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HH 218 리포트 ‘까레 데 오롤로저(Carré des Horlogers)’ 브랜드 편 이어갑니다.
MB&F
MoonMachine 2
문머신 2
미래지향적인 개성 강한 컬렉션을 구축하고 있는 MB&F는 올해 핀란드 출신의 독립 시계제작자 스테판 사르파네바(Stepan Sarpaneva)와 손잡고 두 번째 문머신(MoonMachine 2)을 발표했습니다. 사르파네바와는 2012년 오롤로지컬 머신(Horological Machine, 줄여서 이하 HM)3 시리즈를 통해서 첫 문머신 에디션을 선보인 바 있는데요. 사르파네바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우스꽝스럽게 의인화한(퉁명스러운 표정의) 대형 문페이즈 디스크를 추가해 HM3를 한층 더 유니크하게 돋보이게 했습니다. 첫 HM3 문머신의 성원에 힘입어 올해는 HM8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문머신 2를 이어갑니다.
캔암(Can-Am)의 모터사이클 내지 레이싱카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은 HM8 시리즈는 지난 2016년에 데뷔했습니다. 두 개의 티타늄 브릿지가 평행을 이루며 상단에 도드라진 독특한 케이스 디자인과 옵티컬 프리즘(Optical prism)으로 불리는 실제 프리즘에서 착안한 케이스 하단부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통해 시(점핑 아워)와 분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형태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스테판 사르파네바와의 협업을 통해 올해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를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지라드 페리고의 자동 베이스를 MB&F는 HM8의 유니크한 디스플레이 구조를 고려해 무브먼트(이들은 엔진이라고 표현함)를 3차원 형태로 변형하고, 문페이즈에 일가견이 있는 사르파네바가 참여하면서 두 종류의 각기 다른 문을 추가했습니다. 하나는 통상적인 문페이즈 디스크 형태로 케이스 하단면 옵티컬 프리즘을 통해 노출한 타임 디스플레이 중앙에 아주 작고 얇은 두께의(직경 4.5mm, 두께 0.35mm 크기의) 골드 문페이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문페이즈 디스크에는 어김없이 사르파네바 특유의 개성적인 달의 얼굴이 핸드 인그레이빙 가공되었는데, 문페이즈 디스크의 크기가 일단 매우 작고 또 얇기 때문에 상당히 노련한 솜씨가 요구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은 케이스 상단면에 노출한 로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배틀액스(도끼)를 연상시키는 로터를 대신해 방사형으로 오픈워크 가공한 티타늄 소재 로터 프레임 위에 직경 8.5mm, 두께 0.45mm 크기의 골드 문을 추가했습니다. 역시나 사르파네바만의 익살스러운 달의 표정이 잘 묘사되었고, 로터 형태이기 때문에 손목에 착용시 항시 움직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문머신 2는 3가지 버전으로 우선 출시될 예정입니다. 티타늄 케이스에 화이트 골드 문을 사용한 버전, 블랙 코팅 티타늄 케이스에 화이트 골드 문을 사용한 버전, 그리고 레드 골드 케이스에 레드 골드 문을 사용한 버전으로 나뉘며, 각각 12피스씩 한정 제작되었습니다. 공통적으로 케이스 사이즈는 가로 49 x 세로 51.5 x 두께 19.5mm이며, 방수 사양은 30m, 무브먼트는 지라드 페리고 베이스를 자체적으로 수정한 자동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42시간).
Legacy Machine Split Escapement
레거시 머신 스플릿 이스케이프먼트
이번 SIHH 신제품은 아니지만 지난해 말에 선보인 레거시 머신(LM) 스플릿 이스케이프먼트도 다시 한 번 소개합니다. 전작 레거시 머신 퍼페추얼의 무브먼트 개발에도 참여한 아일랜드 출신의 독립 시계제작자 스테판 맥도넬(Stephen McDonnell)이 다시 한번 조인했으며, 아치형의 브릿지와 함께 다이얼 중앙에 14mm 직경의 대형 밸런스를 배치한 레거시 머신 특유의 인버티드 설계를 바탕으로 다이얼 하단 양쪽에 서브 다이얼 및 각각의 포인터 핸드와 함께 파워리저브와 데이트(날짜)를 표시합니다.
19세기 포켓워치에서 영감을 얻어 핸드 프로스티드(Hand-frosted) 마감한 다이얼은 블루, 루테늄, 레드 골드, 옐로우 골드로 각기 다른 컬러를 적용했습니다. 4가지 컬러 버전 공통적으로 케이스 소재는 화이트 골드이며, 지름은 44mm, 무브먼트는 스테판 맥도넬이 참여한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를 탑재(진동수 , 파워리저브 72시간), 케이스 좌측면 하단의 푸셔를 누르면 원하는 날짜를 단독으로 재빨리 세팅할 수 있습니다. LM 스플릿 이스케이프먼트는 컬러별로 각각 18피스씩 한정 제작되었습니다.
URWERK
UR-210 Royal Hawk
UR-210 로열 호크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기념한 독립 시계제조사 우르베르크는 올해 SIHH서 단 하나의 신제품만을 공개하며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독자적인 새틀라이트 컴플리케이션(Satellite complication)에 기반한 인기 라인업 중 UR-210 시리즈에 올블랙 케이스와 레드 컬러 액센트가 돋보이는 베리에이션 모델을 추가한 것인데요. 특별할 건 없지만 우르베르크이기에 또 흔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UR-210 로열 호크의 케이스 소재는 플래티넘과 티타늄으로 전체 매트하게 블랙 DLC 코팅 마감했습니다. 케이스 사이즈는 가로 43.8 x 세로 53.6 x 두께 17.8mm이며, 방수 사양은 30m. 특허 받은 새틀라이트 컴플리케이션을 바탕으로 시는 회전하는 카루셀 상단 4면의 큐브로 표시하고, 여기에 맞물린 3차원 미닛 핸드가 하단의 미닛 트랙을 따라 이동하며 분을 가리키는데, 60분 단위로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한편 다이얼 상단 우측에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좌측에는 독자적인 와인딩 효율 인디케이터가 위치해 있습니다.
시계를 구동하는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UR-7.10의 베이스 플레이트는 ARCAP P40로 불리는 첨단 신소재를 사용하고, 아워 새틀라이트(3개의 큐브)와 플라이백을 지원하는 레트로그레이드 미닛 핸드는 경량 소재인 알루미늄을, 그리고 중앙 센트럴 카루셀과 각 스크류는 그레이드 5 티타늄으로 각각 제작되었습니다.
참고로 UR-210 로열 호크는 25피스 한정 제작되었으며, 공식 리테일가는 15만 5,000 스위스 프랑(CHF, VAT 포함)입니다.
Romain Gauthier
Insight Micro-Rotor Lady
인사이트 마이크로 로터 레이디
올해 처음으로 SIHH에 참여한 발레드주의 신성 로맹 고티에는 작년 바젤월드서 런칭한 새로운 엔트리 라인업 인사이트 마이크로 로터의 여성용 버전을 신제품으로 선보였습니다.
컬렉션 최초로 마이크로 로터 설계를 도입한 기존 남성용 인사이트 마이크로 로터의 특징들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호주산 화이트 마더오브펄과 타히티산 블랙 마더오브펄을 서브 다이얼 소재로 사용하고, 22K 골드 마이크로 로터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는 등 전반적으로 여성스러움을 어필하고자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레드 골드 소재 케이스의 사이즈는 이전 남성용 모델과 같은 39.5mm입니다. 물론 탑재한 인하우스 자동 무브먼트 역시 동일합니다(진동수 4헤르츠, 80시간 파워리저브).
밸런스를 다이얼면에 배치한 특유의 인버티드 설계와 일부 오픈 워크 가공한 아치형의 브릿지가 시계에 개성을 부여하며, 여기에 화이트 혹은 블랙 마더오브펄과 45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세팅까지 어우러져 흔치 않은 여성용 기계식 시계를 찾는 소수의 니치 마켓을 겨냥합니다. 인사이트 마이크로 로터 레이디는 블랙 or 화이트 마더오브펄 각 모델별로 단 10피스씩 한정 제작되었습니다.
로지컬 원(Logical One) 같은 퓨제 앤 체인 방식의 전통적이면서도 묵직한 느낌의 컬렉션이 로맹 고티에가 계승하고자 하는 스위스 오뜨 오롤로지의 정신을 대변한다면, 개인적으로 인사이트 마이크로 로터나 새로운 여성용 버전은 다분히 세일즈를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메인스트림을 지향하는 몇몇 선배 독립 시계제작자들이 범용 무브먼트를 탑재한 중구난방의 성의 없는(?!) 컬렉션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깎아먹는 실수를 범했던 것을 상기할 때, 로맹 고티에의 방식은 그나마 격이 있는 편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여성적 편향이 샤넬의 영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참고로 로맹 고티에는 샤넬의 첫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한 무슈 드 샤넬의 개발에 관여했고, 반대로 로맹 고티에의 일부 하이 주얼리 유니크 피스는 샤넬 공방에서 제작되는 식으로 기술 제휴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Voutilainen
217QRS
필립 듀포의 뒤를 이어 현재 시계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 받는 독립 시계제작자 중 하나인 카리 부틸라이넨(Kari Voutilainen)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IHH에 참여했습니다.
티어드랍 러그 디테일이 특징적인 대표 컬렉션 뱅-위(Vingt-8) 시리즈에서 케이스 디자인을 살짝 변형한 형태의 케이스로 신제품 1종을 선보였는데, 다이얼 중앙에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날짜를 표시합니다. 기존의 타임온리 수동 칼리버를 바탕으로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 메커니즘을 통합시켰는데, 그 작동 모습이 일반적인 플라이백 레트로그레이드 형태와는 또 차이를 보입니다. 다시 말해 즉각적으로 핸드가 31에서 1로 점핑하지 않고 트랙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서 1로 복귀하는 식입니다. 날짜는 또한 크라운을 꾹 누르는 것만으로도 개별 조정이 가능합니다.
신작 217QRS는 플래티넘 케이스로 10피스, 화이트 골드 케이스로 10피스, 로즈 골드 케이스로 10피스 총 30피스 한정 제작될 예정입니다. 케이스 직경은 39mm, 두께는 11.5mm이며, 수공으로 엔진턴을 돌려 기요셰 패턴 가공한 실버 베이스 다이얼에 다크 블루 컬러를 입히고, 화이트 골드 소재의 인덱스와 핸즈를 더했습니다.
새로운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진동수 2.5헤르츠, 파워리저브 65시간)의 메인 플레이트와 브릿지는 랑에 운트 죄네처럼 저먼 실버로 제작되었으며, 두 개의 이스케이프 휠과 다이렉트 임펄스 부품을 적용한 독자적인 이스케이프먼트와 13.6mm 직경의 커다란 프리 스프렁 밸런스, 그리고 수공으로 정성스럽게 피니싱된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감상할 수 있습니다.
Ferdinand Berthoud
스위스 뇌샤텔 출생으로 18세기 중후반 프랑스 파리에서 주로 활약하며 왕실 해군에 마린 크로노미터를 공급한 업적으로 레지옹 훈장과 작위까지 받은 전설적인 마스터 워치메이커 페르디낭드 베르투를 기리는 동명의 하이엔드 시계제조사가 올해 처음으로 SIHH에 참여했습니다. 1807년 페르디낭드 베르투 사망 후 2세기 넘도록 잊혀져 있던 브랜드를 쇼파드의 공동대표 칼 프리드리히 슈펠레(Karl-Friedrich Scheufele) 회장이 2006년 인수해 전략적으로 키웠는데요.
- FB 1.4 티타늄 버전 (각 다이얼 컬러별로 20피스씩 한정)
마린 크로노미터에서 유래한 전통적인 퓨제 앤 체인 방식의 콘스탄트 포스 메커니즘과 투르비용을 적용한 개성적인 손목시계 컬렉션 FB 1 시리즈로 부활의 신호탄을 올렸고, 지난 2016년에는 시계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통하는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서 최고 영예인 그랑프리 에귀유 도르(Aiguille d'Or)까지 수상함으로써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프로덕션 워크샵은 쇼파드의 매뉴팩처가 있는 뇌샤텔 주 플러리에 지방의 작은 마을 발-드-트하베흐에 위치해 있으며, 연간 총 50피스 정도에 불과한 극소량의 시계만 생산하며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Chronomètre FB 1R.6-1
크로노메트리 FB 1R.6-1
성공적인 전작 FB 1 시리즈에 이어 올해는 기존 모델과 완전히 다른 디자인의 FB 1R.6-1을 선보였습니다. 오프센터 다이얼로 시와 분을 표시하고 오픈워크 처리한 다이얼 중앙부를 통해 기어 트레인과 투르비용 케이지 일부를 노출한 전작과 비교하면 한층 심플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러한 다소 특이한 레이아웃은 다름아닌 18세기 말 페르디낭드 베르투가 제작한 마린 크로노미터 No. 7의 디자인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시분초를 다이얼면에 각각 레귤레이터 형태로 표시하는데, 특이하게도 시는 2시 방향에 회전 사파이어 디스크와 별도의 핸드로, 분은 12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과 핸드로 표시하고, 가운데를 컷 아웃 가공해 기어 트레인 일부를 노출합니다. 그리고 다이얼 중앙에 길다란 스윕 세컨드 핸드(초침)이 놓여져 있고, 10시 방향에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갖추고 있는데 이 또한 일반적인 형태가 아닙니다. 니켈 합금 코일을 노출하면서 동력의 잔량은 0에서 1까지 숫자로 간결하게 표시합니다.
그리고 케이스 소재도 일반적이지 않은데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바탕으로 특수한 열처리 가공을 통해 카본 파우더를 증착시키는 과정을 되풀이해 특유의 매트한 질감의 단단한 케이스를 완성했습니다. 이로써 표면경도 수치가 하이테크 세라믹과 비슷한 1,200 비커스에 달해(일반 스틸에 비해 3-4배 이상 단단함) 스크래치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실제로 SIHH 현장에는 케이스의 경도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해당 샘플과 못이 준비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케이스는 전작 FB 1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팔각형태를 띠고 있으며, 측면 일부를 오픈 워크 가공해 퓨제 앤 체인 트랜스미션 일부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 지름은 44mm, 두께는 13.95mm, 무브먼트는 기존의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를 수정한 FB-T.FC.R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3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53시간). 퓨제 앤 체인 트랜스미션과 라지 사이즈의 투르비용 케이지를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감상할 수 있으며, 별도로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COSC)으로부터 테스트 인증도 받았습니다.
참고로 FB 1R.6-1 특수 강화 스틸 케이스 & 블랙 다이얼 버전은 단 20피스 한정 제작될 예정입니다.
우르베르크, 멋지네요. 좋은 기사,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