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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아이가 나중에 혹시 타임포럼에 가입하게 되면 제가 써놓은 글을 볼까봐

심히 우려되는 바이지만... 우선 작성해봅니다.

21살때 일입니다. (대학 2학년)

당시 동갑내기 여자친구가 있었던 저는 학기중엔 매우 심심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전주에서 기숙사생활을 했고 전 학교에 등하교 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학교갈때 만화책을 빌렸다가 귀가하면서 반납하고 집에서 볼 만화책을 또 빌리곤 했습니다.

어느날도 학교에서 돌아오는길 책방에 들렀습니다.

아니 그런데 그 좁은 두세평 남짓한 책방에 손님이 바글바글 한거였습니다.

놀라서 카운터쪽을 보니 알바생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대단 미모에 귀염성까지 갖추셨더라구요.

저역시 힐끗힐끗 바라보게 되었고, 책상위에는 아사돌님처럼 음흉한 남자손님들이 갖다준것으로 보이는

캔커피들과 커피라떼 초코케잌 과자 떡볶이 등등이 조금 과장해서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전 세개 천오백원에 팔던 항아리 바나나우유 (한때 빠져있었죠) 묶음을 사서 한개는 다먹고 버리고

두개째를 먹고 있었고 다른 새것 하나는 손에 들고있었습니다.

책을 다 빌리고 계산하면서 남은 바나나우유 한개를 더먹으면 배탈이 날것같아서 저도모르게 별 생각없이

그 여자 알바생에게 주고 드시라고하곤 집으로 왔습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전 책방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사장님과 워낙 친하기도 했지만 수업이 없는날에는 딱히 할것도없고 해서 공짜로 책방에 서서 만화책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죠. (이때만 해도 전 시계에는 문외한이었고 DKNY 시계를 차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있어요.ㅋㅋ)

시계얘기는 빼놓지 않는 센스.ㅋㅋㅋ 암튼

 

며칠을 그러던중 또 만화책은 서너권 빌리면서 선 상태에서 초스피드로 한 열권쯤 보고있는데

알바생이 와서 만화책을 빼앗더니 이야기를 좀 하자는 겁니다. 그때까지만해도 인사정도만 하는 사이여서

위압감에 쫄아버린 저는 카운터 옆에 동그란 간이 쇼파를 놓고 앉았습니다.

알바생은 말은 이거였습니다.

돈을 내고 빌리는 만화책은 4권(당시 4권에 천원) 인데 서서 보는 만화책은 한 만원어치 되는 것 같다며

안그래도 어려운데 이래서야 책방 운영이 되겠냐는 말이었습니다.

전 움찔한 나머지.. 어디까지 봤는지 확인해본것 뿐이라며 버벅댔습니다.

그랬더니 웃으면서 " 그럼 40권까지는 여기서 빌려보시고 41권부터 47권까지는 다른데서 빌려보셨나봐요?"

하는겁니다 ㅎㄷㄷ 권수와 제가 대여했던 기록까지 찾아봤을줄은 몰랐죠.

여기서 기죽으면 지는거다 싶었습니다. 당시 전 슬롯머신 불법도박장에서 알바를 그만둔 직후였는데

40일 일하는동안 번돈이 약 300만원 이상이었습니다. (팁 포함)

그래서 뿌듯한 마음에 국민은행에 가서 100만원짜리 수표를 만들어서 지갑에 넣고 혼자 좋아라 하고 지냈죠.

 

그래서 저는, 쿨하게 1초만에 말했습니다.

" 평소 사장님이랑 친하고 해서 사실 만화책 보면서 몇백원씩 내는거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일하시는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이건 그동안 제가 무전취식한 값입니다"

하면서 지갑에서 백만원짜리를 꺼내서 카운터에 올려놓았습니다.

조금 놀랐겠지..? 후후 이러면서 눈치를 쓱 보는데 아니 이 알바생이

수표를 흘끗 보더니 전 쳐다도 안보고.. " 네." 이러더니 카운터기 안에 쏙 집어넣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적잖이 당황했지만 나중에 사장님이 돌려주시겠지 싶어서 수고하라는 말만 남기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날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머리도 안감고 눈뜨자마자 책방을 찾았죠. 오전엔 사장님이 잠깐 계시거든요.

근데 사장님은 안계시고 알바생만 있길래 또 앉아서 만화책을 보면서 눈치를 살살 살폈습니다.

그런데 이건 뭐 그 이야기는 언급도 안하네요. 사장님 잘 전해드렸다느니 이런 말도요.

그러기를 며칠.......

 

슬슬 사장님께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전화를 드려볼까 고민하면서 손에 들고있는 만화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데 등뒤의 카운터에서 알바생분이 불렀습니다.

"저기요, 오빠."

전 매우 놀래서 날 왜부르나 싶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척 " 왜? " 이렇게 대답했죠.

제가 엄청 말이많고 다정? 여성? 스러운 성격인데 가끔은 말도안되게 여자분들한테 무뚝뚝하게 굴곤 합니다.

그런 뉘앙스로..

" 오빠 뭐하는 사람이에요? "

" 뭐하는 사람같은데? "

" 글쎄요. 돈은 좀 있는것같은데 규칙적으로 일하는 사람 같진 않고.. 그렇다고 백수같지도 않고..

  뭔가 평범한 일을 하는 사람같진 않아. 음.. 뭐하는 사람일까?"

" 이것저것 하는일이 여러가지라 나도 잘 모르겠는데? "

- 한동안 침묵 -

" 여자친구 있어요? "

" 많아. "

" 친구말고 애인요. "

" 많대도. "

" ... 몇명이나 되는데요? "

" 글쎄 한 7명? " - > 막장이죠 이쯤되면... 많은생각 안하고 그냥 비꼬듯이 대답했습니다.

제 머릿속엔 오로지 백만원짜리 수표 생각 뿐이었죠.

" 오빠, 그럼. 나도 그중에 한명 하면 안될까?"

헉............. 이게 뭔 헛소리란 말입니까........................... 들고있던 만화책을 떨어트릴 뻔 했습니다. 의외로 소심해요.

그렇지만 밖으론 내색 안합니다... 0.1초만에 대답했습니다 ㅠㅠ

 

" 그러든지. "

 

헐............. 제가 대답해놓고도 저의 개념과 매너는 똥이다 라고 자책하고있었습니다.

그랬더니

" 그래. 그럼 오늘부터 우리 1일이다~? " 싱글벙글 좋다고 웃습니다.

허.. 막막했습니다. 대체 이것이 무슨 상황인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저는 툴툴거리며 그 아이와 친해졌고

(예를들면 절 빤히 바라보면 거기다 대고 ' 얼굴 치워라.. ' , 웃으면 '웃지마라 정든다.' 이런 어이없는 무뚝뚝한 말을 하며)

하지만 곧 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게 됐고

여자친구도 7명이 아닌 1명이라는것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제게 많은 욕심을 내지 않았고 그냥 같이 있을때 잘해주고 평소엔 제게 연락도 잘 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사귀던 여자친구와 통화하거나 여행을 해도 질투하지 않는 듯 했고

외모만큼이나 (제가 사귀었던 여성분들중에 승무원도있고 쇼핑몰 피팅모델도 있고 한데

외모만큼은 지금까지도 이 아이가 역대 최고입니다.) 쿨하고 당당했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저한테 호감을 갖게 되었냐고 물어보니까 처음에 바나나우유를 주던 그날,

다른 남자들은 죄다 자기가 싫어하는 커피만 주는데 저만 젤 좋아하는 바나나우유를 주더랍니다.

안그래도 갈증이 나고 출출해서 제가 들어오자마자 바나나 우유부터 눈에 띄었었답니다..ㅎㅎ

그리고 다른 남자손님들은 자기를 능글맞게 쳐다보고 훔쳐보고 했는데

저만 유독 자기한테 눈길조차 주지않고 만화책에만 빠져있는게 귀여웠다고 하더라구요.

전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한달, 두달이 행복한 지났을 무렵..

술을 한잔 하자고 하더니 혼자 얼큰하게 취해서는 집까지 바래다 달라는것이었습니다.

춥다고 싫다고하면서 택시를 잡아주려는데 제게 묻네요.

" 오빠. 이런거 묻지 않기로 했지만.. 오빠 지금 여자친구랑 나랑 둘중 한명 택한다면 .. 누굴 택할꺼야?"

라고요.

전 또 성의없게 1초만에 " 글쎄. 널 택하진 않을것같은데? ㅎ 못생겼잖아."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으래~? 흐응.. 알았어." 묘한 뉘앙스와 미소를 남기고 그 아이는 택시를 탔습니다.

그리고

 

 

 

 

 

 

전 두번다시 그 아이를 볼 수 없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아침일찍 바나나우유 사들고 가서 책방 문열러 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안오길래 전화해보니

전화기는 고객의 사정으로 수신이 불가하다더니 곧 없는번호라고 떴고

그 아이가 혼자 살던 작은 원룸은 문이 잠겨있었고

나이도 이름도 본명이 아니었던것 같고

책방 사장님께는 차마 저희 사이를 밝힐수가 없어서 여쭤보지 못했는데

월급 3일 남겨두고 연락두절되고 안나온다는게 이해가 안간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뒤로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허전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핸드폰 번호를 바꾸지 못하는 걸림돌이랄까.. 그런것이 되었습니다.

 

혼자서 별 상상을 다했습니다.. 집에 불만을 품고나온 재벌2세인데 다시 잡혀간건가..싶기도 했고요.

실제로.. 집을 나와 알바를 하면서 원룸얻어 산다고 하기에는 옷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코디나 옷빨도 상당해서 제가 요구한 옷으로 매일 바꿔입고 왔었습니다.ㅎㅎ 밤에 헤어질때면 항상

"내일은 뭐입고 올까? " 이게 작별인사였으니까요... 그럼 전 항상 까다로운 요구를 했지만

거의 있더라구요 제가 요구한 차림새들이..ㄷㄷ

값비싼 명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바닐라비, 에고이스트 고가로는 미샤 등의 비싼건 꽤나 비싼 브랜드였구요..

 

아직도 궁금합니다. 어디서 뭘 하고 지내는지.. 살아는 있는건지..

 

 

 

번외 : 당시 동갑 여자친구는 제가 매일 서너시간 이상 책방에 박혀있고 해서 의심스러운 마음에

         저희집에 놀러오는길에 책방에 들러보았는데 알바생이 너무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 안심했다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제가 살던 아파트 정문, 후문에 책방이 두군데 있는데요.

         여자친구가 갔던 책방은 정문쪽입니다. 여자친구랑 집에 가면서 비디오를 빌리고 했던 곳은 책방 겸 비디오 가게인

         정문에 있는 가게고, 제가 저 아이를 만난곳은 후문의 작은 책방 (만화책만 있는) 이어서 그 작은 책방의 존재는

         몰랐던 모양입니다.

 

   이상입니다.. 갑자기 또 생각나면서 그리워지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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