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의 악화로 인해 워치스앤원더스(Watches & Wonders 2020)가 돌연 취소됨으로써 시계 업계에도 비대면-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관련해 타임포럼은 에르메스(Hermès)의 워치 컬렉션을 총괄하는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립 델로탈(Philippe Delhotal)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시계애호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하기 타임포럼 독점 인터뷰 내용을 통해 2020년 에르메스 주요 워치 신제품과 워치메이킹 전반에 관한 그의 특별한 비전과 뜨거운 열정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필립 델로탈(Philippe Delhotal) 약력 :
1962년생인 필립 델로탈은 십대 시절 일찍이 프랑스의 한 워치메이킹 스쿨을 수료하고 관련 전문가 과정 학위(BEP & CAP)를 받았으며, 이후 파리의 에콜 데 보자르(Ecole des Beaux-arts)에서 패션 디자이너 & 스타일리스트 및 보석학과 경영학 과정을 수료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받았다. 시계 업계와의 인연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의 파리 지사에서 디자이너로 활약한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으며, 피아제(Piaget) 파리 지사(1988년~1989년)를 거쳐, 1990년부터 1997년까지 프랑스 브장송의 시계 케이스 및 스트랩 하청 제조사인 메카 컨트롤(Meca-Control)에서 프로젝트 매니저 및 마케팅 프로덕트 매니저를 역임했다.
이후 가족과 함께 스위스로 이주한 그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발레드주 르 상티에의 매뉴팩처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에서 워치메이킹 및 주얼리 프로덕트 팀을 총괄하는 제품개발 매니저를 역임하고,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라쇼드퐁에 위치한 시계 케이스 제조사 파브르 앤 페레(Favre & Perret)의 총괄 디렉터를 거쳐, 2003년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파텍필립(Patek Philippe)에 입사해 5년간 크리에이션 디렉터로서 파텍필립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했다.
이렇듯 시계 업계에서의 폭넓은 경력을 인정받은 필립 델로탈은 2008년 5월, 마침내 에르메스(La Montre Hermès SA)에 스카웃 되어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지난 12년간 에르메스의 워치 컬렉션을 일신하고, 다방면의 헌신적인 노력을 통해 에르메스를 어엿한 시계제조사로 성장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위기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단,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물어봐 줘서 고맙다. 나와 우리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일상 생활의 급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예전과는 다른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도 잘 지내고 있길 바란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꼭 만날 기회가 있길 바란다.
최근 워치스앤원더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에르메스의 신제품들을 접했다. 어떤 신제품을 특별히 관심 있게 봐야 할까?
올해 우리는 새로운 다이얼을 품은 아쏘 레흐 드라룬(Arceau L’heure de la lune)과 로즈 골드 케이스에 블루 다이얼을 매칭한 슬림 데르메스 GMT(Slim d’Hermès GMT)를 새로운 남성 시계로 소개하고 있다.
- 아쏘 레흐 드라룬 마시앙 운석 다이얼 (2피스 한정)
아쏘 레흐 드라룬은 업계의 동향과는 다소 상반되는 독창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한 문페이즈 시계로서 하우스의 가치가 잘 녹아 있다. 작년에 블루 어벤츄린과 운석 다이얼을 적용한 리미티드 에디션 형태로 처음 소개되었고, 연말 열린 제19회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rand Prix d’Horlogerie de Genève, GPHG 2019)에서 캘린더 및 아스트로노미 시계 상(Calendar and Astronomy Watch Prize)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안았다. 이렇듯 성공적인 아쏘 레흐 드라룬이 올해는 블랙 사하라(Black Sahara), 루나(Lunar), 마시앙(Martian, 마션)으로 명명한 각기 다른 종류의 운석 다이얼을 적용한 새로운 버전으로 거듭났다.
- 아쏘 레흐 드라룬 루나 운석 다이얼 (36피스 한정)
아쏘 레흐 드라룬은 실용적인 기능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래픽적이고 신비로운 면까지 담고 있다. 전통적인 컴플리케이션에 독창적인 워치메이킹 기술력이 더해져 다이얼 상에 두 개의 달(문페이즈)을 표시하는 방법이 재미있는데, 마치 위성처럼 움직이는 서브 다이얼- #편집자주 : 시간과 날짜(포인터 핸드)를 표시하는 모바일 카운터(Mobile counters)- 과 두 개의 달이 서로 숨바꼭질을 하는 듯하다.
- 슬림 데르메스 GMT
한편 2015년 런칭한 슬림 데르메스는 메종의 강력한 DNA를 품고 있으면서 무브먼트와 피니싱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충족함으로써 고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팔라듐 케이스로 제작한 첫 GMT 버전은 2018년 리미티드 에디션 형태로 선보였는데, 전통적인 컴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12시간 단위로 세컨 타임존을 표시하는 GMT 다이얼 위 독특한 폰트의 숫자들은 여느 GMT 시계들과 디자인적으로 확실히 차별화되었다. 결과적으로 슬림 데르메스 GMT 역시 대성공을 거두었다. 올해 우리는 로즈 골드 케이스에 블루톤 다이얼을 접목한 새로운 GMT 모델을 비한정판 모델로 새롭게 선보임으로써 브랜드의 본질에 부합하는 우아하면서도 클래식하고 현대적인 느낌까지 담고자 노력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쏘 레흐 드라룬(Arceau L’heure de la lune) 모델을 출시했다. 올해는 특별히 3가지 각기 다른 종류와 컬러의 운석(隕石, Météorite) 다이얼을 적용했는데, 특별히 운석 다이얼에 집중한 이유라도 있는가?
새로 출시한 모델들에는 굉장히 희귀한 천체의 스톤을 담고 있다. 메테오리트(운석)는 우주적인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유니크한 소재로 우리 모두가 발을 땅에 대고 머리를 하늘로 향해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는 독특하고 깊은 창조적 감각을 선사한다.
- 아쏘 레흐 드라룬 다이얼/무브먼트 분해 조립 모습
아쏘 레흐 드라룬과 아쏘 쁘띠 룬처럼 에르메스 워치 컬렉션에서도 문페이즈 기능의 시계가 어느덧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문페이즈 시계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문페이즈는 앞서 언급했듯 실용적이면서도 그래픽적이고 신비로운 면을 지닌 컴플리케이션으로 인간의 꿈과 감성을 자극한다. 또한 문페이즈 시계는 얼굴에 해당하는 다이얼의 모습이 매일 달라진다. 특히 아쏘 레흐 드라룬의 경우 시간을 읽는 방법 또한 재미있다. 마치 꿈을 꾸듯 위-아래가 전복된 두 개의 달 위로 모바일 카운터가 회전하는 식이다. 알다시피 문페이즈 컴플리케이션을 탑재한 대부분의 시계들은 어퍼처(창)를 통해 달의 위상을 확인하는 것이 부수적인 기능처럼 다뤄질 뿐, 문페이즈 기능이 해당 시계에 우선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에르메스의 문페이즈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우주로의 여행을 시계 안에 표현하고자 한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일련의 다이얼에 담아낸 별들, 메탈, 스톤 등의 디테일과 소재들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떠올리게 한다. 아쏘 레흐 드라룬과 같은 시계를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차원의 더 깊은 시공간을 담고자 한 것이다.
- 2020년 신제품, 아쏘 쁘띠 룬
컬렉션 최초로 문페이즈 디스크에 처음으로 의인화한(사람처럼 표정이 살아있는) 달의 모습을 형상화해 익살스럽다. 아티스트 에두아르 바리보(Édouard Baribeaud)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 여름 밤의 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에르메스 실크스카프 속에 등장하는 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에르메스의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공예예술) 시계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부터다. 하지만 메종의 풍부한 유산과 능숙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경지에 올랐다는 생각이다. 에르메스의 메티에 다르 다이얼 워크샵엔 몇 명의 장인이 일하고 있고, 또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에르메스가 메종 최초의 시계를 선보인 것은 19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 내 기록보관소에서 찾은 오래된 사진을 보면, 특별 제작한 스트랩으로 포켓 워치를 감싼 형태의 일명 '포르트 오이뇽(Porte-Oignon)' 시계를 착용하고 있는 자클린(Jacqueline)을 포함한 에르메스家 자매들 - #편집자주 : 창업주 티에리 에르메스(Thierry Hermès)의 3대손 에밀 에르메스(Émile Hermès)의 자녀들- 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에밀 에르메스의 자녀들, 두 번째 인물이 포르트 오이뇽 시계를 착용한 자클린 에르메스다.
- 에르메스 최초의 시계인 포르트 오이뇽
포르트는 불어로 문을, 오이뇽은 양파를 뜻하는 것으로, 시계 케이스를 감싸 보호 및 고정시키는 특유한 가죽 스트랩 형태 때문에 붙여진 이름임을 알 수 있다.
이후 1928년, 파리 포브르 생토노레 24번지(24, Rue du Faubourg Saint-Honoré)에 위치한 역사적인 에르메스 부티크에서 최초의 에르메스 타임피스를 선보였다. 당시의 에르메스 타임피스들은 브랜드의 시그니처와 함께 스위스의 위대한 워치 매뉴팩처들이 공급한 우수한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50년 후인 1978년, 메종은 스위스 시계 산업의 중심부인 비엘/비엔의 브뤼그(Brügg)에 에르메스 시계 제조 자회사(La Montre Hermès S.A.)를 설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후 에르메스는 다양한 시계 제조 기술(무브먼트, 케이스, 다이얼)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에르메스만의 특별한 컬렉션을 구축하게 되었다.
- 2017년 출시한 슬림 데르메스 그르르르! 다이얼
영국의 아티스트 앨리스 셜리(Alice Shirley)가 디자인한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 속 곰의 익살스러운 모습을 전통 에나멜 미니어처 페인팅 기법을 활용해 시계의 다이얼로 옮겨 주목을 받았다.
- 2019년 출시한 아쏘 아우우우 다이얼 제작 과정 일부
달을 향해 울부짖는 야생 늑대의 모습을 다이얼 상에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형상화했다. 여느 시계제조사들과 차별화된 에르메스만의 위트와 유머러스함이 엿보인다.
에르메스는 다른 시계제조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간에 관해 접근한다. 어떠한 형식에도 구애 받지 않고 시간을 즐기는 색다른 방식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당신이 언급한 에르메스의 메티에 다르 제품들도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지난 수 년간 우리는 메종의 창의성을 대변하는 뛰어난 장인들과 함께 작업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에나멜링이나 인그레이빙 뿐만 아니라, 다이얼처럼 작은 면적에는 최초로 시도하는 크리스탈, 레더, 스트로(짚), 우드를 이용한 마케트리와 같은 유니크한 메티에 다르 기술까지 적용한 바 있다. 우리는 그 동안 주로 프랑스, 스위스, 일본의 장인들과 협업할 기회가 많았는데, 출생지에 관계없이 능력 있는 장인들을 발굴하고자 항상 주시하고 있다.
- 2020년 신제품, 슬림 데르메스 쉐발 이카트
이퀘스트리언(Equestrian, 승마) 모티프는 에르메스의 스카프부터 시계의 다이얼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적용돼 왔다. 아쏘 쉐발 코스믹(Arceau Cheval Cosmique)과 슬림 데르메스 쉐발 이카트(Slim d’Hermès Cheval Ikat) 같은 시계들이 지닌 특별한 가치가 있다면?
에르메스의 익셉셔널 피스(Exceptional Piece)를 그토록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유니크한 다이얼 디자인에 있다. 에르메스는 제품 디자인 과정에서 창의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대한 아카이브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메티에 다르 모델의 경우, 메종과 뛰어난 외부 장인들간의 협업을 통해 완성되기도 한다. 크리스탈 제조 기술을 활용한 아쏘 밀레피오리(Arceau Millefiori)와 포슬린(도자기) 위에 채색을 하는 일본 전통 공예 기법인 아카에(Aka-e)를 응용한 슬림 데르메스 고마쿠라베(Slim d’ Hermѐs Koma Kurabe)과 같은 전작들이 대표적이다.
- 2020년 신제품, 아쏘 쉐발 코스믹 (24피스 한정)
- 아쏘 쉐발 코스믹 다이얼 제작 과정 일부
올해 새롭게 선보인 아쏘 쉐발 코스믹은 어벤츄린 혹은 에나멜 처리한 화이트 마더오브펄 다이얼 위에 핸드 인그레이빙으로 말과 물결 모티프를 새긴 화이트 골드 아플리케를 더해 특유의 개성을 연출했다. 반면 슬림 데르메스 쉐발 이카트는 아시아의 전통 이카트 위빙(직물에 문양을 넣는 직조 기법)을 활용해 승마 모티프를 다이얼 안에 인상적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시계들은 에르메스만의 메티에 다르 기술력이 담긴 매우 흥미롭고 독창적인 시계로서 가치를 지닌다. 이토록 작은 스케일(다이얼)에 작업하는 일은 장인들에겐 매우 큰 도전이지만 그들은 항상 새로운 표현 영역에 도전하는 것을 기꺼이 즐기며 작업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자체 인하우스 무브먼트 개발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크로노드(Chronode)와 아장호(Agenhor)와 같은 다른 스페셜리스트들과의 협업도 지속하고 있다. 기존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베이스에 컴플리케이션 모듈을 얹어 수정하는 것은 에르메스가 선호하는 방식인데, 이러한 종류의 개발 방식을 특별히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가?
앞서 강조했듯 에르메스의 워치메이킹은 시간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제공한다. 그저 측정하고 나누고 제어하는 시간을 선보이기보다는, 대담한 도전을 통해 감동을 자아내고 환상과 재미를 선사하는 다른 차원의 시간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에르메스 메종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복제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대담하게 직관을 따라 창의적인 오브제를 기획하면서 단지 시간을 알려주는 차원이 아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통해 시간과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아쏘 레흐 드라룬(Arceau L' heure de la lune), 아쏘 르땅 서스팡뒤(Arceau Le temps suspendu),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Slim d'Hermès L'heure impatiente), 드레사지 레흐 마스케(Dressage L'heure masque)와 같은 에르메스만의 독창적인 시간 해석을 보여주는 제품들은 새로운 유형의 오롤로지컬 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데 있어 누구보다 진지하면서 혁신적인 접근을 두려워하지 않는 뛰어난 파트너들과의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2017년 출시한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
인하우스 자동 베이스(H1912)에 아장호가 독점 개발한 불과 2.2mm 두께의 모듈을 추가해 특유의 타종 메커니즘을 가능케 한다. 또한 다이얼상에 타종 시간을 1시간 전부터 카운트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참을성 없는 시간’을 뜻하는 제품명에 부합한다.
파텍필립, 피아제, 예거 르쿨트르와 같은 대단한 워치 메종에서 근무한 바 있다. 당신과의 첫 인터뷰인 만큼, 2008년 에르메스 행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듣고 싶다.
나는 매우 운 좋게도 내 모든 경력을 시계 업계 안에서 쌓아왔다. 럭셔리를 향한 열정을 바탕으로 최고의 품질을 지닌 아름다운 오브제를 사랑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에르메스에 합류한다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었다. 에르메스는 오브제를 만드는 메종이다. 그저 쉽게 잊혀지는 패션을 선보이거나 컬트 오브제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장인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는 특별한 오브제는 이를 착용하는 사람과 일생을 함께 하는 진정한 동반자가 되는 법이다. 타협하지 않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실용적이면서 기능적인 오브제가 탄생하게 되면 이러한 오브제들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고유의 가치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평범한 일상을 즐거운 놀이의 공간으로, 찰나의 순간을 특별한 시간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이러한 특별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내게 있어 매우 영광스러운 동시에 매일을 만족스럽게 만들어주는 일이다.
- 2020년 신제품, 케이프 코드 마틀리에
보트와 닻을 연결하는 샹 당크르(Chaîne d’Ancre)- 영어식 표기는 앵커 체인(Anchor Chain)- 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코닉 사각시계 컬렉션에 새롭게 선보인 케이프 코드 마틀리에(Cape Cod Martelée)는 케이스 및 다이얼을 정교하게 해머링 마감해 특유의 개성을 어필한다.
에르메스는 물론 20세기 초창기부터 다양한 종류의 시계를 제조해왔고, 아쏘(Arceau), 케이프 코드(Cape Cod), 슬림 데르메스(Slim d’Hermès) 등 여러 아이코닉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 진정한 시계제조사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건 불과 약 10년 정도인 것으로 생각된다. 하이엔드 패션하우스에서 진정한 시계제조사로 성장하기까지 당신의 역할이 컸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어떠한가?
최근 우리는 에르메스 고객들과 워치 컬렉터들 사이에서 에르메스 시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을 목격해왔다. 독특한 디자인과 전통적인 워치메이킹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보인 시계들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일례로 2015년 런칭한 슬림 데르메스는 디자인의 순수함을 바탕으로 미니멀한 스타일로 향하는 특유의 움직임으로 주목을 받았고, 2018년 출시한 까레 아쉬(Carré H)는 마크 베르티에(Marc Berthier)가 디자인한 사각형 케이스를 통해 현대적인 미를 표현했다.
- 2019년 출시한 까레 아쉬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마크 베르티에(Marc Berthier)가 2010년 에르메스를 위해 최초 디자인하고, 2018년 새롭게 리뉴얼한 라인업에 추가한 신제품이다. 모서리를 둥글린 정사각형 케이스에 그래픽적인 다이얼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다.
또한 아쏘 컬렉션을 통해서는 2011년 시간을 잠시 멈출 수 있는 독특한 컴플리케이션 모델 아쏘 르땅 서스팡뒤(아쏘 타임 서스펜디드)와 2019년 문페이즈를 가지고 놀 수 있는(“레흐 드라룬” 컴플리케이션) 모델을 선보인 바 있다. 아쏘는 진지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지만, 마구인 등자(鐙子, Stirrup)에서 영감을 받아 1978년 디자이너 앙리 도리니(Henri d'Origny)에 의해 탄생할 당시부터 에르메스만의 과감함을 상징하는 아이코닉 라인이다. 오늘날까지 에르메스 워치 컬렉션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 역시 바로 이것이다. 우리의 고객들에게 정통성과 완벽함을 선사하기 위해 독특하면서도 항상 대담할 것!
- 2019년 출시한 슬림 데르메스 티타늄
프랑스의 그래픽 디자이너 필립 아펠로아(Philippe Apeloig)가 디자인한 개성적인 타이포그라피가 특징적인 슬림 데르메스 컬렉션에 처음으로 선보인 티타늄 버전. 안트라사이트 컬러 다이얼 하부에 아라비아 숫자 아워 마커가 화이트 혹은 오렌지 컬러로 비춰지도록 중첩된 일명 '샌드위치' 구조의 다이얼을 적용해 이전 슬림 데르메스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에르메스에서의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나는 에르메스 패밀리의 일부가 되고 고객들을 기쁘게 할 제품들을 창조하는 매일 매일이 자랑스럽다. 내게 주워진 시간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에르메스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에르메스 시계가 앞으로 보다 강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오늘날 에르메스의 가치가 녹아 있는 오브제들을 선보이면서 시계는 메종에 있어 새로운 '고객 창출(Client Recruitment)'을 위한 제품군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술적으로 특출 난 시계이건 전통에 제약 받지 않는 독특한 창의성이 표현된 시계이건 간에 말이다. 에르메스의 아티스틱 디렉터들은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최고의 품질을 지닌 아름다운 오브제들을 만들기 위해 평소 자주 왕래한다. 인내, 열정, 새로운 예술적 표현들을 탐색하는 것이야말로 에르메스와 함께 하는 모든 장인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 2020년 신제품 아쏘 스켈레톤 스모크 사파이어
개인적으로 에르메스 시계를 몇 개 정도 소유하고 있는가? 가장 애착이 가는 모델이 있다면 그 이유는?
사실 나는 소량의 시계를 갖고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모델은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이 시계로 인해 어린 나이에 시계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고, 이 열정은 오랜 세월 나의 커리어를 통해 지속되었다.
(#편집자주: 필립 델로탈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인터뷰 질문 내용의 뒷부분인 가장 애착이 가는 모델만 한정해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이점 여러분들 감안해서 봐주시기 바랍니다.)
COVID-19 위기를 겪는 전 세계 에르메스의 직원들, 고객들, 타임포럼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항상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이 상황을 우리 삶의 도전이라 생각하며 단합해야 한다. 우리는 곧 이겨낼 것이고, 심지어 더 강해질 것이다!
아쏘 레흐 드라룬 넘 매력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