는 겁니다. 비르투오소 IX처럼 앞뒤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모델은 뒤집어서 착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경우의 수가 4개로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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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투오소 IX는 두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전면에는 방사형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파란색 기요셰 다이얼이 자리합니다. 문양을 새긴 뒤 여덟 번에 걸쳐 래커를 칠하고 폴리싱을 해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오른쪽에 있는 서브 다이얼은 시간을, 10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과 작은 창은 24개 도시의 시간을 알려줍니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정 중앙의 바늘은 분을 가리킵니다. 케이스 측면에 삽입한 버튼을 이용해 도시와 해당 시간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6시 방향에는 블루 사파이어로 장식한 플라잉 투르비용은 1분에 한 바퀴씩 회전합니다. 투르비용 케이지를 마감하는데 꼬박 이틀이 걸린다고 합니다. 투르비용 양 옆으로 빅 데이트와 파워리저브 게이지가 여백을 빈틈없이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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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뒤집으면 톱니바퀴와 투르비용의 협주가 펼쳐집니다. 중앙에는 시간과 분을 알려주는 다이얼이 있습니다. 블루 CVD 코팅한 오픈워크 브리지는 보베가 19세기에 제작한 무브먼트를 재해석한 겁니다. 표면에는 브리 드 베흐(bris de verre) 모티프라고 칭하는 독특한 패턴을 새겼습니다. 파란색 브리지와 로듐 코팅한 플레이트, 황동으로 만든 톱니바퀴와 골드 핸즈, 붉은 보석이 강렬한 색의 대비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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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투오소 IX 더블 타임존 10-데이 파워리저브 빅 데이트 플라잉 투르비용 Ref. AIVIX001

핸드와인딩 칼리버 17BM04-DFR의 시간당 진동수는 18,000vph(2.5Hz), 파워리저브는 10일입니다. 파워리저브가 이렇게 긴 핸드와인딩 무브먼트는 와인딩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보베는 와인딩 피니언과 슬라이딩 피니언으로 구성된 와인딩 메커니즘에 독특한 차동기어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이로써 크라운을 몇 번 만 돌려도 메인스프링을 완전히 감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와인딩 메커니즘에 큰 부하가 걸리는 걸 방지했다고 합니다. 케이스 지름과 두께는 각각 46.3mm와 16mm입니다. 아마데오 컨버터블 시스템과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로 인해 크기는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수는 30m입니다. 레드골드, 화이트골드, 플래티넘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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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écital 26 Brainstorm® Chapter One
레시탈 26 브레인스톰 챕터 원

아마데오 컨버터블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 디미에르(Dimier) 라인의 신작입니다. 26이라는 숫자는 제작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번호를 매기는 보베만의 작명법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시계가 26번째 시계인 것은 아닙니다. 중간에 누락된 번호도 있습니다. 앞에서 바라보면 평범한 원형 시계처럼 생겼습니다. 하지만 살짝 옆으로 돌리면 이내 비범함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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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케이스는 12시 방향에서 6시 방향으로 갈수록 얇아집니다. 글을 쓰기 편하도록 비스듬하게 만든 책상(writing slope)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돔이나 구체형 디스크 또는 롤러가 들어간 모델에 적용합니다. 단순히 공간을 확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무브먼트까지도 기울임으로써 뛰어난 가독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입체감까지 살렸습니다. 지름 48mm, 두께 15.5mm의 케이스와 베젤은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제작해 투명한 시야를 제공합니다. 이에 반해 러그와 케이스백은 5등급 티타늄으로 제작했습니다. 방수는 30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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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비용을 가리지 않게끔 다이얼을 절개하는 건 보베의 디자인 규칙입니다. 중앙을 살짝 벗어난 검은색 다이얼과 두 개의 바늘은 시간과 분을 표시합니다. 다이얼은 자동차 휠의 림이나 우뚝 솟은 산봉우리를 떠오르게 합니다. 12시 방향에는 달을 형상화한 돔 형태의 디스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달 표면을 묘사한 디스크에는 슈퍼루미노바를 칠했습니다.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바라본 달의 모양을 알려주는 두 원판은 어벤추린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이얼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빅 데이트, 오른쪽에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배치했습니다. 핸드와인딩 칼리버 17DM04-SMP는 10일 파워리저브를 제공하며, 시간당 진동수는 18,000vph(2.5Hz)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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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écital 22 Grand Récital 9-day Flying Tourbillon Tellurium-Orrery and Retrograde Perpetual Calendar
레시탈 22 그랑 레시탈 9 데이 플라잉 투르비용 텔루리움-오렐리 레트로그레이드 퍼페추얼 캘린더

GPHG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에귀유 도르(Aiguille d’Or)를 수상한 작품으로, 보베가 추구하는 럭셔리 워치메이킹의 정수를 담았습니다. 레시탈 18과 레시탈 20의 뒤를 이은 천문 3부작의 완결판이기도 합니다. 이 시계에는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이 있습니다. 먼저 6시 방향에 있는 플라잉 투르비용은 태양을 의미합니다. 티타늄으로 제작한 케이지는 1분에 1회전 합니다. 다음은 지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구체형 디스크입니다. 핸드페인팅으로 육지, 사막, 산, 바다, 숲을 묘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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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야광도료를 칠해 어두운 밤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자리에는 24시간을 나타내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이 디스크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자전하듯이 하루에 한 바퀴 회전합니다. 지구 옆에 붙어 있는 동그란 물체는 바로 달입니다. 달은 지구의 움직임에 따라 29.53일에 한 바퀴씩 회전합니다. 이는 달의 삭망월 주기를 정확히 계산한 겁니다. 문페이즈의 오차는 122년에 단 하루에 불과합니다. 달 표면(흰색)과 보이지 않는 반대편(검은색)으로 나눈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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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왼쪽에는 레트로그레이드 분, 오른쪽에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자리합니다. 두 다이얼은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둥글게 제작했습니다. 파란색 바늘도 다이얼의 경사를 따라 구부렸습니다. 7시 방향의 렌즈는 날짜를 확대해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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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페추얼 캘린더와 관련된 정보는 반대편에 몰려 있습니다. 네 개의 작은 창은 각각 요일, 월, 윤년 그리고 시간을 알려줍니다. 1부터 31까지의 숫자가 적혀 있는 검은색 디스크는 날짜를 의미합니다. 놀라운 건 날짜 디스크가 레트로그레이드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한다는 겁니다. 핸드와인딩 칼리버 17DM03-TEL는 472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파워리저브는 9일, 시간당 진동수는 18,000vph(2.5Hz)입니다. 퍼페추얼 캘린더를 조작하는 방식은 매우 간편합니다. 케이스 상단 러그 사이에 설치한 버튼을 누르면 날짜와 요일이 한 칸씩 앞으로 넘어갑니다. 케이스 지름은 46.3mm, 두께는 19.6mm입니다. 방수는 30m입니다. 레드골드와 플래티넘 버전으로 출시하며, 총 60개 한정 생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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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탈 22 그랑 레시탈 9데이 플라잉 투르비용 텔루리움-오렐리 레트로그레이드 퍼페추얼 캘린더 Ref. R2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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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탈 22 그랑 레시탈 9데이 플라잉 투르비용 텔루리움-오렐리 레트로그레이드 퍼페추얼 캘린더 Ref. R2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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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écital 21 Perpetual Calendar with Retrograde Date
레시탈 21 퍼페추얼 캘린더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

라이팅 슬로프(writing slope) 케이스에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를 장착했습니다. 투르비용이 없어 화려함은 덜한 듯 하지만 적지 않은 기능을 보유했습니다. 케이스 중앙에 위치한 작은 다이얼을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가 둘러싸고 있으며, 왼쪽에는 투르비용과 비슷한 시각적 효과를 주는 스몰 세컨드가 자리합니다. 세 개의 작은 창은 요일과 월 그리고 윤년을 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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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서 볼 수 있는 무브먼트의 구조도 비교적 단순합니다. 코트 드 제네바 기법으로 장식한 플레이트와 브리지 사이사이로 갖가지 톱니바퀴가 노출되어 있습니다. 바람개비처럼 생긴 바늘은 초를, 밸런스 휠 왼쪽에 있는 바늘은 파워리저브를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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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지름은 44.4mm, 두께는 15.5mm입니다. 케이스 소재(레드골드 또는 티타늄)와 다이얼 디자인(코트 드 제네바 또는 플러리잔 인그레이빙)에 따라 총 네 가지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핸드와인딩 칼리버 113DM05-QPR의 파워리저브는 5일,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입니다. 


+ 그 밖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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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투오소 VIII 10 데이 플라잉 투르비용 빅 데이트

감각적인 디자인과 입체감 넘치는 구조가 돋보입니다. 흘러내리는 물방울처럼 생긴 다이얼 끝에는 빅 데이트가, 왼쪽의 원형 다이얼에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있습니다. 끌로 찍어서 파내고(chiseled) 핸드 인그레이빙으로 무늬를 새긴 무브먼트가 화려함을 배가시킵니다. 레드골드와 화이트골드 케이스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각각 39개 한정 생산됩니다. 케이스 지름과 두께는 각각 44mm, 13.45mm입니다. 핸드와인딩 칼리버 17BM03-GD는 10일 파워리저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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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오 플러리에 39 & 43

보베가 자랑하는 핸드페인팅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장인정신과 예술성은 보베가 설립 당시부터 추구해온 가치이기도 합니다.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동물이나 풍경을 그린 다이얼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제작 기간이 늘어납니다. 핸드페인팅뿐만 아니라 인그레이빙이나 기요셰 또는 에나멜 다이얼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아마데오 컨버터블 케이스를 적용해 시계 하나로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케이스 지름은 39mm와 43mm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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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탈 23 문페이즈

진하게 풍기는 서정적인 분위기와 여성용 모델에 처음으로 적용한 오벌 형태의 라이팅 슬로프 케이스가 돋보이는 제품입니다. 10개의 라운드 다이아몬드로 꾸민 어벤추린 다이얼로 우아한 자태를 뽐냅니다. 돔 디스크를 이용해 3차원의 문페이즈를 구현합니다. 유성과 플러리잔(Fleurisanne) 인그레이빙 등 화려한 조각과 장식으로 한껏 멋을 부렸습니다. 풀 와인딩 시 62시간 동안 구동하는 셀프와인딩 칼리버 11DA17-MP를 탑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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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조우한 보베는 여전히 뚜렷한 정체성을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디자인과 화려한 워치메이킹에 매료된 애호가들이 분명 존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대한 럭셔리 워치메이커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들만의 개성을 유지하는 모습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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