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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4488 2012.10.16 10:33

저는 직장이 잠실역에 가깝습니다. 카페인 중독자이기도 해서 아침 출근길의 고민은 단연코 어디서 커피를 마실까? 혹은 집에서 커피를 타갈까 말까?가 1순위죠.

 

스타벅스나 커피빈을 애용하는 것은 주머니 사정도 사정이지만 왠지 정서에 안맞습니다. 밥값에 육박하는 커피라니.. 한달에 몇번도 아니고 하루에도 몇잔씩 마시는 커피인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집니다. 사무실에 무료로 비치해두는 믹스커피는 나른한 오후에 한잔 정도 마시면 모를까 아침부터 마시기엔 왠지 부담스럽구요.

 

그런 저에게 몇달전부터 일용할 아침 커피를 제공해주던 고마운 존재가 생겼으니 마노핀이라는 커피+머핀 전문점입니다. 지하철 역사마다 급격히 매장을 늘려가는 이 점포는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990원이고 톨이 1400원, 그란데가 1900원인데요. 스타벅스 숏사이즈 하나 마실 값에 조금만 더 보태면 그란데 사이즈가 두잔입니다. 가히 카페인 중독자에게는 고마운 집이죠.

 

한가지 단점을 따지라면 값이 깡패인지라.. 그렇게 높은 퀄리티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어요. 입안에서 부서지는 느낌이 드는 밸런스도 그렇고 너무 풀로스팅을 한 탓인지.. 애초에 원두 자체가 로부스타종이 많아서 그런지 뒷맛에 슬쩍 콩볶은 향이 났거든요. 커피 좋아하는 사람치고.. 이 콩냄새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가격으로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향했죠.

 

그런데.. 최근에 경쟁자가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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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핀에서 불과 10미터 떨어진 옆자리에 코와핀이라는 업체가 들어온거죠. 여기는 아메리카노 한잔에 천원인데 숏은 없고 레귤러와 라지가 있습니다. 레귤러는 마노핀의 톨사이즈 정도이고 라지는 아마 그란데겠죠. 가격은 1000원과 1500원으로 마노핀보다 살짝 비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적립카드도 있고 양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저가 정책을 채택하고 있어요.

 

20121015_172607.jpg

 

저가 커피에 이런 적립카드를 도입한 건 좋은 시도입니다. 늘 꾸준히 마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열잔 모아서 한잔 더 마시는 꼴이니.. 실제로는 990원짜리보다 충성도가 높아질수 밖에 없지요. 값도 훨씬 싸지구요.

 

사이즈가 달라서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 하시면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사실 커피의 가격은 들어가는 에스프레소샷의 양으로 비교하면 됩니다. 마노핀의 그란데 사이즈도 투샷, 코와핀의 라지 사이즈도 투샷이니 가격으로만 봐도 코와핀이 400원 싼 셈이지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역시 커피의 맛과 향인데 시간이 지나면 어떨지 몰라도 맛과 향에서 지금은 코와핀이 더 낫습니다. 밸런스도 좋고 피니시도 더 깔끔해요. 향도 더 풍부하고 뭣보다도 거슬리는 콩냄새가 안납니다.

 

경쟁이라는 건 좋은겁니다. 소비자는 원하는 물건을 좀 더 싸고 질 좋은 것으로 고를 수 있으니까요. (업체들은 죽을 맛일겁니다만..) 안주하고 있으면 뒤쳐지거나 이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걸 잠실역의 때아닌 커피전쟁에서 배웁니다. 마노핀의 대각선 맞은편으로 더치커피 전문점도 하나 문을 열었습니다만.. 비교 대상인 아메리카노의 가격이 좀 더 높아서 아직은 재미를 못볼 것 같더군요.

 

물론 이 커피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리까리한 가격을 고수하고 있는 잠실역 지하상가의 이디야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메리카노 2,500원)

 

저처럼 잠실역을 근거로 출퇴근을 하시거나 오며가며 커피가 필요할때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시는 서민들을 위해 최근의 경험담을 올려봤습니다. 이제 커피를 브랜드로 마시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아요. 질좋고 가격대 성능비가 합리적인 커피로 시장의 흐름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실.. 1000원짜리 커피 사업은 제가 2년전에 구상한 것이기도 한데 이렇게 현실화되는 걸 보니 배가 아프기도 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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