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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홍콩에서 옥션 하우스 필립스(Phillips)가 주관하는 홍콩 워치 옥션 식스(Phillips Hong Kong Watch Auction: SIX)가 열렸습니다. 출품된 231개의 시계 가운데 216개가 낙찰됐고, 총 판매 수익은 124,633,750홍콩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1억67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경매는 47개국에서 온 컬렉터를 비롯해 온라인으로 경매에 참가한 인원이 460명이 넘을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최고가를 기록한 상위 10개 제품은 시계 경매 시장의 쌍두마차인 파텍 필립(6개)과 롤렉스(4개)가 싹쓸이했습니다. 수많은 품목 가운데 컬렉터는 물론 애호가의 구미를 당긴 하이라이트 제품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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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난해 탄생 50주년을 맞은 롤렉스 씨-드웰러(Sea-Dweller)의 초창기 모델인 Ref. 1665입니다. 1967년 롤렉스는 서브마리너와 비슷한 디자인에 방수 능력을 향상시킨 씨-드웰러를 소개했습니다. 본래 씨-드웰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상업용 제품이 아니라 해양 연구용 해저 거주 실험인 씨랩(SeaLab)과 텍타이트 해비타트(Tektite habitat) 프로그램 지원을 목적으로 개발한 전문 다이버 워치였죠. 씨-드웰러와 서브마리너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은 헬륨 배출 밸브의 유무입니다. 롤렉스는 다이버가 챔버에서 감압 과정을 거칠 때 시계 속으로 침투한 헬륨에 의해 유리가 튀어나오는 걸 막고자 헬륨을 안전하게 배출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헌데 이 씨-드웰러에는 헬륨 배출 밸브가 없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롤렉스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이루어진 두 실험에 시계를 따로 공급했던 게 원인입니다. 씨랩(해저 185m)과 달리 수중 15m에서 진행된 텍타이트 해비타트는 감압도, 헬륨 배출 밸브도 필요치 않았습니다. 이 시계는 텍타이트 해비타트를 위한 시계였던 겁니다. Ref.1665는 열 개가 채 되지 않는 극소량만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시계는 싱글 레드가 아닌 더블 레드 다이얼을 가진 희귀 모델입니다. 이는 연구용으로 제작된 프로토타입이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낙찰가는 4,900,000홍콩 달러(약 6억7500만원)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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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빈티지 롤렉스, 특히 GMT-마스터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군침을 흘릴만한 모델입니다. 첫 번째 GMT-마스터인 Ref.6542는 다시 볼 수 없는 독특함 덕분에 수집 대상으로 꼽힙니다. 우선 케이스에는 크라운가드가 없습니다. 돌출된 크라운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한 크라운가드는 롤렉스를 상징하는 요소지만 1950년대 프로페셔널 모델을 처음 생산할 당시에는 크라운가드가 없는 모델이 있었습니다. 이 시계도 그중 하나입니다. 허나 가치를 치솟게 만드는 요인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베젤입니다.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양분한 베젤의 소재는 베이클라이트(Bakelite)라고 하는 합성 플라스틱입니다. 롤렉스는 빛 반사가 적은 베이클라이트를 파일럿 워치인 GMT-마스터에 적용했지만 곧 심각한 결함을 발견합니다. 베젤이 쉽게 깨졌던 겁니다. 롤렉스는 후속 모델부터 베젤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습니다. 베이클라이트 버전은 수리의뢰가 들어오면 베젤을 교체해 주었습니다. 베이클라이트 베젤이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 시계의 소장 가치는 충분합니다. 낙찰가는 2,125,000홍콩 달러(약 2억9300만원)입니다. 두 가지 이유만으로 낙찰가가 이렇게 높을 순 없겠죠. 진짜 비밀은 크라운에 있습니다. 롤렉스는 매우 드물게 왼손잡이용 시계를 제작했습니다. 왼손잡이용 시계는 무브먼트와 케이스를 180° 돌리기만 하면 될 정도로 제작이 어렵지 않습니다. 헌데 이럴 경우 러그 사이에 숨겨 놓은 일련 번호의 위치가 바뀌고 맙니다. 하지만 이 시계는 롤렉스의 다른 빈티지 스포츠 워치처럼 12시 러그 사이에 제품 번호, 6시 러그 사이에 고유 번호가 새겨져 있습니다. 롤렉스가 처음부터 왼손잡이용을 염두에 뒀다는 걸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낙찰가는 2,125,000홍콩 달러(약 2억9300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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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 필립 최초의 셀프와인딩 모델인 Ref. 2526도 흥미로운 제품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이 시계는 검은색 다이얼과 금색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가 매력적입니다. 브랜드 아카이브를 통해 인증을 받은 모델로, 해당 디자인의 시계가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초기 모델답게 로터에 볼 베어링을 사용하지 않은 셀프와인딩 칼리버 12-600 AT을 탑재했습니다. 낙찰가는 2,375,000홍콩 달러(약 3억2700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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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1952년부터 1963년까지 65개만 생산된 퍼페추얼 캘린더 Ref. 2438/1(Lot 864), 크로노그래프 퍼페추얼 캘린더 Ref.1518(Lot 985), 어드밴스드 리서치 아쿠아넛 Ref. 5650G-001(Lot 926) 등 다양한 시계가 새로운 주인의 품에 안기게 됐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필립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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