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의 SIHH 부스는 예년과 다름없이 화사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Between Heaven and Earth)를 테마로 한 이번 부스 데코레이션에는 밤하늘의 총총한 별에서부터 땅의 화사한 꽃밭에 이르기까지 메종이 한결같이 추구해온 시간의 서사시(Poetry of Time)를 표현한 크고 작은 장식들로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놓여진 투명 쇼케이스마다 올해 반클리프 아펠이 선보인 다양한 하이 주얼리 워치들과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신작들이 진열되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Lady Arpels™ Planétarium Poetic Complications watch
레이디 아펠 플라네타리움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워치
올해 반클리프 아펠의 하이라이트 신모델은 레이디 아펠 플라네타리움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워치입니다. Pre-SIHH 뉴스로 먼저 소개했듯, 2014년 발표한 미드나잇 플라네타리움의 여성용 버전이라 할 수 있는데요. 애초 여성을 위해 디자인된, 여성을 위한 천체시계가 거의 전무한 현실에서 반클리프 아펠의 레이디 아펠 플라네타리움은 메종의 장기를 효과적으로 발현하면서 여성용 컴플리케이션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모종의 성취를 자랑합니다.
전작 미드나잇 플라네타리움이 태양 주변을 회전하는 여섯 행성(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의 움직임과 위치를 각기 다른 소재의 구형 미니어처를 이용해 다이얼에 담았다면, 새로운 레이디 아펠 플라네타리움은 상대적으로 단순화한 형태를 띱니다. 다시 말해, 미드나잇 플라네타리움과 마찬가지로 돔형의 입체적인 블루 어벤추린 다이얼 위에 사실적인 태양계를 묘사하지만 행성은 태양 외 지구(& 달), 수성, 금성 정도에 그칩니다. 단지 케이스 및 다이얼의 직경이 작아졌기 때문만은 아니고,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디테일에 더 많은 공을 들인 것입니다.
중심에 위치한 태양 모양 미니어처의 소재는 핑크 골드이며, 그 주위를 맴도는 수성은 화이트 마더오브펄, 금성은 그린 에나멜, 지구는 터콰이즈(터키석), 바로 옆의 달은 다이아몬드로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이얼 외곽을 도는 유성은 로듐 도금 마감한 화이트 골드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남성용 미드나잇 플라네타리움에 비해 비단 행성의 개수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도 다운그레이드가 이뤄졌지만, 레이디 아펠 플라네타리움은 미적인 측면에서는 훨씬 더 정제된 모습입니다. 아스트로노미컬 컴플리케이션을 갖춘 천체시계인 만큼 3개의 메인 행성(지구, 금성, 수성)과 1개의 위성(달)은 실제 공전 주기를 그대로 재현해 움직입니다. 지구는 365일, 금성은 224일, 수성은 88일 주기로 한 궤도를 돌며, 달은 지구 주변을 다시 약 29.5일 주기로 공전합니다.
- 레이디 아펠 플라네타리움 워치를 공식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케이스 지름은 38mm이며, 소재는 화이트 골드, 케이스 측면과 베젤, 러그 상단에는 촘촘하게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극도의 화려함을 과시합니다. 다이얼은 우주의 심오함(?)을 표현하기 위해 7개의 크기가 다른 어벤추린 디스크를 나란히 이어 붙여 동심원 형태를 띱니다. 투명 케이스백으로도 어벤추린 디스크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위에 태양, 수성, 금성, 지구, 달의 이름과 함께 다이얼면에 사용된 구형 미니어처 소재와 동일한 소재를 함께 추가해 해당 행성이 무엇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2개의 어퍼처(창)를 통해 캘린더(일, 월, 연도)를 표시합니다.
그리고 중앙에는 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초승달 모양의 장식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이는 시계를 구동하는 오토매틱(자동) 무브먼트의 로터에 해당합니다. 화이트 골드 소재의 회전 로터 위에 한쪽은 초승달 모양을 형상화하며 일명 ‘세르티 네쥬(Serti neige)’로 불리는 젬세팅 기술을 이용해 각기 다른 크기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하고, 다른 어두운 면은 블랙 PVD 코팅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달이 감싸고 있는 듯한 원형의 터콰이즈 디스크는 지구를 상징합니다.
무브먼트는 전작 미드나잇 플라네타리움에 이어 같은 그룹 내 매뉴팩처 로저드뷔의 자동 베이스 무브먼트(RD821)를 바탕으로 독립시계제작자 크리스티앙 반 더 클라우(Christiaan van der Klaauw)가 독점 제공한 천체 모듈을 추가한 기존의 칼리버를 레이디 아펠 버전을 위해 새롭게 수정,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40시간).
시간의 서사시를 넘어 ‘우주의 서사시(Poetic Astronomy)’를 표방한 새로운 레이디 아펠 플라네타리움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워치는 표면 광택 처리한 다크 블루 컬러 악어가죽 스트랩 내지 풀 파베 다이아몬드 세팅된 화이트 골드 브레이슬릿 두 가지 버전으로 각각 출시되며, 정확히 몇 개 정해진 한정판 형태는 아니지만 넘버드 에디션으로 한 해 소량씩 한정 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6년, 반클리프 아펠은 피에조 전기(Piezoelectricity)의 원리에서 착안해 다이얼 하부에 설치한 6개 내외의 LED를 통해 순간적으로 다이얼에 불을 밝히는 시계, 미드나잇 뉘 뤼미뉴즈(Midnight Nuit Lumineuse)를 발표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한해 앞서 독립 시계 브랜드 HYT도 기계적 동력만을 이용해 다이얼면에 불을 밝히는 세계 최초의 손목시계(H4)를 출시했지만, 반클리프 아펠은 한층 우아하고 전통적인 형태로 선보였기에 새로운 대안과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무엇보다 하이 주얼러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반클리프 아펠에서 이렇듯 뜻밖의 파격적인 유형의 시계가 나왔다는 사실에서 시계애호가들의 관심은 더욱 집중되었고, 일련의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시리즈로 한우물을 파온 반클리프 아펠의 워치메이커로서의 숨겨진 역량도 이제는 진지한 재평가와 함께 인정을 받을 시기가 도래했음을 시사했습니다.
올해 SIHH에서 반클리프 아펠은 전작 미드나잇 뉘 뤼미뉴즈를 바탕으로 조디악(별자리) 에디션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기본적인 스펙이나 작동 원리는 전작과 큰 차이가 없지만, 다이얼 위에 12개 별자리 각각의 문양을 형상화해 특유의 개성을 드러냅니다. 화이트 골드 소재 케이스의 지름은 42mm이며, 블루 에나멜 다이얼 위에 화이트 골드로 조각한 세심한 별자리 장식을 추가하고, 사전에 펀칭된 각각의 포인트 점은 비즈 형태의 반투명 에나멜로 코팅해 다이얼 하부에 위치한 LED가 이 통로를 통해 점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원래 2016년 최초 공개한 미드나잇 뉘 뤼미뉴즈 워치 프로토타입에는 반투명 에나멜 대신 그 위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는데, 다이아몬드를 통해 빛이 산란하는 구조가 다소 미흡하고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제기되어 이후 시판용 모델부터는 반투명 에나멜 코팅으로 대체된 것입니다.
-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양자리(Aries) 버전
-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황소자리(Taurus) 버전
-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쌍둥이자리(Gemini) 버전
-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게자리(Cancer) 버전
-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사자자리(Leo) 버전
-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처녀자리(Virgo) 버전
-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천칭자리(Libra) 버전
-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전갈자리(Scorpio) 버전
-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사수자리(Sagittarius) 버전
-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염소자리(Capricorn) 버전
-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물병자리(Aquarius) 버전
-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물고기자리(Pisces) 버전
무브먼트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라이트 온 디멘드 모듈(Light-on-demand module)을 적용한 자동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케이스 8시 방향의 푸셔를 누르면 라이트 온 디멘드 기능이 활성화되고 다이얼 위 별자리를 따라 놓여진 반투명 에나멜 도트를 통해 LED 불빛이 약 3초간 점멸하게 됩니다. 평상시에는 빛이 약해 보이지만 어둠 속에서는 제법 환하게 도드라지며 실제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를 연상케 합니다. 12개 별자리별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각각의 별자리에 해당하는 사람에겐 특별한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각각의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워치는 넘버드 에디션으로 한정 제작될 예정입니다.
- 솔리드 케이스백 구조라 비록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는 없지만 어셈블리 관련 공식 사진을 보면 상당히 인상적인 피니싱을 보여준다.
- 미드나잇 조디악 뤼미뉴 워치를 공식 영상으로도 확인해보세요.
미드나잇 웨 디씨 & 웨 다이에
Midnight Heure d’Ici & Heure d’Ailleurs
2015년경 남성용 피에르 아펠 컬렉션을 통해 먼저 선보인 심플한 듀얼 타임 워치, 웨 디씨 & 웨 다이에(Heure d’Ici & Heure d’Ailleurs)가 올해는 미드나잇 컬렉션으로 새롭게 거듭났습니다. 아이코닉한 피에르 아펠 케이스 디자인을 선호한 분도 물론 있겠지만, 일반적인 케이스 형태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미드나잇 케이스 버전에 반색을 표할 것입니다. 저 역시 후자에 해당하는데요.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화이트 래커 다이얼을 사용한 전작과 비교해 새로운 버전은 핑크 골드 케이스에 방사형의 기요셰 패턴 마감한 갈바닉 브라운 컬러 다이얼을 매칭해 한층 남성적이면서도 어딘가 고풍스러운 인상마저 풍깁니다.
핑크 골드 케이스의 지름은 42mm, 독창적인 듀얼 타임 무브먼트는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시리즈와도 인연이 깊은 독립시계제작자 장 마르크 비더레히트(Jean-Marc Wiederrecht)가 설립한 아게노(Agenhor, Atelier Genevois d’Horlogerie)가 반클리프 아펠을 위해 독점 제작, 공급한 마이크로 로터 타입의 자동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유니크한 무브먼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이얼면 시간 표시는 상단부 어퍼처(창)에 점핑 아워 형태로 현재 시(로컬 타임)를, 하단부 어퍼처로는 역시나 점핑 아워 형태로 세컨 타임존(홈 타임) 시를, 그 사이에 트랙 위에 놓여진 골드 핸드는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분을 표시합니다. 레트로그레이드 미닛 핸드는 각각의 아워 디스크와 동기화되어 1시간 단위로 함께 점핑하며 작동하고, 아게노는 각각의 아워 디스크 휠과 휠 트레인 사이에 독자적으로 고안한 점퍼와 스프링 부품을 추가해 해당 컴플리케이션을 구동합니다.
반클리프 아펠의 미드나잇 웨 디씨 & 웨 다이에는 더블 점핑 디지털 디스크와 레트로그레이드 미닛 핸드로 듀얼 타임존을 표시하는 꽤나 유니크한 디스플레이 방식이 돋보이지만, 메종 특유의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 덕분에 위화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듀얼 타임을 메종의 철학에 따라 우아하게 재해석하는 반클리프 아펠의 숨은 내공이 빛을 발하는 미드나잇 웨 디씨 & 웨 다이에 워치는 한정판이 아닌 영구 컬렉션으로 앞으로 몇 가지 버전으로 계속 만나볼 수 있습니다.
Lady Arpels Nuit Féerique & Lady Arpels Jour Féerique watch
레이디 아펠 뉘 페리크 & 레이디 아펠 주 페리크 워치
엑스트라오디네리 다이얼(Extraordinary Dials™) 컬렉션에는 두 종의 유니크 피스가 눈길을 끕니다. 밤과 낮을 테마로 한 두 시계에는 각각의 배경과 함께 메종의 시그니처인 페어리(요정)가 등장해 다이얼 위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레이디 아펠 뉘 페리크 워치는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41mm 직경의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다이얼에는 블루, 핑크, 바이올렛 사파이어로 구름의 향연을,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유성은 라운드 & 테이퍼드 컷 다이아몬드로 수놓고, 섬세하게 조각된 요정의 골드 드레스 위에는 미니어처 페인팅 기법으로 블루 에나멜을 입히는 등 반클리프 아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예술성을 듬뿍 담았습니다.
반면 레이디 아펠 주 페리크 워치는 역시나 41mm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를 풀 파베 세팅하고, 화이트, 옐로우, 핑크 골드 소재가 어우러진 다이얼에는 라운드 옐로우 사파이어와 스페사타이트 가넷이 구형의 태양과 강렬하게 뻗어나가는 빛 줄기를, 터콰이즈, 마더오브펄, 에나멜, 다이아몬드는 중첩된 구름을 신비롭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레이디 아펠 뉘 페리크 워치와 레이디 아펠 주 페리크 워치는 모두 기계식 수동 무브먼트로 작동하며, 각각 단 1피스씩만 제작된 유니크 피스입니다.
Le Jardin Van Cleef & Arpels
르 자르댕 반클리프 아펠
‘반클리프 아펠의 정원’을 뜻하는 르 자르댕 반클리프 아펠 컬렉션을 통해서는 메종이 애정하는 자연과 여러 종류의 꽃에서 영감을 얻은 다채로운 하이 주얼리 피스들을 선보였습니다. 꽃의 화관을 연상시키는 덮개를 열면 숨겨져 있던 시계의 다이얼이 등장하는 시크릿 워치 형태가 유독 많은 점도 특기할 만합니다. 하나같이 눈이 즐거운 시계들이니 설명보다는 공식 이미지 위주로 소개합니다.
- 단델리온 시크릿 워치(Dandelion Secret watch), 유니크 피스
그 이름처럼 민들레에서 영감을 얻은 시크릿 워치로, 오픈워크 가공한 구체 안에 트렘블링 기법을 이용해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파르르 떨리는 씨앗의 뭉치를 묘사했다.
다이아몬드와 핑크 사파이어로 앙증맞은 접시꽃을 형상화한 시크릿 워치로, 꽃잎 중 하나를 누르면 중심부가 열리며 다이얼을 노출한다.
- 코스모스 시크릿 워치(Cosmos Secret watch)
화이트 골드 바탕에 세르티 네쥬 기술로 촘촘하게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만개한 코스모스를 형상화했다.
- 마거리트 시크릿 워치(Marguerite Secrète watch)
1920년대부터 메종이 즐겨 사용한 데이지에서 착안한 시크릿 워치로, 스트랩을 떼어 옐로우 골드 나뭇잎 조각 중앙에 장착하면 클립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 르 자르댕 반클리프 아펠 컬렉션을 공식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Sweet Alhambra watch
스위트 알함브라 워치
올해는 반클리프 아펠의 아이코닉 컬렉션인 알함브라(Alhambra)가 탄생한지 어느덧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968년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에서 착안한 알함브라는 각종 주얼리와 워치 형태로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골드 비즈로 장식된 특유의 여성스럽고 우아한 디자인은 반클리프 아펠을 상징하는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스위트 알함브라 마더오브펄 워치 (한정판 아님)
알함브라 50주년을 맞아 반클리프 아펠은 마더오브펄, 말라카이트, 라피스 라줄리, 터콰이즈를 각 메인 꽃잎(다이얼 포함)에 세팅한 스위트 알함브라 워치 4종을 선보였습니다. 공통적으로 케이스 직경은 22.7mm이며, 화이트 마더오브펄 다이얼만 핑크 골드 케이스로, 나머지 스톤 다이얼 버전은 옐로우 골드 케이스로 선보여 차이를 보입니다. 무브먼트는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
반데클라우 와의 콜라보는 계속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