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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ES & WONDERS ::

2013 Richard Mille

소고

조회 5719·댓글 51


 이번 포스팅은 리처드 밀(Richard Mille)입니다. 오늘은 한 번 쉬어갈 필요가 있어요. ㅎㅎ 이렇게 말한 본의는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은 시계였고, 역시 리처드밀이야! 싶은 시계들을 많이 찍어냈습니다만 막 끌리고 그런 시계를 만들어내진 않았습니다. 저도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새로운 시계를 만날 때마다 '이거 사고 싶을까?'라는 생각을 속으로 수십번씩 되뇌이곤 합니다만, 이번 시계는 "오 재밌어!" 말고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오 재밌는데? 갖고싶어!" 같은 말을 하게 하는 MB&F나, "오 재밌는데? 저렴해!"라는 말을 하게 하는 예거 르꿀뜨르(Jaeger LeCoultre)의 시계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을 보시면서, 리처드 밀의 시계가 여러분의 주머니 사정과 관계 없이 무언가를 희생해가며, '갖고싶은' 시계인지 한 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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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밀의 부스에 가면 볼 수 있는 어시스턴트 누님들. 와치 스페셜리스트들은 아니고, 모델입니다. 프레스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딱 5분 정도 이야기 할 시간이 있었는데, 이번 자메이카 에디션을 기념하기 위한 컨셉인 듯 보여서 당연히 자메이카 누님들인줄 알았는데 아니었..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왼쪽에 있는 아가씨와도 이야기 할 수 있었는데, 네일아트로 손톱에 자메이카 국기를 그린것이 디테일하니 재밌다고 했더니 꺄르르. 더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했지만 그건 Off the record로 남겨두겠습니다. ㅎㅎ


 자메이카 이야기를 먼저 해버렸으니, 자메이카 에디션을 소개 해드려야겠군요. 이번 자메이카 에디션은 작년에 이어 러닝 스프린터(Running sprinter, 쉽게 말하면 달리기 선수)를 위한 에디션을 내놓았습니다. 리처드밀은 O사의 한정판과 달리 시계 위에 "누구누구 한정판이에요~"라고 달랑 써놓는 대신, 과학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뭔가 찌질하지만 멋있어! 느낌의 배려일지 몰라도, 찬찬히 뜯어보면 리처드 밀이 시계를 정말 좋아하고 많이 차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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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계가 바로 러닝 스프린터 요한 블레이크(Yohan Blake)를 기념하는 시계입니다. 노란색과 초록색의 색상 조합이 자메이카 국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정면만 봐서는 뭐가 특별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옆으로 휙 돌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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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히 옆에서 찍은 사진은 아닙니다만 3시와 9시 방향의 베젤이 수평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이 각도에서 사진을 찍으면 다이얼이 거의 비치지 않거든요. 어쨌든 시계는 9시 방향의 베젤이 조금 더 낮은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시계는 오른쪽에 차는 시계이고, 9시 방향이 더 낮습니다. 즉, 이 시계를 차고 달리기를 할 때 에어로 다이나믹(Aerodynamic, 공기역학)을 고려한 구조로 시계를 만든 것이지요. 게다가 오른쪽에 차면 용두가 심장쪽을 향하게 되므로 손등에 자국이 남을 일도 없습니다. 뭔가... 예술적이면서도 그 과도한 친절함에 미소가 지어지는 시계입니다. 이 시계의 주인인 요한 블레이크 옹이 굉장히 만족했다고 하니. 본인이 만족했으면 된거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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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라파엘 나달(Raphael Nadal) 뚜르비용입니다. 그 테니스 선수 나달 맞습니다. 클레이 코트의 최강자죠. 리처드밀은 나달의 시계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뚜르비용'을 만들어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계는 19 그램밖에 나가지 않죠. 19 그램입니다. 일반적인 스테인리스 가죽 줄 시계가 100 ~ 120 g 내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가볍습니다. 게다가 엄청난 무게 감량을 위해 브릿지를 다 없애버리고 무브먼트를 쇠 줄로 연결했습니다. 윗 사진에도 보시면 스켈레톤 무브먼트 아래로 끈 같은게 보이실 겁니다. 말 그대로 '뼈'만 남은 시계입니다. 만져볼 기회가 없어서 아쉽긴 합니다만, 관상용으로 남을 확률이 큰 시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하 충격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돼있어 보였거든요. 리처드 밀이 제가 있던 시간에 없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한 번쯤 그를 곤란하게 해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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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모습입니다. 사진만으로도 시계의 가벼움이 전해지는군요.


 다음은 뚜르비용 G-센서 장 토드(G-sensor Jean Todt)입니다. 지난번에 IWC 로터 디자인 얘기를 했다가 호되게 당하고 조사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봤더니, 이 분은 모터스포츠계의 커트 클라우스 옹이었습니다. 살아있는 역사이자 전설입니다. 페라리 CEO를 거쳐 현재 FIA(국제 자동차 연맹 협회장)을 하고 있는 그를 위한 시계죠. 그런 그가 리처드밀에 먼저 '자신의 이름을 건 시계를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의 거만함에 기분이 나빠질 법도 하지만 저는 왠지 그런 장 토드 옹의 마인드가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페라리 CEO 했고, FIA 회장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서문이 긴 이유는 시계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ㅎㅎ 이 시계도 뭔가 멋있는데 너무 과도한 멋부림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시계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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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위에 있는 서브다이얼이 파워리저브라는 생각을 하셨다면 리처드 밀을 너무 과소평가하신 겁니다. 리처드밀은 보기보다 훨씬 더 Geek 한 녀석이거든요. 근데 Geek하긴 한데, 때론 너무 Geek 해서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친구같기도 합니다... 음... 어쨌든 맨 위에 저 바늘은 최대 가속시 G센서를 측정하는 인디케이터입니다. 말 그대로 자동차를 타고(구체적으론 F1 머신) 가속을 하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 얼마나 G-shock(가속 충격량)을 받았는지를 표시하는 인디케이터인 것이죠. 이 무브먼트가 빠삐(Renaud Papi)가 설계한 무브먼트라는 것은 또 함정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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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콩코드 같은 브랜드에게 이 작업을 시켰더라면 실린더를 이용한 유압으로 G를 측정하는 기상천외한 방식을 썼을 테지만, 리처드 밀은 의외로 쉽게(?) 이 요구사항을 해결했습니다. 시계가 "쿵"하고 충격을 받으면 그 충격으로 톱니바퀴가 밀리고, 그 밀린 정도를 바늘로 표시하는 방식을 썼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밀린 바늘이 최대 충격량을 나타내는 G 량이 됩니다. 리셋버튼은 9시에 달려있고, 이 버튼을 누르면 바늘이 원래대로 돌아오게 됩니다. 15개 한정판입니다. 하나는 장 토드가 가져갔을테니. 14개 한정판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마지막으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는 4시 방향에 달려있습니다. '점핑' 방식으로 리저브 타임을 나타낸다는 것이 훨씬 더 이 시계를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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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시계는 현 맨체스터 감독인 로베르토 만치니(Roberto Mancini) 에디션입니다. 유독 이 주변에 기자가 많았던 관계로 사진에 대한 심심한 양해를 구합니다. 시합때 고급시계(라고 하고 위블로라고 읽습니다)를 두 개씩 착용하는 마라도나 감독과는 달리 만치니는 리처드밀에게 하나의 시계로 모든 경기를 기록할 수 있는 크로노그라프를 주문했습니다. 만치니는 엑스트라 타임과 축구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고 리처드밀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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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tra time과 Over time에 대한 인디케이터와 4시 방향에 '+', '-'로 점수를 기록하는 윈도우가 있습니다. 위 사진에선 '-6'이라고 씌여있으니 상대와의 점수차가 6점 차가 나는 것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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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터가 특히 볼만한 부분인데, 착용자의 활동량에 따라서 로터 양 쪽에 있는 축을 이동해줍니다. 축의 피봇이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저 피봇을 옮겨서 로터의 효율을 유저화 한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발상입니다.


 다음은 RM56-01 입니다. 투명한 케이스를 사용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일반적으로 투명 케이스 하면 플라스틱 케이스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케이스는 사파이어 글라스입니다. 사파이어 글라스를 통짜로 잘라서 만든 모델입니다. 글라스를 케이스로 쓰다보면 불량률도 높고, 문제가 될 소지도 많습니다. 가격은 1,600,000 CHF(스위스 프랑)으로, 글라스의 불량률과 한정판이라는 것 때문에 유독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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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파워리저브. 오른쪽은 초를 나타내는 인디케이터입니다. 4시 방향으로는 파워리저브. 6시 방향에는 뚜르비용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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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뿐만 아니라 스트랩도 투명합니다. 투명한 스트랩 아래로 리처드 밀 특유의 스트랩 고정 받침이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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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밀의 신제품을 보면 대부분 한정판을 발매하고 그와 비슷한 디자인의 양산품을 만들어 내곤 하기 때문에, 그들의 시계를 원하는 소비자 층의 국적과 분위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는 유니크 워치에 대한 수요와 그 패권이 어디에 있는지 대충 가늠해 볼 수 있죠. 이번에 나온 한정판이나 신모델의 경우에도 유러피안 에디션이 많고 차이나 에디션이 한 점 있는 것으로 보아 차이니즈 마켓이 커지고 있긴 하나 익스클루시브 와치(Exclusive watch)에 대한 수요는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것을 홀로 가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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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지는 이 시계는 리처드 밀 에비에이션 E6-B 크로노그라프 플라이백입니다. 이것 역시 SIHH 박람회장에서 한 번도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만..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24가지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시계라고 합니다. 기존의 파일럿 워치가 가지고 있는 계산기능 뿐만 아니라 고도에 따른 공기 압축 밀도를 계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설명을 하는 프리젠터 역시도 그의 설명에 많은 부분을 알고 있지 않은 듯 3 - 4가지 기능만 소개했으나 베젤만 보면 간단한 곱하기 기능과 타키미터가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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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은 리처드밀 뚜르비용 월드타임입니다. 35개 한정판이고, 이 시계 역시 디스플레이에 공개해놓지 않았습니다. 프레스와 딜러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물량에도 한계가 있어 보이더군요. 리처드밀의 인기도 한 몫 하겠지만, 발표하는 새로운 시계들마다 새로운 무브먼트와 구조를 짜넣다 보니 공급 물량 수급에 한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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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모델들 만큼 작년에 전시했던 모델도 많았고, 작년 시계들 또한 재미있는 모델들이 많았기 때문에 작년 사진을 마지막으로 인사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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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정판인 RM-031 하이 퍼포먼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