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9일 스위스 제네바 레만 극장에서는 제17회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rand Prix d’Horlogerie de Genève, GPHG)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올해는 14개 부문에 걸쳐 사전 심사를 거쳐 선정된 총 72개의 시계들이 경쟁한 가운데 15개 모델이 최종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주요 수상 시계들을 한 자리에 모아 소개합니다.
“Aiguille d’Or” Grand Prix Prize
에귀유 도르 (그랑프리)
우선 가장 영예로운 그랑프리인 에귀유 도르(Aiguille d’Or, 황금바늘상)는 쇼파드(Chopard)의 L.U.C 풀 스트라이크(Full Strike)가 차지했습니다. 매뉴팩처 20주년을 기념하며 선보인 브랜드 첫 미닛 리피터 손목시계인데요. 새로운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 L.U.C 08.01-L 개발에 투자된 R&D 기간만 약 17,000 시간, 스트라이킹 메커니즘과 관련한 주요 부품들 중 와인딩 후 리피터 기능을 구동케 하는 트리거 장치, 분을 표시하면서 타종과 연관되는(미닛 해머 관련) 장치, 그리고 최초로 사파이어 크리스털과 차임을 발생시키는 공을 하나의 블록으로 연결한 독창적인 설계와 관련해 총 3건의 특허가 출원 중에 있습니다.
- 에귀유 도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쇼파드 공동대표 칼 프리드리히 슈펠레(Karl-Friedrich Scheufele)와 캐롤린 슈펠레(Caroline Scheufele) 남매
올해 4월 말에는 쇼파드 공동 대표 칼-프리드리히 슈펠레 회장이 방한해 L.U.C 풀 스트라이크를 직접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L.U.C 풀 스트라이크를 자신있게 소개하던 슈펠레 회장의 모습이 지금도 선연하게 떠오르는군요.
Ladies’ Watch Prize
여성 시계 부문
올해 GPHG 여성 시계 부문에는 샤넬(Chanel)의 프리미에르 까멜리아 스켈레톤(Première Camélia Skeleton) 워치가 선정되었습니다. 샤넬 워치 3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이자 브랜드의 두 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칼리버 2를 탑재한 아름다우면서도 발전한 워치메이킹 기술력이 돋보이는 시계입니다.
Ladies’ High-Mech Watch Prize
여성 하이-메크 워치 부문
올해 가장 돋보인 여성용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수상하는 여성 하이-메크 워치 부문에는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의 레이디 아펠 빠삐옹 오토메이트 워치(Lady Arpels Papillon Automate watch)가 차지했습니다.
Men’s Watch Prize
남성 시계 부문
올해 GPHG 남성 시계 부문은 큰 이변없이 불가리(Bulgari)의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Octo Finissimo Automatic)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습니다. 무브먼트 두께 2.23mm, 케이스 두께 5.15mm로 등장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얇은 오토매틱 시계로 신기록을 수립했는데요. 울트라씬 손목시계 제조 역사에 새로운 기록제조기로 거듭난 불가리의 탄탄한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시계입니다.
Chronograph Watch Prize
크로노그래프 워치 부문
크로노그래프 워치 부문은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Parmigiani Fleurier)의 톤다 크로노 아니베세(Tonda Chronor Anniversaire)가 수상했습니다. 2016년 브랜드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선보인 리미티드 에디션으로서 브랜드 최초로 완전히 통합된 인티그레이티드 크로노그래프 설계에 하이비트(5헤르츠), 스플릿 세컨드 기능까지 더한 특색있는 수동 무브먼트가 돋보였습니다.
Tourbillon and Escapement Watch Prize
투르비용 & 이스케이프먼트 워치 부문
투르비용 부문에는 불가리(Bulgari)의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스켈레톤(Octo Finissimo Tourbillon Skeleton)이 차지했습니다. 2014년 최초 발표 당시 1.95mm 두께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투르비용 무브먼트 신기록을 세운 BVL 268 칼리버를 바탕으로 오픈워크 가공한 버전을 탑재한 개성적인 신제품입니다.
Calendar Watch Prize
캘린더 워치 부문
캘린더 워치 부문에는 스위스 라쇼드퐁의 독립 시계제조사 그뢰벨 포지(Greubel Forsey)의 QP 아 에콰시옹(QP à Équation)이 차지했습니다. 2014년 SIHH서 첫 선을 보인 콴티엠 퍼페추얼(Quantième Perpétuel, QP는 이니셜임) 즉 퍼페추얼 캘린더 및 투르비용을 동시에 갖춘 시계로서, 단 25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원통형의 독자적인 메캐니컬 컴퓨터로 불리는 장치를 통해 이퀘이션 오브 타임(균시차) 기능까지 구현하고 있습니다.
Travel Time Watch Prize
트래블 타임 워치 부문
트래블 타임, 즉 세컨 타임존(GMT)을 함께 표시하는 시계 중 GPHG는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Parmigiani Fleurier)의 토릭 헤미스피어 레트로그레이드(Toric Hemisphères Rétrograde)를 수상했습니다.
Mechanical Exception Watch Prize
메캐니컬 익셉션 워치 (특별 기술) 부문
기술적 성취가 가장 돋보이는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선정하는 메캐니컬 익셉션 워치 부문에는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의 레 캐비노티에 셀레스티아 애스트로노미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3600(Les Cabinotiers Celestia Astronomical Grand Complication 3600)가 최종 선택을 받았습니다.
총 23개에 달하는 애스트로노미컬(천문) 컴플리케이션을 한데 모은 이 특별한 유니크 피스를 위해 바쉐론 콘스탄틴은 무려 5년의 세월을 투자했다고 하는군요. 복합적이고 보다 정밀한 천문시계를 완성하기 위해 바쉐론 콘스탄틴은 새로운 3600 칼리버에 세 개의 기어 트레인 설계를 적용하고, 각각의 기어 트레인으로 상용시(표준시, Standard Time), 태양시(Solar Time), 항성시(Sidereal Time)를 표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구의 공전 궤도가 타원이므로 상용시 체계로는 채워지지 않는 시간대를 태양시(태양의 일주운동을 기준으로 만든 시간)와 항성시(춘분점의 운동을 기준으로 측정한 시간)까지 함께 표시함으로써 실제 천체의 움직임에 가장 근접한 최상의 천문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완성하겠다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완벽주의가 반영된 결실입니다.
“Petite Aiguille” Watch Prize
쁘띠 에귀유 워치 부문
스위스 리테일가 기준 5,000 프랑 미만대에서 GPHG가 선정한 올해의 시계는 튜더(Tudor)의 블랙 베이 크로노(Black Bay Chrono)입니다. 고전적인 디자인에 탑재된 자동 무브먼트(MT5813)는 브라이틀링으로부터 공급받은 칼리버 B01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Sports Watch Prize
스포츠 워치 부문
스포츠 워치 부문에는 율리스 나르당(Ulysse Nardin)의 레가타 카운트다운 기능을 갖춘 신제품, 마린 레가타(Marine Regatta)가 수상했습니다.
Jewellery Watch Prize
주얼리 워치 부문
주얼리 워치 부문에는 쇼파드(Chopard)의 로터스 블랑 워치(Lotus Blanc Watch)가 차지했습니다. 연잎을 형상화한 봉우리가 열리면 감춰져 있던 다이얼이 등장하는 하이 주얼리 시크릿 워치입니다. 플래티넘 케이스에 무려 25.66 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세팅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단 한 피스만 제작된 유니크 피스입니다.
Artistic Crafts Watch Prize
아티스틱 크래프츠 워치 부문
말 그대로 예술공예적인 가치가 돋보이는 시계에 선정하는 상에는 핀란드 출신의 독립 시계제작자 카리 부틸라이넨(Kari Voutilainen)의 신작 부틸라이넨 뱅트 위 아키-노-쿠레(Voutilainen Vingt-8 Aki-No-Kure)가 영광을 안았습니다.
일본 전통 래커 공예 스튜디오인 운류안(Unryuan)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스위스 오뜨 오롤로지(파인 워치메이킹)와 일본 전통 공예가 만난 독특한 아트 피스를 완성했습니다. 다이얼은 가을 바람에 흩날리는 팜파스그래스(일본산 갈대의 일종)의 잎사귀를 형상화했는데, 래커 다이얼 위에 골드를 흩뿌리는 일본 전통 공예 기술인 일명 ‘마키에(Makie)’가 적용되었습니다. 그리고 라덴(Raden)으로 불리는 기술을 응용해 얇게 조각낸(그린과 골드 컬러 처리된) 마더오브펄 인레이를 블랙 래커 위에 장식하는 식으로 꾸며졌습니다.
그리고 덮개 안쪽은 더욱 화려합니다. 안쪽 전면에는 블랙 래커 바탕에 바다고둥(소라)과 전복에서 유래한 조각들을 부착하고, 다양한 마키에 기법을 응용해 골드 파우더를 흩뿌려 수면 위를 나는 잠자리의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또한 무브먼트 플레이트(저먼 실버 베이스) 상단에도 블랙 래커 처리 후 래칫 휠 부분에는 전복 껍질을 덧붙이고, 나머지 부분에는 마키에 기법으로 골드 조각을 붙이는 식으로 완성했습니다.
“Revival” Prize
리바이벌 부문
올해 가장 돋보이는 복각 시계에 수여하는 리바이벌상에는 론진(Longines)의 론진 애비게이션 빅아이(The Longines Avigation BigEye)가 수상했습니다. 1930년대 선보인 자사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에서 영감을 얻은 인상적인 리이슈 파일럿 모델이었지요.
Innovation Prize
이노베이션(혁신) 부문
혁신적인 기술력을 보여준 시계에 선정하는 이노베이션상은 제니스(Zenith)의 데피 랩(Defy Lab)에 돌아갔습니다.
기존의 오실레이터와 레버 이스케이프먼트 설계를 완전히 탈피한 혁신적인 단일 구조의 오실레이터를 개발함으로써 기계식 무브먼트의 영원한 딜레마이자 화두인 마찰, 윤활 문제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노크리스탈 실리콘(Monocrystalline Silicon)으로 제작한 단일 구조의 오실레이터는 시간당 15헤르츠(108,000회 진동)의 진동수를 자랑합니다. 이는 제니스를 대표하는 하이비트 자동 칼리버의 대명사 엘 프리메로의 그것보다 3배 높은 수치이며, 기존 밸런스 휠의 진폭이 300도를 넘는데 비해, ZO 342의 오실레이터는 +/- 6도의 진폭을 유지합니다. 이로써 일오차가 48시간 기준으로 단 +/- 0.5초에 불과해 기계식 무브먼트로는 믿기 힘들 정도로 고도의 정확성을 자랑합니다. 관련해 프랑스의 브장송 천문대(Besancon Observatory)에서 크게 세 부문에 걸쳐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더불어 항자 성능 역시 추가적인 이너 케이스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88,000 암페어(1,100 가우스)까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Special Jury Prize
심사위원 특별상
- 맨 앞줄 중앙의 두 여인이 수잔 로어(左)와 아니타 포르셰(右)
마지막으로 심사위원 특별상에는 스위스에 몇 안 되는 마스터 에나멜러인 수잔 로어(Suzanne Rohr)와 아니타 포르셰(Anita Porchet)가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파텍필립,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바쉐론 콘스탄틴 등 수많은 메종과 작업한 베테랑 에나멜 페인팅 장인들로서 이번 수상이 사실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참고로 이번에 수상한 15개 시계들은 오는 12일까지 제네바 예술역사박물관(MAH)에서 무료 전시한 후, 11월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제3회 두바이 워치 위크(Dubai Watch Week) 기간에도 공개 전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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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쉐론이 저는 제일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