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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게시글은 조회수1000 or 추천수10 or 댓글25 이상 게시물을 최근순으로 최대4개까지 출력됩니다. (타 게시판 동일)말테 십자가의 의미 시계관련
안녕하세요!
바쉐론 콘스탄틴의 말테 십자가..
누구나 한번쯤 손목에 올려보고 싶어합니다.
물론 파텍필립의 칼라트라바 십자가, 또한 마찬가지죠.
하이엔드에서도 탑 1, 2에 랭크되어 있는 두 왓치메이커는
공교롭게도 둘 다 변형된 십자가를 브랜드의 상징으로 쓰고 있습니다.
물론, 두 브랜드 모두 그 십자가의 함의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닫고,
바쉐론의 경우 부품중에 말테크로스 모양이 있는 것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쓰게 되었다는 겸손한 표현으로 일관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가,
말테크로스와 칼라트라바 크로스를 검색해 보았는데요,
둘 다 십자군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의 문양일 뿐더러,
그 의미도 심장합니다.
이를테면, 말테크로스는 십자군의 구호기사단에서 쓰였던 문장으로
십자가의 갈라진 8개는 각각 부활 및 산상수훈을 상징한다..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바쉐론은 이 의미를 모르고 말테십자가를 브랜드의 상징으로 쓴 걸까요?
알고 썼다면 말테크로스라는 상징이 갖는 의미를 브랜드의
내재화된 가치로 인정하는 것일까요..
몇몇 분들께 여쭤보아도,
이에 대한 설명은 아직 시원하게 들은 바가 없어
혹시나 하고 남겨봅니다.
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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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2014.08.27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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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루니
2014.08.27 07:37
헉.. 해박한 지식에 몇번이고 감탄하고 갑니다~~ 대단하시네요~^^ -
your song
2014.08.27 08:48
탁월하십니다!
기대보다 놀라운 답변을 해주심에 감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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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4.08.27 09:34
대단하십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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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ince
2014.08.27 10:28
와우~ 댓글에 추천드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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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14.08.27 11:50
덧붙여서 김태권씨의 십자군이야기 라는 책을 보시면 재미있게 이 시대의 이야기를 그려놓았습니다.
만화라 술술 금방 읽을 수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서점에서 한번 찾아보시길..^^
생각보다 우리는 이슬람권 문화에 무지했다는 걸 반성하게 됩니다. -
acmerok
2014.08.27 13:07
인문학 서적을 읽은 느낌입니다. 재미있고 놓은 설명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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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블
2014.08.27 16:53
명쾌하고 상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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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센도
2014.08.27 17:56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듣는 것같아요 깊고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며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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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맨
2014.08.27 21:05
답글이... ㅎㄷㄷ하십니다. 이런 글은 그냥 글로 올리셔도 될법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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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11
2014.08.28 12:37
덕분에 또 배우고 갑니다.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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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tonM
2014.08.28 14:44
으아.. 정말 굉장하십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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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군
2014.08.29 16:23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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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빠
2019.10.05 02:11
오늘도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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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 조
2014.08.27 04:58
정말로 멋진 댓글이십니다..좋은 정보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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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다키다니
2014.08.27 08:25
정말 해박한 지식에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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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bz
2014.08.27 09:12
좋은글과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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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song
2014.08.27 09:13
기계식 시계는 그 긴 역사와 전통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인문학적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다만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더 신비로워 보입니다.
바쉐론을 갖고싶어하는 사람들은
십자가를 품고 싶다..라고 갈망합니다.
아마 메디치님이 풀어주신 이야기처럼 해박하게 알진 못하더라도
십자가의 의미와 상징에 대한 생각은 다 한번쯤 해보셨겠죠.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십자가 로고 하나만으로 이렇게 흥미진진한 인문학적 이야기를 끌어내는
바쉐론과 파텍 필립이 놀랍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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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
2014.08.27 11:01
좋은 정보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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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매니아
2014.08.27 12:30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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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누
2014.08.27 13:22
메디치님, 세심한 분석 및 해박한 지식을 정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이곳에는 여러 방면의 고수분들이 많이 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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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oi63
2014.08.27 13:53
천천히 읽고 감탄하면서 추천하나 꾹.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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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nysos
2014.08.27 15:43
메디치님 덕분에 모르는것을 배우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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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앙
2014.08.27 16:02
와우..... 정말 정독했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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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렉스요마
2014.08.27 16:36
닉네임 이름값을 하시는군요.
메디치라는 이름이 중세시대 르네상스에서
핵심일 수 있는데 정말 해박한 지식 놀랍습니다. -
캐논
2014.08.27 21:09
와~ 우 정말 이래서 시계생활은 재미있읍니다. ㅎ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시계와의 고리로 들으니 ......
your song님 과 메디치님께 추천드립니다.! 꽝 ! 꽝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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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왕
2014.08.28 01:34
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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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yz
2014.08.28 01:36
장문의 자세한 답변 정말로 많은것을 배우고 가며, 메디치님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며 존경스럽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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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
2014.08.28 21:07
좋은글 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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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시니안
2014.08.31 17:35
와.. 감탄만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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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na10
2014.09.03 14:36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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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
2014.09.05 13:01
저도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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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eaa
2014.11.06 00:11
와~ 감사합니다.
100~200년 전 파텍 가문이나 관계자, 바쉐론 & 콘스탄틴의 관계자가 아닌 이상 정확한 의미를 알기는 힘들겠지만,
이미 알려진 내용 및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을 종합해서 설명을 최대한 간단히 드리자면,
(1) 파텍 필립의 "Calatrava Cross"
파텍 필립의 십자가의 정확한 명칭은 Calatrava Cross 입니다. 가장 유명한 파텍 필립 모델의 그 이름이 맞습니다.
이 이름은 스페인 남부의 한 지역의 성에서 따온 것 인데, 약 11세기~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스페인의 남부 지역은
당시 이슬람 세력의 지배하에 있었습니다. 1492년 Reconquista 라는 국토회복 운동이 마무리 되어서 이베리아
반도 전 지역이 카톨릭의 세력권에 들어오기 전까지 반도의 1/3에서 절반 정도는 이슬람의 지배를 받고 있었죠.
일찍부터 이슬람의 영토였던 지역이 있었는데 그곳에 한 성이 있었고, 그 성은 Qal'at Rabah (:라바의 성) 라고 불리고
있었죠. 즉, 칼라트라바라는 명칭도 이슬람어에서 온 것입니다. "라바의 성" 을 서양사람들이 그대로 듣고 옮겨서
부르다 보니 "칼라트-라바"가 된 것 입니다.
카톨릭 군주들과 교회 세력들은 이슬람 세력을 이베리아 반도에서 몰아내려고 노력 중이었고,
칼라트라바 지역은 자주 교전이 일어나는 지역이었습니다. 그 중 하나의 카톨릭 세력이 칼라트라바를 빼앗게 되고,
그 곳을 근거지로 기사단을 창단, 교황에게 정식으로 기사단 명칭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Knights of Calatrava로
활동을 하게 됩니다. 물론, 얼마 안가서 다시 이슬람 세력들에게 성을 내주게 됩니다. 근데 모든 기사단은 각자의 문양이
있었는데, 칼라트라바 기사단은 현재 파텍 필립의 상징으로 더 잘 알려진 십자가 모양을 선택했습니다. 이 십자가
모양의 특징은 가로 세로의 길이가 같은 Greek Cross 형태에, 각각의 4부분이 M자 모양을 하고 있는데,
M 모양을 하고 있는 이유는 성모 마리아 Virgin Mary 에 대한 헌신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가 Calatrava Cross의 기원이고,
이 칼라트라바 십자가가 파텍의 상징이 된 이유는, 파텍 가문은 폴란드 이민자 출신인데,
19세기 당시 플란드는 강대국들에 의해서 국토가 분할되고, 카톨릭, 개신교,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교회, 심지어 이슬람 세력들까지 진출해서 서로 싸우고 분열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신실한 카톨릭 신도였던 창업자 파텍씨가 폴란드를 카톨릭 국가로 통일/재건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였는데,
카톨릭 단체도 만들어 후원하고, 특히 교황청 및 폴란드 내의 카톨릭 세력들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래서 교황으로 부터 백작의 칭호를 받기도 합니다. 나중에는 파텍 필립이 교황의 공식 시계 제작자로
활동하던 시기도 있었죠. 즉, 파텍 필립이 십자가를 회사 로고로 채택한 이유는 분명히 종교적인 이유입니다.
단, 수 많은 십자가들 중에서 굳이 칼라트라바 십자가를 고른 이유는 아직도 명확하게는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이미 다양한 디자인의 십자가들이 여러 군데서 많이 쓰이는 반면, 칼라트라바 십자가는 당시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있었고,
또, 카톨릭 영토 회복을 위해서 치열하게 싸웠던 칼라트라바 기사단의 정신을 본국인 폴란드에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채택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 바쉐론 콘스탄틴의 "Maltese Cross"
흔히 말하는 말테 크로스는 틀린 말이며 정확히는 "Maltese Cross"가 맞습니다. Malte 는 모델 이름입니다.
이 십자가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11세기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구호 기사단: Knights Hospitaller"의 상징입니다.
(* 구호기사단이라고 알려져서 많이들 구호, 보호 업무를 보는 집단이라고 생각하시는데,
현재는 구호,보호,복지에 집중 된 활동을 하는 것이 맞지만, 당시는 다른 기사단들 처럼 전투를 하는 집단이었습니다.
Hospitaller 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예루살렘에 처음 도착해서 그들이 주둔할 곳이 없어서 시내의 큰 병원에 주둔하게 되었고,
주로 맡은 임무가 당시 지도본부 같이 사용되기도 했던 병원의 수비 및 이동 경로의 경비였기 때문입니다)
구호 기사단은 지중해 연안에서 큰 활약을 하다가, 결국 예루살렘이 다시 빼았기고, 십자군 국가들이 하나둘씩 무너지면서
지중해의 여러 섬들을 전전하다가 최종적으로는 몰타 Malta섬에 정착하게 됩니다. 물론, 1799년, 나폴레옹에 의해서
그들의 주권 영토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현재는 국가 처럼 주권이 인정되는 집단이며, 일부 주권 영토가 유럽 몇 곳에 있습니다)
이 Maltese Cross 는 총 8개로 나눠지는데, 숫자 8은 처음으로 구호기사단이 창단되었을 때 기사들이 모집되었던
8곳을 의미하며, 구호 기사단의 8강령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나중에 많은 의미들이 더 덧붙여졌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파텍 필립의 칼라트라바 십자가 만큼, 바쉐론 콘스탄틴이 Maltese Cross 를
채택한 것은 중요한 종교적인 의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십자가는 아시다시피 서구권에서는 굉장히 흔히 쓰이는 문양입니다.
당연히 종교적인 바탕이 있기 때문에 십자가를 많이 채택하기도 하지만, 특별히 종교적인 신념이 투철해서라기 보다는,
각종 가문이나 회사들에서 손쉽게, 당연히,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기본 문양 중 하나입니다. 파텍은 창업자가 직접
칼라트라바 십자가를 회사의 상징으로 채택한 반면, 바쉐론 콘스탄틴은 회사 창업 이후 100년이 더 지난 시점에서
Maltese Cross 를 상징으로 채택한 것으로 보아 투철한 종교적 신념 보다는,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상징 중 하나인 것을
골랐다고 볼 수도 있고, 또 그 당시 시계의 소비자층이 왕족, 일부 상위 귀족, 고위 성직자 였던 것을 고려해보면
십자가의 채택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시계 부품의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상징으로 채택했다는 이유도
일정부분 말은 되는 것 같습니다.)
당시 회중시계에 십자가가 새겨져 있다면, 가슴에 십자가를 하나 더 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3) 몇가지 더 덧 붙이자면, 십자가 현재는 기독교도(구교든 신교든, 그리스 정교회든, 아르메니아 교회든 등등)만의 상징으로
여겨지고는 있지만, 사실 십자가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보이는 상징입니다. 이집트 및 아프리카의 유물에서도,
중동 및 아시아권의 유물에서도, 심지어는 원시 부족들의 유물에서도 쉽게 보이는 상징입니다. 더 쉽게 설명드리자면,
기독교가 전파되기 이전, 북유럽의 원주민들에게서도 십자가는 가장 흔히 쓰이는 상징 중 하나였습니다.
따라서, 기독교 문화권이 아닌 다른 문화권에서도 십자가 자체로만으로는 굳이 거부감을 일으킬 이유는 없습니다.
파텍 필립이나 바쉐론 콘스탄틴이 중동이나 기독교가 인정되지 않는 중국에서도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면
십자가 자체만으로는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또한, 작성자분꼐서 우려하시는 부분이 이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기독교 VS 이슬람의 구도"는
지극히 19~20세기 이후의 근대적인 시각의 산물입니다. 십자군 전쟁 발발의 명목상의 이유는 예루살렘의 탈환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250년간의 십자군 전쟁의 면면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영토 및 경제적인 이유에 일부 종교적인 이유가 추가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기독교도 영주와 이슬람교도 영주들이 서로 동맹을 맺고 이슬람/기독교도 영주들을 함께 몰아내는 재미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칼라트라바의 관련되어 앞서 얘기했던 이베리아 반도의 얘기도, 힘이 센 세력이 힘이 약한 세력을 몰아냈고, 나중에 보니 승리한 세력이
기독교도 였다....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수 많은 사료들이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들이 친구처럼 같은 동네에서 친하게 지낸 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17~18세기의 사람들이라면 이런 관계를 모를 수가 없었습니다. 워낙 당시에도 교류가 활발했기 때문이죠.
고급 시계의 소비자들 중에서는 아랍의 왕족/귀족, 아랍의 부유한 상인들도 상당 수 많았던 것을 보면 이슬람에 대한 특별한 적대감은
당연히 없었을 겁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파텍 필립이나 바쉐론 콘스탄틴이 근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된 종교 구도를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이 아닌 내용이 근대적인 재해석에 의해서 사실 처럼 받아들여서 사실이 아닌 잘못된 의미가 본인들의 회사에 부여되면 안되니까요.
다만, 말씀하신 것 처럼, 파텍 필립이나, 바쉐론 콘스탄틴이 그들이 상징과 더불어 기사단의 역사, 십자군 전쟁 등에
대해서 열렬히 마케팅을 하고, 그들 회사를 마치 기독교 문화의 상징점으로 포장해버린다면 문제가 되긴 되겠죠.
바쉐론 콘스탄틴의 경우는 그래도 괜찮겠지만, 파텍은 정말로 종교적 신념 때문에 상징도 그렇게 채택을 했다고
알려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봐도 실제로 그런 것도 아니고, 지금에 와서 그들이 그럴 이유도 전혀 없습니다.
글이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는데 결론적으로, 그냥 편하게, "예쁜 상징"으로 받아들이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