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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게시글은 조회수1000 or 추천수10 or 댓글25 이상 게시물을 최근순으로 최대4개까지 출력됩니다. (타 게시판 동일)2012년, ETA는 스와치 그룹 외부로의 에보슈 무브먼트(반조립 상태의 무브먼트)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정확하게는 '에보슈'의 공급을 2013년 1월부터 줄이고, 2016년 1월부터는 '완제품' 상태의 무브먼트만 공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에보슈 무브먼트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던 ETA의 이런 발표는 스위스 시계업계에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사실상 독점기업의 횡포나 마찬가지였으며 ETA에 의존하고 있던 당시 대다수의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일이었으니까요.
ETA에서 무브먼트를 공급받던 회사들은 연합해서 스위스경쟁위원회(WEKO)에 ETA를 고소했고, 2013년 중재안이 나옵니다.
ETA는 2013년 말까지 업계에 동일한 양의 에보슈를 공급하고, 2014년부터 그 수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며, 2020년 이후에는 ETA의 방침대로 완제품 무브먼트만 공급해도 좋다는 일종의 시간벌기용 판결이었습니다.
시간을 벌어 줄테니 그동안 ETA에 의존하던 업체들은 알아서 살길을 찾으라는...
사실 이런 ETA, 사실상 그 CEO인 고 니콜라스 하이엑 스와치그룹 CEO의 독단적인 결정은 냉정한 관점에서 보자면 독점적 시장 지배권을 이용한 경쟁사 견제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에보슈 공급을 끊음으로써 값싼 시계 생산을 막고 경쟁업체에는 자사 무브먼트 생산 구축을 위한 투자 출혈을 강제하겠다는 것이겠죠. ETA는 더 고부가가치를 가지고 있는 완제품 무브먼트만 팔겠다는 것이고.)
시계는 감성 아닙니까? ^^
위기의 스위스 시계 업계를 타고난 혜안과 리더십으로 일으켜 세운 니콜라스 하이엑의 의도를 감성적인 관점으로, 좋은 방향으로 접근해 보면(솔직히 이른바 '명분'이겠지만...하지만 감성을 더해 봅시다...^^), 그동안 ETA는 스위스 시계업계를 살린 일등 공신이었지만 작금에 와서는 오히려 스위스 시계산업에 '독'으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ETA에서 에보슈를 공급받아 시계의 생산가를 낮춤으로서 스위스 시계업체들은 쿼츠 파동의 어려운 터널을 통과했지만, 막상 상황이 좋아진 지금은 그 부작용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첫째는 품질의 저하입니다.
값싼 ETA 에보슈만 공급받으면 다이얼, 케이스 등 까지 일체 외주로 만들 수 있어 기획과 디자인만 가능하면 누구든 '스위스' 기계식 시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품질이 담보되지 않는 브랜드들의 난립으로 자칫 전체 '메이드 인 스위스'의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생긴거지요.
둘째는 '종(種)'의 다양성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범용' 무브먼트로서 사용하기 알맞는 걸출하고 안정성 있는 ETA 무브먼트의 존재로 인해 다양하고 독창성 있는 무브먼트의 개발이 저해되었습니다.
생태계에 다양한 종이 확보되지 못하면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제대로 변화하지 못하고 전멸할 수 있습니다.
현재 ETA의 주력 무브먼트의 기본 설계는 특허권이 만료되어 있어 합법적으로 제네릭(카피제품) 생산이 가능합니다. 셀리타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이고요.
이 말은 '씨굴'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산 카피 무브먼트들이 사실상 합법적인 제품들이라는 것입니다.
오래된 시계 선택의 격언으로 '먼저 브랜드를 보고, 그 다음 디자인, 마지막으로 무브먼트를 봐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격언이 시계 선택에 있어서 무브먼트보다는 브랜드나 디자인을 우선하라는 뜻 보다는 시계는 브랜드, 디자인, 무브먼트의 삼위일체라는 뜻으로 생각합니다.
즉, 시계 선택에 있어서 무브먼트는 빠질 수 없는 필수 고려 사항이라는 것이죠.
스위스 시계업체의 잠재적인 적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ETA만한 품질을 담보하는 카피 무브먼트들이 싼값에 풀리기 시작하면(사실 벌써 이런 조짐이 보입니다.) 같은 무브먼트를 내장하고 있는 스위스 시계들의 가격을 계속 높은 가격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제 2의 쿼츠 파동같은 쓰나미가 스위스 시계 업체들을 휩쓸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대항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쿼츠 파동 이전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스위스 무브먼트 생산이겠죠.
니콜라스 하이엑은 상당부분일정부분 이런 ETA의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 ETA 공급 중단을 선언한 것 아닐가요?
니콜라스 하이엑은 '올드 맨' 입니다.
사실 니콜라스 하이엑이 꿈꾸고 있던 이상적인 스위스 시계 산업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보아오던, 쿼츠파동 이전의 개성 넘치는 메뉴펙쳐들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니콜라스 하이엑은 고인이 되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산인 'ETA 공급제한'이 그의 사후인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살펴 볼까요?
ETA는 이제 스와치 그룹 이외에는 '완제품 무브먼트'만 공급합니다.
공급은 시장의 수요에 따라 가감이 있겠지요.
이것이 ETA, 즉 스와치 그룹에 얼마만한 경제적 이득을 안겨 주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셀리타나 소프로드 등의 대안업체들이 생겨났으니 이전만큼 수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을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제 ETA는 스와치 그룹에 그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기존 ETA 베이스에서 론진이나 해밀턴, 라도, 티쏘 등에 독점 공급하는 차별있는 베리에이션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ETA에 의존하고 있던 역량있는 시계 브랜드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제 우리는 이전에 없던 다양한 자사 무브먼트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됩니다.
율리스 나르뎅, 브라이틀링, 까르띠에, 위블로, 불가리, 튜더, 칼 F. 부허러, 에테르나...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자사 무브먼트들이 등장합니다.
이전에는 모두 ETA 에보슈를 수정해서(많이 수정하든 적게 수정하든...) 사용하던 브랜드들이었죠.
가장 우려되었던 군소 브랜드들은 셀리타, 소프로드, STP 등의 대안을 찾았습니다.
저는 'ETA 파동'은 니콜라스 하이엑 입장에서는 절반의 성공으로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는 제가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ETA의 시장 장악력이 상당부분 떨어졌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 가능하며, 다양한 자사 무브먼트 개발을 촉진하는 측면에서는 충분한 자사 무브먼트 생산 역량이 있는 일부 기업들 중에서도 아직까지 셀리타 등에 편승해 기업 이윤을 극대화 하고 있는 업체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시덕들에게는... 비록 니콜라스 하이엑이 되살린 스위스 시계업계에 주머니돈 쌈지돈까지 탈탈 털리고 있는 우리들이지만...이쯤 되면 'ETA 공급 중단' 파동은 니콜라스 할아버지의 마지막 선물로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입니다...
P.S ; 아래 강장음료 님이 던져주신 ETA의 무브먼트 재공급, 대안업체의 성장과 인하우스 무브먼트(https://www.timeforum.co.kr/FreeBoard/14450967) 떠억밥을 과감히 물어 좀 친 스와치 포지션으로 글을 올려 봅니다.
많은 고수분들이 소환되어 포럼이 좀 시끌벅적 해졌으면 하네요...^^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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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장음료
2016.07.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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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2016.07.17 15:51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정독했습니다.
지식이 짧은지라 결국 우리 시덕들에게 이득인지 아닌지가 좀 애매하게 읽혔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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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명자
2016.07.17 16:08
사정상 주말에도 밖에 못나가고 집에만 있는데.. 주말에 mdoc님과 강장음료님의 글이 생명수 같이 느껴지네요 ㅎㅎ
너무 재밌고 흥미롭게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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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81
2016.07.17 16:15
요전에 ETA에 관한 글도 그렇고, 좋은 글들이 올라오는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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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와쿠와
2016.07.17 16:56
인하우스 무브 비중이 높아지면서 시계 가격들이 전반적으로 다 올라가서... 범용 들어가는 시계 가격도 같이 올라간 것 같아서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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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luna
2016.07.17 18:19
저는 에타 공급 제한도 그렇지만 쿼츠 파동때 하이엑이 취한 대처가 현재 기계식 시계 산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현재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건재하다고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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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키위스무디
2016.07.17 18:20
고급 정보네요.
잘못알고 있었던 상식들이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즉, 에타무브 공급 중단이 아니라 스와치그룹 이외 브랜드에게는 반미조립 상태의 무브가 아닌 완전조립 상태 무브만을 공급한다는 것이었군요ㅎㅎ
스와치그룹 입장에서는 에타 무브의 시장 점유율이 감소했으니, 손해일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스와치그룹 내 브랜드 무브가 업그레이드된 것을 (업그레이드된 무브로 인해 고 부가가치 부여 ..) 보아 그냥 또이또이 한 것 같네요. 오너 입장에서는 최근 자사 무브가 많이 보이고 있으니, 감성이 더 해지는 것 같아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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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로렉스
2016.07.17 18:44
꼭 소비자가 이익을 본것만은 아닐겁니다
에타의 대체무브 셀리타를 쓸데는 예외하더라도 인하우스를 개발하기로한 브랜드로 예를들자면 인하우스무브먼트개발은 솔직히 한두푼 들어가는게 아니죠 그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떤수로든지 소비자의 목입니다 결국 양질의 인하우스 모델의 구입은 높은 비용을 지불해서 사야된다는건 변함이 없다고 봅니다 단지 무브먼트가 좀 다양해진거 외엔 별 이득이 없다고 봅니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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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핸드
2016.07.17 20:01
개인적으론 기계식 시계에서 무브먼트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50만 원짜리 시계에 들어간 무브와 500만 원짜리 시계에 들어간 무브가 똑같은 무브라면? 치장만 조금 화려하게 해놓고
입에 침이 마르게 광고하던 모습에 저는 동의 할 수 없더라고요.
물론 가격상승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eta무브를 사용할 때도 가격상승은 항상 있었으니까요.
높은 가격을 받으면서 똑같은 무브를 사용하는 그런 발전 없는 시계 회사보단 지금의 모습이 보기 좋아 보입니다.
최근에는 핵심 부품들조차도 자체 생산하게 되고 새로운 소재의 개발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다양한 시계가 나오면서 소비자 입장인 저로선 행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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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곰
2016.07.17 21:14
ETA의 중단으로 많은 자사 무브먼트들이 등장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여 예전보다 쉽게 무브먼트 설계를 하여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새로운 자사 무브먼트들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들도 조금 있는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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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나무
2016.07.17 23:58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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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우물
2016.07.18 01:42
이런 글들을 자게에서 읽을 수 있다니.. 감격까지는 아니어도 약간의 감동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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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혼다
2016.07.18 06:31
상당한 지식에 감탄하고 갑니다^^
부쩍 늘어난 시계회사들의 자사무브 바람이 ETA 에보슈무브의 공급중단으로 부터 있던 거군요.
개인적으로 로렉스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다른 이유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2000년 데이토나 제니스무브에서 칼리버4130 자사무브 출시 등
2000년대 들어서 외부업체에서 일절 공급받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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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이
2016.07.18 08:01
요즘 도움이되는 글들이 많이올라오내요.... 오늘도 또 한번 배우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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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조
2016.07.18 08:39
그 결정으로 인해 새로운 무브들이 많이 생겨났고 그 결과 중국산 카피 무브들로부터의 경쟁력이 생겨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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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존심
2016.07.18 10:14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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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즘찮이
2016.07.18 18:34
일단 추천 꽝 누르고 시작합니다
정말 고급진 정보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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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마이어
2016.07.18 21:05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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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한량
2016.07.19 10:19
소비자 입장에서 지불할 비용이 더 생긴건 맞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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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2016.07.19 15:26
유익한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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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2016.07.19 17:48
아.... 정말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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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프라브럼
2016.07.19 19:14
좋은내용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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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inprost
2016.07.19 20:04
하지만 2~300대에서 다양한 무브를 접할 기회는 오지 않았죠. 진정 새로 나온 무브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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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a
2016.07.21 13:21
사진 속의 할아버지 시계는 언제봐도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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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님
2016.07.23 16:34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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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찐찐
2016.07.25 10:32
좋은 글들을 계속 읽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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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동화
2016.08.10 23:36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 봤습니다^^
공급중단으로 인한 파동이 ETA 이외의 범용무브먼트 업체가 크게 성장하고 메이저브랜드의 인하우스 매뉴팩쳐화가 빠르게 일어날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국 전보다 다양화된 시계로인해서 시계매니아에게는 이득이 된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