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HH 2018] 피아제, 보메 메르시에, 에르메스 Report
피아제(Piaget)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트(Altiplano Ultimate Concept)
피아제는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트 모델을 발표했습니다. 가장 얇은 시계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는 셈인데요. 여전히 자동차 분야와 달리 시계에서는 컨셉트 워치라는 개념이 생소하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혹은 아직 미완성인) 개념을 소개하는 시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라는 피아제의 수식어와 달리 실제 판매를 할 수 없다면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트는 기존 알티플라노 900P의 설계를 확장한 듯 합니다. 다이얼과 배럴에서 밸런스로 이어지는 기어트레인을 평면에 늘어놓는 수법은 이미 알티플라노 900P를 통해 소개된 바 있으나, 밸런스, 기어 류의 고정하는 방법. 위, 아래의 축이 아닌 매다는 기법을 통해 브릿지를 제거해 두께를 줄이고자 했습니다.
한 가지 걱정은 울트라 슬림의 역사에서 이처럼 기어를 플레이트에 매다는 방식이 실패를 겪었다는 사실입니다. 쟝 라살(Jean Lassale)의 권리를 매입해 만든 두께 1.2mm의 칼리버 20P를 피아제는 다시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알티플라노(Altiplano) 910P
피아제의 실질적인 신모델은 컨셉트 워치를 제외하면 알티플라노 910P가 차지합니다. 뉴스를 통해 소개된 바 있는데요. 다이얼과 주요 부품을 평면에 가능한 평행하게 늘어놓아, 메인 플레이트, 브릿지, 케이스 백의 경계를 허문 모델이 알티플라노 900P입니다. 숫자가 바뀐 알리플라노 910P은 로터를 지닌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합니다. 900P가 완성한 두께를 유지하면서 수동을 자동으로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퍼리페럴 로터였습니다. 무브먼트의 바깥쪽을 따라 회전하는 로터로 최근 울트라 슬림에 이름을 올린 자동 시계들은 이 로터의 덕을 톡톡하게 보았죠. 피아제는 풀 로터 방식에 울렁증이 있는것 같습니다. 풀 로터로는 울트라 슬림의 영역에 근접한 적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이번에도 마이크로 로터를 선택했던 과거와 같이 퍼리페럴 로터를 통한 두께 줄이기로 알티플라노 910P를 완성했습니다. 로터는 다이얼에서 일부분만이 보이므로 자동 시계라는 느낌은 착용시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메 메르시에(Baume & Mercier)
클립튼 보매틱(Clifton Baumatic) Ref. 10436
보메 메르시에는 쿼츠 레볼루션의 이후, 즉 1970년대 이후 아마 처음으로 자신만의 자동 무브먼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클립튼 보매틱에 탑재한 칼리버 보매틱 BM12-1975A가 그 주인공입니다. 120시간(5일)에 달하는 파워리저브와 실리시움 소재의 헤어스프링은 2000년대의 워크 호스 무브먼트를 의미합니다. 리치몬드 그룹내에서 보메 메르시에의 포지션을 보았을 때 이는 틀리지 않은 말입니다. 인 하우스 무브먼트라고 봐야하나 요즘 정체를 드러내고 있는 리치먼드 그룹 산하의 무브먼트 매뉴팩처인 발 플리에가 만들었으며, 바쉐론 콘스탄틴의 피프티식스의 예를 봤을 때 다른 브랜드로 전용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브먼트의 생김새나 억지로 한 듯한 인상을 잔뜩 풍기는 피니싱을 보면 보매틱을 수용할 수 있는 브랜드가 얼마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보매틱의 등장은 여러가지를 시사합니다. 리치몬드 그룹이 브랜드에 독립성을 부여하고 개성을 표출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면, 이 같은 그룹 주도의 무브먼트는 스와치 그룹과 유사한 형태로 앞으로 수직형 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물론 이는 상당한 양날의 검이기 때문에 큰 위험성을 안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과 보메 메르시에로 트리거를 반쯤 당긴 듯합니다만...)
무브먼트 바깥쪽의 거친 피니시가 자꾸 스와치의 시스템 51을 떠오르게 하긴 하지만, 보메 메르시에에겐 보매틱을 활용할 방법이 많아 보입니다. 2,500 스위스 프랑에 미치지 않는 가격은 보매틱의 장점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시계 자체본다면 클립튼 보매틱은 딱 보메 메르시에 다운 적당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디자인, 실용적인 측면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죠. 다른 클립튼 모델과 비교하면 에나멜 느낌이 나는 다이얼이며 외관에서 가장 내세울 수 있는 요소로 보입니다.
에르메스(Hermes)
까레 (Carré) H
에르메스는 바젤월드에 참가하는 대신 제네바에서 열리는 SIHH를 택했습니다. 바젤월드 메인홀 2층의 터줏대감과 같았던 아름다움과 존재감을 발했던 부스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군요. SIHH에 참가한다는 사실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긴 합니다만, 에르메스에는 몇 가지 정치적인(?) 요소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SIHH가 참가하는 파르지미아니와 지분을 통해 엮여있지만 뒤를 들여다 보면, 혈연으로 묶여 있기도 합니다. 에르메스가 파르미지아니 산하의 무브먼트 메이커 보우쉐의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파르미지아니가 에르메스의 스트랩을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따라서 SIHH의 이적은 파르미지아니의 영향이 있었다고 보이는데요. 사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아닌데, 서론이 쓸데없이 길었습니다.
SIHH에 첫 등장한 에르메스는 토탈 브랜드답게 시계에만 집중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처음이니 만큼 뭔가 강렬한 신제품을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고 부스마저 상대적으로 약화된 터라, 과거 미국발 토탈 브랜드인 랄프 로렌의 등장과 퇴장이 살짝 오버랩되었습니다. 신제품으로 나온 모델의 하나가 까레 H로 스퀘어 케이스 속에 뚜렷한 단차를 둔 원형 다이얼을 배치해 캐릭터를 만들어 냈습니다. 바젤월드였다면 글쎄요. 크게 나쁘다고 할 수 없었겠지만 다른 시계 메이커의 면면이 훨씬 뚜렷한 SIHH에서는 큰 주목을 끌지 못했습니다. 디자인만을 봤을 때에는 애플워치 혹은 애플워치를 기계식 시계로 패러디 한 모저앤씨의 스위스 알프 워치가 떠오릅니다.
까레 H는 칼리버 H1912을 탑재합니다. 보우쉐가 공급한 무브먼트로 반복적인 H 패턴의 표면이 인상적입니다. 이 같은 보우쉐제 무브먼트는 에르메스가 자신들이 팔고 있는 시계의 중심 가격대를 올리고 싶어함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ETA와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합리적인 시계를 만들었다는 첫 시작입니다. 한 번 소비자에게 인식된 시계의 포지셔닝은 쉽사리 바꾸기 어렵다는 장벽과 직면하게 될 것이며, 보우쉐의 무브먼트가 얼마나 이를 극복하게 해 줄지는 의문입니다. 한가지는 힌트는 파르미지아니의 지루한 정체가 이어지고 있고 이를 봤을 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라리 봅니다.
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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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우물
2018.02.1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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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z123
2018.02.19 23:23
저런 얇은 시계 실물로 한번 보고싶네요. 정말 대단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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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mfkdtm
2018.02.20 01:11
보메 메르시에 파트는 다루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내용이 적어서 아쉽습니다.
브랜드를 넘어 리치몬드 그룹의 행보를 예측할 만한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리치몬드 산하 브랜드는 신기술 채용에 상당히 인색한 편이었으나,
최근 2~3년 동안 보메 메르시에를 통해 사전 점검(?)을 하고 있었으며, 그 결과물이 'Baumatic' 입니다.
작년에 고가의 기함 모델인 클리프턴 1830 데이트 모델(BM12-1975M 무브먼트)을 통해, 미리 해당 기술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리치몬드에서는 그룹 내에서 개발한 실리콘 헤어스프링에 'Twinspir',
앵커 및 이스케이프먼트 파트를 개선하여 'PowerScape'라는 이름을 각각 붙여주었습니다.
보메 메르시에의 자체 네이밍이 아닌 그룹 차원의 움직임이지요.
이외에도 프리스프렁 밸런스 휠의 채용이나 항자성, 무브먼트의 오버홀 주기 확대 등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습니다.
보메 메르시에를 통해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진다면,
무브먼트가 아닌 부품 차원에서, 추후 그룹 내 타 브랜드에서의 채용이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 더하여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도인지,
빈티지 자사 무브먼트 채용 모델에서 사용하던 'Baumatic' 네이밍을 부활시켰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또한, 무브먼트의 형태가 심하게 단순하기는 하나,
코스매틱 측면에서는 브랜드의 위치나 제품의 가격을 고려할 때, 경쟁사 대비 비난받을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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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2018.02.20 11:02
기술적인 부분의 설명 정말 감사합니다. 제 본문에 오류가 있는지라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인 하우스 무브먼트가 아니라 첫 인 하우스 자동 무브먼트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칼리버 BM12-1975M은 수동이니까요.
개인적으로 보매틱이라는 마케팅 측면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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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2018.02.20 11:07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실리시움 부품의 활용은 리치몬드 그룹에서 적어도 미드 레인지 이상의 브랜드에서는 안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만 그룹 내부인사들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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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져77
2018.02.20 09:11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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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반
2018.02.20 19:12
와 피아제 엄청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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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2018.02.20 19:16
초박형 시계의 대명사 피아제...
예거와의 초박형 시계의 전쟁은 끝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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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ter
2018.02.20 19:41
피아제는 정말 얇고 예쁜시계를 잘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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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Yoon
2018.02.21 11:59
개인적으로는 보매틱이 매우 기대되네요.
방수력으로 보았을 때, 두께감도 적당할 것 같고 실물이 기대됩니다.
백케이스 사진의 스트랩을 보니 보메 메르시에 역시 퀵 체인지 방법이 적용 되는 것 같은데 브레이슬릿의 체결방식도 궁금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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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72
2018.02.21 12:13
보메가 재도약을 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나 보네요.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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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함께
2018.02.21 17:37
손목에 올릴 가능성은 보메가;;가장 크겠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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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덕시덕열매
2018.02.21 21:09
잘보고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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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드
2018.02.21 22:56
역시 피아제 탐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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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eee
2018.02.22 16:37
좋은 정보 잘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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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루즈
2018.02.26 05:33
아 피아제 역시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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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zpz
2018.02.26 09:11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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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남시
2018.03.28 13:00
피아제..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데... 가격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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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리비용
2018.04.09 17:26
보메틱 너무 잘나온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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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2018.04.23 14:40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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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미남
2018.06.02 12:47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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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존
2018.08.08 15:54
고급서러움이 묻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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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소대왕
2018.08.31 10:25
에르메스 제품은 이쁜데 애플워치를 연상케 하는 건 어쩔수 없을것 같네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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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트
2018.09.11 07:37
좋은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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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pin
2018.09.15 17:23
개인적으로 피아제의 그것이 제일 눈에 띄네요. 기술적으로도, 아름다움에 있어서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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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hk2018
2018.11.02 12:47
개인적으로 피아제 탐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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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장
2018.12.09 17:12
대단하네요. 얇은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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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미남
2018.12.17 23:57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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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ac
2018.12.21 20:22
역시피아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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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비행
2018.12.30 13:38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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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던보이
2019.01.07 23:02
요즘 얇은 시계가 땡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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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
2019.01.08 11:01
에르메스는 스트랩을 어떻게 교환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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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아님모
2019.01.12 12:34
피아제가 좋아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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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루즈
2019.01.12 13:24
역시 피아제의 화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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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1999
2019.01.23 23:19
앞으로도 피아제의 슬림 라인업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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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huh
2019.02.17 10:11
나이들수록 얇은시계가 편하네요...언젠가는 피아제 알티플라노 라인 꼭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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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2019.12.04 00:18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클립튼 보메틱은 무난하게 잘 나왔네요.. 필드워치로 좋겠습니다..^^;;
방수가 100M 였다면.. 솔리드라도 뒷태는 용서해줄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