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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가 없는 글입니다. 시간이 남아 돌아 뭐래도 좋으니 시간 때울거리를 찾으시는 분만 읽으십시오.
파네라이에 갑자기 꽂혀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벌써 몇 개의 파네라이가 생겼습니다. 그 중 두 개는 벌써 분양이 되었고 이제 125와 샾에 들어와 있는 359를 집어만 오면 됩니다. 뭐 쉽게 두 개라는 얘기를 에둘러서 하는 겁니다. 멋있게 보이려고...
(여기서 분양이라 함은 누굴 줬다는 얘기입니다. 아직까지는 제 시계를 팔아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많던 시계는 누가 다 가져갔을까요?)
125 얘기는 드라마틱하다고 광고를 해뒀는데 저한테는 피말리는 2주였지만 또 남보기엔 그저 있을 수 있는 흔해빠진 얘길 수도 있습니다.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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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음.. 잘 모르겠습니다. 뭐 몇 개월 전 올 봄 쯤..)
111 득템 이후 또 뭐가 없을까 시간만 나면 구글링에 (밥상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찾고 또 찾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찾았습니다. 당시 제가 원하던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 '파워리저브 디스플레이'가 있을 것 (6시 방향 모델은 제외. 그냥 안 이쁘단 생각에..)
. 루미노르 (솔직히 말하면 루미노르가 뭔진 모르고 111 처럼 그냥 '용두 옆에 멋지게 생긴 커버' 달려있을 것 입니다)
. 44 mm (111의 영향이 큽니다. 딱 요 사이즈가 좋겠다 싶어서)
. 무광유광스틸 (역시 111의 영향. 티타늄은 둔해보여서 일단 제외)
. 가죽줄 버젼
이 녀석은 파워리저브와 초침의 동그란 판이 은색으로 반짝거리는데 순간 '헉' 했습니다.
너무 근사한겁니다.
뭐랄까, 파워와 초침 있는 모델을 그간 많이 봤지만 다 검정다이얼 안에 아무 특징없이 바늘만 덜컥 있어서 무조건 패스패스 였는데 이건 흐흐..
그간 파네동을 눈팅으로 거의 매일 수십번씩 훓어 먹었는데 이런 모델은 호주 계시다는 회원님의 티타늄(?) 모델을 본 게 전부였습니다.
그나마 브레이슬릿 모델이어서 패스를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가물가물..)
44 mm 가 아니고 40 mm 라서 좀 아쉬웠지만, 어쨌건 구매를 위한 사이트 뒤지기에 들어갔고,
이배휘 여사로 통칭되는 그 곳에서 5천$과 6천$ 사이의 금액으로 구매를 했습니다.
페이팔의 제 크레딧카드 한도가 그 가격이 안되서 부랴부랴 다시 신청하고 고치고 하기를 3일..
결국 지불을 했습니다.
요기서 사단이 난겁니다.
지불 후 약 일주일 후에 FEDEX 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도착했노라고.
그걸 찾으러 저의 가장 사랑하는 직원 시과장을 보냈는데, 갔다와서는 아주 난감한 표정으로 일이 벌어졌다는겁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당시 제가 며칠 있다가 외국 출장을 가야하는데, 이 나라 법에 며칠 동안 안찾아가면 국가에 귀속이 된답니다.
제가 안사면 팔릴 것 같고 해서 부랴부랴 구입을 했고, 옥시 제가 없을까봐 받을 사람을 시과장 이름으로 해서 사무실 주소를 적었습니다.
************************************
받는 사람 :
Mz.시과장 (네, 시과장은 유부녀입니다)
ㄱㄱ주식회사
11번지, ㄴㄴ가, ㄷㄷ동
ㄹㄹ시, ㅁㅁ나라 [우편번호 222333]
************************************
아무런 문제가 없을 이 주소가 문제라는데, 다음은 시과장이 세관 사무실에서 전화를 통해서 저와 세관직원의 말을 전달하고 전달받은 겁니다.
세관 (이하 관) : 회사가 물건을 수입했다. 수출면장도 없고 이것저것 문제가 많다. 뭐 어쨌건 정식 통관 절차를 밟겠다. 얼마가 걸린진 알지? 내년 이맘때까지 기다려라~
저 : 무신 소리냐, 회사가 아니고 개인이 수입을 한 거고 회사에서 받으려고 사무실 주소를 쓴 것 뿐이다.
관 : 자 보아라.
내민 용지에는 이 나라 수입대행사의 양식에 따라 '받는 이' 란에 ㄱㄱ주식회사, MZ.시과장 그리고 그 다음줄에 11번지 어쩌구 나가는 겁니다 -> 팩스로 받음.
관 :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시과장이 아니고 ㄱㄱ주식회사일세 (물론 일부러 억지를 쓰는 겁니다)
저 : 보낸 사람이 작성한 인보이스를 봐라. 어디 그렇게 되어있냐?
관 : 잘 모르겠고~~, 어쨌건 조금 기둘리세요~ 히히
시과장이 세관 사무실에서
다음날 또 어찌어찌 아는 현지인 ㅂㅂ씨를 통해서 위의 문제는 없던 걸로 했고,
그래서 다음날 시과장이 또 갔습니다. 또 난감한 표정.
현지인인 시과장이 이 비싼 물건을 수입했을리가 없어서 시과장의 계좌 및 재무상태에 대한 조사를 하겠단다는겁니다 (우리 시과장 봉급 꽤 많이 받습니다만 ㅠㅠ)
저 때문에 엄한 사람 다칠까봐 다시 위의 ㅂㅂ씨를 통해서 이건 사실 그 보스인 한국인 ㅅㅅ의 물건이다. 세관에선 '그려? 오케..'
담달 또 갔습니다. 이젠 그 난감한 표정이 너무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오늘은 또 왜?"
귀한 물건이라 창고에 보관을 안하고 세관장 늠께서 점심 드시고는 가지고 집에 가셨답니다. 개인이 보관해야겠다고.. 허걱..
담날 아침 일찍 또 보냈습니다. (저희 회사는 일도 안하고 매일 이렇게 개인적인 일만 시킨다고 욕하시겠지만 당시에는 너무 절박해서..ㅜㅜ)
시과장 : 관세 내랍니다.
저 :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럼 당연히 내야지. 납세는 의문데.. (잠시 후) 뭐?!! 얼마? 3,500불?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시과장 : 대략 가치를 8,500불로 잡았답니다.
저 : 뭐를 근거로 그런 계산이 나와? 이 시계 마지막 생산년도가 2005년이다. 10년전 시계를 그것도 후속기종이 있어서 아무도 안찾는 이걸 무신..
(판매자가 다운밸류 해주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던지라고 별 생각없이 답장을 보냈더니 500불 중간대로 인보이스를 보내왔습니다)
자 보아라. 인보이스가가가 550불이다.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
.
(잠시 고민하다가) 좋다. 이거 도로 돌려보내겠다고 해..
(페이팔에 머니백인지 뭔지 그거 믿고 한 얘긴데, 돈 돌려받은 후 '나중에 다시 사지' 하는 맘으로 아쉽지만 그렇게 결정을 내렸습니다)
시과장 : 나도 그렇게 공갈을 때렸더니 세금을 내던지 포기하고 국가에 환속을 시키던지 두 가지 밖에 없대. 이 나라에 들어온 이상 무조건 절차를 거쳐야한단다..
그리고 나한테 떽떽거리지 말고 이제 니가 직접가라. 나도 피곤해서 이젠 더 이상 못하겠다.
저 : 내가 직접가면 요구금액이 커질텐데.. 알았으. 너 혼자는 안되겠다.
담날 제가 직접 세관을 갔습니다.
저 : 얼마면 돼?
관 : 비싼 시계를 수입하셨더만~~.
저 : 잡소리 빼고, 얼마믄 되?
관 : 에~, 또~, 시계 가격이 8,500 불이니까 음, 뭐 한 3천 정도 내시면 되겠네 (컴퓨터를 똑딱거리며)
저 : 선수끼리 왜 이래? 그리고 이게 얼마짜린데 세금이 3천이야? 이 친구야 이거 500불짜리다 500불.
관 : (능글맞은 웃음을 웃으며 )까르띠에가 원래 비싸잖아..
저 : (띵!!) 뭐? 까르.띠..에? 어~ 맞아 까르띠에.. (각주 A 참조)
우리 선수끼리 그러지 말고 너 좋고 나 좋고 오케?
관 : (책상 서랍을 슬며시 열며) 얼마 가져왔어?
저 : 200불 -.-
관 : (서랍을 황급히 닫으며) 절차는 빨라도 두 달이 걸릴 예정이오며 고객께서는 어쩌구 저쩌구..
저 : (말 딱 끊고) 1,000불
관 : (제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금 바로 가져갈거야? 아님 내일 찾으러 올래?
(밤7시가 넘었습니다만 세관 사무실에는 직원 20명 가량이 담배와 커피를 마시며 놀고 있었습니다)
저 : 지금 가져갈게 (책상 옆 서랍에 흰 봉투가 슬며시 들어갑니다)
관 : 10분만 기다려
각주 A.
만약 롤렉스나 까르띠에가 아닌 파네라이라고 했으면 최소 'Pam 172' 금액을 매겼을겁니다.
왜? 그런 브랜드 못들어봤으니까..
급하게 구글링해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최고 금액의 제품을 기준으로 할 겁니다.
항변? 소용없습니다. 세관이 때린다는데 누가 말립니까? 마치 법정에서 판사가 때리는 형량처럼..
빼먹은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고보니 역시 시시하고 길이만 길어졌습니다.
다음날 다음날이 사실은 토요일, 일요일 끼고 해서 거의 도착 2주만에 가지고 온 겁니다.
당시에 집사람 왈, '시계를 보니 좋아 보여서 자기네가 먹을라구 그러는거네. 포기하셔 쯧쯧'
전 "오기가 나서 안되겠다. 나 꼭 찾고만다.." 결국 그 짓을 하고 찾았습니다.
그 세관 직원은 아마도 500불의 물건을 50불로 고치고 세금면제로 서류를 접수하고 그날 밤 퍼지게 먹고 놀았겠죠.
장장 2주간의 투쟁이었습니다. 솔직히 좀 지쳐서 포기할까도 했는데, 그러기에는 돈이, 시간이, 내 정력이 너무 아까워서 끝까지 갔습니다.
집사람의 한마디가 박카X 입니다. 그간의 피로가 확~~ "응, 말도 안되는 싸움한다고 수고했어 ㅋㅋ"
여기까지 입니다.
혹시 오해가 있으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정직하고 투명한 대한민국의 세관 얘기가 아니고 전세계에서 부패로 늘 탑10 안에 드는 나라의 얘기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또한 제가 불법을 자행했다고 생각하실까봐 노파심에서..
정상적인 통관을 안한게 아니고 저 위의 방법이 정상적인 통관입니다.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닙니다.
재미없게 길기만 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낙제점 60포인트는 넘었으니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다음부터는 글 다운 글을 다듬어서 천천히 게시판에 올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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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GBY™
2013.09.0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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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
2013.09.06 21:53
Rugby님께서 댓글을 다 달아주시고.. 요샌 그냥 한국으로 다 배송시켜서 세금 낼 거 내고 맘 편히 지냅니다. 어쨌건 다신 여기서 통관시킬 일 없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맘이 상해서요 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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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
2013.09.06 20:46
고생하셨네요..전 그냥 앉아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네요. 다음 쓰실 글이 미리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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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
2013.09.06 21:53
'흥미진진' 단어 하나가 큰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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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ac
2013.09.06 20:59
그런 사연이 있는 시계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거의 70년대 상황을 보는듯 합니다 -
오소리
2013.09.06 21:56
'여기를 보세요' 하면 장사꾼의 유도글 같지만, 여기를 보세요~~
Consult 란에 제가 'ABP누룽지는 도대체 어쩌구'하면서 질문 올린게 있습니다. 몇 달전 거기서 특템한 스트랩을 125에 채워둔 사진이 있습니다.
참 아름다운 시계입니다. 대다수의 파네라이가 그렇긴 하지만..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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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 조
2013.09.07 00:28
ㅎㅎ..그런것을 택배로 하시다니요...참으로 큰 실수를 하셨네요..제가 사는 나라도 비슷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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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
2013.09.07 08:53
만약 사이공에 사시면 상황은 매한가지겠죠. ㅎㅎ 수고 많으십니다. -
키위
2013.09.07 05:11
동남아 어느 나라는 공항에서 짐 찾으면 경찰이 짐 들어준다지요? 팁 받으려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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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
2013.09.07 09:08
여긴 트집을 잡아서 뻿지 그런 굴욕모드는 없을 것 같습니다. ㅎㅎ -
쥬메이라
2013.09.07 07:57
다음글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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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
2013.09.07 09:16
글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어쩠건 재밌으셨다면 저로서도 쓴 보람이 있군요. 감사합니다. -
hlk
2013.09.07 08:00
공감 2000프로 되는 인도네시아 얘기네요...
요즘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입국시부터 거의 모근 정부기관 관련 일들에 기름칠 없이는 할 수없는게 많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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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
2013.09.07 09:34
이 곳 시계 시장도 꽤 재밌습니다. 부자가 많아서 그런지 초고가 쪽은 싱가폴을 가는 것 같지만 중급 시계는 오히려 한국보다 더 다양한 것 같습니다. 가격은 그닥..
얼마전 매장에서 Pam 504 차 볼 기회가 있었는데 tax free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그런 말 들어 본적이 없다. 아니 택스 프리란 말을 몰라? 알긴 아는데 내말은 택스 프리란 제도로 시계를 팔아본 적이 없어서 당신이 세금 환급을 받을 지 말 지는 장담 못한다. 복불복 당신 운이겠지만 안되지 않을까?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
yeshim
2013.09.07 09:22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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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
2013.09.07 09:35
감사합니다.. 오늘은 시간이 아주~아주 많아서 댓글 다 달겠습니다. 몇 개가 달리던지 ㅎㅎ -
dfefdfe
2013.09.07 09:49
잘 읽었습니다. 결코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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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
2013.09.07 10:39
지루하지 않으셨다니 선방한 느낌이군요. 감사합니다 -
멀더
2013.09.07 11:08
제 친구가 중국에서 식품 물류회사 관리자인데여...... 낮에 공안이 와서 꼬트리 잡고.... (일년에 두번씩 있는 일이라고 하네여)
친구가 알았다 저녁에 와라.... 했는데...
그 공안이....
험비 H2를 타고 옆에 이쁜 아가씨와 수금하고 갔다네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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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
2013.09.07 15:51
상상이 갑니다. 마치 송금 후 은행수수료 떼듯이 주는이도 받는이도 너무나 자연스럽지요 ^^ -
안양
2013.09.07 12:54
ㅎㅎ다들 저처럼 다 읽고 가셨나봐요ㅎㅎㅎㅎ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라 읽는 재미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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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
2013.09.07 15:57
정말 재미있으셨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시니 부끄러운게 사실입니다. ^^; -
오소리
2013.09.07 16:02
댓글 달아주신 많은 동지들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사실 포럼에 사진도 올리고 오프활동도 해야하는데, 전국구 조폭 모임에 동네 노는형이 낀 기분이랄까,
다른 회원님들의 사진과 글이 너무 좋아 전 감히 올릴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냥 눈팅만 줄기차게 즐기는 중입니다.
혹시 어느 당이 되던지 간에 인사 드릴 기회가 되면 따뜻한 환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수사불패
2013.09.09 19:34
대단하십니다 저같았음 어쩜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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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2013.09.14 18:12
저도 동남아 여행천국 태X 치앙xx공항에서 면세품에다 세금때려, 이틀동안 옥신각신하다 1500밧 주고 찾은일이 있습니다.
세관에서 트집잡으면 방법이 없더군요.
ㅎㅎ 추천드립니다. 지루하지 않고 라디오 사연 읽는것 같았네요. 남의 나라 세관에서 시비걸면 정말 답이없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