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직장이 잠실역에 가깝습니다. 카페인 중독자이기도 해서 아침 출근길의 고민은 단연코 어디서 커피를 마실까? 혹은 집에서 커피를 타갈까 말까?가 1순위죠.
스타벅스나 커피빈을 애용하는 것은 주머니 사정도 사정이지만 왠지 정서에 안맞습니다. 밥값에 육박하는 커피라니.. 한달에 몇번도 아니고 하루에도 몇잔씩 마시는 커피인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집니다. 사무실에 무료로 비치해두는 믹스커피는 나른한 오후에 한잔 정도 마시면 모를까 아침부터 마시기엔 왠지 부담스럽구요.
그런 저에게 몇달전부터 일용할 아침 커피를 제공해주던 고마운 존재가 생겼으니 마노핀이라는 커피+머핀 전문점입니다. 지하철 역사마다 급격히 매장을 늘려가는 이 점포는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990원이고 톨이 1400원, 그란데가 1900원인데요. 스타벅스 숏사이즈 하나 마실 값에 조금만 더 보태면 그란데 사이즈가 두잔입니다. 가히 카페인 중독자에게는 고마운 집이죠.
한가지 단점을 따지라면 값이 깡패인지라.. 그렇게 높은 퀄리티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어요. 입안에서 부서지는 느낌이 드는 밸런스도 그렇고 너무 풀로스팅을 한 탓인지.. 애초에 원두 자체가 로부스타종이 많아서 그런지 뒷맛에 슬쩍 콩볶은 향이 났거든요. 커피 좋아하는 사람치고.. 이 콩냄새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가격으로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향했죠.
그런데.. 최근에 경쟁자가 등장했습니다.
마노핀에서 불과 10미터 떨어진 옆자리에 코와핀이라는 업체가 들어온거죠. 여기는 아메리카노 한잔에 천원인데 숏은 없고 레귤러와 라지가 있습니다. 레귤러는 마노핀의 톨사이즈 정도이고 라지는 아마 그란데겠죠. 가격은 1000원과 1500원으로 마노핀보다 살짝 비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적립카드도 있고 양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저가 정책을 채택하고 있어요.
저가 커피에 이런 적립카드를 도입한 건 좋은 시도입니다. 늘 꾸준히 마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열잔 모아서 한잔 더 마시는 꼴이니.. 실제로는 990원짜리보다 충성도가 높아질수 밖에 없지요. 값도 훨씬 싸지구요.
사이즈가 달라서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 하시면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사실 커피의 가격은 들어가는 에스프레소샷의 양으로 비교하면 됩니다. 마노핀의 그란데 사이즈도 투샷, 코와핀의 라지 사이즈도 투샷이니 가격으로만 봐도 코와핀이 400원 싼 셈이지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역시 커피의 맛과 향인데 시간이 지나면 어떨지 몰라도 맛과 향에서 지금은 코와핀이 더 낫습니다. 밸런스도 좋고 피니시도 더 깔끔해요. 향도 더 풍부하고 뭣보다도 거슬리는 콩냄새가 안납니다.
경쟁이라는 건 좋은겁니다. 소비자는 원하는 물건을 좀 더 싸고 질 좋은 것으로 고를 수 있으니까요. (업체들은 죽을 맛일겁니다만..) 안주하고 있으면 뒤쳐지거나 이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걸 잠실역의 때아닌 커피전쟁에서 배웁니다. 마노핀의 대각선 맞은편으로 더치커피 전문점도 하나 문을 열었습니다만.. 비교 대상인 아메리카노의 가격이 좀 더 높아서 아직은 재미를 못볼 것 같더군요.
물론 이 커피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리까리한 가격을 고수하고 있는 잠실역 지하상가의 이디야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메리카노 2,500원)
저처럼 잠실역을 근거로 출퇴근을 하시거나 오며가며 커피가 필요할때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시는 서민들을 위해 최근의 경험담을 올려봤습니다. 이제 커피를 브랜드로 마시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아요. 질좋고 가격대 성능비가 합리적인 커피로 시장의 흐름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실.. 1000원짜리 커피 사업은 제가 2년전에 구상한 것이기도 한데 이렇게 현실화되는 걸 보니 배가 아프기도 하네요. ㅎㅎ
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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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456
2012.10.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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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2012.10.16 14:07
커피잔만해도 몇백원 하겠어요. ㅎ -
푸오빠
2012.10.16 10:59
저희도 열잔을 드시면 2,500원을 깍아드리는 쿠폰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아주머니들이야 그렇다 쳐도 젊은 아가씨가 안보는 사이에
도장을 3개나 찍고 있더군요. 한잔 시켜놓고 저희는 셀프제를 채택하고 있었는데요. 단골 고객님이 알려주셔서 알았지요.
그 담부턴 직접 찍어드립니다. 아 사람을 못 믿는 이 슬픈 현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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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THEMAN
2012.10.16 11:34
푸오빠님 댓글 빵터지면서도 한심한 일입니다. 젊은 츼자가 도장을 3개 찍고 있다니 -_-;;;;; 도장 1개당 250원 꼴이니 500원에 양심을 판거네요 쯧쯧
(항상 약수역에서 환승하는 1인 입니다. 매장이 약수역에 있으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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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오빠
2012.10.16 11:57
네 약수역에서 9번출구나 10번출구로 나오셔서 가장 작은 커피숍 찾으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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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GREEN
2012.10.16 11:21
솔찍히 요즘 커피값... 비싸긴 비싸죠ㅠㅠ
인천에도 이렇게 저렴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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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식
2012.10.16 11:28
글쎄요 박리다매라지만...
서로 출혈을 감수하면서 가격으로 경쟁하는 거 안 좋아합니다. 그게 시장의 원리일 수도 있겠지만요.
그 놈의 "원가" 타령을 하는 매스컴과 사람들은 아주 아주 안타까와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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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오빠
2012.10.16 12:00
요즘 들어 저는 쨉시도 안되지만 저도 어찌되었든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한사람으로서 예전에는 가격만 가지고 시비를 걸더니
요즘에는 카페인에 단맛에 아주 교묘하게 언론공격을 해대는데 배후에는 커피믹스를 팔아서 여태까지 재미를 보았던
대기업군들이 있지않나 생각이 듭니다. 이제 흐름이 원두로 가니까 언론 플레이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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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2012.10.16 14:08
원가 타령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죠. -
SANGTHEMAN
2012.10.16 12:35
그러고보니 저는 매일 아침 사장님 전용으로 내려놓은 커피를 한사발씩 들이키고 있네요 ㅋㅋ
(얼마전에 푸오빠 님께서 알려주신 '가정용 드립머신으로 드립커피 흉내내보기' 신공을 비서에게 알려주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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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오빠
2012.10.16 13:23
어떻게 좀 부드럽게 마실 만 하시던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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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456
2012.10.16 12:49
커피값이 비싸다고 하시는데...유럽, 미국, 일본 어디를 다녀봐도 커피값, 택시비 등 한국만큼 싼곳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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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2012.10.16 13:06
+1000000000000
초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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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2012.10.16 14:09
저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그 와중에 싸고 먹을만한 커피 테이크아웃 전문점들이 자꾸 생기니 기쁠 뿐이지요. -
변전뚱
2012.10.16 20:55
저도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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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어
2012.10.16 13:00
별다방 커피값은 우리나라가 비싼축에 속한다고 들었는데 아닌가요?
커피도 커피지만 저는 파스타 가격이 제일 이해가 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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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자
2012.10.16 13:19
저도 어느새 중독이 되었는지 아침에는 꼭 한잔씩 마시고 하루에 평균 3잔, 많게는 5잔 까지도 마십니다. 이렇게 과다섭취 했을때 몸에 않좋은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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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2012.10.16 14:11
몸에 과부하가 걸린다고 하더군요. 커피 덜마신 날은 확실히 일찍 잠이 옵니다. -
브라자
2012.10.17 04:27
아 그렇군요 자제해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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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이어
2012.10.16 15:29
커피의 효능은 분명히 있다고 하네요 하루 1잔 정도는 암이라든지 당뇨병,노화예방등에 효과가 있지만 3잔이상씩 마시면 시력손상이 올 수 있고 심하면 실명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사이언스 데일리라는 미국 과학전문지에서 퍼 왔습니다.
카페인이 필요하시면 차나 초콜렛을 권한다고 하네요.. 이것들은 녹내장과는 별 상관이 없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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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오빠
2012.10.16 16:24
남자분들은 필히 드셔야 되겠네요. 전립선암도 60%이상 예방한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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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456
2012.10.17 11:06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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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상
2012.10.16 15:46
사내커피도 1500원인데!!! 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경쟁이 답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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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폭탄
2012.10.16 23:53
서울에 일주일에 두어번 왕래를 하는데 제 나와바리가 아니다 보니
어디서 커피를 마셔야할지 몰라서 대충 가격 보고 들어갑니다.
다음에 강남에서 서울역 갈때 조금 돌아가더라도 약수역에 들렸다 가야겠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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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살란다
2012.10.17 07:58
저렴한 커피라니...너무 좋은데요..^^
근데 우리나라 커피값은 그냥 중간정도라고 생각되요..
스위스 가보면 거의 울나라 두배 가까이 되는거 같구..
유럽은 모 비슷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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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5
2012.10.17 12:52
굉장히 저렴하네요 울동네는 그런거 안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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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냥
2012.10.18 11:00
매일 두세잔씩 마시는 저에겐 좋은 정보네요
감사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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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하루
2012.10.20 14:59
전쟁이다 정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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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
2012.10.20 21:26
정말커피공화국이죠^^
마노핀은저도 자주애용합니다 막입이라안가리고 먹는편이라 아메리카노땡길때 가볍게먹기좋아용 -
꿍스
2012.10.23 20:18
싸고 맛있는 커피 모두 제공되는 곳은 별루 없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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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잉먕
2012.10.25 15:38
커피값이 거품이 심하긴 한거 같네요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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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브로드애로우o
2012.10.26 01:06
전 회사에 있는 무료 커피머신으로 카페인 섭취를 하고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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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곰ㅇ이나
2012.10.28 00:27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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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잔 디자인이 예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