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에서 만난 아시아. 까르띠에와 바우어 재단의 <꿈꾸는 아시아>展
'Out of SIHH' 2탄은 까르띠에 전시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SIHH 기간 중에는 제네바 근처에서 다양한 전시들이 열립니다.
- 제네바에 위치한 극동아시아 미술관(바우어 재단)
까르띠에의 <꿈꾸는 아시아> 전시(2015년 11월 12일~2016년 2월 14일)는 제네바에 위치한 바우어 재단(Fondation Baur)이 운영하는 극동 아시아 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바우어 재단의 시작은 컬렉터 알프레드 바우어에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위스 출신인 그는 1884년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스리랑카로 향해 그곳에서 22년간 사업을 하며 크게 성공을 거두고1906년 스위스로 다시 돌아옵니다. 그곳에서 그가 매료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아시아'입니다. 20세기 초 처음으로 예술품을 구입하며 컬렉터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금으로 채색한 사츠마 자기, 일본검, 청동 혹은 상아 조각, 판화, 옷에 다는 네츠케 장식, 일본 칠기, 칠보, 담배를 넣는 중국의 비연호 등 이국적인 오브제들을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1923~1924년에 걸쳐 아내와 함께 인도, 중국, 한국, 일본 등을 방문한 이후 아시아에 더욱 격렬하게(!) 심취합니다. 슬하에 자녀를 두고 있지 않았던 바우어는 아예 제네바에서 저택 하나를 구입해 이를 미술관으로 변모시킵니다. 이곳이 이후 극동 아시아 미술관이 된 것이죠. 이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바우어 재단입니다. 스위스 한복판에서 만나는 극동 아시아 미술관이라, 꽤 이색적이었습니다.
바우어 재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100여 점 이상의 작품, 그리고 동시대에 제작된 160여 점의 엄선된 까르띠에 컬렉션과의 일종의 컬래버레이션(!) 전시는 아시아가 유럽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참고로 까르띠에가 소장하고 있는 빈티지 피스들을 까르띠에 컬렉션이라고 부릅니다. 지금도 전담 팀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의미 있는 까르띠에 제품을 찾아 헤매고 있죠.) 전시의 큐레이팅은 중국 전문가이기도 한 에스텔 니클레스 판 오셀트(Estelle Niklès van Osselt)가 맡아 까르띠에와 아시아 간의 긴밀한 연결고리에대해 보여줍니다. 까르띠에가 디자인에 있어 아시아에서 많은 영감을 가져온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만, 그것이 역사적, 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같은 전시를 만드는 동기가 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19~20세기 들어 서양 세계는 동양의 신비에 매료되었습니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에서 제작한 흥미로운 오브제들은 아시아에 대한 환상을 더욱 불러일으켰고, 유럽의 예술세계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알프레드 까르띠에와 그의 세 아들 루이, 피에르, 자크 까르띠에도 예외는 아니었고, 이는 컬렉터 알프레드 바우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하에 위치한 <꿈꾸는 아시아>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중국 황실 자기, 귀금속으로 꾸민 칠기, 비단, 화려하게 장식한 옥, 화려하게 채색한 법랑, 일본검, 판화, 그리고 이와 더불어 까르띠에의 다이아몬드 파고다, 옥으로 제작한 용, 봉황 등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주제는 크게 '아시아 정원에서(In an Asian Garden)', '신비로운 동물: 잠자리(A Wondrous Bestiary: the Dragonfly)', '선과 기호: 장수(Lines and Signs: Longevity)' 등으로 나뉘어 살펴볼수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섬세하게 깎은 자개 조각들로 꽃들이 만개한 나무를 상감세공한 장식품이나 아름다운 꽃을 채색한 청나라의 법랑 자기(바우어 재단 소장품) 옆으로 모란, 연꽃, 벚꽃, 국화 등을 주제로 한 까르띠에 주얼리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식이었습니다. 특히 아직 유럽에 이러한 꽃들이 알려지기도 전에 이런 식으로 묘사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또 일본에서 만들어진 잠자리 모티브의 세라믹 케이스(바우어 재단 소장품) 옆에는 1953년 제작된 까르띠에의 잠자리 클립 브로치가, 장수를 의미하는 글씨를 새긴 연적(바우어재단 소장품) 옆에는 비슷한 모티브의 문양으로 장식한 까르띠에의 브로치가 자리하며 앙상블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익살스럽고 뚱뚱한 모습의 부처, 다양한 모습으로 형상화된 용, 거북, 잉어, 사자개, 용, 나비, 새, 페키니즈 등 다양한 테마의 오브제들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페키니즈에는재미있는 일화가 숨겨져 있었는데요. 페키니즈는 1860년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로 받기 전까지는 유럽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종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청 왕조가 몰락하면서 중국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정되는데, 웰링턴 공작 부인이 가져온 한 쌍의 강아지 덕분에 페키니즈 종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하네요(그리고 10여 년 후 중국인들이 다시 영국에서 중국으로 페키니즈를 데려갔다고 합니다). 또 일본을 주제로 한 부분도 눈에 띄었는데요. 일본 여성들의 헤어 스타일, 화려한 기모노, 전통 벨트인 오비(바우어 재단 소장품), 그리고 여기에서영감을 받은 까르띠에의 주얼리가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까르띠에의 시그너처라 할 수 있는 '미스터리 클록(Mystery Clock)'에 할애한 섹션이었습니다. 산호, 옥, 에나멜, 자개 등 온갖 화려한 소재와 다양한 기법을 총동원한 아름다운 미스터리 클록들과 함께 이와 비슷한 모티브로 장식한 오브제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실 까르띠에는 주얼러이기는 하지만 단지 아름다운 보석을 만드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손목 시계, 탁상시계, 여성들이 작은 소품들을 담을 수 있는 배니티 케이스(vanity case), 데스크용 소품, 흡연가를 위한 액세서리 등 우아하고 품격 있는(!) 제품들을 다수 선보여왔습니다. 러시아,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극동 아시아에서 영감을 받은 20세기 까르띠에 작품을 만나는 재미도 매우 쏠쏠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영감을 받은 제품은 찾아볼 수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머나먼 유럽에서 아시아를 주제로 한 스위스 컬렉터의 진귀한 컬렉션, 그리고 프랑스 출신 주얼러 까르띠에가 아시아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들을 함께 접한 것은 예상치 못했던 만남이라 더욱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아, 참고로 이번 <꿈꾸는 아시아>전에는 한국 관련 작품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극동 아시아 미술관 자체 소장품 중에는 고려 시대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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