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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게시글은 조회수1000 or 추천수10 or 댓글25 이상 게시물을 최근순으로 최대4개까지 출력됩니다. (타 게시판 동일)저는 B형입니다.
AB형인 제 반쪽께서 저와 온 가족이 B형인 특이집단을 보면서 여러가지로 놀라게 되는 점이 많다고 합니다. 물론 혈액형에 따른 분류가 과학적인 근거나 없다고도 하고 개인의 개성만큼이나 재미나는 각 가정의 가풍의 차이점이나 이상한 B형 선입견으로 인해 오해(?)를 많이 사게 되는 혈액형에 연관시켜 보기도 했겠죠.
하지만 혈액형과 성격이나 행동패턴이 전혀 무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혈액형 별로 비슷하게 나타나는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과 행동패턴과 깊은 관계가 있을지는 의학적 지식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B형의 정형적인 패턴을 몇 가지 가지고 있고 적어도 저를 둘러싼 가족들은 혈액형 분류에 따른 특성을 보이곤 합니다.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하면 밥 먹는 시간도 잊을 정도로 집중을 하곤 합니다. 이것이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것저것 일벌이기 좋아하는 성격과 더불어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두고 상당히 다양한 취미와 수집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딱지와 구슬치기보다는 딱지와 구슬의 수집에 좀 더 자라서는 우표와 동전, 지금도 훌륭한 놀이가 되어 주는 TV 게임의 게임팩과 CD, DVD. 그것들은 정식 수입이 아닌 밀수로 들어오던 시절의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여기저기 퍼주고 대략 300 타이틀 정도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팔면 돈 되는 레어템도 제법 됩니다. 껄껄) 거기에 애니메이션 LD, 만화책 원판, 미디, 스니커, MLB 59Fifty 선수용 캡 등등등.
집 한 켠에 쌓여있는 수집의 잔재들이 무색하게 만든 것은 근 몇 년간 집중해 온 시계 때문입니다.
현재는 하루하루 번갈아 착용하는 시계를 두 개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수집과는 거리가 먼 숫자입니다. 시계라는 아이템이 지금껏 질러온 다른 아이템에 비해서 하나의 단가가 굉장히 비싼 탓인데, 경제적인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났더라면 아마 수집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인 경제 능력 내에서 수집에 필적하는 재미를 찾을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수집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시계 구입의 여건이 좋았던 섬나라에서 살던 시절 제 딴에는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수집을 한 적이 있습니다. 스니커와 같은 경우는 구입하고 박스 그대로 습기 제거제를 넣고 미사용인 채로 가만히 보관해 두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사용을 하면서 모으는 스타일이라 굳이 신품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말했듯 경제적인 부담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중고에 대한 별 거부감이 없었다는 것도 영향이 있었죠)
나름대로 기준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블랑팡의 멋에 흠뻑 빠져있던지라, 또 프레드릭 피게 무브먼트에도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프레드릭 피게의 무브먼트를 칼리버 별로 모아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상당한 섬나라 중고 시장에서 상당한 저 평가가 되던 블랑팡이라 수집의 환경으로는 매우 좋았습니다. 어지간한 롤렉스 중고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완성된(?) 컬렉션이 FP(프레드릭 피게)의 주력 무브먼트 Cal.1151, 오메가의 크르노그라프 Cal.33XX 씨리즈의 모체가 된 Cal.1185, 정말 드럽게(죄송) 인기가 없는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 Cal.21 (명 무브먼트임에도 너무 심플한 탓인지 중고는 거저에 가까웠습니다) 로 울트라 슬림 자동 무브먼트인 Cal.71만 모으면 완전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Cal.71에 있었는데 현재는 브레게에서만 Cal.72로 사용되는 무브먼트로 빈번한 고장율을 자랑하는데다가 블랑팡에서는 사용을 하지 않아 단종이 된 터라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몇 번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그 때에는 다른 쪽으로 생각이 향하고 있던 터라 쉽게 포기 했습니다.
FP의 시계들에 몇 개의 시계를 동시에 운용(?)을 하려다가 보니 자동 무브먼트의 경우 몇 일 착용하지 않으면 멈추는데다가 일부러 덜 마음에 드는 시계를 밥 주기 위해 일부러 착용하려니 그것도 나름 곤욕이었습니다. FP의 시계들은 수집이라는 기준을 통해 구입하게 된 시계들이라 100% 마음에 들지 않은 디자인을 하고 있는 모델도 있었고요. 동일한 메이커의 시계를 여럿 가지게 되니 마음 한구석에서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자신이 좋아하는 시계를 하나씩 구입하여 컬렉션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수집을 위한 수집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좀 지나다 보니 이건 좀 아니다 싶더군요. 그래서 나름대로 노력한 컬렉션을 스스로 무너뜨리려고 생각했고 하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옥션에 올라갔습니다. 그 때 시계와 다른 아이템들과의 수집과는 다른 점을 조금 느끼게 되고서는 현재까지 기본적으로 ‘모은다’라는 개념은 대입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상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마음에 드는 무던한 시계를 중심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검정과 하얀 다이얼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던가, 드레스 워치 하나, 스포츠 워치 하나. 이렇게 용도를 생각하거나 상황에 따른 시계를 구분한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제 마음에 가장 솔직한 시계를 사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 저에게 잘 어울려야 하고요.
수집을 위해 구입했던 불편한 시계들. 어린 마음에 시계를 통해 과시를 해보려고 했던 유치한 감정들. 딴에는 투자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여 덤벼보기도 했지만 시계가 투자 비용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내려면 훨씬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수집이라는 행동을 통하지 않아도 여러 시계들을 즐길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 ‘수집’ 이라는 단어 앞에서 초연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요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수집을 하지 않겠다라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지금의 놀이법으로도 충분히 즐거우니까요.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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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롱엽차기
2008.01.04 14:22
만화의 주인공은 알님 `ㅡ`? -
재롱엽차기
2008.01.04 14:29
수집은 또다른 생활의 활력이라고할수도있습니다 그것은 곧 행복으로도 연관될수있으니까요
행복을 돈으로 환산하기는그렇지만... 의미는 있다고 생각됩니다 거기에서 얻어지는 새로움들...
그리고 얻은 무언가에대한 정성과 가치도 점점 알게되구요 그러면서 소중함과 필요성과 즐거움을 알수있지않을까요? -
알라롱
2008.01.04 14:47
껄껄. 수집한 시계의 단체샷을 찍으면 굉장히 뿌듯합니다. 수집의 즐거운 면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아직은 모으지 않아도 즐겁다는 이야기이고요. 나중에 여유가 되면 수집을 작정하고 수집을 해볼 생각입니다. -
재롱엽차기
2008.01.04 19:48
과연 어떤 컬렉팅이 될지 수집기 기대하겠습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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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2008.01.04 21:49
저도 O형인 와이프가 진담반 농담반 질렸다고 표현하는 B형이랍니다. ^*^ -
호밀밭
2008.01.04 21:55
시계를 사는 것과 관련하여 제가 읽어본 글 중에서 가장 좋은 글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생각과 경험을 간결하게 적으신 것 같습니다. 특히 용도를 생각하거나 상황에 따른 시계를 구분한다거나 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시계를 산다는 부분은 일견 평범하지만 정말 빛을 발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움을 주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카발
2008.01.04 23:27
흠 칫 , 저두 B형 이구 , 저희 가족들도 전부 B형 , 제 반쪽만 O형인데...
글구 오늘 제게는 너무도 와 닿는 말이네여 .. 수집..... ㅡㅡ: -
달새랑
2008.01.04 23:5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수집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셨었다라는 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저 역시 무언가를 모으다보면 지름신이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완결판에 대한 욕심 때문에 지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땐 반드시 후회가 뒤따르곤 하죠^^;;
지금도 귀찮아서 되 팔지도 못하고 집구석 켠켠히 쌓여있는 녀석들을 보노라면 속이 무지 쓰립니다... -
bottomline
2008.01.04 23:56
진정 지금의 놀이법으로도 충분히 즐거우신가요.......... 아님, 스스로의 위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4941cc
2008.01.05 19:32
저 또한 수집을 위한 수집을 하고 있진 않습니다. 물론 그럴 여유가 없어서 겠지요.
경제적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에선 알라롱님의 말씀과 같이 자신에게 솔직한 시계를 사서
그 방식으로 즐기는 것이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게 이번 2007년은 시계를 공부하고, 구입하기 시작해서 제게 솔직해지는 시간이었다고 정리가 되네요.
나중에 샀던 시계일수록 조금씩 컨셉도 잡혀가고,
시계를 팔게 되거나, 팔 마음을 먹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한 번 더 솔직하자면, 이러한 경제적 제약이 없어진다면, 전 수집을 위한 수집도 할 것 같습니다.
Buben & Zorweg이 만들어낸 수백개짜리 와인더 + 와인바 + 시가 케이스 + 레귤레이터 시계가 한쪽 벽면을 차지하는... -
비각
2008.01.07 13:38
오호~~ 저 역시 B형입니다. ^^
알라롱님의 글이 잘 와닿네요...^^
잘 착용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밥주기 위해 착용해야하는건 정말 곤욕이죠... 매일 모든 시계를 마주하며 즐거워 할 순 없는 노릇인데도 불구하고 별로 대단치도 않은 컬렉션을 부둥켜 않고 아둥바둥 하는 꼬라지란...
저 역시 요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어차피 손목에 올려지는건 한개의 시계일 뿐이고... 때에 따라... 바꿔착용할 시계3개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는...
물론 저 역시... 수집을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 향수며 LP판이며 CD와 DVD, 구두와 넥타이, 커프스버튼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나이프와 도검에도 수집벽이 생겨... 여러가지 오해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
헌데 시계는 경제여건상... 그리 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그렇게 되는 상상을 해봐도... 그건 아니다 싶더군요... 5리터님 말씀처럼.. 한쪽 벽면을 장식할 작정으로 여러제품들과 그것들을 보관할 여건들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결국 제 손목에 올라오는건 하나죠...
더 중요한건 손이 가는 녀석은 번번히 가지만... 그렇지 않은 녀석은 잡고 몇번 흔들다 내려 놓는게 고작이란거죠...
그래서 저 역시 요즘 얼마 되지 않는 녀석들을 정리하고 3개만 갖고 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경제적으로 충분한 여유가 생길때... 현행품과 빈티지를 아우르는 콜렉터가 되어볼까 합니다. ^^ -
헌터
2008.01.07 15:02
아~ 이제서야 본 알라롱님의 글...쵝오임다!!! ^^ -
룬트슈테트
2008.01.09 21:49
이야! 알라롱님 글 정말 멋지네요..! 가슴에 탁 와 닿습니다. 사실,, 어쩌면,, 이 아니라 현실적으론,,,제 자신에게 있어서 시계에는 수집이란 개념이 어울리지 않기도 하지만, 어울려서도 않되는것 같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금껏 제가 모아온 그것들과 시계를 본질적으로 나름 분석해본 결과, 같은맥락에서 생각되어져서도 안될것 같습니다.
알라롱님 말씀대로, 수집이란 개념을 대입시키지 말아야 겠군요.. 아.... 이제 뭔가 개념이 정립되는듯 합니다.
역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충고는 참으로 대단하다는걸 세삼 느낍니다!^^:; -
아카샤넬
2011.02.07 08:27
뭐 투자까지 생각하신다면... 투자란 이익을 위한 행위인데,,재미란 이익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