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시계의 ‘기’자도 모르는 완전 초보를 위한(?) 매우 불친절한 Q&A 가이드 3

며칠 기계식 시계 차보니까 왠지 정감이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은 좀 안 맞지만 말이죠. 핸드폰 시계로 재보니까 하루에 한 10초는 빨라지는데 이거 반품해야 되야 하지 않아요?

가이드 1에서 말했잖어~~ 시계도 뽑기 운이라고. 10초면 되게 양호하구만. 괜히 애꿎은 사람들만 괴롭히지 말고 개념을 좀 잡으세요. 제발~~

그럼 이거 반품 할려면 오차 얼마나 나야 하는데요? 하루에 1분 정도는 나야 되나?

1분이 넘으면 생활에 불편 내지는 지장이 있을 수 도 있죠. 세이코에서 가장 하급의 기계식 시계라도 그 정도는 아니니까. 대략 ±35 초 내외면면 그 정도 급에서는 정상으로 봐야 됩니다. 억울하면 더 비싼 거 사시던가 아니면 그냥 핸드폰시계 보시던가. 그리고 실컷 차다가 반품하겠다는 심보는 또 뭡니까?

글고 실제 착용을 할 때 발생하는 오차는 시계를 가만히 놔두고 측정했을 때의 오차와 다르기도 하니까 오차가 심하지 않으면 너무 신경 쓰지 마삼. 자기만 피곤해 지니까.

누가 진짜로 반품한데요? 농담 한번 해본걸 가지고선. 마지막으로 기계식 시계 사용할 때 주의점을 알려줘요. 도와주면 로또 1등 당첨 되었을 때 모른 척 하지 않을께. 바쉐론 콘스탄틴인지 바쉐론 콘스탄튼지 하나 사줄께요.

로또 1등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도 마시고.

혹시 목욕탕 갈때도 시계 차고 가진 않죠?

차고 가는데요?

괜히 큰돈 블여 산 시계 차고 가서 시계 잃어버리거나 망치지 말고 속 편하게 집에도 놓고 댕겨오시죠. 사우나 같이 뜨거운데 들어가면 방수용 고무 패킹이 다 늘어나서 방수기능 떨어지니까 절대 금물. 30미터 방수되는 시계가 실제로 30미터 못 들어가니까 호기심에 시계 차고 탕에 들어가지 말고요.

30미터 방수라면서 탕에도 못 들어가면 사기 아녜요? 말이 틀리잖아.

움직임이 없는 깊이 30미터 물과 같은 환경에서 가능하다는 이야깁니다. 맘 편히 수영이라고 하려면 200미터 방수는 되야죠. 오랜지 몬스터는 200미터 방수 되는 다이버니까 수영장에서는 차도 되겠네. 이제 물놀이 시즌 다가 오니 오랜지 몬스터가 대활약 하겠군요.

그것만 지키면 문제 없어요? 자동차보다 더 까다로운 것 같아. 투덜.

말 그대로 기계식 시계에는 쇠로된 기계가 들어가 있으니까 자성이 강한 물체가까이는 두지 말고. 스피커나 브라운관 TV 근처. 자성을 띄면 시계가 갑자기 빨라지거나 느려지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죠.

오. 그건 이해가 좀 되네. 또 주의할 점은?

떨어뜨리거나 저번처럼 막 시계를 흔들어도 곤란합니다. 아무리 입문용이라고는 해도 정밀기기니까. 얼마나 오래 찰지 모르겠지만 4~5년 정도 열심히 차면 오버홀 이라고 시계를 분해하고 세정한 뒤 다시 오일을 칠해줘야 하는데 그 정도 시계는 그 거 하려면 시계 가격만큼 돈이 들지도 모르니까 그냥 버리시던지.

저번에는 이게 좋다면서요? 너무 한거 아냐 그냥 버리라니?

아니면 아주 싸게 하는곳 에서 1~2만원 내외로 간이 오버홀을 하세요.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내가 보기엔 그 시계 한달도 못 넘길 것 같구만 뭘.

아 사실은 어제부터 다른 시계가 눈에 조금씩 들어오던데요. 태그 호이어라고.

맙소사. 그게 얼마짜리 인줄 알고 하는 이야기 입니까? 어떻게 30만원까지는 벌벌 떨면서 샀을지는 몰라도 그 정도는 힘들텐데. 킁.

두고 보세요. 돈 모아서 꼭 살꺼니까. 근데 어디 가서 사야 싸게 살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