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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4382  공감:1 2012.10.30 10:01

버티컬 테이스팅과 호라이즌털 테이스팅이라는 용어는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종종 쓰이는 말입니다. 수직과 수평이 무슨 의미인가 하면 하나의 와인을 생산 연도(빈티지라고 하지요)별로 모아서 맛을 보는 것이 버티컬 테이스팅이요 다른 여러가지의 와인을 같은 빈티지끼리 모아서 맛보는게 호라이즌털 테이스팅입니다. 버티컬은 같은 와인인데도 빈티지별로 달라지는 미묘한 차이를 감상하면서 와인의 시음적기가 언제인지 판단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호라이즌털은 같은해의 와인이라 해도 산지와 양조자의 개성에 따라 달라지는 와인들의 개성을 볼 수 있지요.

 

버티컬 테이스팅을 할 수 있으려면 와인의 바탕이 훌륭해야 합니다. 짧게는 십여년 길게는 수십년을 버틸 수 있는 기초 체력과 구조가 있어야 버티컬을 할 수 있지요. 흔히들 마트에서 사다 마시는 칠레나 미국, 호주 와인들로는 버티컬 테이스팅을 하기 힘듭니다. 보관이 잘된다 해도 더 좋아질 여지가 없다고 해야 할까요. 생산된지 2-3년안에 소비하는 것이 그 와인을 가장 잘 마시는 길입니다. 같은 이유로 화이트 와인도 버티컬 테이스팅의 대상은 아닌데 이건 양조방법과 관련이 있어요. 레드와인만큼 묵직한 코르통 샤를마뉴 정도는 되어야 버티컬의 대상이 되겠지만 그것도 별로 재미는 없을 겁니다.

 

주로 버티컬 테이스팅을 하는 와인들은 프랑스의 묵직한 레드 와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샤또 라투르나 샤또 마고같이 5대 샤또라고 불리우는 와인들이거나 와인의 황제라고 불리우는 부르고뉴의 탑클래스 와인도 여기에 속하지요. 그외에 신대륙 와인이라 하더라도 오래도록 보관이 가능하고 양조장의 역사가 쌓여가면 버티컬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만 전제조건은 역시 와인 자체의 수명이 길어야 한다는 것이죠.

 

어제는 지인들과 술을 한잔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어폰을 끼고 얼마전에 받아둔 스티비 원더의 "넘버원"이라는 음반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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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살때부터 음반을 내고 차트 넘버원의 기록을 써온 스티비 원더의 핑거팁스 파트투는 정말 맑고 깨끗하다는 생각이 드는 음악이었는데 마이클 잭슨의 잭슨 파이브 시절을 떠올리게 할만큼 음색이 비슷하더군요. 특유의 리듬감과 혼이 실린듯한 하모니카 연주는 이게 정말 십대 초반의 음악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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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들어 좀 더 진지한 음악적 고민을 하게 되고 만들어낸 노래들에서는 끓어오르는듯한 청년의 음성이 들립니다. 매끄럽다기 보다는 활기차고 씩씩하면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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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을 80년대의 음악이 우리에게는 제일 익숙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저스트콜 투세이 아일러뷰 라던가 에보니 앤 아이보리, 파트타임 러버같은 노래들은 어렸을적 즐겨듣고 따라 부르기도 했었지요.  참기름을 바른듯 매끈하고 유려하게 넘어가는 목소리를 들으며 완숙기에 접어든 대가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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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해 많은 걸 알지 못하지만.. 21세기에 나온 그의 노래를 들어보면 이제 절정기를 넘어 한 숨 꺾여가는 와인의 우아한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포텐셜은 이미 다 터뜨렸고 절정기는 지났지만 아직도 우아한 매력이 남아있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적당히 술기운이 남아있는 마음에 스티비 원더의 변해가는 목소리는 시간에 따라 매력을 더하기도 하고 슬슬 꺾이기도 하는 와인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스스로도 참 재미있다는 생각에 이렇게 게시물도 써보네요. 딸에 대한 사랑을 담은 Isn't she lovely 라는 노래를 기억합니다. 백마디 말로도 할 수 없는 자식에 대한 사랑 고백을 그는 참 예술적으로 해내더군요. 좋은 와인 처럼 좋은 음악도 결국에 그 밑바탕에는 사랑이 담겨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요즘 음악방송을 가끔가다보면 젊은 친구들이 칼처럼 군무를 춰가며 음정 박자가 정확한 노래를 잘도 불러냅니다. 아이돌이니 팝스타니 하는 수식어들이 난무하지요. 도대체 저 그룹의 멤버가 몇명인지 각자의 이름이 뭔지도 모를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저중에 10년이 지나도 자기 음악을 할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저 가수들중에 10년 20년이 지나 버티컬 테이스팅을 할 수 있을만한 인재는 몇이나 될까 하구요.

 

스티비 원더와는 다른 의미의 버티컬 테이스팅을 할 수 있는 가수로 조니 미첼을 꼽습니다. 젊었을 적에는 히피 문화의 중심에서 맑고 청아한 노래를 불렀던 포크송 가수였는데 그녀가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부른 노래는 인생의 온갖 풍파와 고뇌가 찌든 담뱃재같은 목소리가 묻어있는 기가 막힌 곡이 되어 있었습니다. 창고속에 두고 잊었던 와인이 엄청나게 다른 느낌의 탄생하기 어려운 명주가 된 느낌이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와인과 인생, 음악과 인생..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해가는 이런 것들에서 뭔가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 과연 인생을 조금씩 알아가는 탓일지, 아니면 깊어가는 가을 탓일지, 그것도 아니면 모처럼 만난 좋은 후배들과 기분좋게 마신 술때문일지 알 수 없어 궁금해지는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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