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포럼은 지난 11월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로랑 퍼브스(Laurent Perves)를 만나 단독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전날인 8일 저녁 한남동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열린 피프티식스(Fiftysix) 국내 런칭 행사를 위해 특별히 방한한 로랑 퍼브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피프티식스 컬렉션의 마케팅 방향과 향후 브랜드 전략 등을 헤아려 보시길 바랍니다.
약력 :
로랑 퍼브스는 프랑스 경영대학교(Ecole Suprieure des Sciences des Commerce, ESSCA)에서 경제학 및 마케팅 석사 학위를, 앙제 대학(ISTIA)에서 프로세스 엔지니어링 및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졸업과 동시에 LVMH 그룹에 입사해 변화 담당자(Change Manager)로서 본격적인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 후 세계적인 생활용품 제조 그룹 프록터앤드갬블(Procter & Gamble, P&G)의 프레스티지 제품 부서에서 근무하며 10여 년간 여러 뷰티 & 럭셔리 브랜드의 시장 및 소비자 인텔리전스, 제품 및 커뮤니케이션 관리, 상업 경영 및 지역 비즈니스 개발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시계 업계와의 인연은 2014년 오데마 피게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로 발탁된 것을 계기로 하며, 오데마 피게의 디지털 및 무역 마케팅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해 일찍이 실력을 인정 받았다. 이후 바쉐론 콘스탄틴에는 2016년 12월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로 합류했으며, 동시에 메종의 최고 경영관리위원회 임원으로서 제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헤리티지 및 디지털 팀을 이끌고 있다. 한편 그는 '럭셔리 경영' 부문 마스터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 파리 도핀 대학(Dauphine University)의 객원 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새로운 피프티식스 컬렉션을 지난 9월 1일 글로벌 런칭하고, 런던을 필두로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한국에서 차례로 런칭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어제(11월 8일) 저녁 한국 행사를 치른 소감을 듣고 싶다.
어제의 행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바쉐론 콘스탄틴과 인연이 깊은 한국의 서울에서 새로운 피프티식스 컬렉션을 선보이는 런칭 행사를 열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서울은 전통적인 유산과 현대적인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도시다. 또한 우리가 런칭 행사를 펼치는 전 세계 24개 도시 중 가장 다이내믹하고 혁신적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새로운 피프티식스를 아시아에 소개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도시라고 판단했다. 어제의 즐거운 이벤트와 콘서트를 통해 피프티식스를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바란다.
- 피프티식스 서울 런칭 행사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피프티식스 컬렉션을 관통하는 테마가 레트로 컨템포러리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각 국의 런칭 행사에서도 이러한 테마를 반영했는가?
약간은 그렇다. 앞서 런던에서 행사할 때는 운 좋게 몇 명의 장인들을 통해 그들의 공예기술과 스위스 파인 워치메이킹의 공통점을 발견할 기회가 있었다. 더불어 역사적인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는 벤자민 클레멘타인을 초대한 프라이빗 콘서트도 선보였는데, 이는 어제의 서울 행사와도 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번 서울 행사에서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추구하는 타임리스한 가치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로서의 역할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 애비로드 스튜디오 매니징 디렉터 이사벨 가비(Isabel Garvey)와 바쉐론 콘스탄틴 마케팅 수장 로랑 퍼브스
골드와 스틸로도 선보이는 피프티식스 컬렉션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새로운 엔트리 컬렉션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어떤 이들에게 피프티식스 컬렉션을 권하고 싶은가?
당신도 알다시피 바쉐론 콘스탄틴은 전 컬렉션을 통틀어 매년 매우 제한된 수량의 시계만을 생산한다. 대량생산을 하는 다른 메이저 시계 브랜드들과 달리 우리는 전통적으로 몇몇 한정된 집단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계를 판매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애초 특정 계층의 사람들만을 위해 시계를 디자인하고 제작하지는 않는다. 그저 메종의 역량이 닿는 범위 안에서 가장 기본적인 모델이든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이든 최선을 다해 제작할 따름이다. 현대의 바쉐론 콘스탄틴 컬렉션은 패트리모니처럼 섬세한 드레스 워치부터 오버시즈처럼 우아한 스포츠 워치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다양한 제품군을 아우르고 있다. 현대인들의 역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새롭게 선보이는 피프티식스 컬렉션은 모두가 선택할 수 있는 '에브리데이 워치'를 표방하며 골드 외 스틸 소재의 시계들도 전개하고 있다. 피프티식스를 포함한 우리의 모든 컬렉션은 특정한 '누구'를 위한 시계라기보다는, 그 시계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더욱 중시한다.
- 피프티식스 컴플리트 캘린더 스틸 모델
피프티식스 컬렉션에서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오늘 착용한 피프티식스 컴플리트 캘린더(Fiftysix Complete Calendar) 스틸 모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계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하나는 케이스 소재가 스틸이라 점이다. 스틸은 골드에 비해 강하고 가볍고 보다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 좋다. 우리의 대표적인 스틸 시계인 오버시즈의 성공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컴플리트 캘린더라는 점이다. 실용적인 캘린더와 클래식한 문페이즈의 조합뿐 아니라 각 기능의 배열이 조화롭고 아름답다..
- 피프티식스 컴플리트 캘린더 스틸 모델을 착용하고 포즈를 취한 로랑 퍼브스
기존의 블랙 악어가죽 스트랩 대신 펀칭 가공한 레이싱 스타일의 브라운 소가죽 스트랩으로 교체한 것도 눈길을 끈다.
-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열린 런칭 행사에서 공연한 벤자민 클레멘타인
피프티식스 글로벌 런칭 행사를 지난 9월 애비로드 스튜디오(Abbey Road Studios)에서 진행하고, 촉망 받는 젊은 뮤지션인 제임스 베이(James Bay)와 벤자민 클레멘타인(Benjamin Clementine) 등을 기용해 새 광고 캠페인도 촬영했다. 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통해 바쉐론 콘스탄틴을 착용하는 이들의 특출한 면을 드러내고 싶었다. 우리의 모든 고객들은 저마다 특별하기 때문에 이러한 특출한 사람들이 향유하는 문화예술(음악, 사진, 디자인, 건축 등)을 통해 제품의 가치를 보다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랬다. 캠페인의 시작은 음악이었는데, 이들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단순히 제품 홍보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독려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일례로 벤자민 클레멘타인은 얼마 전 발표한 신곡 '영원(Eternity)'을 바쉐론 콘스탄틴 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릴 기회를 얻었다. 이렇듯 아티스트들과의 창의적인 협업을 통해 우리가 잘하는 것과 그들이 잘하는 것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다.
새 광고 캠페인 '많지 않은 것 중의 하나(One of not many)'를 다시 예로 들면, 이러한 유형의 캠페인은 바쉐론 콘스탄틴에서는 낯선 것이다.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구상하고 기획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바쉐론 콘스탄틴은 263년의 단절 없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종으로 지난 세월 동안 셀 수 없이 진화를 거듭해왔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입장에서 우리는 이전의 작업들을 되돌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항시 고민하게 마련인데, 현 세대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작업이 실로 중요하다. 특히 앞서 언급한 문화예술은 우리 메종이 오랜 세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후원해온 분야이기 때문에 이를 컨템포러리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실질적인 마케팅에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 우리 광고 캠페인의 방식이 언뜻 새로워 보이지만 사실 그 안의 기조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우아함과 혁신, 장인정신 등을 얘기해왔고, 이러한 가치들은 창립 초창기부터 우리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 필수불가결하게 강조하는 요소들이었다. 물론 당신으로부터 새로운 캠페인이 매우 모던하고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말을 듣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새롭다기 보다는 기존의 작업들을 대신하는 ‘자연스러운 진화’로 보는 쪽이 타당하다.
디지털 마케팅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다. 시계 업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하이엔드 시계 제조사로서 바쉐론 콘스탄틴은 어떠한 전략으로 대처하고 있는가?
현대의 디지털 채널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을 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위챗 등을 통해 사람들은 더욱 쉽게 우리 브랜드를 접하게 되고, 우리가 제공하는 혹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다양한 정보를 통해 우리의 제품을 더욱 궁금해하고 경험하고 싶어하는 효과를 얻는다. 나는 이러한 디지털 채널들이 우리의 고객들에게 더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때는 해당 채널이 우리가 기대하는 목표와 반드시 연관성이 있어야만 한다. 일례로 ‘아워 라운지(The Hour Lounge)’로 불리는 바쉐론 콘스탄틴 컬렉터와 애호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티에서는 상업적인 접근은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오직 우리의 아카이브 문서와 특정 빈티지 시계에 얽힌 스토리와 같은 진지한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채널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통해 메종이 품고 있는 여러 가지 측면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공유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다.
다시 피프티식스 화제로 돌아와서, 새로운 피프티식스 컬렉션 런칭과 관련해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바쉐론 콘스탄틴에게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마켓이다. 한국 사람들은 파인 워치메이킹에 대한 이해도와 안목이 높고, 실제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향유하고 관심을 갖는 애호가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워치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아직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인지라 새로운 피드백을 수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한국은 또한 여러 분야에 걸쳐 매우 역동적인 마켓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는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와 야심이 크다. 피프티식스 컬렉션을 9월에 글로벌 런칭하고 한국에 시판한지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반응이 좋아서 아주 행복하다.
타임포럼 회원들에게 새로운 컬렉션 런칭과 관련해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나는 항상 모든 시계 커뮤니티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 허물없이 교류하며 시계에 관한 열정을 공유하고, 우리의 피프티식스처럼 새로운 컬렉션이 나오면 멤버들끼리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는 이러한 모습들이 보기 좋다. 우리에겐 컬렉터 커뮤니티이든 팬 커뮤니티이든 모두 매우 매우 중요하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커뮤니티 멤버들에게 항상 오픈된 메종이고, 언제든 우리의 매뉴팩처 방문도 환영한다. 타임포럼 멤버들이라면 서울에 있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어느 부티크라도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고, 우리 메종에 관해 원하는 어떠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앞서 디지털의 중요성을 강조하긴 했지만, 해당 제품에 담긴 진가와 메종의 혼을 제대로 느끼려면 결국 사람 대 사람의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새로운 피프티식스 컬렉션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가까운 바쉐론 콘스탄틴 부티크를 방문해 시계를 직접 착용해보고 매장 직원의 설명도 들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