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참 재미있어요

처음에 차던 시계는 지금은 어디있는지도 모를 쿼츠 시계들이었죠.

시간만 잘 맞으면 장땡이라고 생각을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직업을 바꾸면서 티쏘의 쿼츠모델을

질렀습니다. 겉으로 좀 있어 보이려면 역시.. 시계.. 라는 생각으로요.

그러다가 결혼을 하게 되고 평생 처음으로 시계에 기백단위를 지출했습니다..(물론 부인께서)

첨에는 부담스러웠지만 왠지 씨스루백으로 보이는 무브먼트가 신기하고 아름다웠다라는 느낌

그리고 지금이야 다이얼이 어떻고 핸즈가 어떻고 복잡시계가 어떻고 하지만 하나도 아는 것이 없던

그시절에도 왠지 반짝거리는 시계가 이뻐 보였어요.

그리고 시간이 이제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여전히 제 손목에서 반짝거리는 시계에는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상처들이 새겨져 있구요. 줄도 한번 갈았습니다. 그런데도 역시 단아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군요.

그러다가 타포를 드나들게 되면서 다른 시계에 대한 지식을 배웁니다. 세상은 넓고 고수도 많네요.

오프 모임에 나가서 파네리스티들의 열정을 보며 또 다른 세계를 감지합니다. 그리고 다른 시계들을

공부하고 부띠끄로 구경을 가고 손목에 올려봅니다. 언젠가.. 이 시계 하나는 더.. 라는 욕심도 생기구요.

아.. 이 시계는 나랑 안 맞는다.. 라는 녀석도 생깁니다. 좀 더 내공이 쌓이면 모르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브라이, 롤렉이, 국시공은.. 저랑 매칭이 안된다는 느낌입니다. 파네라이는.. 왠지 무식하고 나랑 안맞는

시계라고 생각했었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있다는 쪽으로 바뀌었구요. 역시.. 실착이 평가를 바꿔주는 거

같습니다.

시계는 참 재미있습니다. 언젠가 사고 싶은 드림 워치를 꿈꾸는 것도 재미있고 그 꿈을 위해 돈을 모으고

공부를 하고 기다리며 두근거리는 과정 까지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인간이 만든 위대한 예술 작품을 이해

할 수 있는 초입에 들어서니 이 또한 재미있습니다.

현재, 저의 드림워치는 파네라이 111입니다만(혹은 112) 빨리 사고 싶지는 않습니다. 좀 더.. 이 즐거움을

실컷 만끽하고 그 시계를 찰 자격이 생기는 그때쯤 사려구요. 자꾸만 지르라고 유혹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빨리 먹는 밥이 체하는 법입니다. ㅎㅎㅎ

득템하면.. 지르라고 하셨던 분들 다 기억하고 있다가.. 맥주라도 한잔 사겠습니다. 그때까지는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려구요. 날씨가 쌀쌀합니다. 감기 조심들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