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처음으로 SIHH에 참여한 율리스 나르당(Ulysse Nardin)은 올해도 어김없이 브랜드의 DNA와 연관이 깊은 바다를 테마로 부스 내부를 꾸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 천장에는 파도가 출렁이는 모습을 끊임없이 투사했으며, 각 쇼케이스마다 해조류 모형과 함께 시계를 전시했습니다. 또한 입구 곳곳에는 컬러플한 산호초와 어우러진 몇 종의 개성적인 메탈 오브제가 놓여졌는데 이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인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작품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습니다.
Freak Vision
프릭 비전
율리스 나르당은 2017년 SIHH에서 프릭 컬렉션 최초로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이노비전 2(InnoVision 2)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무려 10가지 종류의 특허(혹은 특허 출원중인) 기술로 중무장한 이노비전 2는 아쉽게도 컨셉 워치 형태였고, 올해 들어서야 비로소 상용화 버전이 나왔습니다.
프릭 비전은 이전의 이노비전 2 컨셉 워치와는 몇 가지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배의 선체에서 영감을 얻은 바게트 모양의 3차원 글라스 미닛 핸드(분침)가 플라잉 카루셀(Flying Carrousel)과 함께 시간당 1회전하는 특유의 디자인이 새로운 프릭 비전을 통해서는 상대적으로 단순화한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래도 상용화 단계에서 이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했을 터입니다.
아치형의 스켈레톤 브릿지가 다이얼면에 노출한 기어 트레인과 이스케이프먼트 부품들을 지탱하고 있는데 각 기어 트레인과 이스케이프먼트, 마이크로 블레이드 형태의 자체 조정이 가능한 부품들 역시 전부 실리시움(실리콘)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는 2001년 개발한 듀얼 다이렉트 이스케이프먼트(Dual Direct Escapement)와 2014년 개발한 율리스 앵커 이스케이프먼트(Ulysse Anchor Escapement)를 결합한 형태로, 일명 율리스 나르당 앵커 콘스탄트 이스케이프먼트(Ulysse Nardin Anchor Constant Escapement)로 불리고 있습니다. 용어가 복잡해지긴 했지만 쉽게 풀이하면, 율리스 나르당이 2001년 루드비히 외슬린(Ludwig Oechslin) 박사의 도움으로 아방가르드한 프릭을 런칭할 당시부터 선구적으로 적용한 실리시움 베이스의 이스케이프먼트 부품들이 끊임없는 진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프릭 컬렉션 첫 상용화 자동 모델인 프릭 비전을 위해 율리스 나르당의 R&D팀은 그라인더 오토매틱 와인딩 시스템(Grinder Automatic Winding System)으로 불리는 독자적인 와인딩 시스템을 고안했습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4개의 암이 있는 프레임에 고정된 로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프릭 비전의 케이스 지름은 45mm이며, 케이스 소재는 플래티넘입니다. 프릭 컬렉션 특성상 크라운이 따로 없으며, 3개의 티타늄 소재 라이더 탭이 있는 전면 베젤을 돌려 시간을 세팅할 수 있고, 케이스백의 요철이 있는 또 다른 베젤을 돌리면 수동 와인딩이 가능합니다. 케이스 방수 사양은 30m. 무브먼트는 인하우스 자동 UN-250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2.5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50시간).
프릭 비전 플래티넘 & 티타늄 버전(Ref. 2505-250)의 공식 리테일가(스위스 현지 기준)는 9만 5,000 스위스 프랑(CHF)입니다.
더불어 프릭 코럴베이(Freak Coralbay)로 명명한 프릭 비전을 기반으로 한 2종의 유니크 피스도 출시될 예정입니다. 프릭 비전과 제품 사양은 거의 동일하지만 블루 코팅 마감한 다이얼 바탕에 옐로 혹은 레드 컬러 산호 형상을 추가하고 브릿지에도 해당 컬러 액센트를 더해 보다 유니크한 느낌을 줍니다.
Classic Voyeur
클래식 보이어
다이얼에 두 쌍의 연인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성교를 나누는 모습을 미닛 리피터와 오토마통을 결합한 율리스 나르당 특유의 자케마르(Jaquemart) 기술로 선보인 클래식 보이어도 재미있는 신제품입니다. 핑크 골드 또는 화이트 골드 소재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제작된 두 커플 미니어처들은 슬라이딩 레버를 조작해 리피터 기능을 활성화하면 시 타종과 함께 좌측 커플은 정상 체위로 격렬하게 움직이고(여성의 다리가 움직이며 남성의 몸이 앞으로 향함), 쿼터(15분)와 분 단위 타종과 함께 우측 커플 중 여성의 손이 남성의 성기를 잡고 움직이는 식의 모션이 이뤄집니다.
클래식 보이어는 핑크 골드와 플래티넘 두 가지 케이스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공통적으로 케이스 직경은 42mm, 무브먼트는 기존의 자케마르 수동 UN-73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2.5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36시간).
참고로 리테일가는 핑크 골드 버전(Ref. 736-61/VOYEUR)은 29만 5,000 스위스 프랑, 플래티넘 버전(Ref. 739-61/VOYEUR)은 32만 5,000 스위스 프랑, 플래티넘 케이스에 60개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Ref. 739-61BAG/VOYEUR)은 37만 3,000 스위스 프랑이며, 각각 18피스씩 한정 제작될 예정입니다.
Diver Deep Dive
다이버 딥 다이브
기존 컬렉션에는 전례 없는 1,000m 방수 사양을 뽐내는 전문 다이버 워치 신제품입니다. 케이스 9시 방향에 자동 헬륨 방출 밸브(Helium escape valve) 장치를 갖추고 있으며, 크라운의 위치와 수류탄의 레버를 연상시키는 개성적인 크라운 가드 형태도 시선을 끕니다.
케이스 지름은 46mm, 전체 티타늄 소재를 사용해 크기에 비해 시계의 무게는 부담스럽지 않은 편입니다. 매트한 다크 블루 컬러 다이얼에 15마리 해머헤드 샤크(Hammerhead sharks, 귀상어, 망치상어) 패턴을 더해 다이버 워치만의 특색을 드러냅니다. 무브먼트는 실리시움 이스케이프먼트와 헤어스프링을 적용한 인하우스 자동 UN-320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48시간).
다이버 딥 다이브(Ref. 3203-500LE-3/93-HAMMER)는 300피스 한정 제작되었으며, 공식 리테일가는 1만 2,000 스위스 프랑입니다.
Marine Torpilleur Military
마린 톨피루어 밀리터리
Pre-SIHH 뉴스로 먼저 자세히 소개해 드린 마린 톨피루어 밀리터리입니다. 44mm 직경의 스틸 케이스를 전체 샌드 블래스트 마감해 특유의 거친 질감이 독특하며, 화이트와 블랙 다이얼의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에 베이지 혹은 오렌지 컬러 수퍼루미노바를 적용해 빈티지스러운 느낌도 있습니다.
무브먼트는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COSC) 인증을 받은 인하우스 자동 UN-118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60시간). 실리시움 이스케이프먼트 부품에 특허 받은 다이아몬드실(DIAMonSIL) 테크놀로지를 적용하여 탁월한 항자 성능과 내구성을 기대할 수 있으며, 프리스프렁 밸런스에는 역시나 실리시움 헤어스프링을 적용했습니다. 그런데 전작처럼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사용하지 않고, 톨피루어(어뢰정) 보트를 입체적으로 스탬핑 가공한 솔리드 케이스백 형태를 채택해 아쉽게도 무브먼트는 감상할 수 없습니다. 케이스 방수 사양은 50m.
마린 톨피루어 밀리터리 화이트 다이얼(Ref. 1183-320LE/60)과 블랙 다이얼(Ref. 1183-320LE/62)은 각각 300피스씩 한정 제작되었으며, 리테일가는 7,900 스위스 프랑입니다.
Marine Tourbillon
마린 투르비용
폴리시드 마감한 직경 43mm 스틸 케이스에 기요셰 패턴 가공한 블루 그랑푸 에나멜 다이얼을 적용한 마린 투르비용 신제품입니다. 무브먼트는 인하우스 자동 UN-128 칼리버를 탑재, 다이얼면에 시와 분 외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6시 방향)와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12시 방향)를 표시합니다. 공식 리테일가는 2만 8,000 스위스 프랑.
Classico Jade 37mm
클라시코 제이드 37mm
여성용 클라시코 제이드 라인업에도 신제품이 쏟아졌습니다. 공통적으로 직경 37mm 스틸 케이스에 화이트 마더오브펄 다이얼을 적용하고, 블루, 레드 등 컬러플한 액센트를 더해 여성스러움을 표현합니다. 무브먼트는 자동 UN-815 칼리버를 탑재했으며, 리테일가는 다이아몬드 세팅 베젤 모델의 경우 9,900 스위스 프랑, 기본 모델은 6,900 스위스 프랑으로 각각 책정되었습니다.
2014년 케어링(Kering) 그룹 합류 후 컬렉션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고, PR/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율리스 나르당은 올해도 그들이 잘하는 분야에 오롯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시그니처 컬렉션인 마린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일부 라인업을 세분화한 데 이어, 2년 연속 컬렉션의 기함인 프릭을 새롭게 보강함으로써 대중적인 라인 못지 않게 매니아층이 선호하는 모델의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습니다.
마린 라인을 정리하더니 올해는 그 윗급을 정리하는 모습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