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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ES & WONDERS ::

[SIHH 2019] Ulysse Nardin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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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776·댓글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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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율리스 나르당(Ulysse Nardin)이 바젤월드에서 SIHH로 이적한지 3년째 되는 해입니다. 그 동안 율리스 나르당에는 굵직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브랜드에 몸 담았던 패트릭 호프만이 물러나고 애플 워치 개발에 관여했던 새로운 패트릭(패트릭 프루니오)이 지휘봉을 잡았습니다(그는 지라드 페리고의 CEO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프릭 미 아웃(Freak me out) 캠페인과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미언 허스트를 동원해 분위기 쇄신에 나선 율리스 나르당은 올해 프릭 엑스와 스켈레톤 엑스 그리고 밀로 마나라 에디션으로 여세를 몰아갔습니다. 비교적 단출한 구성이지만 시계 하나하나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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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ak X

프릭 엑스


신제품 가운데 핵심은 단연 프릭 엑스입니다. 율리스 나르당의 연구실(Lab)로 불리는 프릭은 시계 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걸작입니다. 2001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괴물은 실리콘으로 제작한 듀얼 다이렉트 이스케이프먼트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케이스에 꽉 들어 차는 거대한 배럴 위로 360° 회전하는 플라잉 까루셀 무브먼트를 올린 기괴한 메커니즘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작동법 또한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크라운이 없는 대신 베젤을 돌려 시간을 맞췄고, 메인스프링을 감으려면 케이스백을 통째로 돌려야 했습니다. 천문 3부작으로 기계식 시계의 부흥을 이끈 율리스 나르당은 프릭을 통해 신소재를 전파했고, 전통 워치메이킹의 틀을 파괴하며 혁신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릭이야말로 율리스 나르당을 대표하는 시계이며, 이후 등장하는 독립 브랜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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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 엑스는 프릭 컬렉션의 막내격인 모델입니다. 여기서 X는 X-팩터를 뜻합니다. 사전적 의미는 성공에 영향을 주는 미지의 요인입니다. 율리스 나르당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예를 들면 탐험(Xploration)과 같은 가치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프릭 엑스는 이제까지의 프릭과는 결이 다릅니다. 우선,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크라운이 생겼습니다. 더 이상 베젤이나 케이스백을 돌릴 필요 없이 간편하게 시계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백을 통해 무브먼트를 살펴보면 래칫 휠이 살짝 드러날 뿐 기어트레인은 보이지 않습니다. 프릭 특유의 플라잉 까루셀 구조 때문입니다. 밸런스로 힘을 전달하는 여러 톱니바퀴는 다이얼 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침과 분침 역할을 하는 바늘은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바게트 형태의 무브먼트가 1시간에 1회전하며 시간을 표시합니다. 브리지와 인덱스에는 슈퍼루미노바를 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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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와인딩 칼리버 UN-230은 마린 크로노미터에 들어간 매뉴팩처 칼리버 UN-118과 프릭 비전에 실린 칼리버 UN-250을 혼합한 신형 엔진입니다. 폴 와인딩 시스템에 의해 로터는 어느 방향으로 회전하든 메인스프링을 감아줍니다. 무게중심을 조절해 오차를 잡아주는 니켈 덩어리와 얇은 마이크로 블레이드로 이루어진 실리콘 밸런스 휠은 어떤 자세에서도 일정한 움직임과 정확성을 유지합니다. 이스케이프먼트는 프릭 아웃의 듀얼 율리스 이스케이프먼트나 프릭 비전의 콘스탄트 이스케이프먼트처럼 복잡하지 않습니다. 프릭 엑스의 포지션을 감안하면 수긍이 갑니다. 단, 팰릿 포크의 디자인을 변경해 에너지 전달 효율을 높인 것으로 보입니다. 파워리저브는 72시간,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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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 엑스 Ref. 2303-270.1/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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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 엑스 Ref. 2305-27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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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 엑스 Ref. 2303-270/CARB


프릭 엑스는 PVD 코팅한 티타늄, 블랙 DLC 코팅한 티타늄, 로즈골드와 블랙 DLC 코팅한 티타늄, 마지막으로 카르보늄(Carbonium®)까지, 총 네 가지 베리에이션으로 선보입니다. 최신 항공기 기체와 날개를 만드는데 쓰이는 카르보늄은 알루미늄보다 두 배 가까이 가볍고, 일반적인 가본 복합 소재보다 두 배나 친환경적이라고 합니다.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해 완성하는 카르보늄은 제조과정에서 불규칙한 무늬를 얻습니다. 케이스 지름은 43mm, 방수는 50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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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 엑스의 가격은 2만1000스위스프랑(약 237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프릭 아웃(4만8000스위스프랑)이나 프릭 비전(9만5000스위스프랑)과 비교하면 파격적입니다. 율리스 나르당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참 어려운 브랜드입니다. 율리스 나르당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프릭, 자케마르 리피터 같은 컴플리케이션이나 예술성이 강한 에나멜 다이얼 모델을 선택해야 합니다. 허나 언급한 시계의 가격은 현실적으로 매우 높습니다. 엔트리 컬렉션인 마린이나 다이버는 그보다 매력이 덜한 게 사실입니다. 플래그십과 엔트리 사이를 어떻게 매꿀 것인지가 율리스 나르당의 숙제였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릭 엑스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듀얼 이스케이프먼트 혹은 콘스탄트 포스 이스케이프먼트는 빠졌지만 프릭의 정체성을 최대한 살린 채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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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leton X

스켈레톤 엑스


스켈레톤 엑스는 이그제큐티브 컬렉션에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사각 프레임을 중앙에 배치한 스켈레톤 다이얼과 인덱스를 뼈대로 삼은 기본 골격을 유지했습니다. 추가로, 1, 5, 7, 11시 인덱스를 길게 늘어뜨려 X 자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스켈레톤 엑스에서 X는 X-레이처럼 시계 속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뜻을 넘어 워치메이킹의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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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제큐티브 듀얼타임(43mm)이나 이그제큐티브 스켈레톤 투르비용(45mm)보다 작아진 지름 42mm의 케이스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켜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 카르보늄 버전은 이보다 지름이 1mm 더 큰 43mm 케이스를 채택했습니다. 러그 사이에 기둥이 솟은 이그제큐티브 특유의 디자인은 여전하나 형제들과 달리 비스듬하게 다듬어 세련미를 강조했습니다. 케이스 양면에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적용해 시계 너머까지 시선이 닿습니다. 방수는 50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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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와인딩 칼리버 UN-371은 이그제큐티브 스켈레톤 투르비용에 사용한 칼리버 UN-171의 설계를 응용한 새로운 무브먼트입니다. 밸런스 휠과 스프링을 비롯해 이스케이프먼트 부품은 모두 실리콘으로 제작했습니다. 또한 캐넌 피니언과 아워 휠을 연결하는 미니트 휠에 실리시움 기술을 적용했다고 합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 파워리저브는 96시간으로 긴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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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엑스 Ref. 3713-260-3/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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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엑스 Ref. 3713-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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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엑스 Ref. 3716-26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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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엑스 Ref. 3715-260/CARB


스켈레톤 엑스는 총 네 가지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가격은 블루 PVD 코팅 베젤을 조합한 티타늄 버전과 블랙 DLC 코팅한 티타늄 버전이 1만7500스위스프랑(약 1970만원), 블루 PVD 코팅 티타늄 베젤과 로즈골드 케이스를 조합한 버전이 2만9000스위스프랑(약 3270만원), 카르보늄 골드 버전이 2만1000스위스프랑(약 2370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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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o Manara

클라시코 마나라


이탈리아 출신의 밀로 마나라(Milo Manara)는 에로틱한 그림과 그래픽 노블로 명성을 얻은 작가입니다. 그는 마블 코믹스의 엑스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창조에도 관여한 바 있으며, 모토GP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아홉 번이나 거머쥔 발렌티노 롯시를 위해 특별한 헬멧을 디자인하기도 했습니다. 율리스 나르당은 오래 전부터 에로티시즘을 자케마르 미니트 리피터의 소재로 즐겨 사용했습니다. 그런 율리스 나르당이기에 밀로 마나라와의 협업이 크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율리스 나르당은 2011년다이얼 전문 제조업체 동제 카드랑(Donzé Cadrans SA)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덕분에 클로이죠네, 그랑푀 에나멜 다이얼은 물론이고 정교한 핸드페인팅 다이얼까지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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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시코 밀로 마나라 에디션이 탄생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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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워치를 표방하는 클라시코 컬렉션에 속한 이 시계는 밀로 마나라가 완성한 10점의 그림을 그대로 다이얼에 옮겨온 작품입니다. 10개의 시계에는 반라의 여성과 인어 그리고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져 있습니다. 율리스 나르당의 장인들은 초인적인 인내심과 집중력을 발휘해 현미경과 물감 그리고 좁쌀만한 털 뭉치가 달린 붓만으로 밀로 마나라의 그림을 완벽히 재현했습니다. 실제 그림의 1/10 만한 크기의 다이얼 하나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50시간입니다. 다이얼 한 켠에는 밀로 마나라의 사인을 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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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에는 시간과 분을 제외한 다른 기능은 없습니다. 그 흔한 초침조차 없습니다. 그림을 감상하는데 시야를 가리는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제거한 겁니다.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과 이스케이프먼트를 사용한 매뉴팩처 칼리버 UN-320은 양방향 와인딩을 지원하며, 48시간의 파워리저브를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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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 마나라 에디션은 각 그림당 20개씩 제작됩니다. 10개는 스테인리스스틸, 나머지 10개는 로즈골드 케이스에 담깁니다. 다시 말해 전체 수량은 200개입니다. 케이스 지름은 40mm, 방수는 30m입니다. 가격은 스테인리스스틸 버전이 2만6900달러(약 3000만원), 로즈골드 버전이 3만4400달러(약 3850만원)입니다. 


+ 그 밖의 신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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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다이버 크로노미터


2018년 하반기에 공개한 뉴 다이버 크로노미터는 마린과 함께 엔트리를 책임질 예정입니다. 마린 다이버의 뒤를 잇는 이 모델에는 율리스 나르당이 자랑하는 실리시움 기술을 고스란히 담아낸 매뉴팩처 칼리버 UN-118가 들어있습니다. 지름 44mm의 티타늄 케이스는 300m 방수를 자랑합니다. 다이얼 12시 방향에는 파워리저브가, 6시 방향에는 스몰세컨드가 자리합니다. 잠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베젤은 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합니다. 검은색과 파란색 모델을 제외한 그레이트 화이트(300개)와 모나코(100개) 에디션은 한정 생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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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버 42mm


앞서 소개한 뉴 다이버 크로노미터보다 좀 더 대중적인 다이버 42mm는 기능을 간소화했습니다. 폴리시드와 브러시드 마감을 혼용한 지름 42mm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는 300m 방수가 가능합니다. 다이얼 6시 방향에 적은 숫자는 율리스 나르당의 매뉴팩처가 있는 스위스 르 로클의 GPS 좌표를 의미합니다. 셀리타 SW300에 실리콘 밸런스를 추가해 성능을 개선한 셀프와인딩 칼리버 UN-816을 탑재했습니다. 블루 샤크 리미티드 에디션은 300개 한정 생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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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워치메이킹 앞에서 가짓수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프릭으로 중심을 잡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하우스 무브먼트 개발에 너무 몰두하는 듯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강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다듬어가는 모습이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