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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저는 얼마 전 우연한 기회로 이탈리아의 최고급 남성복 브랜드인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의 럭셔리 맞춤 서비스인 수 미주라(Su Misura)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수트 입을 일이 많지 않고, 예전부터 의류보다는 시계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럭셔리 수트의 세계는 그저 먼산 구경하듯 바라보는 ‘남의 세상’과도 같았는데요. 그럼에도 가끔씩 생기는 격식있는 자리와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 해외 출장시에는 너무 남들과 비교되지 않도록 일정 수준의 ‘진짜 수트’가 필요했고, 제 눈에 비친 제냐의 수 미주라는 한 번쯤 꼭 경험하고픈 일종의 버킷 리스트와도 같았습니다. 

타임포럼은 시계 전문 미디어이고 커뮤니티입니다만, 라이프스타일 섹션에 엄연히 ‘패션’ 카테고리가 존재하고, 주변에 보면 시계를 좋아하는 분들은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데다 실제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센스 있게 의복을 챙겨입는 분들이 많은 만큼 이 포스팅을 나름대로 흥미롭게 봐주실 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수 미주라에 관한 포스팅은 두 번에 걸쳐 연재 형태로 게재하고자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수 미주라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프레젠테이션에 해당하는 포스팅을, 다음 편에서는 직접 경험한 수 미주라 서비스에 관한 몇 가지 단상들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수트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닌 일반인의 시각으로 전하는 글인 만큼, 관련 용어 및 내용의 평이함과 경험치의 한계 등은 모쪼록 감안해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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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수트 무엇이 다른가? 

수 미주라에 관한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아직 에르메네질도 제냐라는 브랜드 자체를 생소하게 여기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제냐에 관한 소개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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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최고의 직물 제조업자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있던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1910년, 자신의 고향인 트리베로(Trivero)에 패브릭 팩토리(원단 가공 제조사)인 라니피시오 에르메네질도 제냐(Lanificio Ermenegildo Zegna)를 설립했습니다. 그는 최상급 울과 캐시미어, 모헤어를 구하기 위해 유럽 전역은 물론, 호주, 몽고, 남아프리카 등지를 여행했고, 그 결과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가장 뛰어난 품질의 고급 섬유들이 비엘라 시 근교 해발 약 700미터 높이의 산악 지역에 위치한 라니피시오 제냐로 운송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수집된 최고급 천연 섬유들은 이탈리아 장인들의 손길을 거치며 우수한 품질과 섬세한 조직감, 뛰어난 착용감을 자랑하는 제냐만의 프리미엄 패브릭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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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통합 시스템을 통한 탁월한 품질의 추구

제냐는 원산지에서 원료를 선별하는 과정부터 고객에게 제공하는 퍼스널 서비스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제작 과정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몇 안 되는 회사입니다. 시계 업계에 비유하면 플레이트며 헤어스프링, 피니언 하나까지도 다 자체 제작하고, 전 무브먼트 설계와 제작, 최종 시계 조립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제어하는 ‘수직 통합 매뉴팩처’에 해당하는 셈인데요. 비단 시계 업계 뿐만 아니라 명품 패션 업계에도 제냐 수준의 수직 통합 매뉴팩처 시스템을 갖춘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특히 최고급 섬유를 가공해 수퍼-파인 방적사 및 직물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기술력과 노하우는 가히 독보적이라서 타 브랜드에서도 일명 ‘제냐 원단’을 가져다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그들 중 일부 업체들은 ‘제냐 원단’으로 자기네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에 고객들 입장에선 이득이라고 홍보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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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제냐는 섬유의 공급부터 제품 생산까지의 전 공정을 직접 관장함으로써 제품의 뛰어난 품질과 일관성, 독창성을 함께 보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모발 두께가 일반적으로 50~60마이크론임을 감안할 때, 13마이크론(울트라 파인 퀄리티)에서 17마이크론(엑스트라 파인 퀄리티)에 이르는 제냐의 울 방적사가 얼마나 놀라운 성취인지 가늠해 보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나아가 제냐 최고급 원사로 손꼽히는 평균 섬도가 11.5마이크론에 불과한 벨루스 오리움 셀렉션(Vellus Aureum Selection)과 호주 뉴질랜드 지역 최고의 메리노 양모를 선정해 매년 극소량씩 한정 생산하는 벨루스 오리움 트로피 셀렉션(Vellus Aureum Trophy Selection) 등은 제냐의 특별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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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럭셔리 맞춤 서비스의 정수, 수 미주라(Su Misura)

원사를 선별하고 뽑아낸 후 최고급 원단으로 직조하고, 염색과 재단, 재봉, 다림질을 거쳐 한 벌의 수트가 완성된다고 할 때, 혹자는 그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까다로운 니즈를 고려해 탄생한 럭셔리 맞춤 서비스가 바로 제냐의 수 미주라인데요. 수 미주라 서비스를 통해 선택할 수 있는 패브릭 종류만도 총 7백여 가지에 달하며, 기존의 포멀한 수트서부터 최근에는 캐주얼한 의상에까지도 수 미주라 서비스를 확대 적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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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수 미주라 서비스는 1972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수 미주라 서비스는 제냐의 혁신적인 직조 기술과 뛰어난 테일러링 기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발전해 왔는데요. 전 세계 다양한 계층의 고객들이 자신의 스타일과 취향, 신체 치수와 체형에 맞는 제냐의 의상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특별한 서비스의 주된 목표라고! 수 미주라 서비스로 맞춤한 의상의 평균 제작 기간은 약 3~4주 정도로, 수트는 물론 재킷 단 벌, 팬츠, 코트, 셔츠, 타이, 액세서리 등 다양한 아이템을 맞춤 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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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특별한 경험

한 벌의 맞춤 수트는 단순히 그 사람의 체형 및 취향에 맞춘 의복이라는 개념보다는 쉽게 값을 매길 수 없는 개인적이고 소중한 경험을 제공하게 마련입니다. 다시 한 번 시계에 비유하자면, 주문 단계에서 나만의 취향이 오롯이 반영된 커스텀 제작 워치가 마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계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완성됐을 때 더욱 애착이 가는 것과도 비슷한 심리 기재가 작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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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제냐 부티크를 방문하여 담당 직원과의 면밀한 상담을 통해 마음에 드는 프리미엄 원단(제냐 고유의 원단인 트로페오를 비롯해, 구김이 잘 가지 않는 하이 퍼포먼스 등 2백여 종류의 시즌 한정 생산 패브릭을 포함한 총 7백가지 이상의 원단)과 부자재(안감, 버튼, 버튼홀, 라펠, 커프스 등)의 소재 및 디자인을 구상하고 선택하면, 제냐 직원 중에서도 전문적인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직원에 의해 신체 치수 측정이 시작됩니다. 이는 수 미주라 서비스 전 과정 중에서도 가장 신중함이 요구되는 단계라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수집된 고객의 치수 정보는 자체적인 별도의 양식을 통해 인코딩을 거쳐 본사의 중앙 시스템으로 전송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의상 제작을 위한 초안이 만들어집니다. 이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단 작업의 최적화를 기하는데, 컴퓨터로 제작된 패턴을 바탕으로 제냐의 숙련된 재단사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교한 솜씨로 최고급 직물의 재단 작업에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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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테일러링과 현대적인 시스템이 만드는 하모니 

수 미주라 서비스를 통해 제작되는 모든 의복들은 직물의 드레이핑과 재봉 작업에 능숙한 재단사들의 전문적인 손길 아래 그 형태를 갖춰 나갑니다. 재단사들이 의복의 모든 구성 요소를 꼼꼼히 점검하고 내부 정보를 첨부해 포장 부서로 보내면, 그곳에서는 각 제품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공정이 이어집니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이탈리아 장인들이 각 패브릭의 독특한 개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의복의 구조적인 부분과 서로 다른 기능성을 고려하고, 모든 솔기가 매끄럽게 이어지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수 미주라 의상은 하나의 공정을 마칠 때마다 매번 중간 점검을 진행해 생산 과정이 철저하게 관리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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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벌의 제냐 수트를 구성하는데 드는 원단 조각은 무려 100여 개가 넘으며 그 중 안감의 구성 요소만 12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덧붙여 버튼 홀 하나를 만들고 스티치로 감싸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마지막으로 한 땀 한 땀 수작업을 통해 최종 마감 공정을 마친 수 미주라 수트에는 자수 장식으로 고객의 이니셜을 새긴 라벨이 부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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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수 미주라 서비스를 이용하면 드레스 셔츠 역시 이집트 트윌과 더블 트위스트 코튼, 코튼과 린넨 혼방 직물과 같은 200여 종의 고급스러운 소재로 맞춤 제작이 가능합니다. 버튼은 모두 호주산 자개로 제작되며, 기본 모델을 바탕으로 싱글 커프스 또는 더블 커프스 등의 소매 디자인, 칼라의 종류 등을 선택할 수 있고, 다양한 위치에 원하는 모노그램도 새길 수 있습니다. 또한 타이의 폭과 구조 또한 선택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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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개개인의 다양한 요구에 발맞추다! 

수 미주라 서비스는 앞서 언급한 기본적인 ‘수 미주라 의상(Su Misura Attire)’ 서비스 외에도, 2012년부터 첫 선을 보인 ‘개인 제작 프로젝트(The Personalization Project)’를 통해서는 고객이 자신의 수트 패브릭을 직접 디자인하고 마감 방법을 결정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최고급 섬유로 만들어진 30가지 스타일과 5가지 컬러의 패턴 및 핀스트라이프 중에서 고객이 선택한 스타일과 컬러가 라니피시오 제냐의 방직기를 통해 섬세한 패브릭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고객의 이름이나 원하는 메시지가 직조되어 나오는 셀비지(원단의 가장자리 부분)는 그 사람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 제작 서비스의 진수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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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앞서도 언급했듯, 제냐는 2014년부터 ‘수 미주라 캐주얼 럭셔리 맞춤 서비스(Su Misura Casual Luxury)’를 실시하여 재킷과 니트웨어 뿐만 아니라, 트렌치 코트와 블레이저 역시 캐시미어와 울, 실크 등 다섯 가지 서로 다른 아우터용 직물 중에서 고객의 취향에 따라 선택이 가능합니다. 또한 가죽 재킷과 스웨이드 재킷에도 수 미주라 서비스를 도입해 완벽한 핏과 함께 활동성을 극대화한 맞춤형 디자인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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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어질 에르메네질도 제냐 수 미주라 포스팅 두 번째 편에서는 제가 직접 경험한 국내 수 미주라 서비스(MTM)의 진행 절차와 개인적인 감상 위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 공식 사진 제공 : 에르메네질도 제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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