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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버리고 사랑 찾아 한국으로 시집온 닐루파 & 남편 심재국 부부

ㆍ“언어와 문화의 차이? 사랑하면 다 해결됩니다.
ㆍ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표현되거든요”

우즈베키스탄의 공영방송 앵커로 7년간 활동하다가 한국인 화가와 사랑에 빠져 모든 커리어를 버리고 한국으로 시집온 닐루파. 그녀의 곁에는 사랑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남편 심재국씨가 있다. 그들이 보여준 사랑의 정의를 되짚어본다.

유럽 여행 중 운명적인 첫 만남
동양의 젊은 화가는 유럽 여행 중 인터넷 카페에서 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한눈에 들어오는 이상형이었다. 늘 갖고 다니던 스케치북과 연필로 몰래 그녀를 그리기 시작했다. 화가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리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화가다. 처음에는 그저 그림을 그리려고 했는데 무슨 용기였는지 그녀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졌다. 그는 완성된 그림을 그녀에게 건넸다.

‘혹시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을까?’ 싶어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그녀는 친절한 미소를 띄워주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앵커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긴 휴가를 얻어 어학연수차 유럽에 왔다. 7년 만에 갖는 자유로운 휴식이었다. 자국에서는 사람들이 알아봐 불편했지만 유럽에서는 그녀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인터넷 카페에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한 동양 남자가 종이 한 장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지? 나를 알리는 없고?’ 그는 서툰 영어로 “당신을 그렸다”며 그림 한 장을 내밀었다. 낯선 이였지만 이상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 거기다 그림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두 사람은 이메일을 교환하고 서로 친구가 되기로 했다.

“처음에는 외국인 친구 한 명 정도 사귀어도 괜찮을 것 같아 이메일 주소를 알려줬어요. 게다가 화가라고 하니 왠지 매력적이더군요.” (닐루파)

“저는 원래 결혼할 생각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어요. 하게 되더라도 50세 정도에 하리라 생각했죠. 닐루파를 처음 보고 그림을 건넸을 때도 프러포즈의 의미가 아니라 친구를 사귀어보겠다는 목적으로 그림을 준 거예요.” (심재국)

유럽에서 만난 심재국씨(41)와 닐루파씨(30)는 각자의 나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메일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게 점점 호감이 생겼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성격 좋고 남자다운 사람이란 걸 느꼈어요. 게다가 화가라는 직업도 굉장히 맘에 들었고요. 다들 앵커가 대단하다고 하지만 앵커는 공부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화가는 하늘이 주신 재능이 없으면 못하는 거잖아요.”

우즈베키스탄에 한국 기업이 진출하고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더욱 심재국씨에게 호감이 갔다.

“저는 대학에 다니던 열일곱 살 때부터 앵커를 했어요. 낮에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저녁에는 뉴스를 진행했죠. 그래서 뉴스를 통해 한국에 관한 소식을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드라마 ‘겨울연가’나 ‘대장금’ 등으로 한국 이미지가 한층 좋아졌죠.”

심재국씨는 한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그 역시 닐루파씨의 전문직 여성답지 않은 인간적인 면에 흠뻑 빠져 있었다. 사실 그녀의 부모님은 모두 치과의사이며 특히 아버지는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주치의였다. 부유하고 명망 있는 집안의 딸로 자국에서 얼마든지 상류층의 좋은 남자를 선택해 만날 수 있는 여건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천성이 순수하고 소박했다.

“그녀의 성품이 소탈해서 명문가 집안인지도, 유명한 앵커인지도 몰랐어요. 그저 그녀는 도통 결혼 생각이 없던 저에게 확신을 준 여인이었죠. 닐루파를 만나 원래의 제 계획과 달리 결혼을 빨리 한 셈이었어요. 닐루파에게 결혼하고 싶다고 청혼을 했죠.”

1 닐루파씨와 아버지를 꼭 닮은 딸 미나. 2 우즈베키스탄에서 찍은 웨딩 화보 사진. 3 우즈베키스탄에서 올린 두 사람의 결혼식 장면. 4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표지에 실은 우즈베키스탄 잡지. 5 심재국씨의 그림 전시회장에서 세 식구. 6 작년 벨기에 아트전에서 작품을 선보인 심재국씨. 유럽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우즈베키스탄은 전통적으로 부모님의 동의 없이는 결혼하지 못하는 보수적인 나라다. 그녀는 심재국씨에게 직접 와서 부모님을 설득하라고 했다.

“먼 길 왔다는 이유로 낯선 나라에서 온 이방인에게 귀한 딸을 내주실 리가 없지요. 제가 근성은 좀 있는 편입니다. 인생 삼세번이라고 계속 찾아가 닐루파와의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간청 했죠.”

사랑 찾아 시작한 한국 생활
“처갓집에 가보니 마치 도서관처럼 집 안이 조용하더군요. 제가 용기를 내어 짧은 영어로 농담도 하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더니 장모님께서 먼저 마음을 여셨어요. ‘저런 남자면 평생 재밌게 살 수 있겠다’고 말이죠. 아버님은 세 번째 찾아뵀을 때 ‘세 번이나 찾아왔는데 거절하면 하느님께 벌을 받을 것 같다’며 허락해주셨죠.”

그는 그녀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유명인이란 사실을 결혼식 당일에 실감했다. 두 사람의 결혼사진이 잡지 표지에 실리고 결혼식은 TV에 생중계됐다.

“결혼식은 닐루파가 다 준비했어요. 식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결혼식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몰랐죠. 결혼식 사진을 대통령 전속 카메라맨이 찍어줄 정도였어요(웃음).”

하객으로 우즈베키스탄의 배우들과 유명 인사, 앵커, 저널리스트 등이 참석했다. 24시간 동안 성대한 식이 진행됐다.

“저와 닐루파가 주인공이라며 화장실 갈 틈도 주지 않아서 정말 고역이었어요. 진이 다 빠졌죠. 나중에 생각하니 그렇게 성대하게 결혼식을 했으니 행복하게 오래 살 것 같았죠(웃음).”

두 사람은 결혼식 후 신혼여행을 겸해 우즈베키스탄의 관광지를 돌아보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가족과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밝게 웃기만 하던 닐루파씨는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고국을 떠난다는 생각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울었어요. 주위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저와 남편을 번갈아 쳐다봤죠.” (닐루파)

당시 경기도 평택에서 꽤 규모 있는 미술입시학원을 운영하며 별 어려움이 없이 살아온 심재국씨는 그녀와 결혼 후 한 가지 별명을 얻었다. 우즈벡에서 ‘한국에서 온 왕자’라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결혼 후 그 이듬해 우즈베키스탄에 갔어요. 혼자 택시를 탈 일이 있었는데 기사님이 “어디에서 왔냐?”고 묻더군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그분 하는 말이 “여기 유명 앵커가 한국 왕자랑 결혼을 했는데, 혹시 알고 있느냐”고 묻더군요. 제가 왕자라고 소문이 났더라고요. 닐루파 덕에 왕자도 돼보고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어요(웃음).”

물질적 조건을 따지기 전에 그는 항상 닐루파씨를 공주처럼 대한다. 결혼 4년 차인데도 남편은 아내를 위해 매일 저녁상을 차려주는 애처가다.

“남편이 해주는 요리 중에 설렁탕과 불고기, 오므라이스가 맛있어요. 남편이 한국 요리를 가르쳐주기도 해요.”

전도유망한 직업을 포기하고 한국에 왔지만 닐루파씨는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 그녀에게는 좋은 남편과 네 살배기 예쁜 딸 미나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보다 가족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원주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세 식구
닐루파씨는 한국에 와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한국 사람은 그녀만 보면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녀에게 힘든 일이라곤 도통 없는데 말이다.
“한국어에서 ‘힘들다’라는 단어를 없애야 해요. 모두 ‘좋다, 괜찮다’는 말을 하고 살아야 행복해져요.”

닐루파씨의 말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에는 ‘사람이 말을 하면 주변에 있는 천사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단다. 누구나 자기가 말한 대로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늘 행복한 말을 해야 행복해진다는 뜻이다.

“정말 그래요. 제가 전부터 한국에서 방송 출연을 해보고 싶다고 남편에게 말했어요. 그런데 정말 이렇게 현실이 됐잖아요. 언제 어디에서든 말조심을 해야 해요.”

모아진 입술에 손가락을 대는 모습이 천진스럽다. 심재국씨는 사랑스러운 아내가 한국에 적응하지 못할 것을 염려해 결혼 후, 뉴질랜드로 이민을 갈 생각도 있었다.

“뉴질랜드 비자까지 받아놓은 상태였어요. 그러다 조각가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잠시 원주를 찾았죠.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곳이기에 아내와 함께 갔는데 아내가 원주에 반해버린 거예요. 결국 뉴질랜드 가기 전날 자신은 여기 남겠다고 선포를 했죠.”

“원주의 한적한 풍경이 좋았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아이 때문이었죠. 아이가 한국어를 잘 못했어요. 고국의 언어를 못한다는 건 매우 창피한 일이에요. 그래서 다른 나라를 가더라도 아이가 한국어를 잘하게 된 후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닐루파)

그녀는 현재 원주에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아이는 엄마 덕분에 러시아어, 영어, 우즈베키스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제 어린이집을 다니며 한국어도 곧잘 하게 됐다.

“여자애가 누굴 닮았는지 무척 씩씩해요. 네 가지 언어로 혼자 떠들다 보니 어린이집 친구들이 못 알아듣잖아요. 그럼 친구를 때려요(웃음). 저는 늘 다른 엄마들한테 ‘쏘리, 쏘리’ 하고 다니느라 바빠요.” (닐루파)

가족이 원주에 터전을 잡아 생활한 지 5개월째다. 심재국씨는 원주 시내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신림(‘신들의 정원’이라는 뜻)이라는 마을에 200평 부지의 땅을 매입했다. 세 식구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제 손으로 직접 집을 지어볼 생각이에요. 닐루파를 위한 넓은 주방과 제 갤러리를 겸한 작업실을 만들 거예요. 그리고 올해 안에 부부 공동 작품을 하나 만들 계획을 갖고 있어요. 아내가 한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에 대한 책을 쓰고 있어요. 저는 그 책의 일러스트를 담당할 거고요.”

심재국씨는 국제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사랑을 꼽았다. 현실적으로는 언어와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지만 사랑을 하면 모르는 말도 알아듣게 되고 처음 먹어보는 음식도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내의 실수와 서툰 부분을 맞춰주면 어느새 아내는 제게 맞춰주고 있죠. 먼저 모든 것을 주면 아내도 제게 모든 것을 줘요. 그게 사랑이고 결혼생활이더라고요.”

인터뷰를 마친 두 사람이 집으로 향한다. 팔짱을 끼고 아직 녹지 않은 눈길을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부부의 뒷모습에서 사랑이 느껴진다. 말하지 않아도 표현되는 것, 그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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