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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게시글은 조회수1000 or 추천수10 or 댓글25 이상 게시물을 최근순으로 최대4개까지 출력됩니다. (타 게시판 동일)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헐떡이면서 땀을 흘리며 나타난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의 아내를 통해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만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커 사과장수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우며 번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 먹기 위해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젯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 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 해남에서 형주가 -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축의금 일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어젯 밤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 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이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에 서서...
이철환작가님의 실제 이야기라네요...
"행복한 고물상"이란 책 내용인데 책을 보며 몇번의 눈물을 글썽였는지...ㅋ
옆 포럼에서도 떠 있는 내용인데, 옛 생각나서 퍼왔어유.~
안어울리나요? ㅋ
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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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c가좋아요
2013.10.0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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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O_
2013.10.02 01:21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있는 예비신랑입니다.
뭔가가 느껴지는게 많은 짠한 글이네요.
정말 친한 친구녀석이 있었는데, 한번 틀어진후 연락이 끊긴지 근 10년이란 시간이 다되가네요.
오늘따라 그친구 생각이 많이나는 밤입니다. -
문부엉이
2013.10.03 10:04
이글보게 된걸 계기로 친구분께 연락한번해보세요
용기내서 먼저 손을 내밀면 그분도 기다렸다는듯 잡으실것같네요 -
실명
2013.10.02 01:21
좋은 친구네요...
감동적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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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이
2013.10.02 07:56
100명의 친구보다 이런 친구가 더 소중합니다.....
말 그대로 진정한 친구내요.....좋은날에 마음을 울릴수있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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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밤
2013.10.02 08:37
시작하는 아침에 하루를 차분하게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글이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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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다
2013.10.02 08:45
오랫만에 다시 읽는건데도 마음이 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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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베이트먼
2013.10.02 08:51
아..다시 봐도 뭉클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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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명자
2013.10.02 09:06
아이고 출근하자마자 사무실에 혼자 찡해졌네요 ㅎ 훈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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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앙
2013.10.02 09:08
결제 들어가야 하는데....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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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ard
2013.10.02 09:22
감동스토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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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ldi
2013.10.02 09:36
아침부터 눈이 시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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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nysos
2013.10.02 09:43
아침부터 마음이....ㅠ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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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him
2013.10.02 10:19
이 글은 볼때마다 짠하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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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허이어
2013.10.02 10:22
감동입니다... 아침부터 눈시울이 축축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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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dd
2013.10.02 10:29
아주 예전에 봣던 글인데도 또 눈물 찔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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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2013.10.02 10:39
볼때마다 눈물을 글성이게 하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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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2013.10.02 12:05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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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뼡
2013.10.02 12:11
두 친구분의 우정이 너무나 소설 같군요.
눈물이 나올려고 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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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비
2013.10.02 12:27
세월이 흐를 수록 감성적이 되나봐요...울컥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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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마
2013.10.02 12:58
감동적입니다.
맘이 정말 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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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쟤흙먹어
2013.10.02 13:09
이 글은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번 웹에서 봐오곤 했는데, 볼 때마다 뭉클합니다...
저런 가슴 따뜻한 친구를 둔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행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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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랑
2013.10.02 14:45
항상 읽어도 짠한 글입니다 오늘 친구놈한테 전화 한통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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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NEM
2013.10.02 14:47
아... 저도 이글 본적이 있었는데.. 다시봐도 마음이 뜨거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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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부스토
2013.10.02 14:50
후... 가난을 벗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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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누우
2013.10.02 15:03
이런 친구 있으면 세상이 든든할 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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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dy
2013.10.02 17:00
친구가 보고싶네요. 그래도 비슷하게나마 정말 친한 친구가 있어 다행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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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합니다
2013.10.02 17:10
눈물이 나오네요
제겐 저런 친구는 없네요
마음을 열고 다가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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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joja
2013.10.02 18:38
간만에 잔잔한 여운을 주는 책이나 한권 사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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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b
2013.10.03 02:46
정말 감동적이네요. 사무실에서 이러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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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띵이
2013.10.03 03:12
아!~~~~짠한 감동이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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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달의기사
2013.10.04 21:16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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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pin
2013.10.05 11:08
1만3천원이 그 전날 애기 분유가 아니었을까 싶어 더 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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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사람
2013.10.07 23:54
이미 유명한 감동글이죠^^다시봐도
저도 이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