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포럼은 지난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9회 국제고급시계박람회(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 이하 SIHH 2019) 기간에 몽블랑(Montblanc)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부사장 빈센트 몬탈리스코(Vincent Montalescot)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가 들려준 흥미로운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약력 :
빈센트 몬탈리스코는 파리 도핀 대학(Université Paris Dauphine)에서 스포츠 경영 및 경제학 학위를, 프랑스 리모주 대학(Université de Limoges)에서 스포츠 법학 및 경제학 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업 하바스 그룹 산하의 하바스 스포츠 & 엔터테인먼트(Havas Sports & Entertainment)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0년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ADIDAS)로 자리를 옮긴 그는 약 17년간 자산 운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부사장, 인터내셔널 마케팅 매니징 디렉터, 글로벌 브랜드 전략 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7년 몽블랑의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세계적인 명문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이수했다.
- 헤리티지 컬레션의 모태가 된 미네르바의 빈티지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
- (위)헤리티지 매뉴팩처 펄소그래프 & (아래)헤리티지 매뉴팩처 퍼페추얼 캘린더
새로운 헤리티지(Heritage) 컬렉션은 어떤 시계인가? 미네르바의 유산을 계승한 다른 컬렉션과 다른 점이 있다면?
먼저, 몽블랑의 부스에 관해 말하고 싶다. 우리는 지난해 135개가 넘는 시계를 부스에 전시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보다 50% 이상 적은 65개로 줄였다. 각각의 컬렉션을 명확히 세분화하는 한편 헤리티지 컬렉션과 신제품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다. 헤리티지 컬렉션은 지난 몇 년간 몽블랑이 출시한 다른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미네르바의 유산을 기초로 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임워커가 레이싱 정신을, 1858이 산악 탐험 정신을, 스타 레거시가 파인 워치메이킹 정신을 대변한다면 헤리티지는 복고적 감성을 바탕으로 세련된 우아함을 강조하는 클래식한 시계다. 우리는 이전의 세 컬렉션을 기획했을 때처럼 가장 먼저 미네르바의 유산을 들추어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슨 시계를 만들었는지를 차근차근 확인했다. 그리고 마침내 1940~1950년대 미네르바가 제작한 손목시계에서 영감을 얻어 헤리티지 컬렉션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 1858 지오스피어 리미티드 에디션 1858
헤리티지 컬렉션 외에 눈 여겨볼 제품이 있다면?
1858 지오스피어 리미티드 에디션 1858을 꼽고 싶다. 작년에 처음 선보인 1858 지오스피어는 출시되자마자 독일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은 1858 지오스피어가 니콜라스 뤼섹 크로노그래프처럼 몽블랑의 이미지에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미네르바의 정신까지도 훌륭히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몽블랑과 미네르바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게 인기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카키 그린 컬러는 밀리터리 주제와도 관련이 있다. 1920~1930년대에 다양한 군용시계를 제작한 미네르바의 역사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게다가 1858 컬렉션의 산악 탐험 정신과도 궤를 같이 한다. 누구나 가끔씩 산에 올라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한다. 만약 당신이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살고 있다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새로운 활력을 얻기 위해 도시를 벗어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시계는 그런 당신에게 자연으로부터 얻는 에너지를 상기시켜 줄 것이다.
- 스타 레거시 메타모포시스 리미티드 에디션 8
미네르바를 앞세워 워치메이커로서 역량을 키우고 이미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우리는 더 많은 주력 제품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과거에 몽블랑하면 떠오르는 시계는 니콜라스 뤼섹 크로노그래프나 스타 컬렉션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1858 지오스피어나 타임워커 크로노그래프도 몽블랑을 대표하는 시계로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이런 시계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중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과업은 몽블랑 워치메이킹의 정통성과 창조성을 끊임없이 알리는 것이다. 스타 레거시 메타모포시스 리미티드 에디션8과 같은 하이 컴플리케이션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분야다. 시계는 가죽 제품과 성격이 다르거니와 그렇게 많이 만들 수도 없다. 빌르레 매뉴팩처는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를 십분 활용해 몽블랑만의 시계를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약하면 각 컬렉션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컬렉션을 넘어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메타모포시스나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처럼 몽블랑의 독특한 워치메이킹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시계를 꾸준히 만드는 것이다.
- 서밋 2를 착용한 몽블랑 로컬 홍보대사 박서준과 배우 김아현
지난해 10월 서밋 2를 출시했으나 한국에서는 별다른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다. 올해는 어떤가?
우리는 SIHH가 열리기 얼마 전 한국에서 서밋 2를 알리기 위한 홍보 활동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11월 박서준과 함께 한국만을 위한 특별한 컬렉션(몽블랑 x PSJ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그 당시에는 가죽 제품에 더 많은 비중을 뒀다. 허나 앞으로는 서밋 2에 더 힘을 실을 예정이다. 서밋 2는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서밋2의 성공을 이어갈 것이다.
- 1858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리미티드 에디션 1858 & 1858 오토매틱 리미티드 에디션 1858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에게 무엇을 어필할 것인가?
우선 박서준에 대해 말해보자. 그는 몽블랑이 가진 이미지와 잘 부합하는 배우다. 우리는 1년 가까이 그와 함께 하면서 젊은 고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같은 협업을 통해 몽블랑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계속해서 전달할 것이다.
스토리텔링도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몽블랑과 미네르바의 유산 속에 숨겨진 이야기와 소재를 찾아내 제품과 엮어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더 나아가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어떤 가치가 제품에 적합한지 찾아내려 했다. 1858 컬렉션을 예로 들어보자. 자연을 상징하는 초록색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메시지다. 우리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통할 수 있는 가치를 찾아냈고, 이를 산악 탐험 정신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몽블랑이라는 브랜드와 연결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몽블랑이 써 내린 이야기와 그에 어울리는 제품으로부터 전해지는 특별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들도 분명 몽블랑과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세계적인 스포츠 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몽블랑으로 자리를 옮긴 계기는?
지난 20년간 스포츠 관련 업무를 해왔고, 그 일을 즐겼다고 자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시계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시계가 지극히 인간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몽블랑 사람들과 만나 장인정신에 대해 논했을 때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내가 몸담고 있던 스포츠 산업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워치메이커를 보라. 조그마한 부품과 하루 종일 씨름하고, 시계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경이롭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아마 아는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나의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대대로 프랑스에서 보석과 시계를 다루는 조그마한 상점을 운영하셨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면 매일 가족들이 있는 상점으로 향했다. 어렸을 때부터 시계에 익숙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지만 가업을 이어받을 생각은 없었다. 스포츠에 완전히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마음 한 켠에 시계와의 추억이 남은 듯 하다.
나의 임무는 브랜드를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이 브랜드가 얼마나 좋은지를 알리는 것이다. 나는 몽블랑에 합류한 뒤 CEO 니콜라 바레츠키에게 브랜드의 발자취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지나간 역사를 천천히 되새기며 몽블랑에 대해 하나씩 알아갔다. 몽블랑의 상징이 1910년에 만들어진 것도 그때 알았다. 놀라웠다. 자그마치 109년이라니(필자 주 : 화이트 스타 엠블럼이 트레이드마크로 정식 채택된 건 1913년이나 그 전신인 화이트 컬러 장식을 만년필 캡에 처음 사용한 게 1910년이어서 이렇게 이야기 한 것 같습니다). 어떤 브랜드는 로고만으로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거나 동기를 부여한다. 나이키의 스우시(swoosh)나 애플의 사과가 대표적이다. (몽블랑 노트에 박힌 스타 로고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몽블랑을 상징하는 이 별도 그 중 하나다.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무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켜켜이 쌓아 올린 것이다. 이것이 나를 몽블랑으로 이끈 마지막 이유다.
몽블랑에 오기 전부터 시계에 관심은 있었나? 특별히 아끼는 시계가 있다면?
그렇다. 실제로 시계를 몇 개 소장하고 있는데, 모두 기계식이다. 가장 아끼는 건 아버지와 아내가 결혼 기념 선물로 준 시계다. 두 사람이 나 몰래 어떤 시계를 선물할지 상의한 뒤 구입했다고 한다. 그 시계는 1960년대 초반에 제작된 것이다. 브랜드는 밝히지 말아달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