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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게시글은 조회수1000 or 추천수10 or 댓글25 이상 게시물을 최근순으로 최대4개까지 출력됩니다. (타 게시판 동일)저녁으로 신촌 현대백화점 옆에 있는 오래된 순대국집 구월산에 들렀습니다.
몇년만인지도 생각이 안나지만 들어서는 순간 그대로라는 걸 느꼈어요. 시간이 흘러도 그런 기억은 그 장소와 엮이어서
같이 흘러갑니다.
손님이 한명이면 오로지 내오고 치우는 효율성을 위해 이렇게 차려 줍니다.
보기에는 이게 뭔가 싶은 밍밍한 맹탕 국물 같군요.
밑바닥을 저어보면 직접 만든것 같은 왕순대와 머릿고기며 내장등의 부속이 떠오릅니다. 밥을 말아 먹는 걸
감안할때 적지 않은 양, 적당히 알맞은 양이 되도록 만든 순대국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은 7천원이구요.
직업이 영업이다 보니 여기 저기 다니면서 외식을 할때가 많습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 갈때도 있으니
지역별로 대표적인 서민 음식을 많이 먹어 봤습니다만 그중에 제일은 역시 순대국이 아닌가 싶어요. 든든하고
한끼 때우기에는 안성 맞춤입니다.
구월산의 순대국은 올드스쿨입니다.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어서 식당에는 음식의 맛과 예전의 기억을 같이 먹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음식 자체로만 평가한다면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국물에는 냄새를 잡기 위한
한방 약재를 써서 희미한 한약 냄새가 얹혀 있지만 기본적으로 돼지 냄새가 강합니다. 건더기도 적지 않기는 하지만
큼직 큼직 두께도 있어서 뭐랄까 투박합니다. 쫄깃한 왕순대는 순대국밥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죠. 찹쌀순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게 요즘의 경향인 것 같습니다.
뉴스쿨쪽 체인으로는 동네마다 하나씩 눈에 뜨이는 신의주 찹쌀순대가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식으면 굳어버릴
정도로 두툼하고 냄새없는 하얀 국물에 잘게썬 돼지 고기가 듬뿍 들어가고 구월산과는 반대로 들깨며 양념장을 따로 넣어
원하는 맛을 만들어 먹습니다. 이게 요즘의 순대국 최신 경향이 아닌가 싶네요.
순대국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보니 작년 10월에 다녀온 후쿠오카 여행이 생각납니다. 하카다 원조의 돈코츠 라면이란
선전을 하고 있는 점포에서는 참기 힘든 돼지냄새가 펄펄 났고 세련된 뉴스쿨 계열의 돈코츠에서는 맛의 완성이란
이런거구나..하고 실감을 했죠. 하지만 올드스쿨도 꾸준히 팔리고 아직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으니 별일입니다.
시계에 빗대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거지같다고 욕하면서도 의례히 습관처럼 찾는 브랜드며 제품이 있고
그런 시계에는 시계 자체의 완성도나 아름다움보다는 추억이 묻어있기 마련이죠. 순대국 한그릇 먹으면서 참 별생각을
다하고 자빠졌습니다.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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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2011.08.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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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루찌
2011.08.22 22:31
저도 순대국에 추억이있습니다 역시 로키형님ㅠ -
SANGTHEMAN
2011.08.22 20:45
하일 스무스무!
로키님 신촌바닥에서 자빠져 계시면 돈좀 벌으셨겠는걸요 :) 후다닥 -
로키
2011.08.22 22:04
언제 같이 한번 자빠집시다. ㅋㅋ -
board
2011.08.23 08:27
뭘 자빠지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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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맨
2011.08.22 21:24
저도 나름 순대국 매니아 입니다 ㅋㅋㅋ 저는 막창에 선지를 듬뿍넣은 전통순대를 좋아합니다 ㅋㅋ 찹쌀은 좋아하지 않구요~ 머릿고기랑 내장~순대가 가득 들어있는 순대국과 깍두기, 청양고추만 있으면 저에게 있어선 세 손가락 안에드는 끼니입니다^^ ㅋㅋ 순대국엔 돼지냄새가 쫘악 나야 제맛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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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쟁이
2011.08.23 09:03
ㅎㅎ훅맨님 진정한 매니아이십니다 ^^ 순대국엔 돼지냄새~~ 저역시 예전 시장구석에 허름한 진정한 순대국집에서 돼지냄새맡으며 먹은것이 제일 맛나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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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2011.08.22 21:35
아.. 저도 순대국 정말 좋아하는데.. 정말로.. 오늘 로키님 댓글보고.. 학교 앞 순대국집 갔다왔습니다 ㅠㅠㅠ
찹살 들어간 순대.. 먹고싶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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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THEMAN
2011.08.22 21:55
ㅋㅋ 소고님, 어제는 맥주 드시고 오늘은 순대국 드시네요 ㅋㅋ 내일은 제가 청양고추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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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2011.08.22 22:00
촐랑대는 남자. 상더맨님. =_=;;; -
SANGTHEMAN
2011.08.23 10:43
로키님, 저 로키님 닮았다면서요 아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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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2011.08.22 21:59
귀가 얇은 남자. 소고님. ㅎㅎㅎ -
소고
2011.08.22 23:1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귀가 매우 얇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맥주에 순댓국에.. TF를 끊던지.. 돈이 많던지 해야겠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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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cturn
2011.08.23 00:19
;ㅁ; 외국에있으면 이런 한국냄새 물씬 나는 음식들이 그저 그립습니다. 순대국밥, 돼지국밥, 해장국, 선지국..ㅠㅠ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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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쟁이
2011.08.23 09:05
순대국 최고입니다 ^^ 저역시 얼마전에도 거의 한달동안을 아침에 순대국먹은 기억이있습니다. 한달지나니 좀 쉬어야겠더라구요 ^^ 좀쉬고 다음달부터 또 달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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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stchul
2011.08.23 09:43
구월산 순대국 오랫만에 보는 군요. 학창 시절 돼지국밥이 먹고 싶을때 대용으로 먹었던 기억이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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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건이~
2011.08.23 09:44
갑자기 순대국땡기네요...쩝...
짱구님한테 연락해야하나 점심먹자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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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
2011.08.23 10:16
저도 순댓국 좋아하고 여기저기 좀 다녀본 편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충청도에 있는 소위 원조순대 병천순대의 고향에서 만난 '충북순대' 진짜 감동이었습니다.
순댓국 좋아하시는분들은 정말 꼭 가봐야 합니다.
- 전에 보니까 스펀지 'ㅇㅇ로드'에도 나오더군요
과식해서 더 못먹을거 같았는데도 계속먹게되더라구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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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2011.08.23 11:00
아아.. 내눈 ㅠㅠ 위꼴사 공격이십니다 ㅠㅠ -
빵만이
2011.08.23 10:58
순대국먹으며 소주한잔하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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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
2011.08.23 11:07
뱅뱅사거리에 있는 서초순대국 정말 추천합니다..
최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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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
2011.08.23 15:12
아..순대국 정말 좋아하는 메뉴인데..
점심 먹은 후지만 먹고싶은 생각에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싶네요 ㅋㅋ
이번 주말엔 순대국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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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
2011.08.23 20:26
지금 저녁먹고 타포질을 하고 있는데... 글을 읽다보니 침이 고이는군요..
순대국. 제가 있는 이곳에는 병천순대 체인점 밖에 없는데.. 혼자 있을때 자주 먹었지요..
서울에 올라가면 구월산 순대국 꼭 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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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man
2011.08.24 04:00
하드한 순대국은 여의도와 광화문에 두곳의 가게를 두고 있는 모유명 순대국집이죠. 너무 하드해 반주가 없이는 잘넘어가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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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인생
2011.08.25 03:27
밤에 보니 먹고 싶어 죽겠네요...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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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여
2011.08.25 17:54
순대국 감자탕 좋아 하는데 하필 오늘 이시간에 로키님 글을 봐버려서
어쩔수 없이 이슬이 가슴이라도 쥐고 입맞춤이라도 해야 할것 같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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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중독
2011.08.28 20:34
아~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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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니오
2011.08.31 09:24
아침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또 허기가 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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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슝슝
2011.09.05 15:56
오호.......땡깁니다 진짜....ㅡㅡ
빠진 이야기가 있어서 몇자 첨언하자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순대국집은 선릉역에서 르네상스호텔 사거리 가다보면 있는 골목 귀퉁이의 선릉순대국입니다. 그집 순대국과 머릿고기보다 나은 집을 아직도 못찾고 있답니다. 여기서 언제 번개 한번 하면 참 좋겠는데 말이죠. 이제 날씨도 슬슬 시원해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