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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만은 정말 번역되지 않기를 빌었던 책이 당신에게도 있나요?

혹시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장 먼저 달려가나요?

베스트셀러는 자칫 책을 공허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베스트셀러를 궁금해하죠. “베스트셀러? 그저 잘 팔렸으니까 베스트셀러겠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대니얼 J.부어스틴(미의회 도서관 관장을 지낸 역사학자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남김)의 말처럼 베스트셀러 리스트로 좋은 책을 가려낼 수는 없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런던에 인문학 아카데미 ‘인생학교’를 설립했는데, 그곳에서 문학치료 교실을 운영하는 엘라 베르투와 수잔 엘더킨은 문학치료사 활동을 해오고 있는데요. 그들은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그에 적합한 책을 추천해준다고 합니다. 얼마 전 <소설이 필요할 때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라는 책으로 그 활동이 정리되어 출간도 했을만큼 그들의 추천 책들은 인생이 괴로운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해요.


베스트셀러 코너에 달려가는 대신, 믿을만한 사람들의 추천 책 리스트를 들어보고, 당신의 서재에 한 권 더 추가해보면 어떨까요. 소설가 고 박완서 선생님은 80세에 새로운 집필실을 꾸몄다고 하죠. 사실 위험한 세상에서 우리가 가장 안전해질 수 있는 방법은 주옥 같은 책들에 둘러 쌓여 있을 때가 아닐까요. 지금은 시간에 관련된 특별한 책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 깨닫게 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한강 소년이 온다.jpg


한강의 <소년이 온다>


소설가 한강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체르노빌의 피폭이 수 십 년에 걸쳐 지금까지 계속되어오고 있는 것처럼, 오월 광주는 34년째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사건입니다.” 지난해 그녀는 <소년이 온다>를 출간하며 오월 광주는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으나 훼손된 어떤 것’이라는 보통명사로서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다고 말했었죠. 여전히 우리는 광주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녀는 말했는데, <소년이 온다>를 읽지 않아도 사실, 우리는 작가의 말들에 사무치게 공감을 합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에 우리가 잃어버린 두 소년의 이야기, 그리고 5년 뒤,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로 넘어가며 살아남은 이들, 가족들의 목소리를 다시 기억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의 이 시간들,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슬픈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오 년 후, 십 년 후, 흐르는 시간들과 함께 누군가에게 또 기록되지 않을지.. <소년이 온다>는 인간의 존엄에 대한 이야기인데, 비록 오월의 광주 이야기를 더 이상 꺼내보고 싶지 않은 분들이라도, 진실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풀잎같이 연한 인물들이 친구를 구하기 위해 앞으로 걸어가는 이야기에 잠시 책을 놓고 길게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한강 소년이 온다1.png


책은 우리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지금 당신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사실 소설가 한강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소설가입니다. <소년이 온다> 외에도 그녀가 쓴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등 멋진 책들이 많아요. 그녀의 책들을 읽다 보면 동시대 이런 작가가 우리에게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지죠. 몇 십 년이 지나서도 오월의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작가는 가끔 천체물리학과 미술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을 말해주기도 하고 그녀의 소설을 보다 보면 우주의 처음과 끝 같은 근원적 질문을 던지게 되기도 하니까요.


북 트레일러도 공개했는데요. 영상 공유합니다. -->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북트레일러 from 미디어창비 on Vimeo



두 번째 책입니다.


사드 사후 200주기 기념 <사드 전집 1: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


사드 공식 홈페이지 www.marquis-de-sade-.com


이번에는 멋진 블랙 북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간이기도 하죠. 역시 길고 긴 시간을 돌아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번역가 성귀수와 워크룸 프레스가 함께 최근 사드 전집을 펴냈는데요. 사드가 누구냐고요? 필리프 솔레르스는 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18세기를 휩쓴 자유의 파도가 사드를 태어나게 했다. 19세기는 그를 검열하고 잊어버리느라 무진 애를 썼다. 20세기는 야단법석 부정적인 모습으로 그를 드러내는 데 아주 열심이었다. 이제 21세기는 명확한 의미로 그를 고찰하는 일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모리스 블랑쇼는 또 이렇게 말했어요. “글쓰기, 사드의 고유한 광기.”


유럽의 격동기에 귀족으로 태어난 D.A.F 드 사드는 15년간 감옥에서 지내고 14년간 정신병원에 머물렀어요. 수감 생활 중 그는 미친 듯이 글을 썼는데 대부분 압수당해 불태워졌다고 해요. 50대에 접어들어 발표한 어떤 작품들은 지탄을 면치 못했던 사드는 살아 생전 미치광이 작가라는 소리만 들어야했죠. 20세기 초현실주의가 오기까지 100년간 그에 대해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나마 발표햔 작품들도 명성보다는 오명으로 그를 구속했는데요. 20세기 초현실주의의 정신 혁명을 만나기 전까지 100여년 간 그는 미치광이 작가로 갇혀 있어야만 했습니다.


사드의 글을 문학 텍스트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들 중 기욤 아폴리네르는 <사드 후작 작품집>을 펴냈고 비로소 사드에 대한 초현실주의 관심이 시작됐어요. 그들은 사드의 문장에서 보이는 끊임없는 반복현상마저 ‘자유를 표명하는 글쓰기의 순환’이라고 해석하자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사드 전기를 옮긴 번역가 성귀수는 이번 사드 전집 서두에서 이렇게 말했죠. “<소돔 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에 혼비백산해 사드를 화형대에 세우는 그야말로 ‘사디슴적’인 행위와 이처럼 ‘희귀한 쾌감’을 찾아 텍스트의 켜를 한 겹씩 벗겨 들어가는 독서의 거리는 상상 이상으로 멀다. 이제 시작하는 사드 전작 번역의 험난한 길은 바로 그런 먼 거리에 대한 쓰라린 자각에서 시작한다.” 질베르 렐리는 1960년대 사드 전집을 펴내며 ‘결정판’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여전히 지금도 새롭게 발굴된 그의 글들이 있다고 하니, 게다가 ‘현재까지 확인된 소설 작품’이라는 전제가 붙고 있으니, 도대체 사드가 남긴 글은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일까요.


20세기 초 새로운 정신의 전도사를 자처한 아폴리네르가 사드에게서 가장 높이 산 덕목이 자유와 그 자유에서만 나올 수 있는 대담성과 기발할 정도의 새로움이라고 했죠. 예를 들어 그는 이런 말들을 수도 없이 남겼죠. “누군가로 하여금 우리에게 호감을 갖도록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누군가의 적이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그 똑 같은 감정을 도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내재하는 보편적인 시금석이며, 한 마디로 만인이 서로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유일한 감정이다. 그로 인해, 심지어 가장 덜 정치적인 사람을 포함한 모든 이는 같은 인간들과 더불어 살아갈 간단한 방법을 손쉽게 터득할 수 있다. 세상을 살면서 고려해야 할 것은 딱 그 두 가지 이치뿐이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다 거기에서 유래한다.”- 독서노트 제 4권 혹은 수상록, 본문 56쪽.


오늘날 그의 이름은 문학뿐 아니라 언어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의학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담론에 등장하고 있어요. 이 쪽을 읽고 나면 ‘우리 모두가 사드적이다’라는 말이 무척 좋아질 수 있을 겁니다. 아직까지는 잘 읽지 않는 작가들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하지만, 그래서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Sade - 입체 이미지 1.jpg



일단 2권 먼저 추천 드리고  2편으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스타일H>피처 디렉터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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