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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4493  공감:1 2007.03.16 17:14
제가 가장 특별했던 시계일 수 도 있고, 가장 기억에 남고, 가슴 졸였던 시계입니다.
 
만남부터 운명적인 이 시계는 일본 그것도 생전 처음 가본 아이치 현 (나고야 근처)의 소도시에서의 한 전당포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 무렵은 기계식 무브먼트에 대한 개념이 머리에서 조금씩 싹트고 있던 시절이라, 싸고 흔하지 않은 어딘가 특별한 무브먼트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했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때는 거의 계속해서 들여다 보고 있던것이 야후 재편 옥션 '블랑팡' 카테고리로 하이엔드 브랜드 이면서 중고가는 오메가와 같은 (그 때만 해도 지금보다 더 저 평가되던 브랜드라) 가격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가격이 마음에 들면 꼭 하나 지르리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유학와서 동경 근처를 떠나 본 적이 없었는데 동경을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나고야와 도요타시 (도요타 자동차 공장이 있어 이름이 바뀐) 사이의 작은 도시에 16만엔에 팔리고 있는 중고 블랑팡을 만나게 됩니다. 인구가 많지 않은 동네라 한참을 걸어 내렸던 역근처 편의점 ATM에서 부랴부랴 돈을 찾아 잠시 생각할 틈도 없이 즉구하게 됩니다. 그 주인공은 트윈배럴에 의한 100시간 파워리져브 프레드릭 피게 Cal.1151를 사용한 르망 2100이었슴다. 껄껄. 그 때만해도 100시간 파워리져브는 흔치 않은 롱 파워 무브먼트였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시계보다는 무브먼트를 구했다는 기쁨이 더 컸습니다. (그 때만 해도 무브 청년)
 
케이스도 있고, 보증서도 있고, 시계도 밴드 빼면 그럭저럭 깨끗했기 때문에 사용기도 올리고 꽤 즐거운 나날을 한동안 보내고 있었습니다. 국내로 잠시 들어왔다가 동경의 좁은 골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리무진 버스에 올라 시간을 보는데 시간이 20분이나 빨리가고 있는겁니다. 기계식 경험이 많지 않아 놀란 가슴을 끌어안고 구입처에 전화를 했슴다. '이거 오버홀 할때 다 된거라 싸게 판건가', '혹시 속은건 아닐까', '비행기 타고 오면서 항공기 자기에 (훗. 줏어 들은건 있어서) 이상해진건가' 별별 생각을 다하며 전화 받기를 기다렸습니다. 다행히도 6개월 보증이 되는거라 판매점 부담으로 스와치그룹에서 수리를 받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오홋 럭키~~~)
 
수리가 접수되고 부품이 공수되려면 3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요. 시계없이 살기가 뭐해서 또 하나 질렀습니다. (뭔지 기억은 안나지만) 시간이 흘러 교환 된 크라운과 또 오버홀이 되었다는 명세서와 함께 르망이 돌아왔습니다. 주소 바뀌면 시계 못받을까봐 이사가야 되는데 이사도 못가고 있었슴당. 껄껄.
 
롱 파워리져브를 맛보며(기억 났습니다. 마크 12도 함께 있었군요. 파워가 조루인 마크 12는 르망과 비교되어 구박을 받았다는 구전이 내려오는군요) 다시 열렬한 사랑을 나누는데 얼마간 지나니 또 시간이 빨리가더랍니다. '아 일본넘들 섬세하다다니 다 뻥이러고나. 한국 들어가면 다시 수리 해야 겠다' 라고 생각하고 나름 유명한 시계점에 맡겼습니다. '어디 어디가 손상이 되었다고 하면서 누가 수리했는지 모르지만 참 엉망으로 했다'는 대답을 들으며 다시 일본 스와치 그룹 AS를 원망했습죠.
 
다시 수리 완료. 훗훗훗. 무슨 시계에 귀신이 들렸는지 한참 있으니 다시 같은 증상입니다. 아무리 이뻐도 반 포기 상태가 됩니다. 인터넷으로 동네 시계 수리점에 맡겼습니다. 그곳에 갔더니 수리하시는 분은 안계시고 마나님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접수를 하시더군요. 살짝 못미더웠지만 수리를 맡겼습니다. 며칠 후 전화가 수리점에서 왔습니다. 3개월 정도 걸린다는군요. 일본은 한번 들어가면 3개월 입니다. 포기할까 하다가 되팔려면 멀쩡한 시계를 파는게 더 이익을것 같아서 수리를 의뢰했습니다.
 
시계를 구입하고 착용한 시간 만큼 병원에 들어간 시계이자 병원비를 지불해 본 몇 안되는 시계입니다. 수리가 완료되어 화끈하게 필드 테스트하고 다녔습니다. 자전거타고 뛰어다니고 이사짐 옮기고 할때 함께 했습니다. 구입 후 약 2년가량 흐른 시점이라 애정도 약해진 시점이었슴다. 다른 시계가 눈에 들어와 냅따 팔게 되었지만 지금도 당시의 많은 사건들이 함께 생각나는 각별한(?)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껄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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