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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456 3874  공감:5  비공감:-7 2013.01.10 03:42

아는 형님중에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연예인, 운동선수 등등 가리지 않고 놀만한 사람이라면 죄다 만나고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는 40 중반이 넘어가는데, 명함만 그럴듯하지 실제로는 놀고 먹는 것이 일이라 할 수 있을만큼 스스로 인정하는 한량입니다.

정상적인 사업가로 보이며 경제적 어려움만 없다는 차이가 있을 뿐 가까운 친구에게는 기피대상인...'조성민의 잘 포장된 버전'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 형님과 2010년 경에 식사를 하다가 우연히 강병O 씨를 만났고, 술자리까지 이어졌습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형님의 강요로 자리를 함께하게 되었고, 몇 명의 남녀가 더 왔는데 그 중 조성민씨도 있었습니다.

위험한 자리이니 눈치를 봐서 피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조성민씨가 자꾸 말을 걸더군요.

제가 아는 사람이 없어 불편해하는 것으로 여겼는지 친근하게 농담도 하고 말을 건네 왔습니다.

그 때의 조성민씨는 외모도 훌륭하고 과하지 않은 배려심도 있는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린애도 아니고...그정도에 혹해서 경계를 늦추진 않았지요.

역시나 어느 순간 술이 취했다 싶더니 횡설수설하면서 이상하게 변했습니다.

난폭한 행동을 할 것 같아 두렵기도 하고, 주위의 시선도 너무나 따가와서 속히 일어나려 생각을 하는데 이 사람이 갑자기 저를 붙들고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람 술마시면 우는 버릇이 있구나...이러다 갑자기 주먹이 날아오진 않겠지? 절대 반격하지 말고 그냥 도망가야지!'

별 위험한 행동은 없었지만 울다 그치다를 반복하며 횡설수설하는데 정말 도망치고 싶었습니다..ㅜㅜ

 

그러기를 몇 시간...저 말고 다른 사람은 다 만취해버려 양심상 자리를 뜰 수도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일행 중 한 사람이 조성민씨의 머리를 만지며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야, 성민아! 너 애들 안 보고싶냐?"

순간 난투극이 벌어지는 장면이 그려지며 눈앞이 노래졌습니다만, 의외로 조성민씨는 테이블에 엎드린 채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조성민씨가 외마디 탄식과 함께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었고, 악명높은 거인의 그런 모습에 측은함과 두려움이 교차했습니다.

그런데..떨리는 목소리로 허공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도 OO이, OO이 보고싶어. 그런데 내가 애들 만나려고 하면 돈에 욕심이 나서 그런다고 온 세상이 나를 욕하는데 어떻게 그래?

나만 욕먹으면 괜찮지만 애들은 어떻게 하라구...

차라리 나같은 아빠는 없는 편이 낫지...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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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조성민씨가 자살로 세상을 떠났더군요..(저는 조금 지나고 알았습니다)

술자리에서 한 번 본 것이니 지인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절절한 슬픔을 짧지만 강렬하게 느꼈기에 마치 친구를 잃은 것과 같은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세간의 평가는 '돈에 눈먼 불량배'도 모자라 '아이들을 버린 냉혈한' 이라고까지 되어 있더군요..예전에 버렸으면 됐지 두 번 버리는 것이라며...

그러나 제가 만났던 조성민씨는 주폭도 아니었음은 물론,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이었지 절대 냉혹한 아빠가 아니었습니다.

 

네이버 댓글을 보니 누군가 그를 욕하자 다른 누군가가

"애들한테 다가갔다면 돈욕심을 내는 죽일놈이라 욕했을 것이면서 이제와선 자식을 등지고 살았다고 침뱉고 싶냐?"

라고 남겼더군요.

제가 본 그는 적어도 자식의 문제에 있어서 이 네티즌의 말처럼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였습니다.

그래도 비난하는 댓글보다는 악플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댓글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인 듯 합니다!

 

언제나 그의 주위에는 유명세를 이용해 뭔가 해보려는 사람들로 들끓었다고 합니다만, 정작 그에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배신'과 '몇 번의 사업 실패' 뿐이었지요.

만약 제가 그 날 조성민씨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그의 말을 들어주며 위로하고 격려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지나친 비약이겠지만, 그날 이후로 가끔이라도 연락을 하고 지냈다면 자살하기 전 제게 전화를 해 위로를 받고 삶을 이어갔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그의 요청에 웃으며 알려준 뒤 서너번의 전화와 문자를 씹었던 저도 그의 죽음에 한 몫 한 사람인 듯 합니다.

'얼마나 외로우면 처음 보는 내게 저렇게 순진하게 다가올까..' 라고 순수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이 민폐덩어리가 무슨 짓을 하려고 내게 이러나?' 라며 경계만 했던 제 모습을 보며 '역시 이 사람도 똑같구나..' 라는 정망을 느꼈을테니, 저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요..

비록 그 몫이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적어도 악플을 달고 그에 동조했던 악플러들보다 나을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감상에 빠져 자책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다른 사람을 향한 관심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피해라고 해봤자 별것도 없었을텐데 왜그리 계산적으로 그 사람을 외면했는지, 여러가지 핑계로 그에 대한 선입견을 정당화시킨 것은 아닌지, 한두시간 그저 그의 한탄을 들어줄 아량은 없었는지..그리고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에게 안좋은 평판을 얻는 것이 두려워 그를 멀리했던 것은 아닌지...

저는 남자인 척 했을 뿐, 사소한 것에 연연하고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속좁고 시시한 놈이었네요..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아직 살아계신 저 형님에게는 앞으로 잘 해드려야겠습니다..ㅠㅠ

 

그리고 끝으로 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조성민씨가 성공한 스타플레이어였더라도 똑같이 대했을 것인가?"

물론 그의 처지가 달랐다면 제게 그렇게까지 다가오진 않았을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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