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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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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에 이어 매뉴팩처 오프닝 및 방문기인 Part 2 시작합니다. 


지난 8월 26일 랑에 운트 죄네의 새로운 매뉴팩처가 완공되었습니다. 2012년 9월 5일 첫 삽을 뜬지 약 3년 만에 새 매뉴팩처 건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프레스가 모여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독일로 향하는 여정에서 거물급 인사가 참석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도착해보니 여느 매뉴팩처 방문과 달리 내부로 들어가기 전 짐 검사를 하는 과정이 있어 누군가가 오긴 오는구나 하고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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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에 운트 죄네의 매뉴팩처 및 본사는 드레스덴에서 차로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랑에 운트 죄네의 로고 아래에 표기된 글라슈테(Glashütte)에 위치하고 있으며 시계에 관심이 없다면 그저 지나칠지도 모르는 작은 마을입니다. 과거 은광이었던 이곳은 은이 고갈되자 폐광이 됩니다. 그러자 지역산업이 급격하게 쇠퇴하게 될 위기에 빠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랑에 운트 죄네의 창립자 페르디난트 아돌프 랑에가 일종의 지역 부흥산업으로 시계를 생산하기 시작하며, 독일 시계산업의 본산이 된 곳입니다. 매뉴팩처로 향하는 마을 어귀에서 반가운 이름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노모스, 글라슈테 오리지날을 비롯 요즘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모리츠 그로스만(Moritz Grossmann)가 써진 건물을 지나자 곧 랑에 운트 죄네의 매뉴팩처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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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매뉴팩처 완성과정을 담았습니다. TV 화면을 촬영한 영상이라 흔들림이 심합니다. 멀미주의!! 


작은 공방을 증축하고 새로운 건물을 지어 연결해 매뉴팩처를 확장하는 방식은 스위스 매뉴팩처에서 흔히 볼 수 있죠. 랑에 운트 죄네도 마찬가지로 같은 방식으로 매뉴팩처를 확장해 사용하다가, 이번 새로운 매뉴팩처는 기존의 매뉴팩처 맞은편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2층의 다리로 연결했습니다. 새 매뉴팩처는 건축비로 수천만 유로(정확한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를 투입했으며,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긴 했으나 친환경적이며 유지 비용이 적은 장점을 지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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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슈미트 랑에 운트 죄네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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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포나스 리치몬드 그룹 공동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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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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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행사를 앞두고 준비가 한창인 모습입니다. 경계가 삼엄(?)한데요. 아마 글라슈테 지역의 경찰 역사상 가장 큰 경계임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누가 오는지 소문이 났는지 동네 주민들도 모두 모여든 모양입니다. 검정색 아우디 A8 여러 대가 도착하자 포토라인에 서있던 저는 인파에 밀려 뒤로 빠집니다.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독일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이었습니다. 국가원수가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랑에 운트 죄네가 독일 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자부심이 생각 그 이상인 듯 했습니다. 다소 정치적인 움직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요. 메르켈 총리는 동독 정당인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었는데 행사가 시작되자 그 생각을 깨끗하게 접었습니다. 랑에 운트 죄네의 CEO인 빌헬름 슈미트, 리치몬드 그룹의 공동 CEO인 베르나르 포나스의 축하 성명에 이어 메르켈 총리가 축하 성명을 할 때, ‘새로운 시작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당신과 동료들의 노력을 통해 랑에 운트 죄네는 성공적으로 전 세계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중 최고 위치를 다시 한 번 고수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이고 유연하며 현대적인 위치라는 동독이 지닌 장점과 높은 평판은 랑에 운트 죄네와 같은 성공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고 이어 순수하게 랑에 운트 죄네의 부활과 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국가원수가 참석하는 행사치고는 경호, 짐 검사 같은 시큐리티 체크도 대단히 허술(?)했으며 행사 자체의 규모나 방식도 소탈했습니다. 이것이 독일식 실리주의가 아닌가도 싶더군요. 성명이 끝나자 축하공연을 온 합창단과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매뉴팩처를 둘러 본 뒤 다시 글라슈테 주민들과도 이야기를 나눈 뒤 메르켈 총리는 그렇게 사라졌는데요.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대단히 인상적이며 여운을 많이 남긴 등장과 퇴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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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매뉴팩처의 내부



매뉴팩처을 둘러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으나, 핵심적인 요소를 거쳐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신축 매뉴팩처는 깨끗하며 채광이 빼어났고 실용적이면서 담백한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새로 도입한 기계류 때문에 새 매뉴팩처가 필요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며, 기계의 도입과 새 건물의 활용법은 현재 5,000~6,000개 가량의 연간 생산량을 증가시킬지 혹은 얼마나 증가시킬지와 명확한 연결을 짓지 않은 모양입니다. 다만 현재의 생산 퀄리티를 유지하거나 더 향상시키면서, 다채로운 인 하우스 무브먼트와 그것을 탑재하는 모델이 더욱 다채로워 짐에 따라 이를 지금처럼 제대로 생산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고, 우선은 그에 따라 활용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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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들린 곳은 CNC, 밀링 머신을 배치한 커다란 공간입니다. 각 기계들의 덩치가 크다 보니 아무래도 큰 공간을 필요로 하는 파트죠. CNC 머신과 밀링 머신은 각각 네 다섯 대 가량을 운용하며 관련 작업자는 서너 명 정도입니다. CNC는 무브먼트의 플레이트의 윤곽을 잡아내고, 높낮이를 드러내는 가장 기본적인 가공에 속합니다. 플레이트 이외의 판형 부품의 생산이 이뤄지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스위스 시계와 마찬가지로 자동화가 기본입니다. 다른 방문기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가공은 기계가 자동으로 하나 이를 다루는 일은 사람이며 사람이 중요합니다. 랑에 운트 죄네 역시 마찬가지죠. 가공 방식에서는 다른 메이커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으나 오일로 보이는 액체가 불투명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렇게 기계 가공이 된 부품은 사람이 육안, 확대경, 현미경을 이용해 확인하고, 일부 작은 규모의 정밀 가공도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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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소형 부품을 만드는 하는 곳이지만 공개하지 않은 관계로 가공기계가 설치된 사진만 보여드립니다. 기계 모양으로 봐서는 스크류, 기어, 피니언, 축 같은 부품을 가공하는 곳으로 보입니다. 모두 새롭게 도입한 기계로 사용자가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보다 나은 부품을 생산하고자 하는 의도이지 싶습니다. 사실 하이엔드 워치의 하이엔드다움(?)은 대부분은 사용하면서 느끼기 어렵지만 이런 철학 하나하나와 그에 의해 만들어진 부품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가공한 부품을 세척하는 클리닝 룸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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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의 꽃, 핸드 피니시를 담당하는 장소로 이동합니다. 스무 명 정도가 일하는 공간으로 다른 파트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은 편입니다. 모두 여성으로 스위스의 여느 메이커와 다름 없이 핸드 피니시는 여성의 몫입니다. 여성의 섬세함과 안정감이 발휘되는 공간이죠. 1차 가공한 부품의 각 부위를 세심하게 정리하는 작업 비중이 높고, 랑에 운트 죄네의 3/4 플레이트와 함께 루비를 골드 샤톤을 이용해 고정하는 방식으로 인해 루비가 위치하는 홀 주변을 미러(폴리시) 가공하는 일은 많지 않으나 이와 유사한 가공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채광을 크게 고려한 커다란 창 밖으로 비치는 글라슈트의 푸르른 풍광은 루페를 끼고 한곳을 계속해서 응시해야 하는 이들의 피로를 풀어 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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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이 준비된 것을 보아 정밀한 작업이 이뤄지는 곳으로 가는 모양입니다. 가운을 갖춰 입고 들어간 곳은 랑에 운트 죄네 무브먼트의 또 다른 특징인 핸드 인그레이빙 밸런스 콕을 만드는 작업실입니다. 작업실로 향하는 길은 밸런스 콕을 마치 꽃잎처럼 겹쳐 아름다움을 크게 보여주는데요.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밸런스 콕 하나하나마다 느낌이 다릅니다. 인그레이버의 습관이나 조각도를 다루는 방식에 따라 저마다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마치 사람의 지문과 같은데요. 인그레이버끼리는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인그레이빙으로 장식한 밸런스 콕은 핸드 피니시와 더불어 랑에 운트 죄네를 비롯 기계식 시계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요소입니다. 기존 다섯 명이던 인그레이버는 인원이 늘어난 듯 합니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작업에 열중이었고, 방문자들을 위해 전자현미경을 모니터에 비춰 작업과정을 보여줍니다. 인그레이버 중 한 명은 내년 콩쿠르 델레간자(Concours d'Elegance, 자동차 아름다움의 경연으로 이탈리아 꼬모 호수에서 매년 개최됩니다. 우승 상품으로 랑에 1 타임존이 증정되죠)에 부상으로 사용할 시계의 케이스 백을 작업하고 있기도 하네요. 일반적인 밸런스 콕의 인그레이빙 이외에 스페셜 모델이나 주문 제작용 작업도 이뤄집니다. 창을 향한 작업대 한쪽에서는 퓨제 엔 체인에 사용하는 아주 작은 체인을 조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켜보기만 했지만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지 싶더군요. 인그레이빙이 주로 진행되며, 앵글라쥬 같은 베벨링도 일부 진행되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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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처 내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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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에 가문의 후계자 발터 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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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주친 발터 랑에옹. 랑에 가문의 후계자이자 랑에 운트 죄네의 CEO였던 고 균터 블럼라인과 함께 부활을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반갑게 눈웃음으로 아는 체 했으나 시크하게 지나가시더군요. (사실 처음 마주했습니다) 발터 랑에 옹을 만난 장소는 컴플리케이션을 조립하는 곳입니다. 스몰 세컨드의 작소니아나 1815 같은 심플 워치는 기존 매뉴팩처, 컴플리케이션은 새로운 매뉴팩처에서 작업하는 게 아닐까 하는데요. 사진의 소녀(가 아닙니다. 엄청나게 앳되어 보일 뿐입니다. 같이 투어에 참가했던 중국계 프레스들은 그녀 곁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는 랑에 1의 조립 중입니다. 투어 프로그램 때문에 랑에 1을 착용하고 있다는 점을 빼면, 일반적인 조립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은 랑에 운트 죄네 특유의 무브먼트를 두 번 조립 방식입니다. 한번 일차 조립 후 기능상으로 문제가 없으면 분해 합니다. 공들여 조립한 무브먼트를 분해한 뒤 장식가공을 하고 (물론 일차 조립 시 일부 장식 가공이 된 부품도 있습니다) 세척 한 다음 이차 조립을 합니다. 이 때 이차 조립을 위해 세척을 거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금속 부스러기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또 기능적으로 문제가 되는 무브먼트를 한 번 더 걸러낼 수도 있죠. 메이커로서는 비용 상승이 되므로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랑에 운트 죄네는 보다 완벽함을 위해 이를 전 모델에 적용합니다. 게다가 3/4플레이트의 저먼 실버는 쉽게 오염이 드러나는 금속이라 과정이 복잡해질수록 오염의 위험이나 확률이 큼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컴플리케이션에서도 두 번 조립을 한다는 의미는 심플 워치에 비해 와 닿는 부분이 훨씬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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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에 1 조립을 하는 소녀(?)의 옆에서는 자이트 베르크를 전담하는 워치메이커가 있습니다. 프레스의 관심이 모두 그녀에게 쏠려 있는 틈을 타, 작업과정을 유심히 지켜보았더니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해주고, 작업중인 자이트 베르크 미니트 리피터도 잘 나오도록 세팅 해 주었습니다. 컴플리케이션 공방은 이 두 명을 비롯 열 다섯 명 정도가 완성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고, 각자 담당하는 모델을 집중적으로 조립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이 두 명을 집중적으로 보여줄 모양이었는지 다른 워치메이커의 작업을 구경갔다가 회수(?)되어 무리와 합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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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슈미트에 가려 보이지 않는 인물은 지역 유지인줄 알았던 요한 루퍼트 리치몬드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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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매뉴팩처 투어는 약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기초 부품의 가공과정은 아마 기존 매뉴팩처에서 진행되는지 볼 수 없었습니다. 매뉴팩처 오프닝 행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대게 이런 행사는 프레스, 고위 관계자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랑에 운트 죄네는 네 시 경이 되자 직원들이 작업복이나 사복차림으로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며 진정한 오프닝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CEO인 빌헬름 슈미트가 직원들과 함께 새 매뉴팩처의 완공을 축하했고, 이 때 발터 랑에 옹의 생일을 기념하는 작은 세레머니도 있었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창업자 가문이 회사를 매각하고 이름을 넘긴 뒤 역사에서 사라진 경우가 많지만, 랑에 운트 죄네는 발터 랑에와의 의리를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스위스 하이엔드와 다른 독일 최고 하이엔드가 발하는 차별 점이자 지향점의 발로가 아닌가 싶더군요. 이 광경 하나에서 느껴지듯, 여러 매뉴팩처를 다녀본 경험 중 이번 랑에 운트 죄네는 여러 면에서 기억 될 수 있는 커다랗고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시 드레스덴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느낀 마음 한 켠의 울림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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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s Ende -