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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taad318 3797  공감:16 2016.11.06 13:58

대학생 아들과 대화를 하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두서없이 적어봅니다.



아버지는 나라가 자랑스러우세요? 

  -응


구체적으로 어떤점이요?

  -강대국은 아니었지만 긴 역사도 있고, 약한 나라였지만 단기간에 이렇게 잘 살게 된 점, 근면함 등등


죄송하지만, 미국이나 캐나다같은 신흥국 외에는 긴 역사가 없는 나라가 없고, 

미국과 일본 등의 원조가 없었다면 과연 잘 살 수 있었을까요? 

근면함을 강조한 결과 일하는 기계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매우 당황하며)그래도 삼성, 현대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생겼잖아. 월드컵, 올림픽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삼성, 현대를 욕하잖아요. 기업이 성장하면 무조건 자랑스러운 일인가요?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한 것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고요.

   -윤리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면 반성이 필요한데, 자랑스러운 것과 연관시켜서는 미처 생각을 못 해봤다.


아버지 친구분들과 중국사람들을 비하하면서 무시하듯 말씀하시잖아요. 불과 100년 전까지 조공을 바쳤고, 지금도 중국의 눈치를 보는데 왜 그러세요?

   -중국 자체는 강한 나라지만 사람들의 민도가 너무 떨어져서 피해를 입히니까 그래. 


민도가 떨어지면, 못사는 나라라면 비하하듯 말해도 되나요? 우리나라의 민도가 중국에 비해 월등하다고 생각하세요?

   -중국에 비해 민도가 낫다고는 생각한다만 어떤 경우에도 비하는 안되지. 아빠가 잘못했다. 


제 생각에는 짱깨, 쪽발이, 검둥이, 까만애, 테러범들 등등의 표현이 제일 민도가 떨어지는 일 같아요. 아버지가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거 들으면 솔직히 부끄러워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그냥 입에 붙어서 별 생각없이 말했는데, 네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아빠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생각이 많이 있었던 것 같구나.


종종 한국인이 다른나라 사람들보다 우월한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그런 생각이 히틀러를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해요.

아버지가 우리나라가 우월한 것처럼 말씀하실때 솔직히 열등감이 있어 그러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70~80년대에 비해서 너무 발전한 것을 보면 너무 기뻐서 자랑하듯 말한 것도 있는데, 남과 비교하는 것은 일단 나쁜 일이지. 

    열등감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대국과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 질투심을 가졌던 것은 부인하진 못하겠구나.


아버지 기분을 상하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그렇지만 언젠가 한번쯤 이런 대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조국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는가? 우리가 다른나라보다 우월해야만 하는가?" 라는 주제로 토론이 있었는데 아버지 세대와 저희 세대의 의식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떤 친구는 "우리나라를 부끄럽다고 느낀다면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건강한 것이다." 라는 말까지 했는데, 그 말에 동조하는 학생들도 많았어요.


아버지와 어른들을 보면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자랑스럽다고 말씀하시지만, 실제 일상에서 볼 때는 나라에 대한 사랑이나 자랑보다는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사랑하니까 화를 내신 것이겠지만, 그래도 맹목적으로 자랑스럽고 사랑한다는 말씀은 아버지의 진심같이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좋은 부분은 좋다, 나쁜 부분은 나쁘다 받아들이고 살아야 스트레스가 덜할 것 같아요.

아버지와 제가 나라를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라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저처럼 장성한 자녀를 두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런 대화가 부모로서 절대 편하지 않습니다.

한시간 넘게 대화를 했는데, 그래도 아들덕에 오랜만에 나라에 대해, 그리고 제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들이, 아들이 말한 그 세대 친구들이 저보다 진화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같아 뿌듯하면서도,

헬조선이라는 말이 퍼지면서 맹목적인 분노와 자괴감만 가지게 될까봐 우려되는 것이 아비된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래도 아들의 마지막 말에 그나마 위안을 얻었습니다.


"젊은 놈들은 나라를 사랑하고 감사할줄 모른다며 혼내지 않고 끝까지 듣고 대답해 주셔서 감사해요.

힘든걸 모르고 배가 불러서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하실줄 알았거든요.

그리고 아버지 말씀에 반박하긴 했지만, 저도 100% 그렇게 생각하는건 아니고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냥 말만 그렇게 심하게 한거라고 생각하셔도 돼요."


그냥 허허 웃으며 가끔 이런 대화를 하자고 마무리를 했지만, 자식과 이런 대화를 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도 하고, 제 품을 떠난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글로 쓰다보니 알수없는 감정들이 뒤섞이면서 창피하게도 눈물이 막 나오네요ㅠㅠ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는데..죄송합니다..저도 별수 없는 팔불출 아버지네요...

자랑할 의도로 쓰기 시작한건 아닌데, 쓰다보니 아들이 자랑스러워졌습니다.



p.s. 아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 느끼셨거나, 혹여 불쾌하셨더라도 나쁜 아이는 아니니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저 아빠에게 어른인 척 하고 싶어하는 철없는 아이라 넘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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