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포럼은 지난 4월 26일 중국 상하이 당대예술박물관(Power Station of Art)에서 열린 플래닛 오메가(Planet OMEGA) 전시 오프닝 행사에 참석하기에 앞서 오메가(OMEGA) 대표이사 겸 CEO인 레이날드 애슐리만(Raynald Aeschlimann)과 2015년부터 오메가 브랜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배우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을 각각 만나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큰 행사를 앞둔 시점이라 길고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눌 시간은 없었지만, 짧은 분량의 인터뷰나마 여러분들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 있어 한데 정리해 공유합니다.
레이날드 애슐리만(Raynald Aeschlimann) 약력 :
스위스에서 나고 자란 레이날드 애슐리만은 상트갈렌 대학에서 경영학과 예술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졸업 후 몇몇 회사를 거쳐 1992년 스와치 그룹에 입사했다. 약 4년간 론진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1996년 마침내 오메가에 세일즈 & 마케팅 프로젝트 매니저로 합류했으며, 2000년 초반 잠시 스와치 그룹 스페인 지사에서 오메가와 블랑팡을 동시에 관리하는 브랜드 매니저를 맡았다. 그리고 2001년부터 오메가의 부사장이자 인터내셔널 세일즈, 리테일, 디스트리뷰션 디렉터로 활약했으며, 2010년부터는 스와치 그룹 인도 자회사를 관리하는 코디네이터를 비롯해, 스위스 시계산업협회(Federation of the Swiss Watch Industry, FH) 집행 위원직도 맡고 있다. 2013년부터 스와치 그룹의 확장된 그룹 이사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2016년부터 오메가 대표이사 겸 CEO를 맡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번 플래닛 오메가 상하이 전시를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
좋은 질문이다. 오메가는 현재 매우 승승장구하고 있다. 다가올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우리는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로서 우리가 지닌 강점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떠들고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랑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자 함이다. 125년 전인 1894년 창립자 루이 브란트(Louis Brandt)의 두 아들 루이 파울(Louisp-Paul Brandt)과 세자르(Cèsar Brandt)가 개발한 첫 '오메가' 무브먼트, 다시 말해 현 우리 브랜드의 이름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인 무브먼트에 관한 스토리부터, 1932년 시작된 올림픽 타임키퍼로서의 역사, 현 씨마스터 컬렉션으로 이어지는 해양 탐험의 역사 등 우리가 세계에 보여주고자 하는 상징적인 순간들을 모두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성공은 단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순간들과 함께 하며 그로부터 끊임없이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에 있다. 중요한 예로 1969년 인류의 역사적인 달 착륙과 함께 한 '문워치(Moonwatch)'의 성공 신화를 들 수 있다. 문워치는 단지 과거에 머문 빈티지 시계가 아니라 우리의 현행 컬렉션에 속해 있다. 럭셔리 업계의 모든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때로는 인상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 과거를 지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인위적으로 뭔가를 지어낼 필요가 없다. 우리가 누린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고 자축하면 되는 것이다. 전세계 최초로 상하이에서 공개하는 이번 전시, 나아가 앞으로 세계를 돌며 진행할 플래닛 오메가 전시의 목적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으로 우리가 이룩한 성과들을 소개하며 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를 명확하게 알리고자 함인 것이다.
이번 오프닝 이벤트에 함께 한 홍보대사 에디 레드메인에 관한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다. 그가 오메가 브랜드 이미지와 어떻게 어울린다고 보는가?
오늘 그 질문과 관련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한 2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신디 크로포드(**오메가의 최장수 홍보대사인 슈퍼모델)를 제외하면 대외적으로 브랜드 홍보대사를 내세우는 일이 드물었다. 당시엔 브랜드의 이름을 강조하고 제품 자체의 밸류를 알리는데 주로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스티모니얼(Testimonial) 형태의 광고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우리 역시 브랜드 홍보대사의 이미지와 재능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의 오메가는 시계제조사로서 이미 기술력으로 정평이 나있고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패션 브랜드가 아니기에 우리의 패밀리를, 그렇다, 나는 우리 홍보대사들을 브랜드의 가족으로 여기기 때문에 가족의 구성원을 적게 유지하되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지속하고 싶은 것이다. 몇 해 전 에디와 처음 미팅을 가졌을 때도 느꼈지만, 그는 오스카상을 받은 세계적인 스타임에도 거만함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고 누구에게든 친밀하게 다가가는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에디는 자신의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답게 매사 열정과 진심을 담아 성실하게 임한다. 나는 그의 진솔하면서도 묵묵한 모습이 우리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기존의 우리 남성 컬렉션을 대표하는 인물들인 조지 클루니와 다니엘 크레이그와도 이미지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메가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보통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시계 업계에 쉽게 발을 담근다. 세계적으로 자기네 브랜드를 선호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에 막연히 시계 사업도 잘 될 거라 확신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 할 수 있다. 물론 시계는 외관상의 디자인도 중요하고, 명성이 있는 브랜드 제품이라면 더 좋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시계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제품의 퀄리티가 좋아야 하고 사용된 소재들이 우수해야만 해당 시계의 본질적인 가치가 형성되는 것이다.
오메가는 시계 업계를 선도하는 키플레이어(Key Player)로서 특별히 소재에 관해서는 브랜드의 DNA와도 결부돼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 우리는 세라믹 소재의 권위자 중 하나고, 마스터 크로노미터(Master Chronometer) 기준을 확립한 최초의 브랜드이자 이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는 유일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기존의 크로노미터 인증(COSC)은 무브먼트에만 한정하지만,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은 무브먼트 뿐만 아니라 완조립된 시계 전체에 해당한다. 나는 이것이 타 어느 브랜드와도 차별화된 우리의 강점이라 생각한다. 조금 다른 예를 들자면 무슈 루부탱(크리스찬 루부탱)은 어떠한가. 그의 브랜드가 물론 여러 미디어를 통해 금새 유명세를 얻은 게 사실이지만, 루부탱 자신이 진짜 구두를 만들 줄 아는 장인이기 때문에 훌륭한 퀄리티의 구두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시계제조사로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건 기술에 대한 투자뿐이다. 우리처럼 연간 70만 개 정도의 시계를 대량 생산하는 브랜드도 예외일 수는 없다. 현대인들은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단지 껍데기만이 아닌 그 안에 담긴 숨은 가치를 발견할 줄 안다. 오메가 시계를 착용한다는 것은 우리 브랜드가 지닌 자부심과 함께 하는 것이다. 실리시움, 마스터 크로노미터, 5년 글로벌 워런티 등 우리가 내세우는 가치는 단지 마케팅 목적으로 급조한 것이나 누군가 비슷하게 했기 때문에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력에 대한 충분한 자신감에서 비롯한다. 단기간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미래의 시계 산업에서도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꾸준한 제품 개발과 투자, 내실 있는 성장에 기초해야 한다. 물론 디자인, 마케팅 다 중요하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의 퀄리티다. 오메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다양하고 내실 있는 노력들을 변함없이 이어갈 것이다.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 약력 :
1982년 영국 런던의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난 에디 레드메인은 사립 명문으로 통하는 이튼 스쿨을 거쳐 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던 중 연기에 매력을 느껴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2002년 셰익스피어의 연극 '십이야'로 데뷔한 그는 다수의 연극 무대를 통해 연기의 기본기를 다졌고, 스크린 데뷔작인 '라이크 마인드'를 기점으로 '굿 셰퍼드' '세비지 그레이스'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레미제라블' 등 주로 작품성 있는 영화를 통해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이후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연기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2015년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등 전세계 주요 영화제 연기상을 석권하고, 덴마크에 실존한 트렌스젠더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릴리 엘베)를 연기한 '대니쉬 걸'의 섬세한 연기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는 J. K. 롤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를 통해 잘 알려져 있으며, 2016년 대영제국 훈장(OBE)을 받았다. 그리고 2015년부터 오메가의 브랜드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플래닛 오메가 이벤트 참석차 상하이에 온 소감을 듣고 싶다.
엊그제 도착해서 어제(4월 25일) 하루 종일 상하이 곳곳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한 12년 전에도 상하이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때와는 도시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 현재의 상하이는 활력이 넘치는 정말이지 멋진 도시다. 공감하겠지만 오메가는 고유한 스타일과 신뢰성, 정밀성으로 전세계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스토리를 사랑하는 배우로서 이번 플래닛 오메가 전시회가 오메가의 다양하고 특별한 이야기들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고, 오메가 브랜드 홍보대사로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혹시 시간에 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가?
와우! 거참 난해한 질문이다. (웃음) 삶의 어떤 순간들을 경험할 때 당시에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거 같지만, 돌이켜보면 아주 빠르게 흘러갔음을 알 수 있다. 내겐 두 명의 어린 자녀들이 있다. 촬영 차 잠시 가정을 비우고 돌아와 보면 아이들이 그새 훌쩍 자란 것을 확인하고 놀라곤 한다. 이럴 때면 시간이란 것이 마치 물리적인 경험처럼 와 닿는다. 오늘 상하이에서 이렇게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 선(禪, Zen)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아무리 바쁜 상황 속에서도 마음을 차분하게 가지면서 당시의 느낌들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당신에게 시계는 얼마나 중요한 가치가 있는가?
어렸을 때는 음악이 내 인생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다. 나는 노래를 불렀고,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한 적도 있는데, 당시부터 시간을 엄수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나는 음악 관련 모임에 늦지 않으려 노력했고, 누군가 리허설에 늦으면 기분이 상하곤 했다. 우리 아버지는 꽤 오래 전부터 매우 심플하게 우아한 오메가 드 빌 시계를 즐겨 착용했는데, 나 역시 어린 마음에도 항상 그런 시계를 갖고 싶었다. 나와 오메가의 관계는 외견상으로는 격식을 차린 것처럼 보이지만 아버지와의 기억을 떠올리면 꽤 로맨틱하게 얽혀 있다. 오메가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매우 견고한 기반을 갖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수많은 성취들을 자랑한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보통 옛 헤리티지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것을 창출하곤 하는데, 오메가 역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자사의 풍성한 헤리티지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현대적인 제품으로 구현하는 방식이 매우 마음에 든다.
2015년부터 오메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무엇이 당신과 오메가가 잘 어울리게 한다고 생각하는가?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아버지가 선택한 오메가 시계를 계기로 나와는 가족적으로도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오메가의 선구적인 역사 또한 나를 매료시킨다. 인류의 달 착륙과 함께 한 최초의 시계라는 사실부터 높은 항자 성능을 강조한 최근의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풍성한 헤리티지와 테크놀로지가 오메가의 유산 속에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와 함께 할 수 있음에 자부심을 느낀다.
오메가 브랜드 홍보대사로 활동한 지난 4년 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정말 좋은 질문이다. 두 가지가 크게 기억에 남는데, 하나는 브랜드 앰버서더 자격으로 처음 함께 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들 수 있다. 당시 나는 코파카바나에 위치한 숙소에 묵었는데,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열린 비치발리볼 경기를 보는 것이 그렇게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인 오메가의 활약을 본격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전까지 타임키퍼라 하면 그저 경기의 시작과 끝을 알리고 스코어를 매기는 것만을 생각했는데, 올림픽 현장에서 지켜본 타임키퍼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고 각각의 측정기기들에 담긴 섬세함과 정확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가올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오메가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잊지 못할 기억은 2017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Seamaster Aqua Terra) 컬렉션 런칭 이벤트였다. 그 이벤트는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아름답고 멋진 이벤트 중 하나였다. 아내와 나는 아름다운 보트를 타고 행사장이 위치한 팔라쪼 피사니 모레타(Palazzo Pisani Moretta)로 이동했는데 정말 우아하고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평소 주로 어떤 오메가 시계를 착용하는가?
마침 지금 차고 있는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다. 단 이 모델 말고, 스틸 케이스에 블루 다이얼 모델이 평소에도 자주 착용하고 정말로 좋아하는 시계다. 몇 해 전 광고 캠페인을 촬영하면서 처음 접하게 된 모델인데, 컬렉션에 담긴 유구한 역사도 흥미롭지만, 어떠한 차림이나 환경에도 융통성 있게(Versatility) 어울리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스트랩은 러버 재질로 만들어져 스포티하면서도 포멀한 느낌도 가지고 있어서 뭐랄까, 멀티태스크가 가능하다고나 할까? 수트는 물론 레더 재킷 등 케주얼 차림에도 모두 잘 어울린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세 번째 작품에 관해 미리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는가? 그리고 영화 속에서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의 역)는 어떤 시계를 착용하게 될까?
어이쿠 세상에나!!(일동 웃음) 우선 뉴트 스캐맨더는 포켓 워치를 착용하고 있다. 극 설정상 그는 꽤 옛날 사람이기 때문에 포켓 워치를 고수하고 있고 캐릭터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신비한 동물사전 3편'에 관해서는 나 역시 뭔가 말해주고 싶지만 계약상 제작진과 배우들은 영화 개봉 전에 이와 관련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영화를 어디서 촬영하고, 앞으로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등등 많은 루머가 돌고 있는 줄 안다. 하지만 현재 말해줄 수 있는 부분은 미안하지만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영화를 만들면서 정말이지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작자 J.K. 롤링은 자신의 작품에 뚜렷한 비전을 갖고 있고 이를 영화에 투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영화 홍보차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수많은 다양한 팬들을 만나는 것도 배우로서 이보다 더 특별하고 럭셔리한 체험이 없을 것이다.
한국에는 당신을 사랑하는 열성적인 팬들이 많다. 그리고 오메가는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시계 브랜드 중 하나다. 한국에 영화 홍보를 위해서든, 아니면 오메가 홍보를 위해서든 방문할 계획은 없는가?
정말, 정말로 방문하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함께 출연한 클라우디아 킴(Claudia Kim, 수현)과도 관련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지난해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월드 프로모션 때도 나만 일정상 한국을 방문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 후 클라우디아와 에즈라 밀러가 한국에서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반드시 한국에 들러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가족들과도 함께 한국에 가고 싶은데 문제는 나의 두 자녀들이 아직 너무 어려서 긴 비행 일정은 그들에게 악몽과도 같다.(웃음) 사실 형이 지금 홍콩에서 가정을 꾸리고 있어 그들을 보러 가려 해도 아직 장거리 여행을 두려워하는 자녀들 때문에 가지 못하고 있다. 어찌됐든 한국에는 조만간 꼭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자녀에게 훗날 시계를 물려주고자 한다면 어떤 시계를 택하겠는가?
기계식 시계의 감탄할 만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하나의 시계는 그 자체로 역사적인 오브제가 되기도 하고, 케이스백을 통해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도 있으며, 공예예술적인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가치를 후대에 전승하는 측면에서도 시계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내 시계 컬렉션에서는 글로브마스터(Globemaster)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계는 매우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고, 오래도록 그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 확신한다. 또 다른 시계가 있다면 원래 아버지가 착용했던 드 빌 시계도 있다. 내겐 어떠한 시계 보다도 가치가 크기 때문에 우리 아이에게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당신은 배우로서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뤘다.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심지어 오스카상까지 받았다. 가까운 미래에 꼭 맡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무엇인가?
실제로 비슷한 질문을 여기저기서 많이 듣는다. 어떤 배역 제안이 들어오면 '이런 역할을 내가 어떻게 소화하지?' '이 역에 내가 최선은 아닐 거야' 등등 별 생각이 다들 때가 있다. 이런 두려움은 스크립트(대본)을 읽다 보면 더욱 분명해지는데, 그런 와중에도 대본에 빠져들게 되면 가슴 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면서 본능적으로 '이건 꼭 해야겠어!'라는 결심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그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최선을 다한다. 그러므로 특정 배역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급적 안 하려고 노력한다. 배역에 관한 선입견 없이 일단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나 자신을 잊고 푹 빠져들 수 있는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