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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3372 2007.10.12 00:45
 

ETA 2830, 정말 잘 만들었어요!

John Raba 1998. 3. 19.

http://www.timezone.com/library/archives/archives0078



나는 져스틴 타임의 권유를 받고 타임존 포럼에 작은 보탬이 되어 보려고 이 글을 싣습니다. 조금 긴 글이니까 편히 쉬면서 프레첼과 맥주라도 들어가며 내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봐요.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내가 석 달 전에 얻은 손목시계에는 약간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타임존 포럼에 올라온 많은 교육적이고 명석한 게시물들을 열심히 읽지 않았다는 것을 미리 고백해 두어야겠습니다.


그 시계는 오래된 부셰러(Bucherer) 18k 골드 라운드 오토매틱 드레스 워치입니다. 아버지가 내게 주었습니다. 여러분들 대부분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시계지요. 그 시계는 스위스에 있는 대형 부셰러 보석체인점에서 생산한 것입니다.  부셰러 체인점 사람들은 그 시계가 자기들 공장에서 만든 것이라고 내게 알려줬습니다. 무브먼트는 평범한 21석의 에타 2830이 사용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랑 유럽여행을 갔을 때 당신이 쓰려고 그 시계를 샀을 때부터 나는 그 시계가 탐이 났었습니다. 그 때가 1973년경입니다. 이 시계는 크로노미터 공식 인증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스위스에서 사온 이 시계로 인해서 나는 기계식 시계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습니다. 그 뒤로도 가끔씩 아버지 시계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정말로 그 시계가 더 갖고 싶어졌습니다. 아버지가 그 시계를 나한테 주시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기뻐서 뛰어오를 지경이었습니다. 어느 토요일 아버지가 나에게 전화하여서 시계를 가지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도착하자 어머니는 시계를 소중하게 건네주시면서 최근에 서비스를 받았다(분해소제를 마쳤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내가 어머니께 ‘최근’이라는 게 언제인가요라고 묻자 어머니는 “나는 모르겠다. 5년은 좀 넘었을 걸” 하셨습니다. 나는 어머니가 시계를 어떻게 다루어야하는지 잘 모르시는 것을 알고 살짝 웃었습니다.  나는 이 시계가 분해소제를 받은 것은 단 한 번뿐이라고 믿습니다. 25년 동안 단 한 번. 내가 시계를 받았을 때 이 시계는 가고 있었습니다. 내가 시계를 받으러 오기 전에 어머니는 내게 주려고 시계태엽을 미리 감아놓으셨습니다.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시계를 깨끗이 닦았습니다. 아버지는 이 시계의 케이스를 한 번도 닦지 않았나 봅니다. 케이스 여기저기에 끈적끈적한 것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시계를 다 닦고 나서 찬찬히 살펴보면서 눈에 가까이 대고 견실한 골드 드레스 워치의 심플한 우아함을 감상했습니다. 나는 아버지가 고령이셔서 오토매틱 시계를 찰 만큼 활동적이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 시계를 얻게 된 것이 마음 편하고 좋습니다. 나는 아버지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잘 작동하는 아버지의 시계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선가 이것이 내게 매우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어쨌든 이 시계는 매우 단정하고 심플하며 클래식한 시계입니다. 상태는 나이에 비해서 볼 때 거의 새 것입니다. 다이얼은 흠이나 얼룩, 변색이 전혀 없이 완벽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놀라운 점은 이 시계의 정확도인데 하루에 20초씩 느리게 갔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시계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비록 이 시계와 떨어져있기는 싫었지만 분해소제를 하고 오일도 넣고 시간도 잘 맞게 조정을 해야겠기에 어쩔 수 없었지요. 이 과정은 2주나 걸렸습니다. 나는 이 힘든 2주간을 버티기 위해서 다른 시계를 하나 샀습니다. 나는 나중에 새로 산 시계를 브라이틀링을 얻기 위해 팔게 됩니다. 그 브라이틀링, 그리고 내 아내가 나에게 그 브라이틀링을 팔아버리게 한 것, 이것은 다른 이야깃거리입니다.


좌우간 내가 마침내 내 보물을 돌려받자 나는 시계가 얼마나 잘 맞나 체크해봤고 시계기술자가 얼마큼 잘 해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측정해보니 시계는 하루에 10초씩 느리게 갔습니다. 꽤 오래된 시계로서는 상당히 상태가 개선되었습니다. 그 시계를 수리한 기술자는 내게 그 시계의 무브먼트가 에타 2830으로 21석이며 오토매틱 데이 데이트라고 알려줬습니다. 부셰러도 나중에 이 시계가 연령이 25년이 된 것임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나는 이 시계를 다시 그 기술자에게 맡겨서 시계를 더 잘 맞게 조정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기술자가 다시 조정 작업을 하는데 45분쯤 걸렸습니다. 나는 그 동안 기다렸습니다. 그가 작업을 마쳤을 때 시계를 가지고 와서 내게 주면서 무브먼트에 대해 5자세 조정과 온도 조정을 마쳤으며 디지털 기계로 측정한 결과 하루에 2초씩 빠르게 간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나는 비록 이 시계가 그렇게 좋아졌는지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다시 손목에 찼을 때 감동이 되었습니다. 그 기술자는 이 조정 작업에 대해서 추가비용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잠시 지나서 나는 작은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시계가 몇 시간 작동하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멈추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크라운을 잡아당겼다가 다시 눌러 넣으면 시계가 다시 가는 것 같았습니다. 이윽고 문제는 내가 오토매틱 시계를 처음에 어떻게 움직이게 하는가에 대한 타임존의 게시물들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임이 밝혀졌습니다. 나는 그 시계의 태엽을 충분히 감아준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시계가 멎기 전까지 스스로 태엽이 감길 만큼 충분한 활동이 부족했었습니다. 먼저 그 부셰러 시계의 태엽을 완전히 감고 나서 더 활동적으로 움직이자, 문제는 사라졌습니다. 시계의 정확성은 아직 미지수였지만요.


그러나 결국 내 궁금증은 만족을 얻게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시계가 얼마나 정확한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까지 살펴본 바로는, 기계식 시계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에 비추어 볼 때 내가 관찰한 결과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이 “오리지널” 에타 2830 무브먼트는 지금까지 25년 동안 단 두 번 분해소제와 기름칠을 하였을 뿐입니다. 모든 부품은 오리지널입니다. 아버지는 3년 전까지 매일 이 시계를 찼습니다. 이 시계는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시계였습니다. 아버지는 이 시계를 차고 새사냥, 사슴사냥, 낚시를 갔고, 직장에서나 잔디를 깎으며 정원을 돌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는 해마다 봄과 여름이면 마당에서 아버지를 위해서 잔디를 깎고 정원일을 할 때 아버지는 뒤로 물러나 현관에서 “시원한”(차가운 것이 아닙니다) 맥주를 마시던 것이 내 인생의 큰 행복이었음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독일 분입니다. 아버지는 아직도 독일어를 유창하게 말합니다. 내 유럽 친구들은 맥주를 마시는 방의 온도에 대해 이해하고 있습니다. 맥주를 정말 맛있게 마시려면 텍사스보다 훨씬 시원한 기후에서 살아야 합니다.


어쨌든, 25년간 전혀 관리하지 않고 착용하고 마모된 것을 생각하면 이 에타 무브먼트는 먼지덩어리로 변했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말 놀랍게도 지금 이 시계는 34시간마다 1초씩 빨리 가고 있습니다. 그 오차는 일정합니다. 나는 자세차이에 따른 정확성을 측정해보려고 테스팅을 했습니다만 지금까지 오차를 찾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 때마다 아무래도 이해가 안 되어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나는 이 시계가 롤렉스나 파텍필립 또는 예거르꿀트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포럼에서 보니 무브먼트의 제작솜씨(workmanship)를 진정으로 테스트해 보려면 몇 년 동안 사용해보고 난 후에, 허용될 수 있는 오차 내에서 신뢰성 있게 작동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에타 2830은 그 테스트를 잘 통과하리라 보입니다. 그런데 이 믿을 수 없는 정확성은 사실은 내게 보너스일 뿐입니다. 아버지가 그 오랜 세월 동안 찼던 이 시계를 지금 내가 차고 있다는 것 때문에 나는 더할 수 없는 만족과 긍지를 느낍니다. 아버지와 그리고 여전이 똑딱이며 움직이는 이 시계를 함께 생각하면 언제나 미소를 짓게 됩니다. 아버지는 85세입니다. 그리고 정말 잘 만든 시계입니다.


여러분, 정말 중요한 것을 추억하기 위해서 노력해 보세요. 모두 좋은 밤 되십시오.

존 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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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시계에 대한 지식은 많지 않은 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시계에 대한 애정과 가족의 이야기가 참 정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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