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Hot 게시글은 조회수1000 or 추천수10 or 댓글25 이상 게시물을 최근순으로 최대4개까지 출력됩니다. (타 게시판 동일)영화의 배경은 주인공들이 96학번이라고는 하나 그 감성은 90년대 초반의 감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히 주인공들의 연기보다는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짙게 느껴지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대학에 입학하니 옮고 그름과 관계없이 아직도 사회가 변하고 있음을 인지못하고 사회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80년대 후반 학번의 선배들과 수능이라는 새로운 입시방법을 통해 입학한 개인적인 성향이 충만한 후배들과 거기에 한 몫하는 학부제라는 새로운 학제는 그 사이에 낀 저희를 방황하게 했습니다. 연구실에서 대학원 선배들과 간 짜장면을 시켜먹을때도.. 참고로 선배들은 도시락을 싸왔습니다. 먼저 짜장을 선배 밥 위에 부어드리고 남은 짜장으로 퍽퍽한 면과 비벼먹고 선배가 식사가 다 끝났을때야 비로서 신문지를 덮는 생활을 했던 저로서는 후배들에게 새로운 변화에 적응을 못하고 눈치없는 선배로 보일가봐..결국은 저와 공통점이 많은 몇몇 후배에게만 애정을 쏟게 됩니다..ㅋ
그때 사회는 막 X세대란 신조어와 96년 이후 패러다임이 바뀔정도의 엄청난 통신수단(?)인 "삐삐" 일명 단방향 통신방식인 "문자 호출기"가 나오고 전화부스 앞에는 공강 시간마다 길게 줄을 늘어선 광경은 오빠(58), 빨리빨리(8282), 사랑해(486), 오빠미워(5825) 등. 지금보면 돌아버릴거 같은 추억의 삐삐 문자와 더불어 92~94학번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는 공통 분모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태지의 벙거지 모자, 미국 메이저리그 티셔츠, 닥터마틴, 이스트 백/학교가방, 휴대용 CDP, 듀스, 김원준 치마바지, 길거리 X세대 테이프 등 나름 이전과는 다른 파격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추억이 되버렸습니다. 강남역 빠샤와 오딧세이. 휴가나온 굶주린 친구를 데려가면 당연히 뺀지먹던..그냥 가줬으면 하지만 뺀지 먹을줄 알면서 꼭 기다리던 눈치 없는 친구. 학교 축제의 주점 보다는 나이트를 좋아하고 어머니 소투 몰고나가면 그래도 여자애들에게 먹어주던.. 그래도 서로의 학교에 학보를 보내주던 감성이 살아있던 그 시절이 영화를 보면서 스쳐갔습니다. 한 해 90만명 이상이 대입을 치뤘고 고등학교 연합고사도 떨어지던 친구들이 있던 그 시절.. 우리들의 천국과 내일은 사랑을 보며 대학가서 하고 싶은 것들을 공책에 적어 놓던 순진한 그 시절 친구들이 건축학개론이란 영화를 400만 가까이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요즈음 친구들이 이해 안가고 홍대라도 나가면 수시로 멘붕이 일어나는..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듀스의 노래가 머리를 때리는 이제는 30대 후반에서 40까지.치열하게 먹고 사는걸 걱정하는 우리들에게 건축학개론이란 영화는 그 자체가 수작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 시절의 감성을 이해하고 저마다의 전성기를 그리워하는 그런 영화입니다.
회원님들도 저와 같은 세대 많으신가요? 친하게 지내요..ㅋ 몸서리치게 그립습니다. 그 시절이...
댓글 15
-
백번김군선생!
2012.05.12 09:44
-
줄질의달인
2012.05.12 11:39
저두 96인데,,,,건축학개론 꼭 봐야겠군요,,,,^^
-
통통이
2012.05.12 15:51
ㅎㅎㅎ 저도 92학번인대 그시절이 그립네요 ..
-
클라우드80
2012.05.12 16:48
저도 봤는대~~그때의 아날로그 생활이 그립긴 하더군요~~
-
coolman
2012.05.12 16:57
음... 글 참 잘쓰시네요. 저도 그때가 정말 그립지만 생각안하려고 애씁니다. 술한잔하면서 친구들과 그때 얘기 한참 떠들고 집에 들어오면
나를 절대적으로 무시하는 유한한 인생의 시간앞에 다시 한잔하게 되더군요.
앞만보고 삽니다.
-
구기구기
2012.05.12 23:13
아 옛날이여...92년의 찬란한 봄날이여...아카시아향 가득하던 5월의 축제가 이맘때면 늘 그립습니다...아직도 친구들을 만나면 그때와 별로 다르지 않은것 같은데 문득 나이들어버린 자신을 발견할때마다 ㅠ.ㅠ평생 가지고 갈 아름다운 시절이죠^^ -
과근육
2012.05.13 01:47
이 영화 한번 봐야겠군요... 하지만 zum님은 나이를 속이시는 것 같군요 +.+ㅋ
삐삐라면...93학번 쯤..되실 듯 싶은데요. 96학번이시라면 PCS 나오던 시절 아닌가요?
-
브라자
2012.05.13 05:51
저도 이틀전에 보았네요.. 저는 01학번이라 100%공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학생활이 그리워 지는것은 어쩔수가 없더군요
돌아갈 수 없기에 더 그리워 지는것 같아요 ^^
ps : 저는 강남역 단코와 딥하우스 세대이네요 ㅋ
-
analog
2012.05.14 09:32
기억나는 나이트 명칭이,,,
오디세이, 딥하우스, 터보 > 당코,,, 빠샤는 모르겠네요 ^^ 또 뭐있었더라,,,
스트리트할리 같은 락까페? 도 있었고,,,
-
최강PnC
2012.05.14 22:16
정말 글 잘쓰십니다 ^^ 영화도 영화지만 이 글이 제 마음속 한구석을 울리는군요 ^^
-
Miamor
2012.05.15 01:31
이영화 강력 추천 인가요?
-
녹차괴물
2012.05.16 08:29
저는 좀 늦은 학번이라 확 와닿지 않았으나
납뜩이 때문에 영화에 조금 더 몰입 할수 있었습니다 ^^ ㅎ
-
rufneck
2012.05.16 13:34
님 글이 마음을 한번 더 울리네요.. 한가인, 수지도 좋았고 전 고준희도.. ㅎ
"ㅆ년이었대요!"
-
로빈리
2012.05.19 05:27
저도 96입니다. 펜티엄 컴퓨터를 사기위해 300만원을 줬던게 기억나네요. ㅋ -
빌리기사
2012.07.06 02:29
정말 잼있게 봤네영...ㅋ
저도 서태지와 듀스 좋아했었습니다. 그때가 제가 중고등학생 시절이죠~나름 닥터마틴 이스트백도 저희때 유행했었습니다.
영화 보면서 주인공 친구에게 그 시절 감성을 많이 느꼈습니다. 시대상을 잘 반영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